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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13
#1 사거리(12회 엔딩. 밤)
-스위치 누른다.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뀐다.
-주행하는 차들.
-콘트롤박스 앞에 서서 전자신호기를 제어하고 있는 연욱. 그러다 문득 뭔가를 보고 놀란다.
-길 건너에서 지켜보고 서 있는 필승.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사람.
연욱 : (형부가 나를 보러 왔구나! 반가워 미소가 번지고)
필승 : (무뚝뚝하게 보는)
연욱 : (그 표정에 미소가 사라진다)
필승 : (핸드폰 꺼내 버튼 누른다)
연욱 : (핸드폰 울리자 확인하며 받는다) 네.. 형부. 아니, 한형사님.
필승 : 언제 끝나니.
연욱 : 10분쯤 있으면 체쯩이 풀릴 거 같아요.
필승 : 퇴근은.
연욱 : 30분 후에 교대예요.
필승 : 그럼 기다릴게. (끊는다)
연욱 : (끊으며 의아하게 보고)
필승 : (등 돌린 채 서성인다)
연욱 : (보며)...
#2 커피숍 외경
#3 커피숍
-필승, 말없이 커피를 마신다.
-연욱도 말없이 커피를 마신다.
필승 : ... (이윽고 입을 뗀다) 서순경.
연욱 : (서순경이라는 말에 마음이 아프다)... 네, 한형사님.
필승 : 그쪽에도 퍼졌을 거 같은데, 소문 들었지.
연욱 : ... 그것 때문에 오셨어요?
필승 : 그래.
연욱 : ... 알고 있어요.
필승 : ... 괜찮니?
연욱 : (이윽고 시선 들어 보며) 한형사님은 괜찮아요?
필승 : 나야 상관 없지만 니가 걱정이지.
연욱 : (애써 웃어주며) 저도 상관 없어요.
필승 : 정말 괜찮은 거야?
연욱 : 솔직히 말하면... 신경 안쓰이는 건 아니지만, 우리만 깨끗하면 됐지 무슨 상관이에요.
그딴 거 갖고 옷벗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필승 : (쓴웃음)... 그래, 니 말이 맞다. 어쨌든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서 법적으로 처리할까 하다가
그러면 더 불거질 거 같아서 관뒀다. 대신 관리자들한테 부탁해서 올라오는대로 지워버린다고
했으니까 조용해질 때까지만 참자. 사람들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구.
연욱 : 네.
필승 : 가능하면 성준인 모르게 하구.
연욱 : ... 네.
필승 : 그래, 내 얘긴 다 끝났다.
연욱 : 죄송해요 한형사님.
필승 : (보는)
연욱 : 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필승 : 그러지 마라. 그리구 이일루 공연한 생각할 필요없어
연욱 : 그래두... 어쨌든 고맙습니다 한형사님. 이렇게 걱정해주셔서.
필승 : (안스럽게 보다가) 너도 다이어트 하니?
연욱 : ? 네?
필승 : 왜 그렇게 핼쓱해.
연욱 : (뺨을 난지며 어색)...
필승 : 가자, 저녁 사줄게. (일어나 간다)
연욱 : (놀랍기도하고 흐믓해지며 따라나간다)
#4 불고기집
-필승, 부지런히 고기를 뒤집어 연욱의 앞에 놓아준다.
-연욱, 도로 필승의 앞에 놓아준다.
필승 : (도로 놓아주며) 너나 많이 먹어.
연욱 : (고마운 눈길로 보면)
필승 : (변명처럼) 교통순경이 체력 딸리면 안되잖아.
연욱 : (웃고는) 한형사님이 우리언니랑 결혼하구나서 몇가지 놀란게 있거든요!
필승 : (? 해서 보면)
연욱 : 보기보다 깔끔한 거하고, 고기 잘 굽는 거요.
필승 : (피식) 고기 굽는 게 뭐 대수라구.
연욱 : 대수죠. 난 뒤집는 게 귀찮아서 고깃집 싫은데.
필승 : 그래서 야채만 먹어서 그렇게 핼쓱해졌어?
연욱 : 형부.
필승 : (오랜만에 듣는 형부라는 호칭에 좀 놀라는)
연욱 : 오늘은 그냥 형부라고 부르면 안돼요?
필승 : ...
연욱 : 형부도 그냥 연욱이라고 부르구.
필승 : ... 먹기나 해. (먹고)
연욱 : (또 부른다) 형부.
필승 : (상관없이 먹고)
연욱 : 우리 남 아니죠?
필승 : (멈칫)
연욱 : 그렇죠
필승 : ........
연욱 : (눈물 맺히며) 남이면 이렇게 찾아왔겠어요?
필승 : ...
연욱 : 형부가 이렇게 걱정해주니까 살것같다... 나 혼잔 줄 알았는데...정말 나 혼잔 줄 알았는데
필승 : (애써 무시하며) 어서 고기탄다. 먹어
연욱 : (슥슥 눈물 닦고) 네 (하며먹는다.)
필승 : (그모습을 보며 가슴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먹먹하다)
#5 원룸 앞(동 밤)
-필승의 차가 달려와 멎는다. 내리는 두 사람.
연욱 : 저녁 고마웠습니다 한형사님.
필승 : 들어가.
연욱 :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서 현관으로)
필승 : (보는)... 연욱아.
-연욱, 서순경이 아닌 연욱아 소리에 놀라 돌아본다.
필승 : 그래, 우리 남 아니야.
연욱 : ?!
필승 : 근데 이젠 서로 갈 길이 너무 다르다. 그러니까... 남남처럼 살면서 생각만 하자.
연욱 : !...
필승 : 나한테 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처제고, 너한테 난...
연욱 : (눈물 글썽해진다)
필승 : 가장 믿음직한 형부구.
연욱 : (눈물 글썽한 채 끄덕끄덕)
필승 : 우리 연욱이 씩씩하게 살아야 된다? 나한테 처음 대들때처럼 깡다구있구, 단단하 게? 알았지?
연욱 : (끄떡끄떡)
필승 : 그럼 울면 안돼지.
연욱 : (울면서) 그래요 그럴께요...
필승 : (보며)
연욱 : (얼른 눈물닦고 웃으며) 걱정말아요. 저 그럴수 있어요. 재가 누구예요. 천하의 서연욱 아녜요...
필승 : 자식. 넌 그렇게 웃을때가 제일 이뻐. 알지? 서연욱?
연욱 : (보는)...
-필승, 차 안에서 주먹을 쥐어준다.
-연욱, 짐짓 씩씩하게 손 흔들어준다.
-차가 떠난다.
#6 차 안
-룸미러로 연욱을 보는 필승.
-연욱, 걱정하지 말라는 듯 씩씩하게 손 흔들어주고 있다.
-필승, 이렇게 혼자 두고 가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7 원룸 앞
-차가 사라지자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연욱.
연욱 : 고마워요 형부... 고마워요...
-하염없이 우는 연욱에서 F.O
#8 경주 호텔 전경(동 낮)
#9 호텔내 레스토랑
-마주앉아 식사하는 성준과 차회장.
성준 : 얼마전에 형한테 전화왔더라구요. 확실히 자리 잡은 거 같던데요?
차회장 : 그렇더라.
