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매거진] 김제 지평선축제,
농경문화·생활체험 등...
한국 쌀농사 1번지...가을 들녘서 풍년가
파란 하늘과 황금빛 대지가 맞닿는 이 가을, 시원한 한 줄기 바람에 고개 숙인 벼 이삭들이 살랑이는 곡창의 들녘은 예술, 그 자체다. 마을과
언덕으로부터 한 점의 훼방도 받지 않고 쭉 뻗어 있는 김제 지평선 들판을 한번 달려 보자.
한국 쌀농사 1번지로 자부하는 전북 김제시가10월2~5일 한국 최고(最古)의 저수지인 벽골제 일원에서 지평선축제를 펼친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감사의 축제, 풍요의 축제로 어린이들에겐 농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어른들에겐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준다. 농경
문화·생활 체험 이벤트를 중심으로 올해 다섯 번째 열린다. 축제에는 70여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부량면 벽골제 앞 광장 중앙엔 짚울타리를 두른 전통 농촌마을이 재현된다. 초가집 재래 부엌에선 전통 음식상이 차려지고, 마당엔 우물
장독대 농기구 멍석 등이 놓여 있다. 새끼꼬기·가마니짜기와 여치
만들기 등 짚공예를 해보면서 대장간과 옹기굽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 옆 시골먹거리장터에선 김제시내 19개 읍·면·동 부녀회들이
저마다의 토속음식으로 손님들을 맞는다.
들판에선 벼를 베어 묶고 지게로 져 나르기, 홀태로 벼 훑기, 풍구 돌리기, 방아찧기 등 수확 전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무자위 용두레 맞두레 등 전통 수리도구도 체험한다. 허수아비 늘어선 논둑 사이에서 메뚜기도 잡아보고, 덜커덕거리는 우마차를 타고 둑길을 가로지르다가
개울에 들어가 물고기도 잡는다.
벽골제 둑 바로 앞엔 볏짚으로 담을 쌓고 그 안에 실물크기의 소들과
쟁기, 지게 등 짚조형물을 세웠다. 가족들끼리 허수아비와 바람개비를 만들어보고, 연날리기 널뛰기 투호놀이 등 전통 민속놀이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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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외국인 여성이 논에 들어가
벼 뒤에 메뚜기가 숨어있는지 살펴보고 있다.이 축제는 농사 체험형 축제로 어른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아이들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김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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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예대생 10여명은 인간허수아비가 되어 광장 곳곳을 누비며 퍼포먼스를 한다. ‘이동 장터마당’ 역시 이 학생들의 몫으로 장돌뱅이 주모 행상 농사꾼 걸인 등 차림으로 관객과 어울린다.
대학생 쌀 퓨전요리 경연과 청소년 지평선그리기, 씨름, 농악, 학생사물놀이, 팔도사투리, 실버장기자랑 등 경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지평선 풍년가요제, 가을음악소풍, 가을포크송 페스티벌, 청소년가요제
등 공연도 이어진다. 첫날 벽골제사에 이어 쌍용놀이, 입석줄다리기
등 이 지방 민속놀이도 매일 계속된다.
외국인을 위한 행사로 외교관 쌀 음식 경연과 외국인 한국농촌풍경
그리기 대회, 외국인 시집·장가보내기 등 행사가 준비된다. 전통농촌마을에선 하루 4차례씩 ‘지평이’를 캐릭터로 농업과 환경생태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인형극을 펼친다.
벽골제 광장엔 잊혀져가는 수리·농경·생활 용구와 민속자료 등
1300여점을 전시한 농경문화수리민속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옛 동진농지개량조합이 5만 조합원으로부터 수집한 것들로 농경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우도농악관에선 설장고 상쇠 시조창 등 무형문화재 공연과 함께 농촌 아이들의 풍물이 이어지며 가족끼리 소리 한토막씩도 배울 수 있다.
