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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었는데...
참 길게만 느껴졌다.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다.
"남자 한명에 여자가 두명이야..."
뭐가 어떻게 된걸까...
아무리 머리를 짜내봐도 추측같은 게 안되는 상황.
이 와중에도 "Hi?"하고, 웃으며 먼저 들어온 언니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 남자...
무거운 캐리어 두개를 침대 아래쪽으로 넣고있는데,
이 언니들 둘이서 속닥속닥 대화를 나눈다.
그러더니 이 아저씨에게 돈을 준다.
이 아저씨 "땡큐~" 하더니 나가버리는데...
밖에서 못들어오고있던 언니도 따라들어오고...
유레카~~~
그 아저씨는 짐꾼이었던 것이다.
연약한 언니들 짐꾼을 고용했나보다.
이제, 국적을 추측 해 본다.
중국, 아니면 일본일텐데...
이들의 대화를 살짝 들어보니~
일본사람이다.
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난생처음 타보는 침대기차에 아리따운 일본인 언니 두명과 함께하게 되다니...
대충 짐 정리가 된 것 같길래, 바로 멘트 날려주신다.
"I`m from Korea. ... From Japan?" 하니 환하게 웃으며 맞다고 하며 엄청 반가워 해 준다.
일본인은...
이야기만 들어봤지, 실제로 접촉 해 본 일이 없다보니...
제작년 카오산로드에서 일본인 언니에게 말 걸었다가 싸늘하게 무시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일본사람과의 한 방 쓰는 것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친해지려면...
음식을 나누는 것이 최고!
시장에서 사온 망고를 나누어 주니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받는다.
내친김에 파인애플도 나누어주니, 답례로 쿠키가 돌아왔다.
맛이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기억 하나도 안난다.
처음 만난 일본언니 두명과 한방에서 자야 할 일을 생각하니, 약간은 두렵고 떨린다.
미혼인 Chan은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냥 누워서 자려나보다.
한국에서의 다람쥐쳇바퀴 시간표대로라면 이시간쯤...
한참 꿈나라에 가 있을 시간이었지만,
얼른 말 걸어본다.
내일 어디갈꺼냐고... 우리는 일요박하시장 간다고...일요일 아니면 못보는 곳이라고...
그랬더니, Kanae라는 친구의 눈이 반짝인다.
이친구는 박하시장에 가고 싶어했고, Miki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우리가 박하시장에 간다고 하니, 꼬치꼬치 묻는다.
"로컬버스로 한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올때는 12시에 출발하는 버스타고 오면 되고, 우리도 사파에 갈꺼다."
2층에 앉아있는 나와 1층의 두명이 대화하기에 좀 각이 안나온다.
내려가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허락 해 준다.
영어가 짧은 구리오돈...
영어로 안되니 일정표 가져다가 한자랑 섞어가며 의사소통에 나서고...
초등학교때 서당에 삼년이나 다녔건만, 이미 20년이 넘게 지나서인지 기억은 안나고...
나는 대한민국 대표이고, 이들은 일본대표인데...매너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 조심스러웠다.
Kanae는 영어가 수준급이고, Miki는 다행이 나보다 한 수 아래인듯...
주로 Kanae와 대화하면, 다시 일본어로 Miki에게 통역 해 준다.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고, 학교숙제로 6개월간 여러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중이고...
이 과정을 이수하여야만 졸업이 가능하단다.
입을 딱 벌리고 놀라자, 일본 학교가 다 그런 게 아니고, 이 학교만 그렇단다.
3월에 한국부터 여행했다고 한다.
어찌나 반가운지...
Kanae는 특히나, 한국가요를 좋아하여 그의 MP3에는 한국어로 표기된 제목들이 꽉 차있는 걸 보여준다.
나이를 물어보니...Miki는 21살이고 Kanae는 이보다 약간 언니다.
이들은 결국 우리를 따라서 박하시장에 가기로 했다.
이야기가 정리되고...
(2층이 내자리, 내 아래에는 Kanae 자리다.)
잘 준비를 한 후에 천정에 있는 불을 끈다.(머리맡에 있는 불은 켜고잤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음큼한 생각이 들었냐고 물으신다면...