성준 : 아이비리그 교수라... 좋으시죠.
차회장 : 좋다.
성준 : (피식 웃고는) 여기 작년 매출은 좀 어땠어요?
차회장 : 고만고만하다.
성준 : 저 들어오면 무슨 자리 줄 거예요?
차회장 : (멈칫, 보는)
성준 : 아니 뭐, 도어맨이라도 주는대로 받아먹을게요.
차회장 :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냐.
성준 : 우리 회사, 제가 어떻게 키웠는지 아시잖아요. 그냥 장사꾼들한텐 넘기기 싫어요.
같이 고생한 친구들이 맡으면 잘 할 거 같은데.
차회장 :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도록 하자.
성준 : 또 하나 있어요. 아버진 저를 얻으시는데 저도 얻는게 하나쯤은 있어야죠.
차회장 : 말 해봐.
성준 : 연욱이랑 결혼하는 거 허락해주세요.
차회장 : !!
성준 : 어때요, 정정당당한 거래죠? 아버진 저를 얻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여자를 얻고.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그동안 혹시 마음이 바뀌셨나 해서요.
차회장 : 안된다.
성준 : 그럼 아버진 얻는게 하나도 없겠네요.
차회장 : 형부문제 때문에 경찰서가 들썩인다고 들었다.
성준 : ?!
차회장 : 절대 그런 아인 들일 수 없다. 나도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다.
성준 : 경찰서가 들썩이다뇨?
차회장 : 계속 이러면 나도 가만 있진 않겠다. 그럼 너도 얻는게 없을테지.
성준 : ?!!!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경찰서가 들썩이다니 무슨 소리지)...
#10 최과장 사무실
-꿋꿋이 서 있는 필승.
최과장 : 이렇게 사생활이 문란한 사람이 어떻게 공직사회에서 일할 수가 있겠나?
필승 : 사생활이 문란하다니요?
최과장 : 몰라서 묻나?
필승 : 사실 확인도 안된 유언비어를 가 지구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면 안되죠.
최과장 : 그래서 게시판의 모든내용이 정말사실 무근이란 얘긴가?
필승 : ?!
최과장 : 그저 친한 처제형부 사이라면 왜 이런 말이 떠도는 거지?
필승 :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최과장 : (묘한 웃음 띄고) 조심하라구. 사실이 아니면 시시비비를 밝혀내든가.
필승 : (쏘아본다)
최과장 : 왜? 그렇게 나서기엔 뭔가 꺼림직한게 있는건가?
필승 : (억지로 참고) 최과장님이저한테 어떤 감정을 갖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 경찰생활 12년 동안
신분에 어긋난 행동한적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범행현장을 덮칠 때 죽음이 두려워서
망설여 본적도 없구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옷 벗을 일있으면 말안해도 제손으로 벗습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사소한 일루 제 자존심 건드리지 말아주십시오...
최과장 : 거의 협박수준이군......
필승 : 얘기 끝나셨으면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11 최과장방 앞
(거칠게 나와 서서 분노를 삭히다 가는 필승)
#12 연욱의 경찰서 교통과(동 낮)
-과장 앞에 서 있는 연욱.
과장 : 그럼 이렇게 시끄러운데 그냥 놔두라는 거야?
연욱 : 네.
과장 : ?
연욱 : 형부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말같지도 않은 얘기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구요.
그동안 저희 관계를 오해한 누군가가 재미로 저지른 일인 모양 인데 상관하구 싶지 않습니다....
과장 : (얼떨떨)... 알았어. 나가서 일 봐.
연욱 : 수고하십쇼. (당당하게 간다)
과장 :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13 교통과 앞
-나오는 연욱. 잠시 생각하다가 떨치고 씩씩하게 걸어오는데 상희가 기다리다가 반긴다
연욱 : 상희야. !... (하고 달려간다)
#14 경찰서 휴게실
-음료수 들고와 앉는 연욱과 상희.
연욱 : 그래도 너 밖에 없다. 걱정되서 여기까지 오구. (하는데)
-옆에 있던 일전의 여경들이 '재수없어' 하며 자리를 뜬다.
-상희, 어이없다.
연욱 : (웃어주며)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상희 : 밖으로 나갈까?
연욱 : 괜찮아. 지들이 화살 보내면 난 독까지 묻혀서 되돌리는 중이니까.
상희 : (걱정스런) 동희오빠 얘기 들으니까 게시판 두고 있다며...
연욱 : 응. 형부랑 그러기로 했어.
상희 : ? 형부.. 만났어?
연욱 : 왜, 만나면 안돼?
상희 : 아니 그게 아니구... 저기 실은 내가 말 안한 거 있는데.
연욱 : 뭐?
상희 : 실은 형부도 알고 계셔.
연욱 : ? 뭘.
상희 : 너랑 형부일 때문에 성준씨가 뒤집어졌던 거.
연욱 : !
상희 :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그래서 성준씨 편하게 해줄려고 너한테 그랬던 거 같애.
조용히 이사도 가시구.
연욱 :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상희 : 형부가 얼마나 신신당불 했는데, 너 걱정하니까 암말말라구. 나두 형부랑 같은 생각이구.
연욱 : (생각)...
상희 : 근데 혹시 성준씨가 형부한테 뭐라구 한건 아닐까?
연욱 : (곰곰 생각하는)
-동주 들어오다 둘을 발견한다.
동주 : 어 상희 왔네..
상희 : 어머 언니
#15 경찰서 마당
-모자 쓰며 나오는 연욱. 곰곰 생각한다. 정말 성준씨가 뭐라고 했을까?
그때 순찰차의 경장이 빵 크랙션 누르자 얼른 뛰어가 차에 오른다. 순찰차 떠난다.
#16 동 휴게실
-아무도 없고 상희와 동주만 앉아 있다.
동주 : 모란시장에 개판도 그렇게 시끄럽진 않겠더라 , 지들이 뭘 안다고 여기서 멍멍 저기서 왈왈.......
여기서 멍멍 저기서 왈왈.
상희 : 다 지나간 일인데 속상해 정말.
동주 : 가시나, 학교 다닐 때부터 입만 열면 형부를 그렇게 찾더니 난 그것도 모르고.
근데 상희야, 둘이 좋아하면 그냥 같이 살면 되지 왜 그런대냐?
상희 : (기함해 펄쩍 뛰듯이) 어머 언니! 말도 안돼!
동주 : 뭐가 안돼. 간통처럼 잡혀가는 것도 아닌데.
상희 :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큰일나겠네 정말.
동주 : 큰일 날 것도 많다. 둘이 산다구 독도가 가라앉겠냐,
한강이 역류해서 대동강이랑 꽈배기를 틀겠냐.
상희 : 걔 좀 있으면 결혼해요 그렇지 않아두 성준씨가 이일 알게 될까봐 걱정되 죽겠는데
언니는 말두 안되는 소릴하구 그래
동주 : 아 그렇지. 내가 가끔 깜빡깜빡 한다.
상희 : 언니도 참!
동주 : 근데 형부는 어때?
상희 : ? 뭐가요?
동주 : 형부는 연욱일 어떻게 생각하냐구.
상희 : ?... 어떻게 생각하긴요, 처제로 생각하죠.
동주 : 물어봤어?
상희 : ? 네?
