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부터 빨래감이 쏟아지더니
밤까지 일거리가 많았습니다.
모텔빨래도 유난히 많았답니다.
오후가 되자 도와주려고 일찍 왔다며
남편이 출근을 했기에 건조기로 옮기고
다 된 빨래는 걷어다가 나를 주겠지하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점심이야 사발면을 먹었지만
화장실도 가야 했고 암튼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그런데 망가진 문짝을 다시 손본다고 매달려
있는 걸 보며 바쁠 때는 일부터 해주지하고
한마디 했더니 고칠 때마다 잔소리한다며
화를 있는 대로 부리며 물건들을 마구 다루며
짜증을 부리는 겁니다.
가장 바쁜 것부터 우선순위로 하는 게 맞는 말이고
좋게 말로 하지 왜 난폭하게 화를 내냐며 저도 화를 냈습니다.
말듣게 했으면서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남편이
너무나 미워 저렇게 성격이 난폭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결혼을 안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손을 바삐 움직이는데
작은 시트가 있었습니다. 둘이 가까이 맞잡고 접어야 하는
시트 말입니다. 부르니까 천천히 와서 같이 접는 데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별 웃을 게 없는 그 모션이
제겐 견딜 수 없게 우스웠던 겁니다.
저의 발작적인 웃음에 남편은 삐진 채 이해할 수 없어 하더군요.
아아, 저는 싸울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웃음이 너무 많은 까닭에 싸움에 지고 마는 겁니다.
아무리 싸워도 작은 시트를 접자고 마주봐야하는데
싸움이 되겠습니까. 남편은 그 뒤로도 삐져 있었기 때문에
제 마음도 다시 빗장을 걸어잠그려는 순간에
"삐진 척 하면 내가 달래줄 걸 다 알고 다시 삐진 척 하려는 거지?"
하며 옆구리를 찌르는 겁니다. 난 다시 웃음이 나왔고
그날밤 일 무지하게 많이 한 수고비를 받으며 입이 벌어졌답니다.
교회수련회도 허락을 받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