내 나이보다 내 아들 나이와 비슷한 친구에게 그런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라고 말해주고싶다.
그저...처음으로 일본인 친구가 생겼고, 나에게 너무 잘해주는 그들이 좋았을 뿐이다.
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쌔근쌔근 자는 소리가 들린다.
Miki다.
살짝 내려다 보니...
정말 아기처럼 잘 잔다.
순진한 친구들이다.
만약...
나 같았으면...
마음놓고 잘 수 있었을까?
처음보는 외국인 남자들과 고립된 방에서 자는데...(내가 너무 나쁜상상을 많이 하나?)
하여간...든 생각이.
우리를 믿고 잘 자는 Miki를 보며 고마운 생각도 들었고, 일본인은 의심이 많다고 들어왔는데,
그말또한 기우였나보다 생각이 든다.
내 아래침대에 있는 Kanae는 잠을 못자는지 뒤척이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런저런 생각에 거의 30분이나 잠을 못자고 뒤척이다가 잠에 들었다.
(머리만 땅에 닿으면 자는 구리오돈의 특성상, 이건 엄청 긴 시간이었음)
......
4월 3일 아직 어두운 새벽 05시40분.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이번역이 라오까이 역이라고...
큰소리로 알리며 지나간다.
급히 짐을 챙기고 있는데, 열차가 점점 속도를 줄이더니 서 버렸고 사람들이 내린다.
급한마음에 서둘러 빠져나온다.
이친구들 큰 캐리어와 큰 배낭도 하나씩이다.
역을 빠져나오니, 삐끼들이 달라붙는다.
"사파갈래?"
"박하갈래?"
미니버스 호객행위인가본데, 이미 공부한 대로 무시하고 지나간다.
일본친구들에게 이들의 수법까지 알려주었다.
"저 버스타면 조기 앞에 있는 터미널에 내려주고 돈 띵겨먹는 애들이야"
한가지 문제는...
이들의 큰 짐.
어디 맡길곳을 찾아야 하는데...
삐끼중에 한명이 짐을 맡아준다는데, 어디 믿을수가 있어야지.
"우리 식당에 맡겨. 무료로 맡아줄께. 대신 점심에 와서 우리식당에서 밥먹어."
라는데...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삐끼 따라서 가 보니, 역 광장에 있는 큼직한 식당이다.
일본언니들, 이곳에 짐 맡기기로 하고, 캐리어를 맡겨두고 나왔다.
찬은...그냥 가지고 가겠다고 캐리어를 끌고 간다.
기차역을 등지고 200미터정도 가면 나오는 버스터미널.
공부 해 온 대로 6시 30분 출발인데,
요금이 다르다.
요금표에는 박하까지 35,000동이라고 써 있는데, 50,000동으로 올랐다고 한다.
버스에서 요금은 내면 된다고 버스에 타란다.
(처음으로 등장한 찬. 오렌지색캐리어끌고가고있고, 뒤에 따라가는 언니들이 Kanae와 Miki.)
베트남이 태국보다 편리한점을 하나 꼽으라면...
이들의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일본인 친구들에게 요금은 내릴 때 내야 또 돈달라고 하는 문제 안생긴다고 알려주었는데,
출발도 하기전에 차장이 돈 달라하였고, 난 아무생각없이 얼른 줘 버렸으니, 이친구들 엄청 헷깔렸을듯...
6시 30분에 출발한다던 버스는 25분에 출발하였고, 기차역앞에 가서 1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거침없이 달린다.
몇 정거장 안가서 웬 동양인 세명이 탔는데,
오지랖 넓은 구리오돈...
이번에도 물어본다.
일본에서 오신 분들이고,다큐멘터리 제작중이시라고...
바깥풍경 뿐 아니라 나와 내 친구들까지도 열심히 찍어가신다.
일본의 TV에 내가 나올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나온다.
Miki에게 나의 고릴라 삼각대를 보여주니, 이친구, 나도 있다며 꺼낸다.
열쇠고리인것 같은데, Miki는 정말 귀여운 친구다.