동주 : 형부한테 물어봤냐구.
상희 : (얼떨떨해서 고개 흔들며) 아뇨.
#17 경찰서입구
-들어서는 큰형.
#18 경찰서복도
-큰형 들어서는데 휴게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잡담이 들린다.
신경 거슬리는 큰형
#19 강력반사무실
-들어서는 큰형 발견못하고 일하고 있는 필승 물끄러미 바라보는 큰형
필승 큰형을 발견하고 놀라서 다가온다.
필승 : 형, 아니 여기까지 형이 웬일이야?
큰형 : 잠깐 나갈수 있니? 나랑 얘기좀하자 (나간다)
필승 : (대층짐작)
#20 커피숍(낮)
-마주앉은 필승과 큰형.
큰형 : (몹시 화가 난) 너 뭐하는 자식이야! 뭐 하느라고 그런 소문이 떠돌게 만들어!
필승 : (착잡하다)
큰형 : 임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세상에 여자가 없어서 처제랑 그런 소문을 만들어?
너 준영엄마 어떻게 볼려그래!
필승 : 진정하시고 제 말 들으세요.
큰형 : (가라앉히는)...
필승 : 이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큰형 : 근데 왜 그런 소문이 떠돌아. 그것도 직장내에서.
필승 : 그러니까 뜬소문이죠.
큰형 : 그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났단 말이야?
필승 : ... 네.
큰형 : 정말 아무 일 없는거지.
필승 : 네.
큰형 : (좀 안심이 된다)... 뜬소문이든 뭐든 이번 기회에 사돈처녀랑 아주 인연을 끊어라.
그냥 두면 안되겠다.
필승 : ... 이미 그렇게 했습니다.
큰형 : (놀라고)
필승 : 그리고 처제 곧 결혼할 겁니다.
큰형 : 근데 왜 자꾸 우리집에 드나드는 거냐.
필승 : 준영이 보는 건 놔두세요. 그것까진 끊을 수 없잖아요.
큰형 : 안된다.
필승 : 형님.
큰형 : 어머니 쓰러지셨다.
필승 : !...
큰형 : 더 이상 잔말 말고 식구들 결정대로 따라.
필승 : (괴롭다)...
#21 성준 사무실(다른 날 낮)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을 검색하고 있는 성준. 내용을 보며 차츰 표정 굳어진다.
-벌떡 일어나 서성이는 성준
(회상)
-수진샾안
수진 : 나 이런식으로 취급한거 후회하게 될거야 사람이 어디까지 유치해지는지...
-핸드폰 버튼을 누르는 성준.
#22 야외 어느장소(밤)
-수진이 들어온다. 성준을 보고 긴장한 채 다가와 앉는다.
성준 : (매섭게 보는)
수진 : (두렵다)... 왜 보자고 했어?
성준 : 니가 그랬니?
수진 : (말 못하고 시선 피하는)...
성준 : (맞구나)...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게 뭐니.
수진 : ...
성준 : 니가 그럼, 내가 너한테 갈 거 같애?
수진 : ... 아니.
성준 : 알면서 왜 그런 짓을 했어.
수진 : ... 너희 둘한테 모욕당했으니까.
성준 : (버럭) 그런다고 그런 짓을 해!
수진 : (담담) 난 아는대로만 올린 것 뿐이야.
성준 : 당장 그만 둬!
수진 : 그만두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내 책임 아니니까.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부풀려서 퍼트렸겠지. 나도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
성준 : 안타깝다.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수진 : 너나 나나 보통사람들처럼 살 순 없으니까.
성준 : ?...
수진 : 갖고싶은건 가져야 직성이 플리잖아 다른 사람들처럼 없으니까 안되니까
그냥 포기하고 마는걸 우린 배운적이 없어 항상 마음만 있으면 원하는걸 가질수 있었지
그런데 세상엔 원해도 가질수 없는게 있더라 마음
#23 성준차안 (밤)
-성준 생각이 복잡하다.
#20 카페 (밤)
-연욱, 창밖을 보고있다가 들어선 성준을 물끄러미 본다 다가와 앉는 성준
성준 : (웃으며) 오늘따라 유난히 여자같이 보인다. 우수에 찬듯한 눈빛이 아주 매력적인데
연욱 : 아. 근데 성준씨, 나 물어볼 게 있는데.
성준 : 응.
연욱 : 혹시 우리 형부 만났었어?
성준 : ?!
연욱 : 어? 만난 적 있어?
성준 : ... 응.
연욱 : ?!... 우리 일 땜에?
성준 : 어.
연욱 : 만나서 무슨 얘기 했어?
성준 : (갈등하다가 딱 부러지게) 형님이 먼저 보자구 하시더라. 다 지난 일이니까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내 입장도 이해해주시구.
연욱 : 그리구.
성준 : 술 마셨어.
연욱 : ? 그게 다야?
성준 : 응.
연욱 : 정말?
성준 : 왜. 내가 뭐라고 했을까봐?
연욱 : (본다)
성준 : 못믿겠으면 지금 전화해봐.
연욱 : (웃으며) 됐어. 나두 설마 성준씨가 형부한테 어떻게 했을거라구 생각 안했어.
성준 : 나두 너한테 물어볼게 있는데...
연욱 : (본다)
성준 : 왜 얘기안했어?
연욱 : ? 무슨 얘기?
성준 : (망설이다가) 요즘 경찰서 시끄럽잖아.
연욱 : (아, 큰일이다. 힘 빠진다)
성준 : (보는)
연욱 : (피식 웃으며) 그래서 그것 때문에 화나? 혹시 그랬었나 하구 의심도 되구?
성준 : 그런식으로 말하지마
연욱 : ...
성준 : 내가 화가 나는 건, 힘들었을텐데 왜 나한테 말을 안했냐는 거야.
연욱 : 알아서 좋을 거 없으니까
성준 : 넌 항상 그런 식이구나. 나는 네 옆에 그냥 붙어있는 장식용이니?
이런 상황에서도 그냥 빠져있어야 되는 그런 사람이냐구?
연욱 : ... 미안해.
성준 : 앞으론 그러지 마.
연욱 : 알았어... 그리구 이번 일,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랑 형부도 그냥 접었으니까.
성준 : !... 형부.. 만났니?
연욱 : 응. 걱정되서 찾아오셨더라.
성준 : !...(심각한 표정이 된다)
연욱 : 왜? 성준씨 정말 신경쓰이는 거야?
성준 : 어, 아냐...(웃으며) 뭐 먹자
연욱 : (찜찜)
#25 경찰서 앞(낮)
-달려와 멈추는 성준의 차. 시동 끄고 고민하는 성준.
#26 강력반 사무실(동)
-형사들과 오반장, 소파에 모여앉아 배달되온 점심을 먹고 있는데
김형사는 로또복권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동희 : 형님 식사 안해요?
김형사 : 수십억이 날 유혹하는데 밥이 들어가냐?
이형사 : 거 그만 하고 빨리 밥 먹고 청소나 하러갑시다.
동희 : 그거 당첨되느니 차라리 벼락맞아 죽을 확률이 열여섯배나 더 높대요.
김형사 : 나 군에 있을 때 우측으로 30센치 옆에 있던 쫄병이 벼락 맞아서 화상 입었잖아.
