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꾸는 꿈>
올해 내 희망은 술값 아껴서 그 돈으로 독립문 영천시장 미용학원에 등록해서 이발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이발사 면허를 따서는 사직터널 위로 해마다 개나리가 만발하는 언덕배기에 이발소를 하나 차려서 퍽이나 오갈 데 없어진 형님들과 술친구들을 맘 편히 오가게 하곤 장이야 멍이야 훈수도 두고, 때론 막걸리 추렴도 하고, 날 저물면 다시 영천시장 닭곰탕집으로 몰려가서 다 썩어빠진 정치 얘기는 말고 새로 시작한 연애 얘기나 실컷 떠들다가 귀가하는 것이다. 함께 저물어가는 사람들의 붉어진 눈시울을 바라봐 주는 것이다.
영산홍 화분을 몇 개 키우고, 손님은 하루에 다섯 명만 받고, 머리는 양철 조리에 물 받아서 내가 직접 감겨주고, 돈은 뭐 주면 받고 안 주면 다음에 받지. 비가 내리는 날엔 영업 안 할 거니까 다들 그렇게 아슈. 나는 꼭대기 청요리집에서 고운 애인의 손을 잡고 낮술에 취해 있을 테니까.
아, 그러면 나는 점점 더 가난해지겠지.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환하게 가난해지겠지. 그거 참 괜찮은 일. 국회의원 따위에 세금 바치는 일보다 보람 있는 일. 술값과 애인과 술친구와 가난만 남기고 늙어가는 거....
그런데 당장 술값을 아껴야 학원비를 벌 텐데.... 새해 벽두부터 대략 난망이로고나. 에구~ 시바,
【2020년 10이가 꾸는 꿈】
올해 내 희망은
술값 아껴서 막걸리 빗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주조 자격을 따서는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에
놀이터(微笑學校) 酒幕을 하나 차려서
퍽이나 오갈 데 없는 동무들과 술친구들을 맘 편히 오가게 하곤
장이야 멍이야 훈수도 두고,
때론 막걸리 추렴도 하고,
날 저물면 우르르 몰려서
다 썩어빠진 정치 얘기는 말고
새로 시작한 연애 얘기나 실컷 떠들다가 大醉하는 것이다.
손님은 하루에 다섯 명만 받고,
돈은 뭐 주면 받고 안 주면 다음에 받지.
비가 내리는 날엔 영업 않고 고운 애인의 손을 잡고 낮술에 취해 뒹굴자.
술값과 애인과 술친구와 興만 남기고 늙어가는 거…….
누구나 즐기고 싶지만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런 꿈 하나
그러려면 당장 술값을 아껴야 할 텐데……. 당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