버스는 평화로운 시골길을 굽이굽이 달려가고, 기분은 날아갈듯 상쾌하다.
잘 달리던 버스, 급제동을 하며 핸들도 급하게 돌린다.
웬일이래...
세상에나...
소들이 길로 가고있었는데, 기사아저씨가 좀 늦게 봤나보다.
나도 미처 못보고 있다가, 앞에 있을 때 못찍고 옆으로 지나 갈 때 찍었다.
카메라맨 아저씨는 열심히 본업에 충실하시고...
중간중간 작은 시장이 열린것도 볼 수 있었고,
이렇게 공사하느라 정신없는 길도...
버스가 오면 다 지나가게 비켜준다.
작은 마을도 지나고...
굽이굽이 산도 넘어간다.
우리나라는 미시령이나 한계령 넘을 때 보면 걸어다니는 사람 거의 없는데,
신기하게도 이 산속에 오토바이를 타고가거나, 걸어가는사람들이 꽤 많다.
산을 올라 구름위로 올라가면 또 그위의 산이 보이고, 또 그위가 보이고...
생각보다 산이 꽤 높은데, 이 버스 잘도 오른다.
반쯤 온 것 같은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번 여행에서 비로인한 불편함만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왔는데...
박하까지 25Km 남았다는 이정표 지났을 즈음...
키작고 알록달록한 옷입은 여인 버스에 탔고 돈 내는 걸 보니, 1,000동이랑 500동 내는 걸 보았다.
"거리가 가깝고 현지인이라 싸게 받나보다" 못본 척 넘어가기로 한다.
내가 마음을 곱게 써서 그런지 내리던 비는 10분만에 그쳤다.
전통복장의 주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산 모자랑 똑같은 모자를 어러사람이 쓰고가네...
드디어 버스는 도착했는지 시동을 껐고, 우리는 내렸다.
화장실이 가고싶어 차장에게 물어보니, 없단다.
구리오돈은...얼마든지 아무데서나 해결 할 수 있지만...
일본친구들도 가능할까?
찬이 어디론가 갔다오더니 화장실을 알아냈다며 옆에 있는 절로 안내한다.
버스가 도착하면...시장 있는 반대쪽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절에 가서...화장실을 쓰고 나온다.
12시에 이 버스 이자리에서 다시 라오까이로 가는 것 몇 번이나 확인하고는 구경에 나선다.
여기는 시장초입으로 오토바이 주차장.
관찰결과, 오토바이를 맡기면 뭔가 적힌 종이를 주고 다시 찾을 때에는 이 종이를 내야 찾을 수 있다.
말로만 듣던 노상 이발소.
키가 작아 어린이만 있는 것으로 착각한 고산족 여인들.
동화책속에서나 봄직한 소를 끌고가는 소년.
이곳에도 약장사는 있고...사람들은 모여든다.
냉장유통이 아니라서 살짝 걱정 되었는데, 베트남 여행 내내 배탈 한 번 없었던 걸 보면 나쁘지 않은듯...
엿장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저울 또한 신기할 따름이다.
수박은...아무리 먹어봐도...우리나라 수박이 제일 맛있다.
바나나는...우리나라에서 보던것과 좀 다르긴 한데...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있어 도전 안해봤다.
다음주면 태국에 가야하는데, 쏭끄란 때 이거 들고가면 짱 먹으려나?
느끼한 음식도 잘 먹는 구리오돈.
이 도넛을 보니...
16년전 루마니아에서 먹었던 "고고쉬(도넛)" 맛일까 궁금하여...
도전 해 보았으나, 기름이 안빠지고 그대로 남아있어 하나만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마니아 도넛은 해바라기 기름으로 튀겨서...기름은 쏙 빠지고 엄청 맛있었는데...
자~~~
오늘의 도전과제 등장.
베트남까지 와서 웬 순대국? 하실분도 계시겠지만...
뭐든지 잘먹는 구리오돈 다른분의 여행기 보다가 꼭 먹어보려고 마음먹었던 순대국에 도전.
얼마냐고 물으니 다섯 손가락 쫙 펴보이길래, 50,000동 주었는데...
