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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2:22:34, 조회 : 522,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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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짜: 2009년 9월 25일(금) - 9월 27일(일) * 날 씨: 9월 25일(흐리고 비), 9월 26일(맑음), 9월 27일(비) * 산 행 지: 지리산 수양산 태극종주(산청 덕산교 - 남원 구인월마을회관) * 산행거리: 90.5km * 산행시간: 45시간 35분(운행시간 34시간 10분 + 휴식시간 11시간 25분) * 산행속도: 시속 2km(휴식시간 포함) * 산행인원: 3명(시골연가, 가야, 선함)
말로만 듣고 글로만 대하던 지리산 무박 태극종주에 나서봅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사리 덕산교에서,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구인월마을회관까지, 90.5km라고 하는 거리를 잠을 자지 않고 이어가는, 이름하여 지리산 수양산 무박태극종주라는 겁니다. 일반적인 산행시간만도 40 - 60시간이 걸리는 그야말로 대장정입니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덕산교에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행복 끝 불행 시작, 고통의 나락으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일행은 3명으로 조촐한 편이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인천에서 시골연가님, 대구에서 가야님이 왔으며, 진주에선 내가 나섰습니다. 덕산교에서 옛 20번국도를 따라 SK신원주유소 쪽으로 100m 남짓 가면, 왼쪽의 산으로 오르는 콘크리트 임도가 나오는데, 표지기가 많이 달려있어 들머리를 찾기는 수월합니다. 조금 오르면 임도는 비포장으로 바뀌며, 조금 더 오르면 임도와는 작별을 하고, 오른쪽의 산행로로 접어듭니다. 이후 능선을 타고 산행 중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는 시무산에 오르니, 장끼 한마리가 푸드득 날아오릅니다. 풀섶에 숨었다 인기척에 놀랬나 봅니다. 좋은 징조라고 멋대로 해석합니다. 폭탄자국인지 참호흔적인지 고스락은 움푹 파여 있고, 삼각점(산청 465)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무산을 내려서다 다시 오르면 수양산에 닿습니다. 삼각점(산청 455)이 박혀 있으며, 크고 작은 바위가 몇 개 있어 쉼터를 제공합니다. 잠시 땀을 식힙니다.
수양산을 내려가면 벌목봉 직전 안부에 다다르는데, 감나무와 고사리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산행로는 왼쪽 맨끝으로 돌아나 있는데, 농장 중간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옵니다. 직진은 벌목봉을 거치는 태극길이요, 좌회전은 벌목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입니다. 우회로는 최근에 새로 정비한 길로, 두 길은 판넘재에서 다시 만납니다. 당연히 직진하는 길을 따릅니다. 상당한 가풀막이 이어집니다. 간밤에 마신 술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어 괴롭힙니다. 장거리 산행이 예정돼 있는데도 너무 많이 들이켰나 봅니다. 고쳐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됩니다. 아무래도 환갑이 지나야 철이 들 모양입니다. 한심한 인간 같으니라구!
벌목봉이라는 명칭은 공식지명은 아닌 듯 싶습니다. 예전엔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 나무를 베어내고 헬기장을 만든 후, 벌목봉이란 이름을 얻은 것 같습니다. 벌목봉에서의 태극길은 왼쪽(북쪽)입니다. 오른쪽(남쪽)은 화장산(615m)으로 가는 길입니다. 좀 내려가다 보면 판넘재 오거리가 나오고, 다시 오르면 정상에 닿기 직전 무덤 1기가 있는 780m봉입니다. 정상부엔 10여 개의 크고 작은 바위가 쉼터를 만들어 주며, 지리산 일대와 달뜨기능선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780m봉을 막 출발하려는데, 하늘에서 뭐가 떨어집니다. 처음엔 이마가 넓은 나만 느낄 정도였으나, 점차 굵어지고 갯수도 많아집니다. 누가 부르지도 않은 불청객인 비라는 놈입니다. 예정에도 없던 놈이 불쑥 찾아온 겁니다. 이를 어쩌나! 고생깨나 하게 생겼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를 좀 맞고나니 술이 깹니다.
780m봉을 내려서다 다시 올라가면, 해발 약 810m 지점에 식수 갈림길이 나옵니다. 물이 부족하면 왼쪽길을 따라 3분 정도 사면을 돌아가면, 식수로 쓸 수 있는 작은 개울물이 나오며, 개울을 건너 희미한 능선길을 오르면, 마근담봉으로 가는 길과 다시 만납니다. 마근담봉은 참나무 숲속에 둘러싸인 펑퍼짐한 봉우리로, 별 특징이 없는데다 조망 또한 전혀 없습니다. 웅석봉과 이방산 그리고 수양산으로 가는 갈림길봉으로, 그 역할과 명성에 비해 행색은 상당히 초라한 편입니다. 웅석봉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조금 가니 풍향풍속계가 높이 솟아 있고, 986m봉을 우회하기 직전 지리산 진양호 태극 갈림길 안부도 나옵니다. 너덜겅길을 따라 986m봉을 우회하여 올라서면, 달뜨기능선 최고의 전망대에 이릅니다. 지리산 일대에서부터 밤머리재까지 조망되는 곳이지만, 비가 오는데다 안개까지 끼어,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냥 지나갑니다. 잠시 후 나오는 갈림길에선, 먼당길(산마루길)을 타고 직진합니다. 큰등날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예전엔 아주 희미한 길이었으나, 지금은 그게 아닙니다. 우회사면길과 마찬가지로 반들반들합니다. 우회사면길보다 빠른 지름길이며, 우회사면길로 가면 큰들날봉을 들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웅석봉과 마주보는 1079m봉 갈림길에서 웅석봉으로 갑니다. 좀 이따 다시 와야 할 길입니다. 곰바위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상석에 곰이 새겨진, 지리산 동부능선 끝자락에 우뚝 솟은 웅석봉은, 지리산 4대 태극종주를 하는 산님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으로, 덕산의 구곡산(961m)과 더불어 지리산 일대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되돌아서서 1079m봉을 지나고, 산청읍 방면 갈림길이 있는 왕재를 지나가니, 땅거미가 지고 곧이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니 더욱 빨리 어두워지나 봅니다. 첫 번째 밤을 맞은 셈입니다.
