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말 레슨 다시 연재 시작합니다......
어흑.... 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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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겠지만… 외국인 신랑과 살면서 문화의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는
일은 없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아직까지는 갈등이라고할 만큼 심각한 이질감을 느껴보진 못했다
신혼 여행 갔을 때처럼 마스크 한 아줌마들을 가리키며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황당한 일도 있긴 했지만…-_-
나도 미국에서 12년째 살고 있고 신랑도 하와이에서 태어난 동양계
혼혈아이다 보니까 그나마 서로의 문화가 이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가끔가다가 신랑이 나를 외계인처럼 바라볼 때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유머다……
한국식 유머로 울 신랑 웃기는 거… 정말 힘들다…
가끔 한국 유머를 들려주고 왜 웃긴지 설명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질문에 내가 미친다……
오노를 사람 만드는 게 차라리 쉽겠다…… -_-
유머 (1)
우선, 가장 당연한 경우… 내용이 아니라 언어로 웃기는 경우다……
번역도 제대로 안되구 설명하는 사람만 돌아버리게 만든다…
몇 년전에 이런 유머를 들은 적이 있다…
토마토 삼형제가 자기들이 정말 토마토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첫째 토마토가 답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중학생을 만났다.
토마토: 이봐, 내가 토마토 맞아?
중학생: 당근이쥐…
첫째 토마토는 자신이 당근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
둘째 토마토가 길을 떠났다. 마주오던 할머니에게 물었다
토마토: 제가 정말 토마토인가요?
할머니: 오이양
둘째 토마토는 오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자살했다.
형들을 기다리던 세째 토마토도 길을 떠났다.
그러나 셋째도 역시 자살을 하게 된다.
셋째가 만난 사람은 최불암이었기 때문이다
토마토: 아저씨, 제가 토마토인가요?
최불암: (너무 당연한 질문에 웃어버린다) 파~
이 얘기는 집에 놀러온 친구가 해준 건데…
둘이 재밌다구 마구 웃었더니 신랑도 궁금했나 보다…
신랑: 아까 왜 웃었어……?
아차! 조용히 웃을걸… 신랑한테 들켰다…
이거 설명하려면 머리 빠지는데……
니나: 흠… 이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한국말 공부를 해야해
신랑: 오케… 뭔데…
니나: 한국말로 of course가 당근인데…
신랑: 아냐 ‘탕욘해’야…
니나: 아씨, 은어란 말야… 어쨌든, 당근은 carrot도 돼……
신랑: 으하하하하하~ 재밌다… 그래서 웃었구나…
이…… 이씨…… 이건 아직 유머가 아닌데…… -_-
니나: 끝까지 좀 들어바바… 오이라는 말도 있어
신랑: 알어… Cucumber!
니나: 근데 할머니들이 “그렇다”고 하실 땐 오이양! 하셔…
신랑: 아냐, yes 는 엉! 이야… (그래, 잘났다… -_-)
니나: 하지만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오냐”라고 한단 말야
신랑: 근데 왜 오냐가 오이양! 이야?
뜨아아아아~ 미치겄다……
이런 식으로 어느 세월에 이해를 시킨단 말인가……
아직 유머 내용도 시작 안 했는데 내가 먼저 지친다……
유머 (2)
음식 유머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다……
송편이 인절미를 보고 화장빨이라고 했다거나, 군만두를 보고 선탠했다거나 하는…
그나마 신랑이 먹어본 음식이면 좀 쉬운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국말 + 음식 문화 레슨을 해야한다…
얼만 전에 들은 유머…… 제목은 “쌈장 만드는 법” 이란다……
아는 언니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언니: 쌈장 만드는 법이 뭐게?
니나: 몰러
언니: 된장이랑 고추장을 불러다 쌈을 붙히는 거당…
으허허허허허허~ 웃긴다………… 그러나 웃다말고 입 다문다……
신랑이 들어오는 소리가 났기 땜에…
신랑: 왜 웃어?
니나: 아, 아냐, 암 것도…
신랑: 재밌는 얘기지?
니나: 아니라니께…
신랑: 왜 나만 빼고 안 말해줘!!!! 뭐야!!!!
아씨, 짜증나……… 다시 레슨 시작이다……
니나: 갈비 먹을 때 쌈싸먹는 소스 기억나?
신랑: 아하 ~ 코추창!
니나: 아니, 그거 말구 쌈장……
신랑: 기억 안나……
이럴 줄 알았다……
니나: 쌈장이란 건 말야…… 쌈 싸먹는 paste 같은 건데……-_-
아구, 힘들어 죽겠다…… 조크 20초 할라구 설명이 30분이다……
유머 (3)
썰렁한 유머는 더 가관이다…
한번은 음식 유머에 썰렁함을 가미한 조크를 듣고 대굴대굴 구르며 웃다가
신랑에게 걸렸는데……
설명하다가 쌈났다…… -_-
어떤 유머였냐면…
도너츠와 꽈배기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꽈배기는 항상 잘 팔리는데 도너츠는 인기가 없었다…
불만에 찬 도너츠가 주인 아줌마에게 따졌다.
“아줌마, 왜 나는 맛없게 만드는 거에요!!!!”
아줌마가 뭐라고 했을까…?
“어머! 도너츠가 말을 다하네 !!!!”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까 진짜 썰렁하다… -_-
당연히 신랑은 무슨 얘긴지 해달라구 조르고……
아구, 구찮어…… 그냥 직역해서 들려줬다…
니나: 그랬더니 아줌마가 뭐라고 그랬게?
신랑: 뭐라 그랬어?
니나: Oh, my! Donut is talking!!!!! (영어로 하니까 더 허무하기까지… -_-)
신랑: 그래서?