나도 벼락 맞을 가능성 있어, 돈벼락.
오반장 : 돈벼락 맞아서 뭐하게.
김형사 : 반장님도 참. 뭐하긴요, 돈이 없어서 걱정이지 많아서 걱정이에요?
오반장 : 돈도 쓰던 놈들이나 쓸 줄 알지. 평생 범죄사냥만 한 우리가 돈 쓸 줄이나 알어?
이형사 : 이야- 그 말이 정답이네.
김형사 : 돈 쓸줄을 왜 몰라요. 돈벼락 맞으며 아파트 한 채씩 사줄거니까 기대하십쇼.
-동희와 이형사, 환호하며 난 25평, 32평을 주문하는데
내내 말없이 식사하던 필승이 문득 입구를 보고는 표정이 굳어진다.
-철창 밖에 서서 눈인사하는 성준.
-필승, 숟가락 놓고 입가도 닦고 일어나 다가온다.
필승 : 어떻게 왔어.
성준 : 밖에서 기다릴게요. 식사하고 나오세요.
필승 : 아냐, 다 먹었어. 나가지. (함께 나간다)
-바라보던 형사들, 찜찜하다.
#27 공원일각(동 오후)
-마주앉은 성준과 필승.
필승 : (묵묵히 커피 마시고)
성준 : (굳은 표정으로 보며) 경찰서가 그렇게 시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필승 : 곧 조용해질거야. 신경 쓰지 마.
성준 : 어쨌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됐죠.
필승 : 알긴 뭘 다 알아. 헛소문인데.
성준 : 일정부분은 사실이기도 하잖아요.
필승 : (심기 틀려 보는) 그래서.
성준 : 연욱이 만났다면서요.
필승 : (잠시 당황했다가) 그래, 만났어.
성준 : 이런 일을 핑계로 만날거면 약속은 왜 하십니까.
필승 : (끓어오르는 거 억누르며) 너 지금 어떤 줄 알어?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기세등등한 흥신소 직원 같애.
성준 : 형님이 절 그렇게 만드네요. 다시 약속해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설령 연욱이가 당장 죽어간다고 해도 다신 만나지 마세요.
필승 : (부글부글 끓는다)
성준 : 싫습니까?
필승 : 난 니 싸가지를 참을 수가 없다.
성준 : 그럼 한 대 더 맞아드리죠.
필승 : (간신히 참으며, 쏘아보며)... 그래, 약속하지.
성준 : 역시 이번에도 양보하시네요.
필승 : ?!
성준 : 형님, 연욱이랑 나랑 깨질까봐 노심초사하시는데, 왜 그러세요?
필승 :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성준 : 왜요. 하나뿐인 처제가 결혼도 못하고 노처녀로 늙을까봐요?
필승 : ? 비꼬지 말고 제대로 말해.
성준 : 연욱이가 혼자 되면 형님도 흔들릴까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필승 : ?!
성준 : 연욱이를 여자로 본 적 없으세요?
필승 : ?!!!
성준 : 인연까지 끊고, 양보할 거 다 하고, 그래서 연욱이를 나한테 보내는 거, 그거 형님 스타일 아니죠.
단순한 처제라면.
필승 : 입 안닥쳐?! 너 말이면 다 하는 줄 알어! 내가 경고했지. 옛날 일 같고 신경 건들지 말라고.
성준 : 연욱이만 안건들면 되잖아요. 근데 형님은 자꾸 절 건 드시네요.
필승 : 너 사랑이 뭔지나 알어? 이따위로 구는게 연욱일 사랑하는 거야?!
성준 : 전 제 방식대로 사랑하죠.
필승 : 너, 한번만 더 까불면 나도 못참아. 그땐 내가 나서서 너희 둘 끊어놀거야. 명심해.
(벌떡 일어나는데)
성준 : 대답 안하셨습니다.
필승 : (보면)
성준 : 혹시 처제 이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필승 : (쏘아본다)
성준 : ...
필승 : 대답할 가치도 없어. (나간다)
성준 : ...
#28 근처
-나와서 성큼성큼 오는 필승. 폭발할 것 같다.
#29 공원일각
-자리에 앉는 성준. 마음 속의 말을 다 쏟아내고 허탈한... 곧 다부진 표정으로 일어난다.
#30 연욱원룸안 (밤)
-연욱의 모습
#31 고수부지 (밤)
-필승의 차가 달려와 멎는다. 차에서 내려 강물을 바라보는 필승.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길게...
#32 경찰서외경
#33 경찰서 복도
-오반장, 걸어오다가 멈춘다.
-마주 오는 필승.
오반장 : 한필승.
필승 : (보는)
오반장 : 나 좀 보자. (지나쳐 간다)
필스 : ?...
#34 경찰서회의실
-마주앉은 필승과 오반장.
오반장 : 아주 꺼진 건 아니지만 그나마 잠잠해져서 다행이야.
필승 : 네.
오반장 : 연욱인 어때.
필승 :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반장 : 그래, 그 녀석이 워낙 깡다구가 있으니까. 너도 잘 알아서 할거고. 그동안 둘이 정 많이 들었지?
필승 : (놀라 보는)
오반장 : (웃으며) 뭘 놀래. 정든 건 사실이지.
필승 : ...
오반장 : 실은 우리 먼 친척 중에 그런 케이스가 있어. 너처럼 상처하고 애 둘 데리고 살다가
처제랑 살림을 합쳤지.
필승 : !...
오반장 : 처음엔 양쪽집안에서 반대하다가 유야무야 넘어가더라. 애들이 이모를 친엄만 줄 알거든.
필승 : ...
오반장 : 요즘이야 다들 고등교육 받으면서 윤리니 뭐니 까탈스러워져서 그렇지
옛날엔 종종 그런 일이 있었나보더라.
필승 : ...
오반장 : 그런다고 둘이 살라는 게 아니고, 내가 참한 아가씨 하나 소개해줄까? 너 혼자 있으니까
자꾸 이런 말이 떠도는 거 아냐.
필승 : 됐습니다.
오반장 : 되긴 뭐가 돼. 얼굴에 나 외워로요 써붙이고 다니는데.
필승 : (겸연쩍게 웃는)
오반장 : 언제든 맘 바뀌면 얘기해. 이래뵈도 나 아는 여자 많다?
필승 : (고맙게 웃으며) 네.
#35 교통과(동 오후)
-들어오는 연욱. 뺑소니 전담반으로 가서 사고에 관련된 서류를 넘긴다.
연욱 : 아까 발생한 뺑소니예요. 다행히 목격자가 있어서 넘버는 확인했어요.
경찰1 : (빙긋) 서순경은 좋겠어.
연욱 : 네?
-그때 주변 경찰들이 휘익- 휘파람을 분다.
-연욱, 어리둥절해 둘러보다가 기함한다.
-연욱의 책상이 온통 화려한 꽃들로 치장되어 있다.
연욱 : ? 저게 뭐예요?
경찰1 : 뭐긴 뭐야. 피앙세의 선물이지. (하며 뒤를 눈짓)
연욱 : (돌아보면)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성준이 일어난다.
-경찰들의 야유와 휘파람 소리.
연욱 : (부끄럽다!) 미쳤어 미쳤어.
