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란 어머니와 아버지, 곧 부모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어버이의 은혜에 대해서는 1년 365일 감사해도 모자라겠지만, 특별히 한번 더 어버이의 고마움을 되새기자는 뜻에서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정한 것이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안나라는 소녀가 1904년 어머니 추모행사를 시애틀에서 처음 개최하였고, 1908년 버지니아주 어느 마을에서는 웨브스타파로라고 하는 소녀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장례를 경건하게 치른 후 묘소 주변에 생전에 어머니가 좋아하던 흰 카네이션을 심었다. 그리고 평소에 잘 모시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그 소녀는 흰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고 어느 모임에 참석하였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은덕을 기리기 위한 행위라는 뜻을 참석자들에게 알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소녀는 자라면서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였다. 이리하여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람은 흰 카네이션 꽃을, 살아계시면 붉은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달게 되었다. 그 후 미국에서는 1913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하여 점차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 나라에서는 1956년 국회에서 이 날을 어머니날로 정하여 시행해 오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고쳐 어머니만을 생각하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부모님을 함께 공경하고 효도하는 마음을 기르는 날로 일컫게 되어 미풍양속으로 정착되었다.
어버이에 대한 효도는 생전 효도와 사후 효도가 있다. 살아 계실 때 항상 부모님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해 드리며 안락하게 봉양하는 것이 생전 효도요, 돌아가신 뒤 양지 바른 곳에 무덤을 써 모시고 제사를 정성스럽게 지내며 그 은혜를 잊지 않도록 추도하며, 훌륭한 행적이 있을 때는 전기문을 지어 널리 빛내 드리는 것이 사후 효도이다. 물론 종교에 따라서 장례나 제사 방식은 다를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효도하면 생전 효도였으니 송강 정철의 시조는 우리를 잘 깨우치고 있다.
어버이 살아 계신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박효관은 그가 엮은 시조집 가곡원류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뉘라서 까마귀를 흉하다고 하였는고
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까마귀는 색이 검고 흉하다고 사람들이 싫어하고, 또 까마귀가 울면 흉한 일이 닥친다고 언짢아한다. 그러나 까마귀는 그 어미가 늙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되면 그 새끼가 먹이를 물어다가 늙은 어머의 입속에까지 넣어주는 지극한 효성을 보이는 새이므로 사람이 최소한 이 까마귀만이라도 본받자는 뜻의 노래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고도 하였다.
중국의 증자는 효를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가장 큰 효도는 부모님을 존중하고 그 뜻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가 할 일을 다하여 보모님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셋째가 그 형편을 보아 안락한 곳에 모시고 좋은 것으로 대접하여 봉양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스 속담에는 "집에 노인이 한 분도 안 계시면 어디 가서 빌려라도 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모님 못지 않게 노인 공경을 일깨우고 있다. 하긴 인생의 온갖 풍상을 다 걲은 부모님의 그 경륜과 지혜를 젊은이들은 어디서 구하려고 한단 말인가.
효도는 크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고 쉬운 일부터 실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일터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구두를 닦아 드리거나, 저녁 식사하기 전에 부모님 수저부터 먼저 놓아 드리고, 부모님이 수저를 든 다음에야 수저를 드는 등 기본 예절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어머니, ㅇㅇ반찬이 너무 맛있어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려 음식을 장만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릴 일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학생이라면 먼저 문제를 일으켜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도록 하고,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매진하며, 운동도 열심히 하여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어버이께 보여 드리고, 부모님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하여 설거지나 집안 청소 등 가사를 적극 도와 드릴 일이다.
형식적인 카네이션 한 송이나 감사 편지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살펴 그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고, 내 마음을 열어 자주 대화를 나누고 진심으로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을 날마다 전하는 것이 어버이날의 참뜻 아니겠는가.
세월이 흘러 어버이되지 않을 사람이 그 누구이겠는가. 나를 낳아 기르신 어버이 은혜야말로 하늘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깊고 넓거늘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 대신에 "너를 낳지 않았더라면 이 어미 아비가 어쩔 뻔했겠느냐"라고 흐뭇하게 자식을 바라보실 수 있도록 해 드리자.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가 까마귀만도 못한대서야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