찬은 아래의 국수 시키고 5,000동만 내니 더 달라고 안한다.
이그...
말도 안통하고, 잔돈도 없어 10배 가격을 주고 먹게 되었다.
맛은...
구리오돈처럼 뭐든지 잘먹고, 도전정신과 용기있는 자만이 도전 해 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음)
전망이 가장 좋다는 소시장으로 이동.
이곳은 약간 높은곳에 위치 해 있어 시장이 내려다보인다.
소시장에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던 친숙한 누렁이도 한마리 있었다.
사진이 잘 안나왔는데, 활어도 있다.
이건 무슨동물인지...
막 멋져낸 듯한 가죽인데, 용도가 궁금했다.
고산족들중에 집이 먼 사람들부터 하나 둘 돌아가기 시작하면 시장이 파할때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파하기 전에 구경을 더 해 본다.
종교의식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가짜돈도 팔고...
저 말통에는 술이 들어있다.
들여다 봤더니 맑은 물처럼 맑은데, 독한술을 못마시는 관계로 구경만 했다.
이곳은...
담배를 피우는 곳.
돈을 내고 저렇게 앉아서 피우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구리오돈은 구경만 한다.
파인애플 하나에 5,000동씩인데...
두개를 산 이유는...
말이 안통해서...
이기도 하고, 이 아저씨 알아들었으면서 못알아들은 척 하나 더 팔았다.
5,000동짜리가 없어서 10,000동주고 두개 산 파인애플...(잔돈필수)
이 아이스크림은...
찬이 먹고싶어서 가격을 물었더니 터무니 없는 가격 불러서 결국 못먹고 돌아간 곳인데...
현지인이 사먹는 거, 한참을 염탐한 끝에 현지인 먹는 가격 내니까 안준다.
50,000동 달라기에 20,000동 주겠다니 안된다 하여 결국 30,000동에 먹었는데...
맛은...
두번은 못먹을 맛이라고 해야하나...
현지 어린이들은 환장하고 먹던데, 내 입맛이 너무 고급인가보다.
시장에서 다 따로 다녔기에...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 버스가 있던 곳으로 가 보았다.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Miki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진기는 Miki의 사진기인데...
사진기에 대해 문외한이라 처음보는거라 했더니 귀한 카메라란다.
미리 자리를 맡아놓았기에 우리는 앉아서 갈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낑겨서 갔다.
버스가 출발하면 가면서 내릴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계속 더 탔다.
자리는 좁고 사람들은 계속 타고...
열심히 일하던 차장아저씨...
행운이 온다.
글쎄...이정도면 약간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님말구...)
왔던길을 굽이굽이 돌아와 라오까이에 도착함으로써 박하시장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라오까이에 오니...
미니버스들이 있는데...
반갑게도 한국까지 다니는 버스인가보다.
비행기 놓치면...
이 버스타고 양정현대로 갈 수 있다니 베트남은 참 좋은나라임이 틀림없다.
첫댓글 순대국이 벳남에도 있엇군요 처음 보네요 벳남 개순대도 먹어 봤지만 먹을 용기는 안나네요...
개 순대요?
허걱... 그럼 혹시...제가 먹은 것도 개순대???
개순대는 저것보다 가늘고 색도 검정이고 개 내장으로 만들어서 뭐 여튼 개똥 같이 생겼는데 맛은뭐 그럭저럭ㅎㅎㅎ
베트남이 개고기를 우리 나라보다 더 사랑 하는것을 서양 외국인들은 잘모를거에요 ...
재미나게 잘 봣슴다~
계속 기대 하겠슴돠아~~ ^^
네, 다음편 바로 올리겠습니다.
저도 봤지요...캄보디아 여행중에 우리나라 버스가 수출된것....
캄보디아 국경에 울 회사 버스가 서있어서 깜놀했지요...
저렇게 글자를 지우지 말고 가져 오라는게 그들의 요구라고 하던말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울나라의 위상이 한류가 위력적이라는....
우리나라 관광버스도 많고...화물차들은 왜그리 "개별화물"이 많은지...
또다른 재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