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CEO 걱정’하는 국토부 고위관료,
그 안일한 인식이 안타깝다
재해 줄일 방법 찾지 않고 CEO 면책에만 신경쓰나
국토교통부의 철도 부문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임종일 철도안전정책관의 발언이 놀랍다. 지난 12월 14일 임 정책관은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이대로라면 한국철도공사나 국가철도공단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매년 사상 사고가 발생하는 철도 현장에서 재해법을 원문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를 감당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나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중대재해법이 기업의 CEO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라고 여기는 낮은 인식수준을 국토교통부 고위관료의 입에서 듣게 되니 씁쓸하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후진적인 재해를 막자는 취지다. 그리고 특히 중대과실이 확인되는 재해에 대해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해서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산업재해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경영을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임종일 정책관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2021년에도 20건 이상 발생한 사망사고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라는 것이지 공기업 CEO 자리보전을 걱정해줄 때가 아니다. 임종일 정책관의 말은 철도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를 ‘불가피한 것’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은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낸 <주요 국가간 산업재해율 변화 추이 비교분석>(2020)에 따르면 일본, 독일, 미국, 영국의 산업재해 현황과 주요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해당 국가들에 비해 산재발생율이 높고 감소폭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길 때 산업재해 발생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업장 내 산업재해를 줄이는데 핵심적인 것이 바로 경영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는 곧 경영실패를 의미하는 것이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 같은 것이 아니다. 또한 2021년 철도 현장에서만 잠정 2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국토교통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 보다도 훨씬 높은 사망자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다치고 죽는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경영의 실패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는데도 방치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다.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관료 인식이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관료들은 어떤 수준인지 알만하고, 또한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의 인식은 어떠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임종일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이야 말로 왜 중대재해법이 필요하고 시급하게 발효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국토부 고위관료의 입에서 중대재해법의 취지가 부정되는 것은 그만큼 국토부가 철도안전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한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는다면 당연히 CEO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정신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그러니 죽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토부가 해야 할 일이다. [끝]
2021년 12월 20일
공 공 교 통 네 트 워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