밤머리재에 도착하니, 권사장(010-9139-3112)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쁜 일이 있다며 서두를 것을 재촉합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밥 한 그릇을 후다닥 먹어 치웁니다. 텅빈 물통도 채웁니다. 이제 비는 그쳤습니다. 권사장이 떠나고 난 후 어둠 속에서 휴식을 취하다, 마의 동부능선으로 들어갑니다. 물기를 머금은 잡목이 기다렸다는 듯이, 온몸을 적시며 목욕을 시킵니다. 한차례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헬기장이 있는 도토리봉입니다. 천왕봉과 중봉, 새봉 등이 보이는 곳이나, 캄캄한 밤이라 보이는 건 어둠뿐입니다. 도토리봉에서 네댓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보면, 비교적 평평한 길이 이어 지면서 군데군데 쉼터도 나오는데, 오른쪽(북쪽) 아래 천광사가 있는 골짝을 절골이라 부릅니다. 절골 안부에서 한동안 오름짓을 하면, 바위 몇 개가 박혀있는 깃대봉(동왕등재)에 다다르는데, 태극길은 오른쪽(서쪽)으로 크게 휘어집니다. 천왕봉에서 오면 왼쪽으로 바짝 틀어야 하는데, 직진하는 능선길을 무심코 따르다보면, 엉뚱한 데로 가기 쉬운 곳입니다. 그 길은 산청 삼장면 홍계로 가는 길입니다.
깃대봉에서 왕등재습지에 이르는 길은,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을 뿐이지만, 군데군데 물기를 머금은 산죽구간은 고역 그 자체입니다. 산행로에 걸쳐있는 거미줄은 더 신경을 거스릅니다. 앞장을 서다보니 대부분 나에게 감기고, 내 키를 넘는 것만 뒤따르는 가야님의 몫이 됩니다. 맨 뒤에 오는 시골연가님은, 거미줄 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위태롭게 버텨오던 가야님의 헤드랜턴이 기어이 말썽을 일으킵니다. 나뭇가지에 살짝 부딪쳤는데, 공중분해가 되고만 것입니다. 흩어진 건전지를 찾느라 애를 먹고, 습기를 제거하고 불이 오게 하느라 또 더한 애를 먹습니다. 왕등재습지는 해발 960m 지점에 위치한 길이 120m, 폭 50m의 장타원형습지로, 아랫부분에 나무 발판을 만들어 지나다닐 수 있으며, 안내판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동부능선 유일의 인공구조물인 셈입니다. 간식을 먹으며 숨을 고릅니다. 자정이 넘어가며 날짜가 바뀝니다. 9월 25일 금요일에서 9월 26일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완만한 내림길을 따라 외고개에 도착하니, 키를 넘는 억새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물기를 먹은 억새가 처져서인지,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안개까지 끼어 시야를 흐립니다. 빠끔한 틈이 있어 비집고 들어가니, 얼마 안 가 막혀서 되돌아섭니다. 뒤따르던 시골연가님과 가야님이 먼저 돌아서서 길을 찾습니다. 거의 비슷하게 길을 찾았다고 소리칩니다. 나도 모르게 가까이 있는 가야님에게로 갑니다. 시골연가님을 오라고 합니다. 시골연가님도 오라고 합니다. 둘이서 오라니, 시골연가님이 마지못해 옵니다. 그리곤 셋이서 출발합니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집니다. 길상태도 비교적 좋습니다. 새재로 넘어가는 길은 제법 가풀막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안든 건 아니었으나, 맞겠지! 하면서 그냥 갑니다.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물체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니, 아뿔싸! 왕등재 습지 안내판입니다. 이럴 수가! 방향을 잘못 잡아 거꾸로 진행한 겁니다. 그것도 혼자도 아닌 셋이서...... 잘못된 다수가 잘된 소수까지 울린 셈입니다. 할 수 없이 되돌아섭니다. 다시 외고개에 도착하니, 직진하는 길이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아깐 왜 그랬지? 무엇에 홀린 기분입니다.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내려가니, 억새로 뒤덮인 새재라는 곳입니다. 남쪽 아래에 대원사 위의 새재마을이 있어, 비상탈출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새재를 뒤로하고 비탈길을 오르내립니다. 흠뻑 젖은 바지가 허벅지 안쪽에 쓸리면서 따갑기 시작합니다. 등산화 안은 물이 들어가 질퍽거립니다. 호된 태극 신고식을 치르는 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씨가 포근하여, 온몸이 젖었어도 춥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야심한 밤길을 가도가도 새봉은 나오질 않습니다. 어둠 속으로 숨었는지,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힘들여 오른 새봉 약간 못 미쳐 있는 너럭바위에서, 간식을 먹으며 숨을 고릅니다. 새봉 정상은 조망이 없는데 비해, 독바위와 더불어 동부능선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캄캄한 밤에 조망은 무슨 놈의 조망? 그렇다면 하늘의 별을 보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너럭바위에서 약 2분 거리에 있는, 새봉 정상에도 갈림길이 있어 주의를 요하는 곳입니다. 북쪽길을 타면 상내봉과 벽송능선으로 가게 됩니다. 태극길은 남북이 아닌 동서로 이어지며, 진행방향은 서쪽입니다. 새봉을 지나 좀 가다보면 잠시 멀어졌던 산죽이 또 나타나며, 커다란 바위가 둘로 쪼개져 대칭을 이루며 서 있는 형제바위가 나오고, 이어서 동부능선 최고의 전망대인 독바위에 닿습니다. 밧줄을 타고 독바위에 오르면, 아래론 조개골이 한눈에 들어오고, 하봉과 중봉 그리고 써리봉능선이 멋지게 조망되는 곳입니다. 독바위는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 있습니다.