경찰1 : 뭐해. 빨리 퇴근하고 데이트 해야지.
-연욱, 달려가 성준을 끌고 나간다.
연욱 : (낮게) 미쳤어?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래. 빨리 나와. (끌고 가는데)
경찰1 : (E) 언제 국수 먹여줄거야!
경찰2 : (E) 빨리 먹자! 배고파 죽겄다!
-연욱, 꾸벅꾸벅 겸연쩍은 인사를 하고 성준을 끌고 나간다.
#36 경찰서 마당
-끌고나와 야단치는 연욱.
연욱 : 미쳤어? 챙피하게 왜 이래.
성준 : 허, 뭐가 챙피해.
연욱 : 이게 뭐냐? 영화 찍어 지금? 싸구려 멜로영화도 아니구 정말.
성준 : 멜로는 원래 유치한 거다.
연욱 : 아 시끄러. 다신 이런 짓 하지 마?
성준 : 나도 다신 하기 싫다. 좀 닭살 돋더라.
연욱 : 그러면서 뭐하러 하냐?
성준 : 그래야 소문이 잠잠해지지. 결혼할 남자 있으니까 입닫고 가만 있어라.
연욱 : ?!
성준 : 나 우물처럼 깊은 사람이다?
연욱 : (허 웃고만다)
성준 : (미소) 괜찮았어?
연욱 : 그래, 훌륭하다 훌륭해. (웃으며 흘기는)
성준 : 빨리 옷갈입고 나와.
#37 레스토랑
-연욱, 식사하다 말고 놀라 쳐다본다.
연욱 : 뭐라구?
성준 : 결혼하면 경주 가서 살자구.
연욱 : (얼떨떨한)
성준 : 나 우리 아버지 일 도와줘야 될 거 같애. 경주 내려가자.
연욱 : !...
성준 : 싫어?
연욱 : 아버님이 나 구박하시면.
성준 : 너 기분 좋으면 애교 잘 떨잖아. 애교 떠는 며느리 구박할만큼 나쁜 사람 아냐 우리 아버지.
연욱 : ... 나 여기서 태어나서 쭉 여기서 살았어. 거기 가서 살 수 있을까?
성준 : 왜 못살어. 내가 있는데. 그리고 얼마나 좋아. 맘만 먹으면 언제든 첨성대 가서 별도 보구.
연욱 : (피식 웃는다)
성준 : 천천히 적응하면 돼. 계속 일하고 싶으면 그쪽으로 지원하면 되고.
연욱 : (고민스런)...
성준 : 그래도 싫어?
연욱 : 나 아직 남산 케이블카도 못타봤는데.
성준 : 서울 촌뜨기구나?
연욱 : 63빌딩도 못가보고 한강유람선도 못타봤는데.
성준 : 내려가기 전에 다 해보지 뭐.
연욱 : 준영이도 자주 못보는데... (형부도 못보고, 떠나기 싫다)
성준 : (그 마음 대충 가늠해보고 씁쓸해진다)
연욱 : 그래도 생각해볼게. 오늘 가상하게 굴었으니까. (짐짓 웃어준다)
성준 : (픽 웃으며) 사랑한다.
연욱 : !...
성준 : 뭘 그렇게 놀래?
연욱 : 그런 소리를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무드 없게?
성준 : 무드 잡고 하면 너 또 닭살 돋는다구 구박할 거잖아.
연욱 : (웃으며) 맞어.
성준 : 근데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연욱 : (차마 그 소리는 못하겠어서)... 나중에... 천천히...
성준 : 약속했다.
연욱 : (끄떡끄떡)
성준 : (웃으며 식사하고)
연욱 : (복잡해진다)
#38 유흥가 거리(동 밤)
-몸을 숨긴 채 어딘가를 매섭게 쏘아보는 필승.
-술취한 중년남자가 비틀비틀 거리로 나서서 택시를 부른다.
젊은 남자가 주위를 살피며 중년남자에게로 다가가 말을 건다.
어유 많이 취하셨네요. 택시 잡아드릴까요 등등.
-그들을 가운데 두고 반대쪽 저편에서 쏘아보고 있는 동희.
-필승,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들을 지켜보지만 딴 생각이 난다.
성준 : (E) 연욱이가 혼자 되면 형님도 흔들릴까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필승, 가슴이 답답하다.
-중년남자, 젊은 남자에게 몸을 맡긴 채 비틀거린다.
-동희, 나서서 행인들 틈에 섞여 걸어온다. 놈이 지갑을 채가는 순간 잡으면 완벽한 현장체포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나서야 할 필승이 안보이자 당황하고.
-필승, 계속 생각에 잠겨있다.
성준 : (E) 혹시 처제 이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동희, 당황해 필승을 눈으로 찾으며 걸어오는데
마지막으로 주위를 살피는 젊은 남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다!
동희, 슬그머니 시선 피하며 걸어온다.
-눈치 챈 남자, 중년남자를 버리고 마악 멈춘 택시를 타고 사라진다.
-다다다 달려와 바라보는 동희. 낭패다!
동희 : 아이씨 뭐야. 형! 형 어딨어! 형!
-그 소리에 정신 차리는 필승. 얼른 달려온다.
필승 : 어디갔어 이 놈.
동희 : 뭐해요, 안나오고.
필승 : 튀었냐?
동희 : 형 찾느라 눈이 마주쳤잖아요.
필승 : (입이 쓰다) 미안하다.
동희 : 아이, 딱 채갈 때 잡으면 완벽한 건데. 근데 오늘 왜 그래요. 통 집중을 못하시네.
필승 : 오늘은 그만 하자.
동희 : 혹시 성준이 때문에 그래요? 왜요, 뭐라 그래요?
필승 : 신경 꺼. 나 먼저 간다. (간다)
동희 : (혼가 가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뒤에 대고 소리친다) 형, 술 한 잔 할래요?
필승 : 됐어. 일찍 들어가서 상희랑 놀아. (하다가 문득 멈춘다)
-꽁초를 줍고 있는 비루한 남자.
-필승, 갸웃하며 얼굴을 들여다본다.
-남자, 이건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병색이 완연하다.
-동희도 다가와 의아하게 둘을 번갈아본다.
동희 :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필승 : 이야- 영구 맞네. 너 영구지. 그지.
영구 : ?...
필승 : 나 기억 안나? 너 나땜에 3년 먹었잖아. 나야 한필승.
영구 : 미친 놈. 뻥 까지 말고 밥이나 사 새꺄.
#39 밥집(동 밤)
-영구, 걸신들린 듯 먹어댄다.
필승 : (앞에 느긋하게 앉아) 천하에 이영구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야, 천천히 먹어.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그렇지 전과 10범의 체면은 지켜야지.
영구 : 시끄러 새꺄.
필승 : 어휴, 입은 만수무강하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배고픈 신세가 됐냐?
느이 카드깡 회사 잘 나갔잖아.
영구 : 너 때문이다 새꺄.
필승 : 그게 왜 나 때문이냐, 니가 인생 헛산거지. 근데 너 어디 아프냐?
영구 : 안아픈 사람이 어딨냐 새꺄. 몸이 안아프면 마음이 아프지.
필승 : 와하하. 빵에서 철학공부 했냐?
