눈발이 몇 개씩 흩날린다. 호남고속도로 백양 IC를 벗어나 백양사 쪽으로 가다 장성호가 보이기 시작하는 북상분교장을 지나 남창계곡으로 들어선다. 국립공원 지구라고 입장료에 주차비에 불만이 생기려하지만 쓸데없다.
건조하고 차가운 겨울산 나무는 아래로 하얀 눈을 딛고 서 있다. 전남대연습림 관리사무소 운동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길을 시작한 것이 10시 30분쯤. 길은 차도 지날 만큼 넓다. 계곡은 눈을 인 하얀 바위가 가득하고, 나무는 다 드러내놓고 서 있다. 계곡휴식년이라고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매 두었다. 바닥엔 자연석으로 구들 짜 맞추듯 길을 만들어두었다. 경사지지도 않은데 수고하였다. 지리산 화엄사의 세월먹은 검은 돌길이나 백무동 길의 노력에 비하면 소박하다.
삼거리에서 은선골을 두고 남문 쪽으로 길을 잡는다. 어제의 도덕과 연수자리와 술친구 심소장 등과의 음주 탓인지 등에 땀이 배이려하고 30분 남짓 걸은 몸을 귤 까 먹으며 잠깐 쉰다.
잠깐 오르자 남문이다. 나무가 문 가운데를 떡 버티고 서 있다. 계곡 위 바위를 그대로 문을 삼고 왼쪽은 산이고 오른쪽 능선에는 돌담을 높게 쌓았다.
이제 평지다. 시골 고개 넘어 묵혀 둔 논밭처럼 억새풀에 묻혀있지만 사람이 경작하고 살림했을만한 넓은 개활지가 양쪽으로 산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길은 넓고 꼭 비키골 걸어가는 것처럼 완만하다. 개울도 건너고 돌담도 건넌다.
빨간 찔레나무 열매도 찍어본다. 30분쯤 걸었을까, 입암산성 표지판이 나오는데 짐작한 북문은 그 형체를 볼 수 없다. 왼쪽으로 눈이 미끄러운 급한 능선길을 오르니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ㄱ자 모양으로 선 바위로 오르는 길은 쇠계단을 두었다. 저게 갓바위려나 하는데 정상 쪽의 바위가 갓바위라한다. 그 형상이 갓 같은지는 모르겠다. 올라 온 방향 탓일게다.
북쪽으로는 김제며 저 서해로 빠지는 벌판이 드넓다. 산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작은 구릉이 섬처럼 떠 있고 온통 논밭이다. 터널에서 물건으로 토해 나오는 호남고속도로의 차들과 저 위쪽으로 난 1번 국도를 지나 남으로는 입암산의 줄기 너머로 산줄기가 또 한 병풍을 치고 있다. 장성과 광주 사이의 무슨 산이겠거니 하면서도 산이름을 모르겠다. 산 가득 친구의 그림처럼 하얀 눈 위에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이 더 가깝게 보인다. 그들이 견디는 바람과 눈과 저 하늘과, 쓸쓸함을 서로 차가운 바람으로 대화하며 서 있는 그들을 멀리서 내려다 본다.
김밥에 맥주를 펴고 점심을 먹는다.
아래쪽에 준비를 단단히 한 단체 산행객이 올라온다. 12시 30분 쯤 그들에게 자리도 비켜줄 겸 내려온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아주머니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내려오는 길은 은선골로 잡는다. 잠깐 내리막이더니 금방 완만해진다. 활엽수 숲을 지나는데 눈이 공중을 떠돌며 내린다. 햇벼치 속에 빛나며 내리는 눈을 보다, 산나무 빽빽한 숲을 지나며 1시간 남짓 내려오니 삼거리다. 따사한 돌길 지나 계곡의 얼음물을 보며 2시 못되어 차를 끌고 나온다. 백양사 쪽 용봉가든?인가에서 매운탕에 소주 몇잔을 마시다.
첫댓글 산에 가면 공기또한좋지만 풍경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