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 동대문의 하이트타운에서 일행들과 만나고 동대문이 본거지인 광인님도 합류하여 낙동정맥 첫출발을 축하하는 조촐한 술자리를 갖는다. 생맥주가 한순배 돌고 양주도 한잔씩 마시며 모두들 낙동정맥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는듯 하니 산행을 주관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예정대로 23시에 승합차는 서울을 떠나고 산이야기를 꽃피우며 고속도로를 내려가다 죽암휴게소로 마중나온 청주의 심산님과 만나 족발과 막걸리로 다시 술자리를 벌인다. 졸다깨다 새벽녁에 부산에 도착하여 이리저리 길을 물어 한효아파트를 찾고 개림초등학교로 들어가니 운동장은 좁지만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아침운동을 한다.
- 백양산 포장도로를 오르다 나무계단으로 산길로 붙으니 운동시설들이 있고 철쭉들이 곳곳에 피어있으며 정맥표지기들이 팔랑거린다. 바위지대를 따라 능선에 오르면 올라온 쪽으로 아파트촌 너머로 엄광산이 높게 보이고 서쪽으로 낙동강과 너른 김해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져 보인다. 암릉을 따라 삼각봉을 지나고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내려가면 넓은 헬기장이 있는 철쭉공원에 "애진봉"이란 커다란 표지석이 눈길을 끌지만 이런 인공석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씁쓸해 진다. 임도를 버리고 능선따라 돌탑이 서있는 백양산(641.5m)에 오르니 부산시내는 어슴프레한 새벽에 잠겨있고 그간 한번도 들러보지 못한 부산의 여동생에게 잠깐 전화하는 사이에 세찬 바람이 불며 땀이 마르고 추워진다.
(백양산)---펌
- 산성고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 이정표와 향토순례 표시석이 있는 불웅령을 지나고 넓은 산책길따라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를 오르니 밤새 술을 마시고 잠을 못자서인지 힘도 빠지고 구슬땀이 흐른다.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만덕고개를 넘어 악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고 송림을 지나 돌탑있는 봉우리를 넘는다. 케이블카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차량들이 올라올수 있는 제2망루에서 상계봉과 파리봉으로 이어지는 서문쪽 길을버리고 능선따라 산성고개로 내려가니 가겟집과 포장마차도 많고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사람들 틈에서 조금 맛이 간듯 쉰냄새가 나는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며 점심을 먹고 시내버스가 다니는 2차선도로를 건너 산책로를 오른다.
- 고당봉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암릉길을 따라 의상봉을 지나고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원효봉(687m)에 오르니 화창한 날씨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부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등로는 성벽과 떨어진 넓은 길로 가게끔 되어있지만 마루금을 제대로 밟고 싶은 욕심에 일부러 산성을 따라 올라간다. 산죽지대를 지나고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는 북문으로 내려가니 여기도 완전히 유원지가 되어 간이식당과 포장마차들이 널려있고 범어사에서 올라오는 넓직한 길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참새가 방아간을 못 지나듯이 찬 막걸리를 한잔씩 더 마시고 커피도 마시면 마치 행락객이 된듯 마음이 풀어진다. 산성을 따라 올라가다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늪지를 피해 산성옆의 비스듬한 능선으로 길을 바꾼다.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밧줄을 잡고 험준한 암봉을 기어 오르면 금정산 고당봉(801.5m)인데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백양산을 넘어오는 정맥과 계명봉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정맥길이 훤하게 보이고 억겁의 세월을 흘러 내려온 낙동강은 녹색의 물결로 굽이치고 있다.
(고당봉)---펌
- 지경고개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는 정상을 내려가 줄지어 서있는 송전탑들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니 대구산사람들의 노란 표지기가 반겨준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억새가 무성한 봉우리에 오르면 장군봉이 북서쪽으로 보이고 가야할 정맥은 동쪽으로 높이 솟은 계명봉으로 이어진다. 범어사로 내려갈수 있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가파른 능선길을 한동안 치고 올라 불상과 돌탑이 서있는 계명봉(601.5m)에 서니 발아래로 범어사와 작은 암자들이 내려다 보인다. 돌무더기에 앉아 일행들을 기다리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길을 버리고 북동쪽으로 잡목을 헤치면 희미한 등로가 나타난다. 잡초들이 우거진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갑자기 길이 없어지고 무덤과 철탑밑으로 도로가 보이는데 일행들은 벌써 내려가고 있다. 방향도 틀리고 정맥길이 아닌것 같아 다시 올라가며 자세히 살펴보니 갈림길이 나타나고 왼쪽으로 표지기들이 달려있는데 뛰어 내려오면서 미처 보지못한 모양이다. 넓은 밭을 가로지르고 시멘트소로따라 내려가면 1077번 지방도로상의 지경고개이며 부산과 양산의 경계 이정표가 서있고 도로확장공사가 한창이다.
(계명봉)---펌
- 광안리 고개에서 조금 내려가 고속도로를 건너 부산골프장으로 연결되는 작은 육교를 찾아 다음 구간의 들머리도 확인한다. 준치님의 부산후배와 연락이 되어 엄청 막히는 부산시내를 뚫고 광안리해수욕장으로 가보니 30여년전의 호젓했던 작은 해변가의 모습은 사라지고 차량과 사람들로 들끓는 전형적인 유흥지가 되어 버렸다. 파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횟집에 자리잡고 술 한잔씩 돌리며 무난하게 끝낸 낙동정맥의 첫걸음을 자축하고 서로 수고했다는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늦게 출발해서 차안에서 잠을 청하며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1시이고 의정부 집에는 2시 반이나 되어 도착하였다.
첫댓글 내일 지경고개에서 개금고개까지 가려고 부산을 갑니다.여지껏 북진을 했었는데,혼자가는 산행은 남진을 하려고 합니다.잘 보고갑니다.
혼자 가시네요.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