영구 : 공부를 왜 하냐 새꺄. 사는 게 철학인데.
필승 : 와- 너 대단하다. 공자가 울고 가겠다?
영구 : 공자가 니 마누라 이름이냐?
필승 : 귀신이다, 어떻게 알았냐? 그래서 아들네민 맹자라고 지었다.
영구 : 입 닥치고 돈이나 내놔.
필승 : 꼭 나한테 돈 맡겨논 거 같다?
영구 : 내 인생 망쳐놓고 몇만원도 못주냐?
필승 : 몇만원? 좋다. 몇만원쯤이야.
(벗어놓은 옷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원짜리를 뽑아 탁 내민다) 이거 밖에 없다.
영구 : (얼른 주머니에 챙겨넣고 밥을 싹싹 긁어먹고 국물도 남김없이 마시고)
필승 : (불쌍하다)
#40 밥집 화장실
-소변 보고 손 씻는 필승.
필승 : 별 게 다 나타나서 심란하게 만드네.
(하다가 거울 보게 된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데)
성준 : (E) 인연까지 끊고, 양보할 거 다 하고, 그래서 연욱이를 나한테 보내는 거,
그거 형님 스타일 아니죠. 단순한 처제라면.
필승 : (심란하다)
#41 밥집
-영구, 식후커피를 마시고 있다.
필승 : (자리에 앉으며) 영구야, 나 뺨 한 대 쳐라.
영구 : 왜.
필승 : 간지러워서 그래. 빨리 쳐.
영구 : 그럼 얼마 줄건데.
필승 : 밥 사줬잖아, 돈도 주고. 니 인생 망친 웬수니까 가능하면 세게 쳐.
영구 : (말 끝나기도 전에 퍽 때리고)
필승 : (고개 홱 돌아간다. 그대로)...
영구 : 됐냐?
필승 : (다른 뺨 대며) 이쪽두 간지럽다.
영구 : (망설임없이 퍽 때리고)
필승 : ...
영구 : 밥 잘 먹었다. (일어나 나간다)
필승 : (뺨이 아픈건지 마음이 아픈건지 두 눈이 참 무겁다)
#42 상희네 아파트(동 밤)
-상희와 동희, 간단하게 맥주 마시고 있다.
동희 : (놀라서) 뭐?
상희 : 뭘 그렇게 놀래. 형부는 연욱일 어떻게 생각하냐구.
동희 : 야 그걸 말이라고 해?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상희 : 물어봤어?
동희 : 물어보긴 뭘 물어봐. 당연한 건데.
상희 : 그거야 우리 생각이구. 언제 한번이라두 확실하게 물어본 건 아니잖아.
동희 : ?... 그건 그러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상희 : 아니 뭐 그냥 궁금해져서.
동희 : 너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상희 : (눈 가늘게 뜨고 보며) 지금 나랑 똑같은 생각 하는 거지.
동희 : 너,넌 무슨 생각하는데.
상희 : 오빠는 무슨 생각하는데.
동희 : 아우 됐어. 골치 아퍼. 하여간 필승이형이랑 연욱이 때문에 우리 명줄만 짧아진다니까?
상희 : 그건 그래. 도대체 언제야 끝날까.
동희 : 연욱이가 결혼하면 끝나겠지.
상희 : 연욱이가 성준씨랑 결혼하면 행복할까?
동희 : 행복해야지. 그래야 다들 편하지.
상희 : 그렇긴 하지만...
동희 : (마음이 안좋다)
#43 편의점(동 밤)
-필승, 병맥주 한세트를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점원 : (빠코드 찍고) xxx원입니다.
필승 : 카드 돼죠.
점원 : 네.
필승 : (지갑을 꺼내 카드 찾다가 멈칫! 얼른 이곳저곳 살핀다. 카드가 하나도 없다! 어떻게 된거지?...
아하 이자식) 아 영구 이 자식... (쓴웃음) 이 자식 이거 빵에 가서 쟝르를 바꿨나,
사기치던 놈이 도둑질까지 하네? (점원에게) 미안해요. (도로 가져가며) 잡히기만 해봐라.
이번엔 10년이다.
#44 아파트 입구(동 밤)
-터덜터덜 오며 통화중인 필승.
필승 : 행방불명이야? 최종주소지는. ... 알았어. 분실신고하는 수 밖에 없네. 그래 수고.
(끊고 오는데 곧 벨이 울리자 확인한다. 연욱이다. 망설이다가 받는다) 그래, 나다.
연욱 : (F) 미안해요 전화해서.
필승 : (담담하게) 무슨 일이야.
연욱 : (F) 성준씨가 결혼하면 경주 내려가재요.
필승 : ?...
연욱 : (F) 어떡하는게 좋을지 몰라서...
필승 : 부창부수잖아. 잔말 말고 따라가.
연욱 : (서운해서. F) 그럼 준영이도 자주 못볼텐데...
필승 : (어떻게 타이를까 생각하며 난간에 기대는)... 그런다고 니 조카 아닌거 아니잖아.
(그러다 멈칫 놀라는)
-근처에 서서 통화중인 연욱.
-필승, 당황스럽고.
-마주하고 통화하는 두 사람. 필승 전화끊고 다가온다
연욱 :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필승 : 미안하단 소리 자꾸 하는 건 너답지 않아.
연욱 : 미안해요. (하다가 웃고만다)
필승 : (잔잔한 웃음)... 저녁은 먹었니?
연욱 : 네. 형부는요.
필승 : 두 공기나 먹었지.
연욱 : 정말 다이어트 그만 뒀구나?
필승 : (피식) 그래 임마. 근데 연욱아.
연욱 : 네.
필승 : 성준이가 하자는대로 해.
연욱 : 그럼. 형부한테도 좋은건가?
필승 : 당연하지 임마.
연욱 : 내가 멀리가는게?
필승 : ... 그래, 보기 싫으니까 멀리 가버려.
연욱 : 그럼 차라리 외국으로 가자 그럴까요?
필승 : 할 수만 있으면.
연욱 : 정말요? 그럼 평생 못볼지도 모르는데?
필승 : 그럼 어때. 꼭 봐야만 되나?
연욱 : ... 오늘처럼 보고 싶으면 어떡해요.
필승 : (애잔해진다)
연욱 : (애틋하게 보는)
필승 : 난 우리 처제 마음 속에 담아두고 맨날 본다.
연욱 : !...
필승 : 이제 됐어?
연욱 : (눈물이 글썽)
필승 : 연욱아.
연욱 : (목 매여) 네.
필승 : 성준이가 하자는대로 해.
연욱 : ... 내가 그럼... 형부가 행복해지나요?
필승 : ... (목이 아프다) 그래.
연욱 : 나도 행복하고?
필승 : 그래.
연욱 : 준영이도 행복하고?
필승 : 그래.
연욱 : ... 그럼 그렇게 할게요.
필승 : ... 그래... 그리구 이젠 이러지 마라. 전화도 하지 말구.
연욱 : ... 네.
필승 : 약속했다?
연욱 : 네.
필승 : (전화를 끊으며 본다)
연욱 : (끊으며 보고)
필승 : (가라고 눈짓)
연욱 : (까딱 눈인사하고 간다)
필승 : (본다)
연욱 : (가다가 슬몃 돌아본다)
필승 : (잔잔하게 웃어준다)
연욱 : (웃어주며 간다)
-필승, 마음 아프게 보다가 연욱이 사라지자 돌아서서 들어간다.
