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한의 경락설(經絡說)에서, 소광섭의 프리모管系로(BHS/PVS)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양약과 한약을 꼭 구별해야 하는지? 해묵은 갈등이다. 정복과 공존, 자연의 조화(造化)와 인간의 조화(調和) 역시 생각이 깊어지는 말들이다. 인간의 지식이란 것이 자연에 대해 얼마나 오만한지? 겸손한지? 성장과 발전, 문명과 문화에서처럼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의 갈등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의학, 서양의학의 범주를 벗어나는 대체의학도 있지 않은가? 현대의학이 알고 있는 인체의 구조는 약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80%도 엄연히 작용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기(氣)의 존재와 접근에 대한 의학계의 관심은 과학의 발달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형체가 없는 '기'를 현대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봉한학설'이다.
기(氣)와 생명한국인들은 “기운이 없다.” “기가 찬다.” “기가 막힌다.” 등 일상생활에서 기(氣)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1960년 초 경락의 해부학적 실체를 밝히려는 시도가 있었다. 1941년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평양의대 김봉한 교수는, 1961년 8월 ‘경락의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을 내놓으면서 ‘봉한학설’을 통해 경락의 실체를 밝히려 하였다. 특히 북한 정권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연구 논문을 5편 발표했다. 당시 김봉한 박사는 “경혈자리에서 지름 0.5~1.0mm 형태의 작은 조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조직은 원형이며 원형 내 여러 가닥이 다발로 돼 있다고 했다. 김봉한은 경혈 자리의 조직을 ‘봉한소체’로 불렀고, 각 봉한소체가 연결된 관을 ‘봉한관’으로 불렀는데, 바로 봉한관이 경락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인체를 구성하는 순화계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신경계, 혈관계, 림프관계 세 가지 이다. 그런데 김봉한(金鳳漢, 1916~1966?)은 계가 한개 더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것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계인데, 그는 자기이름을 따서 경락계를 봉한계(Bonghan System, BHS)라 칭하였다. 혈관 속에 봉한관이라는 가는 줄에 액체가 흐르며, 그 액체 안에 있는 ‘산알’이 세포의 재생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다. 한의학의 경혈, 경락을 포함하는 전신에 그물처럼 분포된 순환체계를 봉한체계라 부른다. 이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필요한데 봉한관은 사람이 죽으면 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봉한학설이 정립되지 못하였지만 지금도 한의학에서는 혈 자리에 침을 놓는 등 엄연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김봉한 학술논문은 1961년부터 5년간 발표한 경락연구 내용은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경락의 실체를 입증 하였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면역세포의 순환계인 림프계만 인식했으나 김봉한은 제3의 순환계인 "경락계"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인체에는 기가 흐르는 12경락과 기경8맥을 경락계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체는 6장(심장, 간장, 폐, 비장, 신장, 심포)과 6부 (소장, 담, 대장, 위장, 방광, 삼초)의 12경락과 8개의 기경 (임맥, 독맥, 양교맥, 음교맥, 양유맥, 음유맥, 대맥, 충맥)으로 나뉘어 기와 혈이 흐르고 있다. 12경락을 큰 도로에 비유하면 8기경은 각 도로를 잇는 사이길 또는 뒷길이라 할 수 있다. AFP통신은 1962년 2월 13일 "영국의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가 17세기초 혈액순환계를 처음 발견한 것에 비견할 만한 엄청난 연구 성과"라고 전 세계에 타전했다. 하지만 김봉한과 봉한학설이 국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공동철의 저술로 김봉한의 일대기는 물론 봉한학설의 가치와 의미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일반인들도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주요 연구연대기는 아래와 같다.
1956년 김봉한 팀이 동의학 과학화 연구에 착수
1961년 8월에 「경락의 실태에 관한 연구」라는 첫 논문 발표
1963년 11월에 제2논문 「경락 계통에 대하여」를 발표
1965년 4월 15일에 개최된 「조선 경락 학회 제1회 학술보고회」에서 제3논문 「경락 학설」과 제4논문 「산알학설」을 발표
1965년 10월에 제5논문을 마지막으로 발표
봉한학설이나 봉한관은 김봉한이 주장하여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김봉한은 경성제대(옛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평양의대 생리학 교수 겸 북한 국립연구소 ‘경락 연구원’ 원장을 지냈다(1964). 1961년 8월 경락 실태와 그 관계라는 논문을 발표를 시작으로 1963년 경락연구의 새 성과에 대한 논문 등 자신의 학설을 담은 5개의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경락관(봉한관)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봉한관'은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김봉이 주창한 봉한학설 중 경락의 실제로 지목된 생체 조직이다. 경락(經絡, Meridian)은 인체 내의 기혈(氣血)이 흐르는 통로인 경락은 경맥과 락맥으로 나누어지는데, 인체를 종단하는 주된 노선을 경맥이라 하며 이들에서 더욱 세세하게 가지를 쳐서 나오는 것들을 낙맥이라고 한다. 경혈(經穴)은 경락이 지나가는 곳 중에 경맥과 장부의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지점을 가리킨다. 경락이 도로라면 경혈은 정류장에 해당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김봉한은 생물체의 몸에는 혈관, 림프관과 별도의 순환계(봉한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경락이라고 주장하였다. 경락은 봉한관과 봉한소체, 산알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고, 봉한관은 다발형태를 띠고 있으며, 각 봉한소관은 봉한액의 고유한 운동에 의해 전신을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 형태로 순환하고 있다. 봉한관은 봉한소체라는 특정 지점을 기점으로 하여 뻗어나간다. 이 봉한소체가 바로 경혈의 위치와 같은 곳에 있다. 봉한관과 봉한소체에는 산알(살아있는 알)이라는 것이 흐른다. 산알은 미분화 줄기세포와 유사하여, 상처가 난 곳 등에 공급되어 그 부분을 재생한다. 봉한관은 혈관 내벽 속에 지름이 50㎛(마이크로미터)의 가늘고 연약하고 투명한 조직이다. 이 관에 액체가 흐르며, 그 액체 안에 있는 '산알'이 세포 재생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 봉한학설이다. 간단히 말하면 봉한관은 경락이고, 봉한소체는 경혈이다. 산알은 경락에 흐르는 줄기세포의 씨앗에 해당한다. 생물체가 사망하면 봉한관은 사라진다. 따라서 해부학적인 검증은 불가능하다.