독바위에서 청이당고개까지는 산죽이 가장 극성을 부리는 구간입니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에 고생깨나 해야 됩니다. 독바위에서 12 - 14분 남짓 가면 쑥밭재에 다다르는데. 오른쪽(북쪽)으로 나 있는 갈림길이 더 뚜렷하여 조심해야 합니다. 그 길은 허공다리골을 거쳐 벽송사로 가는 길입니다. 직진하여 서너 발짝 가면, 산행로를 막고 있는 별로 크지 않은 바위를, 양손으로 잡고 딛고 올라서는 곳입니다. 독바위에서 쑥밭재 내려간 만큼, 쑥밭재에서 산죽을 헤집고 내려가면, 산죽이 끝나면서 평평하고 제법 넓은 빈터가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청이당고개로 아래쑥밭재 또는 옛쑥밭재라고도 합니다. 왼쪽(남쪽)의 조개골 가는 길로 2 - 3분 내려가면, 계곡에서 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보름 전에 어천태극을 한, 시골연가님의 안내로 계곡으로 다가갑니다. 올 1월부터 산을 탔다는데, 벌써 두 번째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는 시골연가님, 참으로 대단한 산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생고를 해결합니다. 라면 1개에 햇반 1개를 넣어 끓인데다, 부식으로 김치를 곁들인 조촐한 조찬입니다. 이 메뉴는 종주가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고 계속 그대롭니다. 날이 샙니다. 청이당고개로 올라와 산행을 이어갑니다.
국골 사거리 약간 밑에서 해돋이를 맞습니다. 정상에서 보는 장엄한 일출은 아니지만,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일출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이래봬도 명색이 지리산 자락의 일출이 아닌가! 국골 사거리의 안내판도 어느 틈엔가 치워버리고 없습니다. 대신 나무로 여기저기 막아 놨습니다. 그렇다고 안다니나요? 넘거나 둘러서 제 갈 길로 다 갑니다. 국골 사거리에선 왼쪽으로 방향을 꺾습니다. 길가에 무덤이 있는 곳을 지납니다. 이런데 웬 무덤? 무슨 사연이 있겠지만, 물어도 대답은 없습니다. 궁금하지만 그냥 갑니다.
멋진 정상석이 있는 두류봉(1618m)에 오릅니다. 함양군에서 최근에 세운 듯한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없던 것입니다. 예전의 두류봉(1530m)은 중봉과 하봉에서 가면, 국골 사거리에서 직진하는 능선을 타고가야 하는데, 난데없이 여기를 두류봉이라 해 놓으니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어느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둘 다 맞는 건지...... 어쨌거나 국골과 초암능선을 비롯하여, 멀리 반야봉까지 눈에 들어오는 등 조망은 좋은 편입니다. 초암능선 갈림길을 지나서 하봉에 올라섭니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데다, 산행로에서 살짝 비켜있어 지나치기 쉽습니다. 중봉과 천왕봉 쪽의 단풍이 한창입니다. 중봉의 산사태 현장은 아직도 꼴불견입니다. 멀리 반야봉과 가야할 서북능선이 아련히 들어옵니다. 산님들의 비박장소로 애용되는 하봉 헬기장을 지납니다. 왼쪽(동쪽)의 차밭목대피소 쪽으로 3 - 4분 내려가면 하봉샘이 있습니다.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중봉에 다다릅니다. 천왕봉에 이어 지리산 제2봉이지만, 천왕봉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2인자의 설움을 톡톡히 받고 있는 가련한 신세입니다. 한마디로 지겟자리를 잘못 놨다고나 할까요?