-F.O
#45 경주호텔 전경(낮. F.I)
#46 차회장 집무실
-차회장, 수화기 들고 인터폰 버튼 누른다.
비서 : (F) 예, 회장님.
차회장 : 김실장한테 부탁해서 뭐 좀 알아볼게 있어.
비서 : (F) 예, 말씀하십쇼.
차회장 : xx경찰서에 서연욱이라는 아가씨하고 도봉경찰서에 한필승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봐줘.
#47 생고깃집 앞(오후)
-달려오는 연욱. 문 앞에 멈춰 옷을 가다듬고 안을 한번 기웃 보고는 들어간다.
#48 생고깃집 안
-연욱이 들어온다. 카운터에 큰형수가 앉아 있다.
연욱 : (꾸벅) 안녕하세요.
큰형수 : (놀라는)
연욱 : (모르고) 준영이 보러왔어요.
큰형수 : 어? 어...
연욱 : 준영이 지금 어딨어요? 어린이집에서 왔죠?
큰형수 : 어... 저기 준영이 이모, 잠깐 나가있을래? 안에 중요한 손님들이 와 계셔서.
내가 준영이 데려다줄게.
연욱 : 네. (나간다)
#49 생고깃집 앞
-서성이는 연욱.
준영 : (E) 이모!
-연욱, 돌아보고는 '준영아' 부르며 달려가 부둥켜안는다. 서로 뺨에 뽀뽀하고 좋아죽는다.
큰형수 : 한시간만 놀다 와. 좀 있다 어디 갈 데 있거든.
연욱 : 어디요?
큰형수 : 어 그게.. 가족모임도 있고 어른들이랑 어디 좀...
연욱 : 형부도 오세요?
큰형수 : 어? 어...
연욱 : (잠깐 생각하고) 한시간 안에만 오면 되죠?
큰형수 : 어.
연욱 : 그럼 갔다올게요. 준영아, 가자. 오늘은 뭐하고 놀까. (데리고 간다)
준영 : 학교놀이!
연욱 : 학교놀이?
준영 : 나도 학교 가고 싶어요.
연욱 : 하하. 그래 학교 가자.
-큰형수, 바라보며 안타깝다.
#50 근처 초등학교 교실
-방과후의 텅 빈 교실 한가운데 앉아 있는 준영.
-분필로 칠판에 <1+1= >이라고 쓰는 연욱.
연욱 : 하나 더하기 하나는?
준영 : (손가락 두개 들어보이며) 2요!
연욱 : 좋았쓰. (정답란에 2라고 쓰고 다시 2+2= 이라고 쓰고는) 이 더하기 이는?
준영 : (손가락으로 셈 해보고) 4요!
연욱 : 이야, 우리 준영이 정말 천재네. 좋아, 이번엔 진짜 어려운 문제다. (0+0= 이라고 쓴다)
영 더하기 영은?
준영 : (아리송)
연욱 : (웃음난다) 에이 천재가 그것도 몰라? 빵 더하기 빵은 뭐야.
준영 : (알았다!) 빵빵이요!
연욱 : 하하하. 그래 빵빵이다. (정답란에 00이라고 적고는) 이제 나와서 준영이 이름 써봐.
-준영, 쪼르르 뛰어나와 분필을 쥐고는 삐뚤빼뚤 자기이름을 쓴다.
연욱 : 이야, 명필이다 명필. 역시 내 조카야. 자 이제 아버지 이름 써봐.
-준영, '한필승'이라고 쓴다.
-연욱, 문득 그가 그리워진다.
준영 : 이모, 나 이모 이름도 알아요.
연욱 : (쓴웃음) 당연히 알아야지. 멋지게 한번 써봐.
-준영, '서연욱'이라고 쓴다.
연욱 : 우리 준영이 정말 똑똑하네. (하고 칠판을 물끄러미 본다)
-칠판에 삐뚤빼뚤 쓰여진 세 사람의 이름...
-연욱, 그걸 마음 아프게 바라본다.
준영 : (흔들며) 이모, 우리 달리기 해요.
연욱 : (밝게) 그래, 달리기 할까?
#51 운동장
-달리기 하는 두 사람. 하하깔깔.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정글짐도 하고, 토끼에게 배추도 먹이고 신나게 노는 두 사람.
#52 생고깃집 앞
-준영의 손을 잡고 신나게 흔들며 오는 연욱.
연욱 : 준영이 배고프지.
준영 : 네.
연욱 : 이제 손 씻고 맛있는 거 먹자? (하다가 멈칫 선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큰 형.
-연욱, 불길하다.
#53 룸 (밤)
-마주앉은 연욱과 큰형. 무릎 꿇고 앉은 연욱, 너무 어렵다.
큰형 : 전에 듣자하니 결혼할 총각이 있다던데 언니 때문에 미뤄졌다고.
연욱 : ... 네.
큰형 : 이제 시간도 좀 됐고 식 올려야지.
연욱 : 네.
큰형 : 흠... 이런 말 한다고 너무 섭섭해하진 마. 다 필승이 좋고 처제 좋자고 하는 소리니까.
연욱 : (각오하고) 말씀..하세요.
큰형 : 준영이엄마가 우리 집에 시집와서 처제도 생기고 참 좋았는데, 우리 연이 여기까진가봐.
이제 처제도 결혼하면 자기 가정을 꾸릴 거고, 필승이도 준영일 봐서라도
언젠가는 재혼을 할테고, 말하긴 좀 민망하지만... 요즘 서에 떠도는 얘기도 있고,
연욱 : (알았구나!)
큰형 : 너무 자주 왕래하는 거, 앞일을 봐서라도 썩 보기 좋은 일이 아닌 거 같애. 이제 지킬 건 지켜야지.
연욱 : 안그래도 형부, 아니 한형사님하고는 안만나는데...
큰형 : 그 얘긴 들었어. 근데 이런 식으로 자꾸 왕래를 하면 아무 의미가 없지.
연욱 : 그럼... 준영이도 못보나요.
큰형 : ... 그랬으면 좋겠는데.
연욱 : (목이 매여온다) 우리 언니 아들인데요.
큰형 : 나중에, 나중에 준영이 다 크면 그때 만나. 응? 준영이 이모, 그렇게 하자.
연욱 : (핑글 눈물 돈다) 그래도 우리 언니 아들인데요.
#54 생고깃집 앞(밤)
-필승의 차가 와 멎는다. 필승, 내려서 입구로 향하는데.
-벌컥 문 열리고 뛰쳐나오는 연욱과 마주친다.
필승 : (놀라 멈칫)
연욱 : (눈물 글썽한 채 보는)
필승 : (눈물에 놀라) ?!
연욱 : (너무 서럽다) 준영이 뺏을려고 멀리 가라 그랬냐?
필승 : ?!!!
연욱 : 우리 언니가 났지, 니가 났어? 우리 언니 아들이란말야! (뛰어간다)
-필승, 놀란 채 보다가 짚이는 게 있어 안으로 뛰어든다.
#55 룸
-큰형에게 대드는 필승. 화가 난 어머니.
