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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국악에 접근하는 데에는 많은 길이 있다. 국악음반을 통해서 국악을 즐길 수도 있고, 국악에 관한 책을 읽어 국악이란 무엇인지, 국악에는 어떤 음악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고, 국악연주회에 참석하여 실제음악을 들음으로 감흥을 받을 수 있으며, 라디오나 TV의 국악프로를 통해서 국악을 감상할 수 있고, 교습소나 국악인으로부터 직접 국악이나 국악기 연주를 배움으로서 국악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국악에 접근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초보자를 위하여 국악음반의 저변을 살펴보고, 국악음반을 통해 국악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나 많은 국악음반이 발매되었는가? 한국 최고(最古)의 유성기음반이 1907년에 발매된 이래 5,000매 이상의 한국음악 관련 유성기음반이 발매되었으며, 그 중에서 국악음반(전통음악음반)은 2,500매 정도로 추정된다. 1959년 장시간음반(12인치 LP음반)이 국내에 선보인 이래 장시간 국악음반은 1,000매 이상이 발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카세트는 얼마나 많은 종류가 발매되었는지 그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음반매체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CD음반은 1987년 4월에 국내 최초의 국악 CD음반 [국악 제1집 <정악>](발매번호: SKCD-K-0004)이 SKC에 의해 발매된 이후 현재 790여종에 990여매의 국악 CD음반이 국내·외에서 발매되어 있다. LD음반도 4매가 출반되어 있다. | |
국악음반에 관한 목록은 한국고음반연구회가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한국음반학]에 발표하고 있으며, 국립국악원이 [국악연감]에 매년 발매된 음반자료를 싣고 있고, 한국음악사학회에서도 [한국음악사학보]를 통해서 매년 발매된 음반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누가 얼마나 제작하였으며, 어떤 음악이 발매되었는가? 990여매의 음반 가운데, 사가반 180여매, 해외에서 발매된 40여매를 제외하면은 770여매가 된다. 이 중에서 서울음반이 165여매로 제일 많으며, 그 다음으로 신나라레코드 93여매, 삼성뮤직 76여매, 오아시스레코드 52여매로 이어지고 있다. 국악음반은 많이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제작하지도 않으며, 한 번 발매되면 그로서 끝나는 음반이 대부분이다. 이 말은 제때에 구입해놓지 못하면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770여매의 음반 가운데 2/3 정도는 현재 구입할 수가 없다. 한 타이틀에 보통 1,000매 정도 팔리고 있으며, 3,000매가 팔리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음반을 어떤 장르로 구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민요음반이 가장 많이 발매되었으며, 다음으로 판소리음반과 창작국악음반, 산조음반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민요가 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팔리지 않는다면 안 만들을 것이다. 정악과 정가(시조, 가곡, 가사) 부분이 취약하면, 무속음악은 일본인에 의하여 녹음되어 제법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지만, 전통 불교음악은 전무한 셈이다. 많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창작국악(국악가요, 국악동요, 및 국악과 재즈 등 포함)음반은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전통어법으로 작곡된 초기의 창작국악(1930-1960년대)은 발매가 부진하다. 국악음반은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가? 물론 어는 음반가게에서나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중음악, 서양음악에 비해 잘 팔리지 않는 음반이라 동네 음반가게에서는 구입하기 쉽지 않다. 한 타이틀당 전국을 통틀어 3,000여장이 안 나가는 음반인데, 어느 도매상이 구색을 갖추어 소매상에게 보급하겠는가? 다행히 교보문고 음반점, 영풍문고 음반점, 신나라 레코드, 미도파 파워스테이션 등 대형 음반점에는 국악코너가 있어 국악음반을 구입 할 수가 있다. 파워스테이션 음반점의 가격은 언제나 할인가라 마음에 든다. 국립국악원의 국악박물관 내에 있는 음반점은 국악음반만 취급하는 전문점이다. 