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재미
어판장, 떡전골목, 채소전은 포항 죽도시장 안에서도 명소로 꼽힐 만하다. 어판장 골목을 들어서려면 우선 밭밑부터 조심해야 한다. 늘 생선 씻는 물로 질척거리는 곳이라 자칫하다가는 언제 반들거리는 구두코나 바짓가랑이에 시커먼 흙탕물이 뛰어들지 모른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온갖 비린내, 또 왁살스런 고함소리…. 하여간 아무리 우울증 환자라고 해도 일단 그 골목으로 들어서면 절로 신바람이 나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며 ‘그 도루묵 한 무더기에 얼마요?’ 혹은 ‘돈지, 이거 회가 되는거요?’ 하고 흥정을 하게 된다. 어판장이란 바로 그런 곳이다.
그런데 사실은 떡전골목도 그에 못지 않다. 장바닥이란 곳이 워낙 먹는 것을 위해 사람들이 들끓게 되는 터인데, 더구나 떡전골목은 즉석에서 입맛대로 배를 채울 수가 있으니 자연 인기를 끈다.
그러나 말이 떡전골목이지, 요즘은 그 곳도 묵자골목이란 새 별명이 붙을 만큼 세태를 따라 전혀 딴판으로 변해 버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떡전골목은 떡과 국수와 팥죽, 감주, 또 튀김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으나, 이제는 그보다 빵, 오뎅, 잡채, 순대, 닭발로 바꿔져버린 것이다.
떡전골목을 즐겨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아주머니, 아가씨, 학생들이다.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이 의외로 많은 자리를 차지해 있거나 또 젊은 여성들이나 학생들이 뻔질나게 들락거린다. 아마 시장 안에서도 가장 싸고 맛있는 것을 사먹으려면 떡전골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여긴 것일까.
어느덧 10여 년 전으로 흘러가 버렸으나, 한 때 나는 그 떡전골목에 발길이 잦은 적이 있었다. 포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30여 년을 이 곳에서 은거하다 돌아가신 수필가 한흑구 선생과 으레 동행하곤 했는데, 그 분은 이미 그 골목 안에 한 튀김집을 단골로 정해 놓고 있었다.
6 때 38 이북에서 월남했노라는 늙수그레한 영감이 기름때에 절은 앞치마를 두른 채 하루내 주로 고구마, 오징어, 새우, 달걀 같은 것을 기름에 튀겨 내느라고 눈코 뜰 사이가 없는 듯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튀김집은 전망이 좋았다. 나무탁자가 두셋 놓인 홀과 비좁은 방이 한 칸 딸려 있을 뿐이었으나, 그 방을 차지해 앉아 있으면, 떡전골목이 한눈에 훤히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마 그래서 한흑구 선생은 그 집을 단골로 삼은 것인지도 모른다. 천 원짜리 튀김안주를 한 접시만 시켜 놓아도 둘이서 2홉들이 호주 두어 병은 눕히게 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눈은 떡전골목을 향해 쏠리기 마련이었다. 아주머니, 아가씨, 까까머리, 단발머리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리며 떡과 국수와 팥죽과 감주와 튀김맛을 즐기느라고 여념이 없는 풍경이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여간 즐겁고 흐뭇하지 않은 터였다. 한흑구 선생이 ‘떡전골목’이란 수필을 쓰게 된 것도 그런 인연으로 해서였다.
죽도시장 안에서 맨 먼저 깨는 곳은 채소전이다. 어슴푸레한 새벽녘부터 벌써 트럭과 경운기, 오토바이, 리어카, 자전거 소리가 소란을 피우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채소전에 모여드는 장사치들은 십중팔구 촌사람들이다. 포항에서 이삼십 리, 혹은 사오십 리 안팎의 시골에서 채소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신새벽부터 서둘러 채소전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나는 가끔 그 채소전에 장를 보러 다니곤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바쁘게 자전거를 타고 그 곳으로 달려가면, 미처 해가 떠오르기도 전인데, 벌써 그 곳은 푸성귀와 사람들로 북적댄다. 방금 버스에서 내린 시골 노파나 아낙네들이 산나물 보따리나 상추 광주리를 목이 휘도록 머리에 이고서는 종종걸음을 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 걸음이라도 더 빨라야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는 터였다.
흰 비닐 보자기에 산나물을 수북히 쌓아 놓고 앉아 있는 산골 노파 앞에서 나는 걸음을 멈춘다.
“이 산나물 얼마지요?”
“예. 몽땅 오천 원만 내소. 심심산중의 것이라 약이시더. 아직 마수도 못했구마.”
노파는 애원하듯 소리친다. 아마 노파는 어제 왼종일 이 산나물을 캐려고 하염없이 이 산골짝 저 산비탈을 헤매었으리라.
“천 원어치만 주십시오. 제가 마수를 해드리면 오늘은 재수가 놓을 겁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소.”
