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바위산(立石山, 1042m)
◈ 위 치 : 강원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막골
◈ 일 시 : 2014. 08. 09. 토요일 날씨 : 맑음, 바람 강함, 기온 : 28℃
◈ 참 석 자 : 동문산악회원 33명과 동행
◈ 등반코스 : 제3주차장 ► 아막까치골 ► 전망바위 ► 소원바위 갈림길 ►
정상 ► 막골 삼거리 ► 막골 ► 제1주차장 ► 제2주차장
◈ 총 4km, 소요시간 2시간 30분
☞ 약수공원 소나무 숲 아래에서 펼쳐놓은 야유회 장소는 우리가 놀기에 아주 그만이었다. 가장자리에 정자가 두어개 있고 물가 가운데 쪽으로 너른 평상이 하나 턱 버티고 있어 그 위에 걸터앉아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며 모두 입맛을 찼다. 때대로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덮치는 탓에 겉옷을 들쳐 입어야만 했다. 한쪽에서 구워대는 돼지갈비의 구수한 냄새가 코끝에 와 닿아 입가의 주름을 앙탈지게 했다.
아침 7시를 넘어 출발한 버스는 무실동에서 박광하(7회) 선배를 태우고 중앙고속도로를 올라섰다. 조성호 국장의 일정 안내와 강태규 회장의 인사와 함께 오랜만에 동참을 한 박순조 초대 회장의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준 인사말로 이어졌다. 박창규(36회) 후배의 ‘남원주의료생협’ 개업인사를 대신하여 떡을 후원해 줬다며 무지개떡이 손에 쥐어졌다. 따뜻한 것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특별히 야유회를 겸한 제110차 산행이라 행운권 추첨이 있어 경품을 제공한 동문들이 소개 되었다.
영월을 지나 남한강을 달렸다. 김삿갓면과 중동면을 지나면서 시골 풍경이 살며시 눈에 들었다. 한동안 가물었던 계곡에 제법 물이 늘어나 풍족함을 보여 주었으며 포도과수원이 많이 보였다. 오늘 처음 데리고 나온 친구 김영구 대원과 자리를 함께 하며 차창 밖의 경관에 감탄을 했다. 울산에서 오래 생활하다 한 달 전 원주로 이사를 했기에 이 친구와 자주 근교의 산행을 하다가 오늘 동행을 제의하자 기꺼이 따라 나섰다.
9시를 지나자 봉우재 삼거리가 나왔으며 커다란 입간판이 발길을 잡았다. 좌회전을 하여 봉우교를 지나 북쪽 방향으로 진입하였다. 길은 외길이었고 지나는 차량은 별로 없었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바위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1주차장을 지나자 왼편으로 이상한 형상의 큼직한 콘크리트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조국장 말로는 숯가마공장과 찜질방이었으나 현재는 부도가 나 휴업 중이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제2주차장을 지나며 이곳이 우리의 야유회 장소라며 아무도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목적지인 제3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15분이고 우리는 이곳에서 하차를 했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산행준비를 한 후 처음 참석한 대원들의 소개와 인사를 나누었다. 야유회를 기념하자며 바위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었다. 하늘은 맑고 상쾌한 바람이 볼을 스쳤다. 36회 김대정, 곽봉기 대원을 선두로 하고 김부연(34회) 총무 가족을 후미에 두어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으나 풀숲이 우거져 쉽게 들머리를 찾지 못했다. 겨우 이정표를 확인하고 나무에 걸린 꼬리표를 보고서야 풀잎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찾았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탓에 어제 내린 비까지 합해져 시원함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이슬이 자꾸만 발에 걸렸다. 나무숲이 우거져 햇살이 비집고 들어 올 틈이 없어 등산로는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다. 보랏빛 영아자 꽃과 키큰 며느리밥풀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약 10여 분 올라가자 오른편으로 된 비얄이 나타났다. 진달래와 철쭉이 우거진 가파른 오르막은 쉽사리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찼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후미에서 쉬어 가자고 고함이 터졌다. 쭉쭉 뻗어 하늘로 치솟은 근사한 금강송이 보기에 좋았다. 역시 강원도 산세가 만만치 않다며 영구가 엄살을 떨었다. 남해안에 제11호 태풍 ‘할롱’이 지나가는 탓인지 간혹 세찬 강풍이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덕분에 땀이 별로 나지를 않았다. 시원해서 좋기만 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너덜지대를 지나 10시경 작은 마루금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했다.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앞에 놓인 정상을 쳐다보니 그 위세가 범상치 않았고 아래쪽으로는 지나온 도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가 온 탓에 드문드문 커다란 버섯이 수줍게 솟아올랐다. 소원바위까지는 300m 거리다. 오른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으나 그 방향이 아니라 우리는 왼편으로 돌아 내려갔다. 가파르고 바위가 있어 미끄러운 탓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놓았다. 모두 무사히 내려왔고 삼거리에서 일부는 소원바위에 소원을 빌기 위해 50여 미터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만 했다. 협곡의 나무사이로 선바위의 위용이 보이고 치악산 입석대보다 못하다며 눈을 깔았다. 조 국장은 이곳에서 제2 주차장으로 바로 하산을 했다. 야유회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몇 명도 함께 따라 내려갔다.
