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계좌이동제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의 고객잡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26일부터 계좌이동제가 전면 시행된다. 그동안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인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에서만 가능하던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는 은행 창구와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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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은 주거래고객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상품을 내놓은 바 있는데, 올해는 특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과 맞물려 고객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주거래고객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 창구에선 기존 거래고객들의 추가 통장 발급을 권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거래계좌는 월급통장이나 대출이자 납부통장으로 판단했는데, 카드결제나 휴대폰 결제대금을 계좌에 연동하면 주거래계좌를 추가 발급하고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은행에선 지난해 5월 ‘대포통장 피해방지 특별법’에 따라 통장개설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 증빙서류를 요청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공과비계좌를 신규 개설하기 위해선 공과금영수증을, 월급통장을 만들려면 재직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 등의 증빙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은행들이 주거래계좌를 적극적으로 발급하면서 기존 거래고객들의 통장 만들기는 오히려 쉬워졌다.
자동이체 간편변경서비스를 내용으로 하는 계좌이동제가 지난해 10월 시행됐지만 자동이체 건수는 하루 평균 5000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주거래은행을 옮기기보다 각 금융사에 분산돼있던 카드·보험·이동통신요금을 한 계좌로 일원화하는 작업이 많아 은행사별 영향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영업점, 인터넷 뱅킹 등으로 계좌이동제의 채널이 확대되면 관련 계좌이동제 상품들이 추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우대 금리 등 다양한 상품 출시= BNK경남은행은 지난해 11월 한동안 은행권에서 보기 어려웠던 2%대 특판 예금을 출시했다. 비대면 전용 상품인 스마트정기예금은 연 2.1%란 금리 혜택으로 400억원에 달하는 시중자금을 끌어들였고, 현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급여 이체, 공과금 자동이체를 비롯한 연금 이체 등의 실적에 따라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평생통장과 최고 2.6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BNK연리지적금도 내놓아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판 상품과 별개로 계좌이동제 전용상품인 정기예금 상품 3종의 수신금리를 각 0.15%포인트씩 인상했다. 가입기간 12개월을 기준으로 우리웰리치주거래예금의 약정 이율은 1.45%에서 1.60%로 올랐고, 우리웰리치100예금은 1.25~1.35%에서 1.40~1.50%로 높아졌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내놓은 특화상품인 ‘DGB주거래 우대예금’의 금리를 지난 15일부터 0.5%포인트씩 올렸다. 가입기간 6개월 이상 예금 금리는 종전 1.37%에서 1.42%로, 1년 이상은 1.42%에서 1.47%로 상승했다.
가입기간 2년 이상, 3년 예금금리도 각각 1.53%, 1.60%로 전보다 0.5%포인트씩 높아졌다. BNK금융그룹 경남은행과 부산은행도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우대금리를 적용한 상품을 내놨다.
◆비콘 등 특화 서비스 개발= 예금 우대 상품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와 서비스로 고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에 대비해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지주사의 협의체를 구성해 타 은행과 차별화된 고객관리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계좌이동 서비스 관련 홍보영상을 제작해 영업점 내 TV 방영과 직원들의 교육 강화에 힘쓰고 있다.
◆경남은행·부산은행, 비콘 서비스 준비= 지방은행도 비콘 서비스로 전략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비콘 서비스는 근거리 통신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생활에 필요한 할인과 이벤트 정보, 상품 소개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비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부산은행은 비콘 서비스를 통해 마케팅과 지급결제, 소상공인 지원 등에 활용할 방침이며, 경남은행도 본격 착수에 들어간 ‘신(新)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에 비콘 서비스를 탑재해 주거래고객들을 더욱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경남은행 스마트금융부 심성호 과장은 “신인터넷뱅킹시스템에 비콘 서비스를 넣어 준비 중이다”며 “고객들이 영업점에 방문했을 때 미리 스마트폰으로 추천받은 상품을 한 번 더 확인해 효율성이 높다. 아울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해 고객에게 질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행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기 위해 친절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업점별로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 엔젤’이라는 친절 담당 직원을 지정하고, CS강사를 정기적으로 파견해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동기 부여를 위한 친절 직원 포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참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 비콘 서비스를 시작한 DGB대구은행은 최근 모바일 ‘아이엠(M)뱅크’에 비콘 기술을 탑재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했다. 이 서비스는 200여 개 지역 소상공인과 제휴를 맺고 아이엠뱅크를 설치한 소비자가 가맹점 근처를 지날 때 모바일 쿠폰 등을 푸시알림으로 제공한다.
◆NH농협은행 경남본부도 고객 유치 적극= NH농협은행 경남본부는 다음 달 26일 은행창구에서도 가능한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타행과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고객별 맞춤 상품을 출시, 판매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NH성공파트너 패키지’를, 연금 수령 고객을 위해 ‘All100플랜 패키지’를, 급여고객 등을 위한 범용상품으로 ‘NH주거래우대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고객군별로 상품을 세분화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2월 계좌이동제 창구 시행에 앞서 대고객 안내와 혼선 방지 등을 위해 자체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는 등 고객안내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계좌이동제란?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 신규 계좌로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모두 16개 은행이 참여한다.
금융결제원의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인 ‘페이인포’와 전국 은행지점, 각 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의 가장 큰 효과는 등록된 자동이체 내역을 인터넷으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