벽골제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인 만경강 하구에선 10월5일 망둥이낚시대회가 열린다. 월척을 거두거나 대량으로 낚은 참가자를 시상한다.
모악산 금산사에선 산사 체험(temple stay) 프로그램을 1박2일로 두
차례 열기로 하고 서울 대구 등 89명으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았다. 절에서 가족 단위로 하룻밤을 묵고 새벽예불과 공양, 다도, 참선에 참여한 다음 셔틀버스를 타고 벽골제 행사장으로 옮긴다.
김제시는 익지 않은 벼를 쪄 말린 뒤 탈곡한 올벼쌀과 지역 산품을 파는 향토특산물판매장을 운영한다. ‘지평선쌀’ 판촉은 이 축제를 여는 숨은 뜻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김제=김창곤기자 cgkim@chosun.com )
◆ 가볼 만한 곳 (지역번호 063)
심포바다,백로가 날아가는 낙조 장관
김제는 산과 들, 바다를 함께 껴안는 곳으로 해가 모악산에서 떠 심포 바다로 진다. 어머니 품처럼 편안한 모악산엔 금산사와 증산교, 그리고 근·현대에 명멸한 많은 신흥종교들이 깃들어 있다.
금산사 는 미륵불교의 본산이자 후백제 견훤이 석 달 동안 유폐됐던 곳. 국보와 보물 11점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미륵전(국보62호)은 외관으로는 3층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한 층으로
된 독특한 양식의 팔작집이다. 법당 안에 높이 11.8m의 미륵 입불(立佛)과 8.8m의 묘향·법륜 두 보살을 모셨다. 대웅전인 대적광전(보불 476호)은 86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92년 복원됐다. 절 마당 뒤편 5층석탑 석종 육각다층석탑 당간지주 등 8점은 고려시대 유물로 한꺼번에
보물 22~29호로 지정됐다. 금산사 뒷길로 2시간쯤 오르면 모악산 정상(해발 793m)이다. 동북으로 발치 아래 전주시가지가 펼쳐 있고, 남·서로는 김제평야 넓은 들과 내장산, 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심포바다 는 백로가 나는 낙조가 장관이다. 썰물이 되면 광활한 갯벌로 바뀐다. 주말이면 호미로 갯벌을 뒤져 백합을 캐고 낚시를 던져 망둥어를 낚는 사람들로 붐빈다. 심포항에 못 미쳐 자리한 망해사 에 오르면 바다 위 고군산열도들이 바라보인다. 고산 윤선도가 시를 남긴
승경이다.
죽산면 내촌마을은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주무대로 일제 수탈기지였던 하시모토 농장
사무소가 남아 있다. 김제시는 지난 5월 벽골제 인근 옛 벽제초등교에 2층 벽돌 건물로 아리랑문학관 을 지어 개관했다. 작가 조정래가 소설을 썼던 책상과 육필원고 2만장, 작품구상 노트, 취재도구 등 350점을 전시하면서 소설 속 현장들을 영상자료로 보여준다.
벽골제에서 모악산, 그리고 심포로 이어지는 36㎞ 도로가엔 지금 코스모스 꽃이 활짝 피어 한들거린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IC와 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서울쪽), 금산사IC(광주쪽)를 이용해 김제 시내에 들어와 국도 29호선을 타면 벽골제 행사장에 닿는다. 철도청은 2~5일 오전 8시10분 서울역을 출발해 11시25분 김제역에 도착하고, 오후 7시35분 김제에서 되돌아가는 축제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 숙박
김제시내와 읍면들에 장급 여관 30여곳이 산재해 있다. 금산사 입구엔 54개 객실을 지닌 유스호스텔(548-4402)이 자리잡았다.
■ 관련 전화번호
지평선축제기획단 540-3324
김제시문화공보실 540-3224
벽골제관광안내소 540-3225
금산사관광안내도 540-3539
김제역 544-7788
고속버스터미널 547-00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