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돌아가는 날이다.
대장님 덕택에 아주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마음껏 즐겼다.
날씨가 나쁘다고 못 간 곳이 없다.
갈 곳은 다 갔다.
가서 길이 막혔으면 이내 다른 곳으로 옮겨 한 순간도 시간을 헛되게 보낸 적이 없다.
알차고 알차도다.
기장은 제대하면서 집에 가서도 군대에서 하듯 만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군대에 갔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내무반장 말 한마디가 졸병 열 삽보다 낫다.
기장은 짊을 싸고 푸는데 두서가 없다.
바쁘기는 왜 그렇게 바쁜지.
옆집 포장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벌써 텐트를 다 해체해서 꾸려 놓았다.
그리고 남들을 돕는다.
기장 들었다 놓았다 몸은 분주하기 한이 없다.
설거지 당번인데 언제 설거지하고 또 언제 텐트를 내리나?
결국은 설거지 당번에서 쫓겨 났다.
간신히 짐을 싸고 출발시간에 맞추었다.
밤 하늘의 별과 함께 보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왔지만 야속하게도 별은 하루만 보여주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도 첫날 밤 진사님께서 해주던 별나라 이야기는 마음을 어릴 적 고향으로 끌고 가고도 남았다.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다.
집을 향하여 출발
대장님이 그냥 휭하니 집으로 가시겠는가?
이 잡듯, 쥐 잡듯 악착 같이 구석 구석 뒤지며 내려가시겠지.
Harmony Borax Works에 들린다.
Bad Land에서 흘러 들어간 소금 끼가 Bad Water Basin에서 증발하고 변하여 Borax 덩어리가 되어 엉겨 붙으면 이들을 모아 이곳으로 옮겨 Borax를 정제하던 공장이다.
그 즈음에는 황금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던 그 뒷 자락의 이야기 일 것 같다.
1849년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들던 사람의 무리를 49ers라고 불렀다.
뜻 밖에도 Borax가 발견되면서 그 용도와 효용이 높이 평가되면서 그 값이 금값이 되었다.
김치가 너무 맛있으면 금치라 부른다.
누런 황금보다 값어치가 더 나가면 금이다
금보다 더 좋으면 하얀색을 띠었으니 White Gold.
Gold Rush 때에 중국에서 많은 노동력이 제공되었다.
그 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공장에서도 일을 했다.
Zabriskie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중국인들도 함께 기억함이 마땅하리라.
대장님은 내친 김에 Borax Museum으로 발을 옮기신다.
당시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야외 전시장에 진열되어 있다.
우리 나라는 1890년대에 전화나 기차가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우리도 그리 늦은 편은 아닌 듯 보이나 마차 바퀴 하나가 그렇게 큰 것을 보고는 정말 놀랐다.
더 놀란 것은 궤도 차가 아니 탱크 같은 철마가 다녔다는 증거를 보고 감탄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물레방아 수차 바퀴도 그렇게 크다니.
어려서 이런 말을 듣고 자랐다.
미국 놈은 키만 큰 게 아니고 똥도 크다고.
그렇다고 키가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고 우리의 자존심을 굳이 찾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큰 것 만이 제일은 아니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 든 작게 만든다.
핸드폰도 작을 수록 좋다.
역시 한국 사람은 맵다.
이제는 오던 길을 따라 돌아간다.
Mesquite Flat Sand Dune을 지난다.
Stovepipe Wells를 지난다
Death Valley는 또 안개에 젖어..
온 천하가 안개에 묻혀 있다.
그리고 이 고갯길이 가장 험난하다.
포장은 이럴 때 Engin Break를 사용하라고 오래전 일러 주었다.
대장님은 이 언덕을 내려올 때 가장 낮은 기어를 사용하라고 지시하셨다.
잠시3호 차는 운전사 교대식을 갖는다
원님이 운전대를 잡으신다.
법대로 애국가 제창에 이어 맹세를 거쳐 교대식을 마치고 출발이다.
그 어려운 코스를 원님 덕분에 무사히 넘어 Panamint Valley길을 따라 나간다.
도중에 선행 차가 멈춘다.
왜 일까?
잠시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 본다.
온 사방이 노란 꽃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4일간 비가 내려서 대지를 촉촉히 적시니 꽃이 피기 시작하여 제법 위세를 드러낸다
이렇게 갑자기 많이 필 줄이야.
장숙님과 대장님이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갈 수 있으면 Pinnacles로 간다
가면서 점점 더 크게 공장의 모습이 들어오고 굴뚝에서는 흰 연기인지 김인지 습한 날씨를 타고 하늘로 난다.
가끔 냄새가 나는데 상쾌하지 않다.
화학 공장임에 틀림없다.
공해 공장이려니 지레짐작을 해본다.
지나는 연변에 폐허 된 집들도 보이고 죽어가는 도시처럼 보인다.
Searles Valley Society Rest Area에 도착한다.
비는 그쳤지만 그래도 쌀쌀하다.