선바위 정상까지는 0.8km고 그곳으로 올라가는 길도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제법 가파르고 밧줄이 매어 있어 그 위험성을 알 수 있었다. 오래된 느릅나무와 참나무가 피로함을 달래주고 보라색 노루오줌 꽃이 지천이다. 더러 흰색 모싯대가 보였다. 축축한 등산로는 오히려 먼지가 이러나지 않아 좋았다. 간혹 참취가 흰색 꽃을 피웠고 단풍취가 눈을 사로잡았다. 때때로 전망대에서 시야를 넓히기도 했으며 아래는 절벽이라 간담이 서늘했다. 강경수(19회)와 여성대원들이 있어 놀래 켜 줄 양으로 대들었으며 보기 좋게 성공을 했다. 오르막을 어렵사리 발에 힘을 주어 가며 올라섰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이었다.
돌덩이 몇 개가 전부인 정상은 좁고 엉성했다. 주변의 소나무는 말라 죽어있고 덕분에 사방이 훤하게 잘 보였다. 3자 정도의 자연석으로 된 아담한 표지석에는 ‘선바위산 반석 김종익 해발 1,042m’가 한글로 음각되어 있다. 인증샷을 해야 한다기에 16회 동기인 영구와 영익, 의순과 구옥을 대동하여 멋지게 한방을 찍어댔다. 그 와중에도 영구가 가져온 시원한 캔 맥주 한잔에 목을 축이기도 했다.
바로 하산키로 하고 배낭을 집어 들었다. 올라올 때처럼 내리막길이 험난했다. 미끄러운 탓에 아주 조심해야만 했다. 결국 영구가 한두 번 넘어지고 말았다. 20여분을 어렵게 내려서자 계곡이 보였다. 날머리까지는 1.9km다. 수량이 풍부해서인지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렸다. 묵골 계곡을 끼고 내려서는 길이라 역시 조심해야 했다. 단풍나무가 보여 가을철이면 그 풍광이 기가 막힐 것이라며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 골이 깊어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려웠고 바위를 돌아 작은 폭포수가 이어졌다. 이런 계곡을 서너 번이나 건너야 했고 더러는 길을 잃어버릴 뻔도 했다. 나무에 달린 꼬리표가 구세주였으니 말이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제법 우렁찬 모습이었고 그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원함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괜한 욕심이었다. 길가에 떨어진 다래와 돌배가 보이고 둥근 이질풀과 여우오줌이 앙증맞았다.
시원스럽게 내달린 계곡을 벗어나 제1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0분이다. 따가운 햇살이 남아 있어 포장길을 따라 야유회 장소까지 걸어 올라가기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영익, 영구와 함께 터덜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다. 먼저 하산을 마친 박순조 회장이 담배 가게를 찾아 내려오다가 우리를 보고 기다려 주었다. 아침에 본 숯가마공장을 지나며 여러 가지 추측을 해대기도 했다. 아까운 건물이 썩어 간다며 아쉬워했다. 산사나무에 열매가 달리고 노란색 마타리 꽃과 분홍빛 원추리, 붉은색 칸나와 해바라기 밭이 보이고 도라지꽃이 만발해 있는 길을 따라 약수공원에 도착하였다.
쾌 너른 평지에 잔디가 깔려 있고 소나무가 있어 자연스럽게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 아래 자리를 잡고 33명의 대식구가 삼삼오오 둘러앉았다. 17회 김호섭, 조춘수, 이재희, 이창원, 유봉헌 동문들이 후원을 해 준 덕택에 준비한 야유회 음식은 돼지갈비와 생맥주 등이었다.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생맥주를 따라 우선 박삼성(4회) 선배에게 권하고 곽호석(12회) 선배에게 잔을 돌리니 무척 반기는 모습이다. 오늘 처음 나왔다는 원용만(24회) 동문이 사진을 찍기에 분주했으며 강회장의 사회로 야유회는 깊어갔다. 숯불에 구운 갈비 맛을 음미하며 건배사를 하고 “스스로, 더불어, 알차게‘를 외치다 보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어 이창하(15회) 2대 회장의 건배와 17회를 대표하여 김호섭 동문의 답사를 들었다. 주고받는 술잔만큼 우정도 자라는 모양이라며 한바탕 웃음꽃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행운권 추첨에서 보여준 미담은 우리의 정을 더욱 음미케 해 주었다. 3:1의 만만치 않은 행운이지만 자꾸만 양보를 하는 통에 후배들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특히 생전 처음 당첨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황의순 대원은 경품으로 받은 우의를 꺼내 입고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어 그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순수함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욱이 임민식 기사가 내 놓은 접이식 자전거는 15회 은동호 동문이 당첨되었으나 역시 양보를 하여 오늘의 참석자 중 제일 연하자인 김 총무의 둘째 아들인 정진에게 돌아갔다. 넉넉함이 흘러넘치고 유익함이 배어나온 동문산악회 야유회라며 모두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중동면 녹전리 솔고개에 있는 명품 소나무는 정말 일품이었다. 광동제약의 상징인 솔표 사진에 나오는 그 나무라며 잊어버릴세라 기억을 담기에 바빴다.
하루의 풍족함을 담아 여유로움이 오후의 햇살을 받은 남한강 물위에 뒹굴고 있다.
첫댓글 역시 원고 Men 이십니다
역시 산행기가 작품입니다! 글을써야 되실분이 마도로스였다니 믿기질 않네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