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 27. 수행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
願諸道者는 深信自心하야 不自屈不自高니라.
원제도자 심신자심 부자굴부자고
바라건대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어,
스 스로 굽히지도 말고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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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은 본래 평등하고 보통 사람(凡)과 성인(聖)[의 구분]이 본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미혹됨(迷)과 깨달음(悟), 보통사람과 성인[의 구분]이 있게 됩니다.
선사(師)의 격려와 가르침(激發)으로 인하여 [어느 순간] 홀연히
참된 내(眞我)가 부처와 더불어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단박(頓)[의 깨달음]’입니다.
이것이 ‘스스로 비굴해지지 말라’는 [것의] 이유이니
“본래 한 물건(一物)은 없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깨달음으로 인하여 잘못된 습관(習)을 끊게 되고
보통 사람을 바꾸어 성인이 되게 하는 것이 ‘점진적(漸)[인 수행]’입니다.
이것이 ‘스스로 자만하지 말라’는 [것의] 이유이니
“때마다 부지런히 [잘못된 습관을] 떨쳐내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비굴해진다(屈)’는 것은 교(敎)를 배우는 사람들의 병이고
‘자만한다(高)’는 것은 선 수행을 하는 자들의 병입니다.
교를 배우는 사람은 선 수행의 방법(禪門)에 깨달음에 들어가는 비결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방편(權)인 교학에 깊이 정체되어(滯, 막혀서)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의 구분에] 특별히 집착하며 참선 수행을 닦지 않습니다.
남의 보배(他珎寶)만 헤아리고(數) 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서고 비굴해지는 것을 내는 것입니다.
선을 수행하는 사람은 교학을 통한 방법(敎門)에 [잘못된 생각을] 닦아서
끊어버리는 바른 길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기에 비록 더러운 습관이 일어날지라도
참회(慚悔)[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므로 [선 수행의] 결과의 정도가 비록 초보라 할지라도
가르침에 대한 자만함(法慢, 잘 모름에도 자만함)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거만한 말을 하는(發言) 것입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마음을 닦을(修心) 뜻을 얻는(得意, 결심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비굴해지지도 말아야 하며 스스로 자만해지지도 말아야 합니다.
평하여 말하자면, ‘비굴해지지 말되 자만하지도 말아야 한다’라는 것은,
간략하게 들[어 말하자]면
[깨달음을 향한] 첫 마음이라는 원인(因)에 결과(果海)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
곧 수행의 제일 첫 단계(一位)를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것이고,
크게 들[어 말하]자면 보살이라는 수행의 결과(菩薩果)는
수행의 원인이 되는 근거들(因源)을 완전히 이루어야 [얻어진다는 것],
곧 수행의 가장 마지막 단계(五十五位)[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