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쇼생크탈출>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탈옥한 앤디가 레드에게 편지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죠.
"기억하세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요."
물론 영화에서 희망은 실현되었습니다.
레드가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 자유인의 삶을 만끽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니까요.
해피엔딩이어서 이 영화가 더욱 좋았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인간 심리의 견지에서 보자면,
저는 앤디의 저 말에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희망이야말로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의 멘탈을 부수는 마지막 일격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역설
"당신이 절망에 빠졌다면,
그건 당신이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희망의 역설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아마도 <스톡데일 패러독스>일 겁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1965년에 포로가 되고 8년이 지난 후 풀려난 유일한 생존자였죠.
미국으로 귀환하여 명예훈장을 받은 스톡데일이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크리스마스엔 나가겠지 했다가 절망하고,
부활절 땐 나가겠지 했다가 또 한 번 절망하고,
추수감사절 땐 나가겠지 했다가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그렇게 반복된 절망감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반면, 난 언제나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수용하고,
이 모든 일들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는 오히려 절망감을 키우기 쉽습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굳건한 마음가짐은
이 위기가 빨리 끝나지 않을 거라 예상하면서
어떻게든 좋은 날이 올 때까지 반드시 버텨 내겠다는 치열한 "생존 의식"일 수 있습니다.
"날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날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니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위와 같은 말을 했을까요?
'시련이 왔을 때 절망으로 변질되는 희망은 인간의 정신을 죽이기 쉽다.
그러니 상황이 저절로 나아질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최선을 다해 버텨내는 것이 어떨까?
그 과정에서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지옥에서도 살아 돌아왔다는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저는 만화 중에서 <드래곤볼>을 가장 좋아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파워업을 노리는 베지터를 보면,
이 위기만 넘기면 난 더 강해질 거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날 절벽으로 떠밀었기 때문에, 나에게 날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는 말이 있듯이,
힘든 위기를 겪고 계신 분들 모두,
지금이야말로 모르고 지냈던 날개를 활짝 펼칠 때일 지도 모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늘은 읽다가 조금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었네요 ㅜㅜ
회복탄력성 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키울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왜 갑자기 안선생님의 '포기하면 편해' 밈이 생각나는걸까요 ㅎㅎ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 루쉰 -
희망의 역설이라니, 오늘도 배웁니다^^
너무 들뜨지도, 또 지나치게 비관적이지도 않게 ‘그냥 한다’라는 그 감각,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죠.
희망을 품기보다는, 희망을 만들어갈 줄 아는 그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