천왕봉에 막 올라서려는데 앉아있던 여성 두 분이 말을 건넵니다. "종주하세요?" "예" "어디서 오는데요?" "덕산서 옵니다." "대원사 말입니까?" "덕산서요" "덕산서 오는 길도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우린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는 중입니다." "그런 것도 있나요, 어디까지 가는데요?" "남원 인월까지 갑니다. 100km 가까이 됩니다." "그래요? 꼭 성공하세요" "고맙습니다. 멋지게 성공하겠습니다." 비를 맞아 후줄끄래한 행색의 3명이 지나가자, 가야님과 시골연가님의 뒤를 따르는 내게 말을 붙인 것입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오전 9시의 천왕봉 정상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인산인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울긋불긋 단풍이 든 듯 합니다. 정상석에 붙어서서 돌아가며 기념촬영을 합니다. 가야할 주능선과 서북능선을 휘둘러봅니다. 아득합니다. 언제 저길 다 가지! 꺼두었던 휴대전화를 켜니, 그리운산님의 격려문자가 몇 건 와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전화를 겁니다. 낭랑하게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세 명과 골고루 줄통화를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살아가면서 좋은 산선배를 만난 건, 인생에 있어 즐거움이요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왕봉을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주능선 산행에 들어갑니다. 이제 옷은 다 말랐습니다. 하지만 걸을 때마다 허벅지 쓸린 부위가 따갑습니다. 신발 속 사정도 나아진 건 없습니다. 아직도 질퍽거립니다. 발이 불어 터질 것만 같습니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통천문을 지나고, 제석봉 고사목 지대도 지납니다. 고사목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산나무도 견디기 어렵다는 지리산의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고사목이 버티기에는 너무 버거웠는지도 모릅니다. 장터목대피소와 연하봉, 촛대봉을 차례로 지나 세석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신발을 벗어 말리고 식사준비를 합니다. 양말을 벗으니 발바닥이 허옇게 퉁퉁 불었습니다. 쓸린 허벅지엔 삐쭘삐쭘 피가 내비칩니다. 이짓을 왜 하는걸까?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점심을 먹는 사이 신발이 어느 정도 말랐습니다. 새 양말로 갈아신고, 쓸린 허벅지 부위는 무릎보호대로 감싸고 나니 한결 낫습니다. 무릎보호대가 허벅지보호대로 용도변경된 셈입니다. 영신봉을 올랐다 칠선봉을 지나가니, 산행을 시작한 지 24시간이 됩니다. 만 하루를 걸은 셈입니다. 여태까지 15시간 이상을 산행해 본적이 없는데, 별로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셋 다 생생합니다. 장거리 산행에 있어, 발이 고르다는 것 이상의 장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산에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발맞잡이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덕평봉을 돌아 벽소령으로 갑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덥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더 더운가 봅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비가 오기나 할 것인지...... 벽소령대피소는 그냥 지나치려는데, 시골연가님이 S.O.S를 보냅니다. 담배가 고픈가 봅니다. 상당히 골초 같은데, 대피소 그것도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만 해결하는 매너남입니다. 술은 전혀 안한다고 합니다. 술은 고래지만, 담배는 안하는 나와는 대조가 됩니다. 큰 바위덩어리인 형제봉으로 오릅니다. 이정표만 서 있고, 형제봉이란 표기는 없습니다.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합니다. 잠시 멈춰서 땀을 식힙니다. 9월도 하순인데 왜 이리 덥지?
삼각봉을 넘어서고, 음정 갈림길을 지나서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합니다. 1400m가 넘는 고지대인데도 비교적 물이 풍부한 곳입니다. 대피소 바로 앞 샘에선 물이 펑펑 나옵니다. 현재시각 오후 4시로 좀 이른 편이지만, 저녁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임걸령에 샘이 있긴 하나, 도착하면 어두울 것 같기에 어중간하여 자리를 폅니다. 가야님이 라면과 건전지를 사면서, 또 다시 맞을 야간산행에 대비합니다. 배를 채우고, 명선봉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따라 길을 떠납니다. 가야님이 앞장을 섭니다. 큰 키를 이용해 성큼성큼 잘도 가는 가야님, 틈나는 대로 대구 근교의 산을 찾는 잘 조련된 멋진 산님입니다. 휴식시간 포함하여 한 시간에 2km 정도의 속도로 가자고 입을 모읍니다. 총각샘 부근 이정표를 지나서 토끼봉으로 올라갑니다. 헬기장이 있는 토끼봉, 토끼가 많아서 토끼봉이 아니라, 반야봉에서 바라보면 토끼(卯) 방향이라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한답니다. 화개재는 그냥 지나칩니다. 마의 나무계단을 오릅니다. 아무도 중간에 쉬지 않고 잘도 올라갑니다. 계단수를 세어봅니다. 554개를 세고 나니, 더 이상 계단이 없습니다. 흔히들 551계단이라고 하는데, 내가 너무 후하게 쳐준 건 아닌지......
삼도봉에 오르니, 슬슬 땅거미가 집니다. 땅거미는 경상도 말로는 어둑살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밤을 맞는 셈입니다. 삼도봉은 예전엔 낫날봉이라고 하던 봉우리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가 만나는 곳이라고 하여, 지금은 삼도봉으로 굳어진 채 불리고 있습니다. 시골연가님이 숲속을 파고듭니다. 잠이 와 도저히 못참겠다며, 한 시간만 자고 가자고 합니다. 그래라고 하면서 가야님과 같이 앉아 있으니, 땀이 식으면서 슬슬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둘 다 잠은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합니다. 조금 있으니, 시골연가님이 추워서 안되겠다며 그냥 가자고 합니다. 반야봉 갈림길 직전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잠시 자고 갈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합니다. 혹시라도 누가 지나가다 우릴 보고 기겁을 할까봐서요.
시골연가님을 앞장 세웁니다. 잘도 갑니다. 잠이 온다던 사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속도를 냅니다.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입니다. 노루목 삼거리를 순식간에 지나고, 임걸령과 돼지평전을 거쳐 노고단고개에 도달합니다. 언제나처럼 찬바람이 몰아칩니다. 깔깔한 목을 한방울 물로 축이고 바로 내려갑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물을 채우는 등 잠시 머뭅니다. 배낭 무게는 출발할 때와 비교해, 별로 가벼워진 게 없습니다. 아마도 6 - 7kg은 되는 것 같습니다. 쓰레기 봉투까지 매달고 다니니 그게 그겁니다.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성삼재로 내려갑니다. 낮엔 그렇게도 북적이던 성삼재도, 밤이 이슥하니 그야말로 적막강산입니다. 넓은 주차장도 텅 비었습니다. 주차장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이제 마지막 고비만 남았습니다. 몇 년 전에 가봤던 서북능선, 길이나 제대로 찾을 수 있을는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GPS도 나침반도 지도도 없는 이른바 3무산행입니다. 믿는 건 오직 경험과 감, 그것 뿐입니다. 가이드를 자처했으니, 그에 따른 책임감도 보탬이 되리라고 마음대로 생각합니다.