니나: 뭐가 그래서야…… 끝이여…
신랑: ………… -_-
신랑이 잠시 곰곰히 생각에 빠진다……
신랑: 진짜로 말해봐… 더 있지?
니나: 없어
신랑: 거짓말… 안 웃겨!
니나: 웃지마
신랑: 더 있으면서 왜 안 해줘!
니나: 없다니께!!!!
신랑: 왜 나만 미워해!!!!
유머 땜에 쌈하는 부부 본 적 있나…?
울 식구들은 맨날 본다… -_-
유머 (4)
한동안 유행했던 삼행시 유머…… 크헉… -_-
갑자기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이 마구 떠오른다……
참고로 요 아래 그림 올린다… 이게 바로 내 심정이여…… -_-
삼행시 유머를 만약 신랑 앞에서 듣게 되면 아무리 웃겨도 혀 깨물고 참는다……
이거 설명할 재주 있었으면 지금쯤 언어학으로 노벨상 탔겄다……
고도의 절제와 자기훈련을 통해 현재까지는 신랑에게 삼행시 유머의 존재를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 고난과 역경의 시간들이… 아흑~ 가슴을 저리게 한다……
유머 (5)
연예인 유머…… 설명 안 해도 다들 이해할 거다……
연예인을 알아야 유머가 웃길 거 아녀…… -_-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최지우 유머를 봤다…
무슨 드라마인지 이름은 잊었는데 무지 진지한 장면에서 최지우가 대사를
한다는 게.........
“실땅님!” (실장님…… -_-)
크허허허허허~ 실제로 봤음 진짜 웃겼겠다…
것도 진지한 장면에서… 하하하
그건 그렇구 미국은 왜케 집을 허술하게 짓는거여…
벽이 얇은지 웃음소리만 좀 났다하면 울 신랑 빛의 속도로 출현이다
신랑: 재밌는 얘기 있구나?
니나: 크헉~
기대에 가득찬 신랑의 초롱초롱한 눈…… -_-
니나: 혀짧아서 발음이 안되는 사람 얘긴데…
신랑: 오호!!
니나: 실장님이란 말을…
신랑: 쉴창님?
니나: 응… 실땅님이라고 그랬데… (아우, 시시해…-_-)
신랑: 엥? 쉴탕님?
신랑이 혼자 뭐라뭐라 중얼거려본다…
신랑: 혀 짧으며 ch 가 t 로 발음나?
그렇게 영어로 해석하면 당연히 말 안되지, 이런…… -_-
니나: t 가 아니고 d의 쌘 발음이야
신랑: 어떻게 말해?
니나: 타! 가 아니고 따! 라구
신랑: 타가 아니고 타?
크허헉!!!!!! 내 스스로 함정을 팠다……
공하고 콩 구분 못하는 인간에게 타하구 따를 어찌 구분시키리……
니나: 나 따라서 말해봐. 타당 땅!
신랑: 타타~~타!
니나: 천천히 해봐…. 타당~~ 땅!
신랑: 타탕~~~ 탕!
어구 속터져…… 유머가 아니라 비극이여 이건…… -_-
남의 속도 모르구 한술 더 뜨는 울 신랑…
신랑: 한국에선 혀짧으면 촹! 을 탕! 그러네...... 재밌다… 하하하… ^^
유머 (6)
사람들에게서 들은 유머나 인터넷에서 본 것들은 내가 조심하면 되지만…
(웃고 살자는데 왜 내가 조심까지 해야하는지, 원… )
한국 방송에서 코메디 보고 있을때 신랑이 들어오면 정말 괴로워진다…
꽤 지난 일이지만 개그 콘서트에서 핸폰 유머를 할 때였다……
오호, 벌써 불쌍한 니나를 상상하며 고개를 젓는 독자들이 보인다……
신랑: 저게 뭐야?
니나: 암것도 아냐… 웃기지도 않네… (웃음을 참아야 해.... 윽.... )
신랑: 근데 방청석은 왜 웃구 난리야?
니나: 그, 그건….. 음 … 웃는 척 하는 거야… -_-
핸폰 유머를 설명하는 고난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
신랑: 넌 안 재밌어?
니나: 절대루 안 재밌어……
신랑: 작가가 실력이 없나봐?
니나: 응… 저거 쓴 작가가 실력없기로 유명해…
신랑: 곧 짤리겠다, 그럼
니나: 당연히 짤라야지, 아우 재미없어…
휴~ 다행이다……
신랑이 더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나가버렸다……
크헉…… 그러나 갑자기 아파오는 나의 양심……
무고한 코메디 작가를 비방했다는 죄책감인가……?
뭐, 뭐야…… 그럴 수도 있지…!!
그, 근데… 그럼 안 된다구……?
왜냐 하면 말야… 쿨럭!……
신랑한텐 안 말했지만… 쿨럭!
쿨럭, 쿨럭……
개그 콘서트 작가는 울 친척 오빠다…… -_-
크흑흑… 흑흑… 오빠 미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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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오빠랑 연락 안했는데 아직 개그콘서트 쓰고 있는 지 궁금하다……
말이 씨가 되서 오빠가 짤렸음 안되는데……
어흑~ 또다시 찢어지는 가슴……
그래도 필사적으로 신랑을 막아내길 잘했다…
아직도 가끔 개그 콘서트 볼 때마다 수다맨에 질리고 청년 백서에 질리고
있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의 하나가 유머를 이해하는 정도라는 말이
맞는거 같다…
울 신랑 요즘 한국말 레슨 땡땡이 치는 걸로 봐서는 갈 길이 아주 멀다…
신랑이 이해하는 한국 유머는 오직 한가지! 야한 유머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