아침 출발 전 준비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다.
서준이에게는 춥다고 라면을 끓여서 따끈한 국물을 먹인다.
할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호강하는 장면이다.
Searles Valley historic Society에서 이곳을 관리하면서 안내판도 세우고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데 설치된 안내판의 색갈이 퇴색하여 기울어가는 이곳 마을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하다.
퇴색한 글 과 사진은 읽기 어렵다.
날씨도 춥고 자세히 읽어 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대강 대강 읽고 눈에 넣어 마음에 새기고 돌아섰다.
이곳 마을 이름은 Trona다.
이집트 어원으로 소금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Borax나 Trona는 같은 뜻을 지니고 있고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Death Valley Harmony Borax Works에서 만든 Borax를 Mojave 까지 20 Mule Team 날랐다고 쓰여 있었는데 그곳이 이 Trona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곳 Trona에서 그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그 공장이 지금 연기를 피우고 있는 저 공장들 중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아마도 그럴꺼라고 대장님이 거들어 주신다.
이 곳에서도 Searles Lake처럼 지금은 말라 비틀어진 호수지만 오가며 보던 소금 밭에서 또 Borax를 모아 정제하고 이곳 공장으로 옮겨 제품을 만들었겠지
제품들은 Trona 길과 나란히 달리는 기차길을 이용해서 전 세계로 팔려 나가면서 Borax를 White Gold로 만들었지.
Borax Pinnacles 까지 펼쳐진 분지에서 모여들고 가라앉아 형성되는 Borax 덩어리를 긁어 모아 정제했을 것이다.
Borax Pinnacles entrance가 보인다.
갈 수만 있다면, 갈 수 있는데 까지 우리는 간다.
대장님 앞서신다.
산사람 그 뒤를 따른다.
원님이 따른다.
대장님 차가 술 취한 사람처럼 나간다.
산사람 차가 곤드레 만드레 차가 되어 나간다.
3호차 그냥 서있다.
4호차 갈래야 갈 수가 없다.
3호차가 막고 있으니까.
1호차 되돌아 나온다.
2호차 대장님이 나간 곳까지 가서 방향을 틀어 나온다.
3호차 낮은 기어가 힘이 좋은 것을 안다.
후진 기어가 더 힘이 좋은 것을 안다.
방향 전환을 하지 않고 후진으로 빠져 나온다.
연이어 2호, 1호차가 나온다.
서울 BBQ에서 저녁을 먹고 진사님 댁에서 짐을 풀고 정리하기로 한다.
우리는 Palmdale Mcdonald에서 모였다.
Tufa 와 Pinnalce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하나는 모여서 석회석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모여서 소다석이 되었단다.
초록이 동색이고 그녀석이 그녀석이다.
Mono Laked의 Tufa나 Trona의 Pinnacles는 같은 원리로 만들어 진 같은 것이라고 하신다.
마지막 중간 목적지 식당으로 향한다.
그런데 계획이 변경된다.
집에 물난리가 난 사람이 있다.
집에서 혼자 물을 푸는 이가 있으니 먼저 가야 한다.
우리는 전체를 위해 한 사람이 희생하기를 즐거워한다.
그러나 한 사람을 위해서 모두가 희생하기를 더 좋아 한다.
그럼 가야지, 혼자서 얼마나 수고 하고 계실까?
우리는 다시 계획을 수정한다.
처음처럼 서울 BBQ로 간다.
그 사이 열심히 노력해서 집안으로 물이 들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는 낭보가 날아 들었기 때문이다.
원님 집은 여기서 5분 거리다.
아들이 퇴근하고 집에 있어 모시러 왔다.
참 보기드문 착한 아들이다.
장차 메디컬 그룹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견도 들었다.
포부도 능력만큼이나 크다.
꼭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확 밀어 닥친다.
그리고 우리는 진사님 댁에 들어가기 전, 차에 가스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도착했다
끝이다.
포장님이 들려준 독일 속담이 생각난다.
끝이 좋아야 시작이 좋다.
끝은 시작에서 출발한다.
다른 시작을 기대하면서
첫댓글 갔다와서 감기로 호되게 고생하곤 오늘 어찌다 열어보니
역시 멋진 글이 올랐네요
기장님은 절대 치매는 안 걸릴게다
언제 그 것 머리에 다 넣었노...? ㅋㅋ
갔다온 모든 그림이 다시 머리속에 박히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도 다시 배우고...
오는 길 구름으로 앞이 안 보였든 산길 가슴 조마거리며 넘었든 걸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합니다 ㅎㅎ
시상에, 우예 이리 자세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지?
산행을 넘어 역사 공부까지
아무튼 대단들 하십니다.
비가 와서 감시들지 말기를, 차가 미끄럼 터지 말기를 매순간 기도하며 마음 조렸는데...
ㅊㅊ 혼자서 야단했네요. 부끄럽게도...
이리 건강하게 재미나게 비도 슬 쩍 피해가면서...
송화 만세, 만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