성삼재 도로를 따라 반선 쪽으로 약간 가다, 철문을 통과하여 왼쪽의 능선으로 올라붙습니다. 만복대 6.0km, 당동마을 3.3km 이정표가 서 있는 곳입니다. 당동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쌍헬기장도 지납니다. 능선을 타고 때론 밋밋한 길을, 더러는 가파른 길을 진행하다 보면 작은고리봉에 닿습니다. 성삼재에서 쳐다보면 우뚝 솟아있는 첫봉우리입니다. 정상 직전에 우회하는 길이 있어, 까딱하면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합니다. 구례군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고리봉이라고 표기해 놓았으며, 왼쪽(서쪽)은 출입금지구역이나 길은 그런대로 나 있는데, 그리로 빠지면 안됩니다. 오른쪽(동쪽)으로 내려서면 잠시 후 우회하는 길을 만나며, 제법 비탈진 길을 내려가면 안부에 헬기장이 있습니다. 작은고리봉을 오르내리는 산님들이, 거의 대부분 쉬어가는 곳입니다. 우린 그냥 지나갑니다.
한동안 잡목과 산죽 등이 우거진 길을 따르다 내려서면,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 사거리입니다. 남원 심원과 구례 상위마을로 가는 길이 좌우로 이어집니다. 잠시 숨을 고릅니다. 그리곤 만복대를 향하여 올라갑니다.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300여 미터가 넘는 고도차를 극복해야 합니다. 때론 완만하게, 또 때론 가파르게 고도를 높여갑니다. 만복대 정상부 바로 아래엔 지금쯤 억새가 절정을 이룰텐데, 보이는 건 억새가 아니라 어둠뿐입니다. 양 옆으로 밧줄을 쳐 놓은 오름길을 따라가, 이윽고 만복대에 도착합니다. 정상석이 서 있고, 커다란 돌탑도 있습니다. 서북능선 최고봉이자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한 주능선 일대와 반야봉, 노고단과 작은고리봉, 고리봉, 바래봉 등 서북능선이 막힘없이 보이는 곳입니다. 그래봤자 지금은 밤이라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칼바람이 불어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기념사진만 남기고 서둘러 정령치로 떠납니다. 좀 내려가 다름재 갈림길을 지납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길 따라 방향만 잡아 나아갑니다. 전엔 제법 있던 이정표도 보이질 않습니다. 길도 그전보다 험해진 것 같습니다. 모진 세파에 시달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나봅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닐까? 아니야, 여긴 직진하는 길만 따라가면 돼!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눈에 익은 구조물이 나타납니다. 철탑으로 된 산불감시초소입니다. 정령치에서 오르면 첫봉우리에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정령치로 내려가 야식을 먹을 장소를 물색합니다. 휴게소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자판기 앞이 좀 밝긴하나, 바람이 불어 퇴짜를 놓습니다. 시골연가님과 가야님이 불러서 가니, 화장실 앞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아니, 화장실 앞에서 야식을 먹어요?” “그럼 어떡합니까? 다른덴 바람이 불어 추운데요.” 썩 내키지는 않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주저앉습니다. 근처의 수도에서 물이 나오긴 하나, “식수불가”라고 써 놓았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마셔보니 물맛도 괜찮습니다. 비상식수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화장실 앞에서 먹는 야식이, 어쩌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나잇살이나 먹었는데도, 이런 경우는 첫경험입니다. 지리태극 덕분이라고나 할까요? 하늘을 보니 별이 하나도 안보입니다. 제발 비는 안와야 할텐데......
정령치를 떠나서 고리봉으로 오릅니다.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고리봉은 여태까지 함께하던 백두대간이 분기하는 곳으로, 작은고리봉과 구분하여 큰고리봉이라고도 합니다. 삼각점(운봉 25)이 있으며, 만복대에 이어 서북능선 제2의 봉우리입니다. 정령치가 한눈에 보이는 곳입니다. 고리봉을 뒤로하고 세걸산으로 진행합니다. 심한 오르내림이 되풀이 됩니다. 군데군데 밧줄구간도 나옵니다. 돌고 돌아 오르내리며, 가도가도 세걸산은 나오질 않습니다.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한편으론 이렇게 험하지는 않는데?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북능선은 거의 외길이기에, 그대로 밀어 부칩니다. 어느 고마운 산님이 야광 반짝이를 촘촘하게 달아놓아,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직도 어둠이 그대로인 05:00경, 아뿔싸! 불청객이 또 찾아듭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비를 뿌려놓기 시작합니다. 이럴 수가! 또 비를 맞다니! 예정된 비이긴 하지만,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너무 빨리 찾아온 것입니다. 날씨 덕은 참으로 없는 것 같습니다. 비를 맞고 꾸역꾸역 올라가니, 드디어 세걸산이 기다립니다. 왜 이제 왔냐며 오히려 성화입니다. 다른 길이 있는가 싶어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독사주의”라고 누군가 써 놓은 바위가 있을 뿐,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세걸산에서 잠시 내려서다, 다시 오르면 세동치 헬기장입니다. 헬기장 약간 못 미쳐, 오른쪽(동쪽) 소로를 따라 들어가면 제법 넓은 빈터가 나오는데, 헬기장과 더불어 산님들의 비박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입니다. 거기에서 반들반들한 길을 2 - 3분 내려가면 있는 샘을 세동치샘이라고 합니다. 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물맛 또한 시원하고 좋습니다. 오늘은 들르지 않고 그냥 갑니다. 헬기장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전북학생교육원 갈림길이 있는 세동치 삼거리에 닿으며, 이후 산행로는 오르내림이 크게 없는 부드러운 흙길입니다.