봉한학설은 현대의학에서 비과학적으로 간주하던 경락의 실체가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김봉한이 숙청당하고 봉한학설은 1967년 이후 사라졌고, 김봉한도 자취를 감췄다.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봉한학설의 연구의 중단에 대해 많은 설이 나돌았다. 대표적으로는 봉한학설에 대한 학문적 비판인데, 과학자들이 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그 방법을 기술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 둘째는 김봉한과 그의 연구에 대한 언급은 1966년 이후 북한의 공식적인 글에서 갑자기 사라졌는데 권력 다툼의 희생으로도 볼 수 있다. 셋째는 생체실험과 윤리문제 그리고 신분상의 한계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봉한학설은 당시 서양의학자들의 주목을 이끌었지만 얼마 안 있어 세계의 많은 의학자에게서 비판을 받았다. 어쩌면 서구인들의 협소한 시야 때문에 기(氣)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공동철, 《김봉한》. 학민사, 1992; 공동철 《김봉한 2》. 학민사, 1997).
봉한학설은 비록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연구는 중단되었으나, 그 내용은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994년부터 국내에서 봉한관에 대한 연구가 재개되어 봉한관 감별법과 채취방법 등이 국내 학술지에 발표됐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아졌다. 그 후 2008년 서울대의 소광섭(1945~2021)과 그의 연구진이 나노형광입자로 프리모관을 염색하는데 성공하였다. 2009년에는 암조직 주변에서 경락과 프리모관 조직이 발달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프리모관과 암 전이의 관련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0년 봉한관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가늘고 투명한 관을 특수기법으로 염색하여 발견하고 이 관을 이태리어인 프리모(primo, 중심적, 원초적, 핵심적)를 붙여 프리모관계(管系, Primo Vascular System, PVS)로 명명했다. 염색법은 ‘트라이판 블루’를 이용하였는데 이관은 림프관과도 다르고 혈관과도 다른 제3의 체계임이 확인되었다. 또한 소 교수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는 봉한관을 흐르는 산알의 DNA의 생명정보와 빛 에너지”라며 “신경은 전기로 신호전달을 하는 반면 경락은 빛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체계로 봉한경락은 몸 안의 ‘광통신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소광섭 연구팀의 프리모관 연구 성과가 발표되면서, ‘암 전이의 중요 통로로 경락의 실체가 밝혀졌다’는 뉴스가 2011년 과학기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광섭은 특수 형광염색법을 개발해 토끼와 쥐의 큰 혈관 속에서 거미줄처럼 가늘고 투명한 줄인 봉한관을 찾아냈고, 장기 표면에서 채취한 봉한관 속에 흐르는 액체의 속력을 측정했다. 봉한관은 온 몸에 퍼져 있는 새로운 순환계의 통로며 그 안에 흐르는 액체에 있는 ‘산알’은 세포 재생을 담당한다. 소 교수팀은 특히 봉한관에서 산알을 추출, 산알 속에 DNA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원자 현미경을 사용해 산알 형태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김봉한이 제시한 ‘봉한관’이 프리모(PVS)로 변모한 것이다. 봉한관은 혈관과 림프관 속에 존재하는 얇은 관이다. 현대의학의 정설에 따르면 혈액과 림프액 안에는 별다른 구조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부 한의학자들은 혈액과 림프액 안에도 구조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봉한관인 ‘프리모’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경락(經絡)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신경은 전기로 신호전달을 하는 반면 경락은 빛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 체계로 봉한경락은 몸 안의 ‘광통신 네트워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학계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여겨졌던 ‘기(氣) 흐름’의 실체가 입증되었다는 주장이다.
현대의학이 알고 있는 인체의 구조는 약 20%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도 약 80%는 더 새로운 연구의 대상이란 말이다. 그러나 서양의학은 경락의 존재와 침술을 공인하지 않는 방향이다. 현대의학, 또는 양방(洋方)의학이라는 서양의학은 기(氣)를 인정 하지는 않으나 인체의 전기, 생체전기 신호는 인정하는 모양새 이다. 동양의학이라는 한의학에서는 기(氣)를 수천년 전부터 지혜롭게 이용해 오고 있다. 서양의학에서 경락의 존재와 침술의 공인은 서양의학의 자존심의 실추와 서양의학계의 대변혁을 의미하지만 과학의 발달만이 양방향(兩方向)의 거리를 좁혀줄 것이다. [2023.04.17]
* ps 내용상 착오가 었으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