가격도 조금 싸다. PC통신에도 국악음반을 판매하기 위해 많은 목록을 올려놓고 있지만, 구입 가능한 것은 대형 음반점 국악코너에서 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지 못 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니,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대형 음반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세운상가 옆 음반점에는 대형 음반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염가반(일반반의 1/3수준)을 만날 수 있다. 국악음반을 소개한 책은 있는가? 서양 고전음악 음반은 [CD로 듣는 클래식 명곡명반], [클래식 CD 100 베스트], [명곡레코드 콜렉션 2001] 등 많은 소개책들이 발매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국악음반 전반을 소개한 책은 없다. 최근에 삼호출판사에서 출판된 [판소리 음반 걸작선](지은이:노재명)은 판소리 한 장르만을 다루고 있으므로 본격적인 소개서라고 보기에는 미흡하지만, 국악음반 분야도 소개책자가 출판되었다는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며, 계속해서 후속편이 발간된다고 하니 기대되는 바이다. 잡지로서는 서양음악을 다루는 음악잡지, [객석], [오디오 플러스 뮤직] 등이, 서양음악 음반이나 재즈음반 소개 뒤에 선심성으로 한두 페이지를 국악음반 소개에 할애하고 있는 정도이다. 국악음반에도 명반이 있는가? 국악음반에는 명연은 있으나 명반은 없다. 명반은 훌륭한 연주, 완벽한 녹음, 정성스러운 제작, 삼위일체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훌륭한 연주만 있다. 국악기 소리의 특색을 십분 이해하여 마이크의 종류와 위치를 선정하고, 국악 내용을 알아 믹서기를 적적히 조절할 수 있는 녹음기술자가 별로 없다. 일단 녹음된 자료를 그대로 음반으로 살아나게 하고, 깔끔한 자켓디자인과 해설서를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음반사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명반은 동일음악의 음반이 다수 발매되어 있을 때, 그 중에서 훌륭한 것을 골라 명반이라 하는 데, 국악음반의 발매 매수는 아직 여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국악음반을 소개할 때는 명반보다는 명연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또 서양음악은 누구의 연주를 명반이다 아니다라고 해도 별탈이 없지만, 국악음반은 연주자가 현존하거나, 연주자의 후손이나 제자들이 관련되어 있어, 명반이다 아니다라는 논쟁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초보자를 위한 교육용 국악음반은 있는가? 국악전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초보자를 위한 교육용 국악음반은 없다. 굳이 소개를 한다면, 도레미레코드사에서 1990년에 유아교육을 위하여 여러 국악기 소리를 소개하는 [유아재능개발 3 <국악>](STMCD-003)을 발매한 적이 있으며, 삼성뮤직에서도 [Classics for Kids <국악기 이야기>](SCO-115PNC)를 작년에 발매한 적이 있다. 인간문화재 신영희 명창이 자기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판소리 장면을 그대로 녹음한 [신영희 국악교실(판소리별)](YDCD-1005)이 예당음향에서 발매되었으며, 95년에 필자가 판소리의 장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SKC가 발매한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 5바탕에서 발췌하여, 장단 순(진양, 중중모리, 중중모리 등)으로 배열하여 기획한 [박동진 명창의 바탕소리로 듣는 <판소리 길잡이>](SKCD-K-0481) 정도이다. 할부용 국악음반전집은 어떠한가? 현재 음반가게에서 판매하는 국악전집을 제외하고 할부용으로 판매하는 국악전집은 3종류가 있다. 초보자는 이 음반 저 음반 골라서 구입하기 어려우니까 전집물을 사기 쉽지만, 이 3종류의 전집은 국악의 모든 장르를 보여주기 위하여 제작한 기획물이 아니고, 음반회사의 기존 레퍼토리 가운데서 발췌하여 국악전집이라고 명명한 것이기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전집은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주로 가지고 있는 곡 중에서 선별하여 제작된 삼성미디어의 [국악대전집] CD 30장, 신나라레코드의 곡으로 만든 메세나의 [우리가락 모음] CD 12장, 서울음반의 곡으로 만든 국악춘추사의 [우리소리 우리가락] CD 20장, 3종류다. 이 전집들은 해설책자을 첨부하였지만, 가격은 일반반에 비해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 다만 국악춘추사에서 출반한 [우리소리 우리가락]은 가격도 일반반과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고, 레퍼토리도 서울음반에서 가지고 있는 많은 곡 중에서 선별해서 제일 낳은 편이다. 