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 너무 덮다. 어디로 떠나야 하나?
인제 방태산 아침가리골 백패킹
오지 중의 오지, 6·25사변도 빗겨간 심산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오지이다. 계곡의 아름다운 비경과 맑은 물로 원시림에 온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다. 한 여름에도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는 "삼둔 사가리"라 하여 일곱 군데의 피난지소를 기록하고 있는데, 난을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곳이란 뜻으로, 전하는 말에는 피난굴이 있어 잠시 난을 피했다 정착했다는데서 유래된 곳들이다.
지금은 피난굴은 찾을 수 없고 세 곳의 삼둔과 네 곳의 사가리만 남아 있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사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명지가리, 연가리, 곁가리로 예로부터 인정하는 오지 속의 오지들이다. 이러한 피난지들이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에 집중된 이유는 다름 아닌 지형지세에서 찾을 수가 있다.
아침 한나절 잠시 비춰주는 햇살이 소중한 땅. 그 삼둔사가리의 중심이요 오지 속의 오지로 불리는 아침가리는 한자로는 조경동(朝耕洞), 풀어 쓰면 아침가리가 된다. 높은 산봉우리들에 가려 아침 한나절에만 잠깐 비춰지는 햇살에 밭을 간다 하여 붙여진 마을 지명이다. 산세가 험하고 한나절이면 밭을 다 갈 수 있을 정도로 농토가 협소하다는 뜻이다.
아침가리골은 지금은 마을과 식당들이 있고 지방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지만 방태산(1,435.6m), 구룡덕봉(1,388.4m), 응복산(1,155.6m), 가칠봉(1,240.4m) 등 대부분이 1천m가 넘는 고봉들로 둘러싸여 과연 이런 데서 사람이 살았을까 할 정도로 믿기 어려울 만큼 험준한 곳이다.
하지만 찾아가는 길목이 그럴 뿐 일단 마을로 들어가면 다르다. 신기하게도 그곳은 대부분 안락의자를 연상케 하는 아늑함과 함께 널따란 공간이 펼쳐진다. 마을 앞으로는 사철 마르지 않는다는 계곡을 끼고 있고 알맞을 만큼의 농토도 있어 세상을 등져야 할 사연을 가진 이들이 정착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아침가리골 진동계곡은 시원함은 물론 물이 오염되지 않아 여름 피서지로 그만이다. 아침가리골 백패킹은 2007년부터 수차례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정말 특이하고 멋있는 트레킹으로 기억된다.
등산에서 요즘 흔히 쓰는 용어의 '백패킹(backpacking)'이란 캠핑야영과 계곡물길 워킹이 대표적인데, 아침가리골 트레킹과 같은 경우에는 계곡 물길을 몇킬로나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배낭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김장용 비닐 등으로 배낭 속 물건들을 단단히 포장해야 한다.
원래의미의 백패킹은 ‘짊어지고 나른다’라는 뜻으로, 1박 이상의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정해진 구간을 여행하는 것이다. 등산과 트레킹의 묘미가 복합된 레저 스포츠로 산의 정상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는 점에서는 트레킹과 유사하지만, 주로 계곡이나 냇가, 섬 해안 등을 끼고 발걸음을 옮기거나 캠핑야영한다는 점에서 트레킹과 구별된다.
아침가리골 계곡트레킹은 진동1리마을회관(진동2교, 갈터쉼터)에서 조경교까지 수중트레킹코스 만 편도 약 6km, 3시간 반-4시간 정도 걸린다. 같은 코스로 왕복 원점회귀한다면 12km, 7-8시간 걸리겠지만, 이는 너무 강행군이 되므로 이보다는 방동교-방동약수-방동리고개-조경교까지 편도 약 6km 숲길을 걸은 후(1시간 30분-2시간 소요), 조경교에서 진동1리 마을회관까지 수중코스로 내려오는 방법이 비교적 어렵지않고 일반적이다.
방동교-방동약수-방동고개-조경교 코스는 평범한 숲길 코스이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가 있다. 가장 실속있는 아침가리골 트레킹 요령은 보통 진동1리 갈터쉼터 앞에서 택시로 방동고개까지 간 후(택시비 35,000원 정도로 비싼 편) 방동고개에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방동고개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인데 차도 폭이 좁아 택시 수준의 작은 차 만 진입이 가능하다. 방동고개에서 조경교까지는 약 1시간 정도 편한 내리막숲길이다. 방동고개에서 인적사항을 신고한 후 출발한다.
트레킹은 최대한 줄이고 시원한 물놀이만 즐기고싶은 분들에겐 진동1리 마을에서 바로 계곡으로 진입하여 어느 정도 걸어올라가다가 계곡 물이 깊고 주변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1-2시간 또는 2-3시간 쉬면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물놀이 목적의 단체트레킹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많이 택하기도 한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은 주로 물길을 따라 걸어야 하므로 반드시 일기예보를 참고하고, 야영지는 물길 가까운 데를 피한다. 또 강을 건널 때는 물이 깊거나 물살이 센 곳은 리더가 앞장을 서도록 하며, 깊은 곳은 가능하면 우회하는 것이 안전하다.
진동계곡은 깊은 곳은 허리 이상 빠지는 곳도 있고 물살이 강해서 안전을 위해 로프를 걸고 건너야 하는 곳도 수시로 나타난다. 신발은 등산화나 미끄럼 방지 깔창이 있는 아쿠아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바위에 부딪칠 경우 매우 위험하긴 하지만 급류속으로 다이빙하거나 헤엄치는 산우도 있고, 가슴 위까지 빠지는 깊은 계곡물을 건너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물살도 제법 세므로 물깊이 및 물살세기에 따라서는 로프를 연결하여 안전을 도모해야 할 경우도 적지않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