06:00가 넘어가자 희뿌옇게 날이 샙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애를 먹입니다. 아무리 훼방을 놓아봐라, 우리가 포기하는가! 헬기장이 있는 부운치를 지나고, 팔랑치로 올라갑니다. 안개에 싸인 고사목이, 땅속으로 내려앉는 듯한 신기한 착시현상을 경험합니다. 나와 시골연가님은 보이는데, 가야님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합니다. 겨우 두 살 차인데, 왜 그럴까요? 노안으로 인한 혼란일까요? 팔랑치 근처엔 철쭉과 산딸기 군락지가 나오고, 흐드러지게 핀 들국화(구절초)가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임도 같은 넓은 길을 따라가, 운봉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약 4분 정도 올라가니, 바래봉샘이 나옵니다. 콸콸 물이 쏟아집니다. 어느덧 아침때가 됐습니다. 샘 옆에서 해결하려다 비가 오는 관계로, 조금 올라가 큰나무 밑에 주방을 차립니다. 아침이랬자 달랑 라면 1개씩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태극을 마무리할 힘을 불어넣을 겁니다. 마지막 조촐한 조찬을 즐깁니다. 궁상맞긴 하지만, 비를 맞으며 산 중에서 먹는 라면 맛도 일품입니다. 바래봉에 올라서니, 세찬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그냥 서 있기에도 버겁습니다. 바래봉은 초원지대로 되어있어 조망이 좋은 곳으로, 만복대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봉우리입니다. 천왕봉과 중봉, 반야봉 등 주능선과 만복대 등 서북능선 일대가 조망되는데다, 드넓은 운봉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하지만 안개와 구름이 덮어버려,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아쉽습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제 한 봉우리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뒤따르는 시골연가님이 무릎통증을 호소합니다. 처음부터 무릎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무리를 하다 보니 더 그런가 봅니다. 보름 만에 두 번의 태극종주를 하니, 그럴 만도 할 겁니다. 어쨌거나 대단한 산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나도 오른쪽 오금이 당깁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오금이 저리다니,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요? 가야님은 별 탈없이 잘도 갑니다.
마지막인 듯한 봉우리에 오르니, 아주 자그마한 돌탑이 있고, 잡목을 제거하여 주변을 정비한 곳이 나옵니다. 최근에 그렇게 한 듯합니다. 아무런 표시도 없지만, 직감적으로 덕두봉에 올라섰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가지 않아, 인월산악회에서 세운 덕두봉 1150m라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바래봉 약 1시간, 인월 약 1시간 30분 표기도 같이 되어 있습니다. 잡목 속 작은 빈터엔 삼각점이 박혀 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선 것입니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비바람이 너무 드세어, 잠시 흔적만 남기고 하산길에 들어갑니다.
이제 거의 끝나 가는가 싶습니다. 6 - 7분 남짓 가니 갈림길이 나옵니다. 우회전하여 날등을 탑니다. 직진은 흥부골 자연휴양림을 거쳐 구인월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뽀족한 날등길이 이어지고, 하산길인지 등산길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오르내림이 제법 있습니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기어이 엉덩방아를 찧고 맙니다. 그러고보니 지팡이도 없이 산행을 했습니다. 웬만한 산은 안 갖고 가도, 장거리 산행 시에는 1개는 갖고 다니는데, 그것마저 빼먹고 안 갖고 온 것입니다. 오르막은 그런대로 견딜만한데, 내리막은 지팡이가 없으니 신경이 잔뜩 쓰입니다. 그나마 당기던 오금은 풀어졌는지 괜찮아 다행입니다.
갈림길 안부에 도착하여, 왼쪽의 구인월마을 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려갑니다. 직진은 중군마을로 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구인월마을 0.7km, 중군마을 1.5km, 덕두봉 2.5km지점입니다. 기나긴 산행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입니다. 골짝을 따라 내려갑니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싸락밤을 주워 까먹어 봅니다. 맛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하기야 지금쯤 어느 것이 맛이 없으랴마는...... 조금 더 내려가니, 흥부골 자연휴양림과 구인월마을로 가는 길로 나뉩니다. 덕두봉 3.2km라고 되어 있는 곳입니다.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니, 곧이어 구인월마을회관이 나옵니다. 이젠 더 갈 곳이 없습니다. 아니 더 가지 않아도 됩니다. 덕산교를 떠난 지 2박 3일만에 구인월마을회관에 닿음으로써, 지리산 수양산 태극종주가 완성된 것입니다.