노파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천 원어치를 골라놓고, 아예 한 줌 더 얹어 준다.
그러나 파는 노파보다도 사는 내 편이 훨씬 더 즐겁고 흐뭇한 줄은 아무도 모른다. 장꾼에게는 그 날 하루의 재수가 마수걸이에 달려 있을 때가 많은 모양이다. 마수걸이를 한 사람이 수월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면 하루내 그런 사람이 줄을 잇게 되고, 만일 그렇지 않고 까다롭고 인색한 사람이 걸려들면 그 날 장사는 고달프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채소전을 찾아갈 때마다 나는 아직도 마수걸이를 못해서 쩔쩔 매는 장꾼들에게 한결 수월하고 너그러운 첫 손님이 되고자 한다. 결코 한 푼어치도 깎지 않고 부르는 대로 또 주는 대로 고분고분 마수걸이를 해주고 나면,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서 마누라에게 구박을 받을 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
‘여보, 산나물은 어제도 사오지 않았어요?’ 혹은 ‘상추는 아직도 어젯것이 그대로 남았는데 또 이렇게 사왔어요?’ 하는 마누라의 핀잔은 당연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장꾼에게는 마수걸이에 못지 않게 또 떨이가 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어슴푸레 땅거미가 짙어오는데, 아직도 장사가 끝나지 않아 툭툭 털고 일어날 수가 없는 것처럼 딱한 노릇도 드물지 않으랴.
떨이를 못해서 가장 곤욕을 치르는 것은 어판장의 생선장수들이다. 생선이란 것이 워낙 하루를 넘기게 되면 제값을 밭기는커녕 자칫하다가는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 터라, 만일 떨이가 되지 않으면 그 날 장사는 망치고 만다.
어쩌다 퇴근길에 나는 일부러 어판장을 돌러가곤 한다. 매우 드문 일이기는 하나 하루내 파김치가 되도록 악다구니를 벌여도 아직 떨이를 못해 초조해 있는 생선장수의 짐을 덜어주려는 마음에 절로 발길이 그 곳으로 돌려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 원, 혹은 이천 원만으로 팔다 남은 생선을 떨이해 주고 나면 어쩐지 내 발검을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손에 들고 가는 것이라고는 꽁치 댓 마리가 들어 있는 비닐 주머니뿐인데도 아는 왜 그처럼 흥겨워지는 것일까. 그래 봤자 또 마누라에게 반도 못 먹고 버릴 것을 왜 자꾸 사오느냐고 핀잔만 받를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볼수록 나는 날마다 마수걸이와 떨이의 삶을 이어나가도 싶다. 이것도 한 사는 재미가 아닐까.
- 손춘익/ '사는 재미'중에서 -
- 2006년 09월 05일 아침 태백산맥(太白山脈)
太白山脈
- 출처 http://geulbang.wo.to
- 사진 임대식(rimds@hanmail.net)
- 음악 Canon / Cusco
| |
| |
|
세상의 중심에서
싱그러운 하루 맞으십시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
|
| |
鷄龍山 東鶴寺
2006. 08. 2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천정골-삼거리능선-남매탑 삼거리-삼불봉-자연성능-관음봉-은선산장 터-동학사
비가 온다는 소식에 계룡산으로
산행 시작 전부터 비가 내리고
다른능선에서는 안개구름 때문에
삼불봉에서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갑사 방향이 보이고
관음봉길에서 삼불봉
다시, 안개구름은 계룡산 능선을
안개속에서 겨우 가까운 풍경만
관음봉,쌀개봉도 운무속으로
산행중에 처음으로 햇살이
관음봉 길이 희미하게 모습을
멀리 황적봉과 동학사가 보이고
지나온 길도 희미한 모습으로
천황봉의 탑과 쌀개봉의 모습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날씨가 맑아서
셧터를 누릅니다,식사는 중단하고 ^^
바로, 뒷쪽에서 진한 구름이 달려오고 있기에
관음봉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렸습니다, 세상이 보이기를
관음봉에서 문필봉을 끝으로 더 이상의 풍경은 허락하질 않고
은선폭포 아래 계곡에서
동학사엔 구름사이로 햇살이
삼불봉 방향의 하늘은 가을
계룡산 파업?^^ 오늘 7시간여를 산행하면서 하두 사람만나기가 어려워서
인적없는 수덕사에,아니 동학삽니다
동학사입구 모정이있는 풍경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
빛.... 늦었지만 오늘 제가 받은 보너스
10시에 시작한 산행이... 이제 이곳 저곳에 어둠이
총무스님의 넉넉함이 자비로운 길상암
길상암 앞 동학사 계곡
가을로 가는 산사의 뜰에는 여름꽃들이 향기를 전하고
구름사이로 얼굴내민 햇살은 사찰주변에 후레쉬를 터트린 듯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햇살은... 제게 담에 또,오라하네요
계룡산과 동학사를 오늘 저 혼자서만 만나고 오는 기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