필승 : 준영인 그냥 놔두자니까요! 왜 서러운 사람을 울리고 그래요 왜!
큰형 : 필승아.
필승 : (눈이 붉다) 불쌍하지도 않아요? 세상천지에 저 하나 달랑 남아서 저렇게 사는 것도 애달픈데
왜 못괴롭혀서 안달이냐구!
어머니 : (쿵 때리며) 이 놈이 어디서 소릴 지르고 그래, 니 형이 뭘 잘못했다구.
필승 : 어머니, 생각해봐요. 우리 가족들 다 잃고 어머니 혼자라고 생각해봐요.
형도 생각해봐. 이렇게 잔인한 짓이 어딨냐구!
큰형 : (착잡하고)
어머니 : 그게 지 팔자면 그래야지 어떡하겠어. 곧 결혼한다며. 결혼해서 지 자식 낳고 그럼
준영이가 눈에 들어올 거 같애?
필승 : 그럼 그때 가서 끊든가, 아직은 아니잖아요. 저 혼자 외로워서 어떻게 사냐구요!
아버지 : (들어서며) 그만 해라.
-모두들 돌아본다.
아버지 : 필승이 말대로 해. 준영인 보게 해줘.
어머니 : 영감.
아버지 : (버럭) 내 말대로 해! 토씨 달면 당신부터 쫓아낼 거야!
어머니 : (찔끔)
큰형 : (굳은)
필승 : 고맙습니다 아버지. (뛰어나간다)
#56 생고깃집 앞
-뛰어나와 차에 오르는 필승. 경고등을 올리고 급히 출발한다.
#57 달리는 버스 안
-넘어오는 울음을 꾸욱 참고 있는 연욱. 핸드폰 울리자 확인하고 배터리를 뺀다.
#58 필승의 차 안
-신호음만 가다가 안내음으로 가자 핸드폰 덮고 악셀 밟는 필승.
#59 버스 안
-겨우겨우 참고 있는 연욱. 힘들다.
#60 성준 사무실
-수화기 들고 있는 성준. 역시 신호음만 가자 끊고 잠깐 생각하다가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61 원룸 안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주저앉아 엉엉 목놓아 우는 연욱.
#62 원룸 앞
-필승의 차가 달려와 멎는다. 필승, 내리면서 불 켜졌나 확인하고 뛰어들어간다.
#63 현관 앞
-뛰어와 멈추는 필승.
-(E)연욱의 울음소리.
-필승, 너무 아프다. 잠시 생각하다가 초인종 누른다.
#64 원룸 안
-초인종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우는 연욱. 엉엉... 너무 서럽다...
#65 현관 앞
필승 : 연욱아.
#66 원룸 안
-돌아보는 연욱.
필승 : (E) 연욱아, 나랑 얘기 좀 하자.
-상관없이 계속 우는 연욱.
#67 원룸 앞
-성준의 차가 달려와 멎는다. 서있는 필승의차를 보고 놀라는 성준
-필승의 차. 지붕 위에 선명하게 올라앉은 경고등.
-휙 룸을 올려다보는 성준. 그 굳은 표정!
#68 현관 앞
필승 : 연욱아. (반응 없자 손잡이를 비틀어본다. 열린다. 잠시 망설이다가 들어간다)
#69 원룸 안
-필승이 들어와 다가온다.
-서럽게 울며 돌아보는 연욱.
-필승, 마음이 아프다.
연욱 : (일어나 아무거나 집어던지며) 가! 뭐하러 와! 꺼져! (벽에 걸린 글러브도 던진다) 가!
필승 : ...
연욱 : 그래 우리 남이야! 누가 아니래?! 꺼져줄께! 꺼져주면 되잖아!
필승 : (덥석 안는다)
연욱 : (밀어내며 때린다) 남의 집에 왜 들어와! 가 이 도둑놈아!
필승 : (눈 붉어진 채 꼬옥 끌어안으며) 미안하다. 무조건 잘못했다.
연욱 : (힘 빠진다. 안긴채 침대에 주저앉으며 엉엉 울어댄다)
필승 : ...
#70 현관 앞
-우뚝 서서 문을 노려보는 성준. 연욱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두 눈...
#71 원룸 안
필승 : (등을 토닥이며) 준영이 만나. 이젠 괜찮아. 눈치 보지말고 만나.
연욱 : (울음 삼키느라 끅끅 목이 아프다)
-그때 벌컥 문 열리고 구둣발로 뛰어드는 성준.
-놀라서 쳐다보는 두 사람. 침대 위에서 안긴 채 울고 있으니 가관이다.
-성준의 핏발 선 눈.
필승 : (이 일을 어쩌나, 일어나며) 성준아. (하는데)
-성준이 주먹을 날리면서 연욱의 비명소리.
-나가떨어지는 필승.
-성준, 달려들어 필승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연욱 : (붙잡으며) 왜 이래! 이거 놔! 안놔? 놔!
필승 : (너무나 간절한) 성준아 오해하지 마라.
성준 : (독오른 야수처럼 으르렁거리는) 만나지 말라고 했지.
연욱 : (그 말에 놀라 멈칫) ?!!!
필승 : (다급한) 차성준, 오해다 이건. 제발 내 말 들어.
성준 :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약속했잖아!!!
연욱 : (약속이라니! 성준을 봤다가 휙 필승을 쳐다보는)
성준 : 마지막 경고야. 다시 한번 어기면 (이 앙물며) 죽여버릴 거야.
-순간, 성준의 뺨을 철썩 갈기는 연욱.
-필승, 큰일이다! 놀라고!
-성준, 필승의 멱살을 놓아버리며 성난 눈으로 연욱을 확 돌아본다.
연욱 : 형부한테 손대지 마. 안그럼 내가 죽여버릴 거야.
필승 : !!!
성준 : (모멸감에 그저 성난 눈으로 보는)
연욱 : 니가 뭔데. 나한테 형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필승 : (간절히 붙잡으며) 그게 아니라니까. 이러면 안돼 연욱아.
연욱 : 넌 내 팔다리를 잘랐어.
필승 : (순간 힘껏 연욱의 뺨을 때리고)
연욱 : (뺨 돌아간 채 멍한) !!!
성준 : (놀라 필승 보는)
필승 : 성준인 아무 잘못 없어! 내가 그랬어 내가! 내가 너 보기 싫어서 안본다고 했어!
연욱 : (필승을 쳐다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원망스런 눈빛이 가득하고)
성준 : (성난 눈으로 둘의 미묘한 기류를 번갈아보고)
필승 : 차성준, 나랑 얘기 좀 하자.
성준 : 필요 없습니다. 나가십쇼.
필승 : !...
성준 : 나가라구요!
연욱 : 나가지마.
성준 : 나가란 말 안들려요!
연욱 : 나가지마. 셋이 얘기해. 어떻게 된 건지 다 얘기 해.
필승 : (순간 혼란의 도가니고)
성준 : 나가실래요, 제가 나갈까요.
연욱 : 가지 마 형부.
성준 : 넌 가만 있어!
연욱 : 니가 가만 있어! 형부 가지 마.
-필승, 어깨를 늘어뜨린 채 돌아선다. 처참한 그 표정.
그 뒤로 보이는 연욱의 안타까운 모습.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