45시간 35분! 덕산에서 인월까지 90.5km의 거리를 1시간에 2km 꼴로 걸은 셈입니다. 첫 날과 마지막 날은 비를 쫄딱 맞아야 했고, 둘째 날은 더워서 혼이 났습니다. 날씨가 좀 도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악천후 속에서의 종주라 더욱 기억에 남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성공했다는 성취감인지 뭔가 해냈다는 자부심인지는 몰라도, 가슴속에서 뿌듯함이 치솟아 오릅니다. 한마디로 짜릿합니다. 아직도 잠은 전혀 오질 않습니다. 깜박일 때만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았지, 산행 내내 잠이 와서 눈을 감은 건 단 1초도 없습니다. 잠과의 전쟁에서 이긴 것이, 가장 큰 성공의 요인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지리산 태극종주를 또 할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요? 아직도 난 지리산 태극은 미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4개 태극 중 이제 겨우 하나를 완성했을 뿐입니다. 아직도 3개가 남아 있습니다. 지리산이 부른다면 언제 또 달려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좋은 산동무를 만나고,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인 채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 산행일정 9. 25. 13:05 덕산교(해발110m, 길이 20m) 13:32 시무산(402.5m) 14:00 - 14:05 수양산(502.3m) 14:38 - 14:46 벌목봉(743m) 15:03 판넘재(550m) 15:28 - 15:38 780m봉 16:13 마근담봉(926m) 16:35 986m봉 밑 진양호 태극 갈림길 안부(웅석봉 4.0km) 17:00 큰등날봉(1022m) 17:45 - 17:55 웅석봉(1099.3m; 986봉 밑 안부 4.0km, 왕재 2.0km, 밤머리재 5.3km) 18:27 왕재(850m: 웅석봉 2.0km, 밤머리재 3.3km) 19:25 - 20:15 밤머리재(570m: 왕재 3.3km, 웅석봉 5.3km) 20:45 도토리봉(908m) 21:55 - 22:00 깃대봉(동왕등재, 935.8m) 23:40 - 00:20 왕등재습지(960m) 9 . 26. 00:45 외고개(830m) 01:15 왕등재습지 01:40 외고개 02:10 - 02:15 새재(930m) 03:18 - 03:33 새봉 너럭바위 03:35 새봉(1315.4m) 04:05 - 04:20 독바위(1270m) 04:33 쑥밭재(1210m) 04:47 - 06:12 청이당고개 06:27 국골 사거리 07:00 - 07:15 두류봉(1618m) 07:45 - 07:52 하봉(1781m) 08:04 하봉 헬기장(중봉 0.8km, 천왕봉 1.7km) 08:28 - 08:38 중봉(1875m: 하봉 헬기장 0.8km, 천왕봉 0.9km) 09:00 - 09:18 천왕봉(1915.5m: 중봉 0.9km, 통천문 0.5km) 09:27 통천문(1814m: 천왕봉 0.5km, 제석봉 0.6km) 09:42 제석봉(1808m: 통천문 0.6km, 장터목대피소 0.6km) 09:53 - 10:00 장터목대피소(1653m: 제석봉 0.6km, 연하봉 0.8km) 10:15 연하봉(1730m: 장터목대피소 0.8km, 촛대봉 1.9km) 10:58 촛대봉(1703.4m: 연하봉 1.9km, 세석대피소 0.7km) 11:10 - 12:20 세석대피소(1545m: 촛대봉 0.7km, 영신봉 0.6km) 12:31 영신봉(1651.9m: 세석대피소 0.6km, 칠선봉 1.5km) 13:03 칠선봉(1565m: 영신봉 1.5km, 선비샘 1.8km) 13:11 칠선봉 망바위(1558m) 13:35 - 13:40 선비샘(1491.9m: 칠선봉 1.8km, 벽소령대피소 2.4km) 14:24 - 14:29 벽소령대피소(1340m: 선비샘 2.4km, 형제봉 1.5km) 15:01 형제봉(1452m: 벽소령대피소 1.5km, 삼각봉 1.2km) 15:29 삼각봉(1462m: 형제봉 1.2km, 연하천대피소 0.9km) 15:45 - 16:55 연하천대피소(1440m: 삼각봉 0.9km, 토끼봉 3.0km) 17:55 토끼봉(1533m: 연하천대피소 3.0km, 화개재 1.2km) 18:20 화개재(1315m: 토끼봉 1.2km, 삼도봉 0.8km) 18:41 - 18:56 삼도봉(1550m: 화개재 0.8km, 노루목 삼거리 1.0km) 19:12 노루목 삼거리(1498m: 삼도봉 1.0km, 임걸령 1.3km) 19:35 임걸령(1320m: 노루목 삼거리 1.3km, 노고단고개 3.2km) 20:32 노고단고개(1450m: 임걸령 3.2km, 노고단대피소 0.4km) 20:40 - 20:55 노고단대피소(1370m: 노고단고개 0.4km, 성삼재 2.2km) 21:30 - 22:20 성삼재(1090m: 노고단대피소 2.2km, 만복대 6.0km) 23:00 작은고리봉(1248m) 23:40 - 23:45 묘봉치(1108m) 9. 27. 00:37 - 00:40 만복대(1433.4m: 성삼재 6.0km, 정령치 2.0km) 01:40 - 02:55 정령치(1172m: 만복대 2.0km, 고리봉 0.8km) 03:20 고리봉(1304.5m: 정령치 0.8km, 세걸산 3.0km) 05:20 - 05:40 세걸산(1216m: 고리봉 3.0km, 세동치 0.5km) 05:55 세동치(1120m: 세걸산 0.5km, 부운치 2.1km) 06:50 - 06:57 부운치(1115m: 세동치 2.1km, 팔랑치 1.7km) 07:32 팔랑치(1010m: 부운치 1.7km, 바래봉 1.5km) 08:00 - 08:37 바래봉샘(1100m) 08:45 바래봉(1165m: 팔랑치 1.5km, 덕두봉 km) 09:18 - 09:21 덕두봉(1149.9m: 바래봉 km, 구인월마을 3.2km) 10:40 구인월마을회관(430m)
<수양산 태극종주 구간별 도상거리(5만지형도 79.4km)> * 서북능선(21.2km) 구인월교 - 3.7km - 덕두봉 - 1.3km - 바래봉 - 1.7km - 팔랑치 - 2.1km - 부운치 - 1.2km - 세동치 - 0.6km - 세걸산 - 2.9km - 고리봉 - 0.8km - 정령치 - 2.0km - 만복대 - 3.3km - 작은고리봉 - 1.6km - 성삼재 * 주능선(24.7km) 성삼재 - 2.3km - 노고단고개 - 2.7km - 임걸령 - 3.0km - 화개재 - 1.2km - 토끼봉 - 2.7km - 연하천대피소 - 1.6km - 형제봉 - 1.3km - 벽소령대피소 - 2.1km - 선비샘 - 1.1km - 칠선봉 - 1.7km - 영신봉 - 0.5km - 세석대피소 - 0.7km - 촛대봉 - 1.9km - 연하봉 - 0.5km - 장터목대피소 - 0.5km - 제석봉 - 0.9km - 천왕봉
* 동부능선(21.7km) 천왕봉 - 0.7km - 중봉 - 1.5km - 하봉 - 0.6km - 국골사거리 - 1.8km - 청이당고개 - 0.8km - 쑥밭재 - 0.6km - 새봉 - 1.6km - 새재 - 1.0km - 외고개 - 1.6km - 서왕등재 - 3.5km - 동왕등재 - 3.3km - 밤머리재 - 4.7km - 웅석봉
* 수양산능선(11.8km) 웅석봉 - 3.5km - 986m봉 - 1.4km - 926m봉 - 1.0km - 810m봉 - 0.9km - 780m봉 - 1.9km - 743m봉 - 1.0km - 수양산 - 1.3km - 시무산 - 0.8km - 산청 덕산교
<수양산 태극종주 구간별 도상거리(전자지형도 83.72km)> * 서북능선(22.01km) 구인월교 - 3.50km - 덕두봉 - 1.41km - 바래봉 - 1.76km - 팔랑치 - 2.55km - 부운치 - 1.55km - 세걸산 - 3.18km - 고리봉 - 0.86km - 정령치 - 2.10km - 만복대 - 3.54km - 작은고리봉 - 1.56km - 성삼재
* 주능선(26.28km) 성삼재 - 2.61km - 노고단고개 - 2.82km - 임걸령 - 2.46km - 삼도봉 - 2.00km - 토끼봉 - 3.40km - 연하천대피소 - 2.40km - 벽소령대피소 - 2.37km - 선비샘 - 3.24km - 세석대피소 - 2.88km - 연하봉 - 0.60km - 장터목대피소 - 1.50km - 천왕봉
* 동부능선(22.92km) 천왕봉 - 0.80km - 중봉 - 0.80km - 하봉헬기장 - 1.46km - 국골사거리 - 1.45km - 청이당고개 - 2.00km - 새봉 - 1.64km - 새재 - 1.24km - 외고개 - 1.03km - 서왕등재 - 4.14km - 동왕등재 - 3.52km - 밤머리재 - 4.84km - 웅석봉
* 수양산능선(12.51km) 웅석봉 - 3.80km - 986m봉 밑 분기점 - 1.32km - 926m봉 - 1.93km - 780m봉 - 1.96km - 743m봉 - 1.13km - 수양산 - 1.47km - 시무산 - 0.90km - 산청 덕산교
덕산교
덕산교에서 출발 직전의 나와 시골연가, 가야
들머리에서 가야, 시골연가
수양산
벌목봉 직전 안부
벌목봉
780m봉에서 나(제법 시원하네요)
780m봉에서 가야
780m봉에서 시골연가
810m 지점의 식수 갈림길
마근담봉
풍향풍속계
진양호 태극 갈림길 안부
큰등날봉 정상
1079m봉 이정표
웅석봉 헬기장 이정표
웅석봉 이정표
웅석봉의 수많은 표지기들
웅석봉에서 가야
웅석봉에서 시골연가
웅석봉에서 나
웅석봉 정상석
밤어리재
밤머리재에서 저녁식사 중
밤머리재에서 시골연가
밤머리재
왕등재습지 안내판
왕등재습지에서 나
왕등재습지에서 시골연가
왕등재습지 안내판
청이당고개 밑 계곡물
두류봉에서 가야, 나
두류봉에서 시골연가
두류봉에서 본 초암능선 정상부
두류봉 정상석
두류봉에서의 운해
두류봉에서의 운해
두류봉에서의 운해(저 멀리 반야봉과 만복대 등 서북능선이 보인다)
두류봉에서 본 단풍
중봉 오름길의 단풍
지리산 중봉
천왕봉에서 시골연가
천왕봉에서 나
천왕봉에서 가야
천왕봉에서 본 운해
장터목대피소
촛대봉
세석대피소
일용할 양식
벽소령대피소
벽소령대피소
형제봉
연하천대피소
연하천대피소
화개재 이정표
서북능선 진입로에서 가야, 나
서북능선 진입로에서 시골연가
당동마을 갈림길
작은고리봉
만복대
만복대에서 가야
만복대에서 나
세걸산
세걸산
팔랑치
팔랑치 부근의 들국화(구절초)가 아름답습니다
팔랑치 부근에서 시골연가와 나(뭐하는 짓인지?)
바래봉 샘
바래봉 직전 이정표
바래봉에서 가야와 나
바래봉에서 시골연가와 나
덕두봉 일대
덕두봉 일대
덕두봉
덕두봉에서 시골연가
덕두봉에서 가야
덕두봉에서 나
구인월마을회관에서 가야
구인월마을회관에서 시골연가
구인월마을회관에서 나
구인월마을회관에서 시골연가
구인월마을회관에서 나, 시골연가, 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