삼성미디어의 30장 CD는 거의 대부분이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염가반으로 제작되어 종로나 청계천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음반, 복각반, 사가반이라 무엇인가? 고음반(古音盤)이라는 용어는 아직까지 국어사전에 보이지 않지만, 78회전의 유성기음반과 12인치 장시간음반(LP음반)이 나오기 전에 발매된 10인치 장시간음반을 통틀어 고음반이라고 한다. 20-30년이 지난 후에는 12인치 장시간음반도 고음반으로 분류될 것이다. 복각반이란 원래 유성기음반으로 제작된 음반을 장시간음반이나 CD음반으로, 또 장시간음반을 CD음반으로 제작한 것을 복각반이라고 한다. 현재 CD음반으로 제작된 음반 중에는 복각반이 많다. 일제시대 한국음악 유성기음반(SP)을 출반한 양대 산맥은 일본 빅터와 콜럼비아 음반회사였다. 빅터에서 출반한 음반은 서울음반이 1992년에 금속성 원반을 인수하여, 국악분야는 복각이 완료된 상태이다. LG미디어에서는 일본 콜럼비아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음악 유성기음반 원반 2198면을 DAT테이프로 전량 인수하여 복각하기로 하고 14집이 나왔지만, 작년에 국악음반의 영업이익이 부진하다고 출반을 중단하였다. 이미 녹음은 확보한 상태에서 손해가 나면 얼마가 난다고 LG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국악음반 출반 사업을 중단했다고 하니 안타깝다. 신나라레코드에서도 복각반을 많이 출반하였으며, 한국고음반연구회에서도 유성기음반 중에서 학술적으로 중요한 음악들을 발굴하여 복각반을 지구레코드를 통해서 [명인명창선집]으로 출반하고 있다. 사가반이란 개인이나 단체가 비영리를 목적으로 만든 음반이다. 대표적으로는 MBC에서 만든 [한국민요대전] 103매의 CD음반, 역사적인 음반이다. 국립국악원에서도 [한국음악선집]과 [국악동요선집]을 만들고 있으며, 문화재관리국에서도 보존하고 있는 자료로 CD음반을 제작 보급하고 있다. 개인이 만든 사가반도 20여매가 된다. 사가반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이 아니다. 녹음자료만 가지고 있다면, 1,000매 제작에 간단한 해설서를 첨부하여 2백만원 안쪽이다. 지금은 IMF시대라 조금 더 들것이다. 초보자에게는 어떤 국악음반이 좋은가? 책에도 스테디 셀러가 있듯이 국악음반에도 꾸준히 잘 나가는 음반이 있다. 황병기 교수의 가야금 창작곡집과 김영동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장의 창작곡집이다. 박범훈 교수의 창작음악과 국악실내악단인 어울림의 음반들도 계속 발매되고 있다. 전통적인 국악음반보다도 현대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음반이 잘 나가고 있다. 이는 국악 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인간문화재가 부르는 민요보다도 김영임이 부르는 국악음반이 많이 팔리고 있다. 크로스오버 음악인 국악과 재즈, 특히 사물놀이와 재즈가 한판 어울린 음반도 잘 나가는 음반이다. 복각반에는 명연이 많다. 그러나 음질이 열악해서 국악에 심취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랑을 못 받고 있다. 서울음반에서 복각한 "빅터유성기 원반시리즈"와 LG미디어가 복각한 "콜럼비아유성기 원반"시리즈는 다른 복각반과는 달리 원반에서 복각하여 음질이 양호한 편이지만, 잡음 하나 없는 CD음반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있다. 유성기복각반의 지글거리는 음악에서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만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은 국악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유성기음반에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판소리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 있어, 동편제, 서편제를 들을 수 있다. 현재 판소리 창자들이 "자기는 어느 명창한테 배웠다."라고 하지만, 유성기음반에 남아 있는 스승의 음악과 비교해보면 전혀 닮지 않았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누구류 산조라는 음악도 유성기음반에는 그 산조를 짠 명인의 음악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1910년대 우리 조상들의 대중음악이었던 국악을 복각반을 통해서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완창반이나 전곡반보다는 발췌반이나 축소반이 초보자에게는 어울린다. 춘향가전집 3-6장을 듣기보다는 한 장으로 된 춘향가나, 판소리 여러 바탕 가운데 눈대목을 모아 만든 발췌반이 듣기에 부담이 없다. 40-50여분의 긴산조보다는 10분 내외의 짧은산조를 몇 개 모아 젊은이들이 연주하는 젊은산조 음반이 산뜻하다. 한 장르의 음악만으로 구성된 음반보다 여러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된 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잘 못된 부분은 다시 녹음하고 잘라서 붙여 만드는 스튜디오녹음으로 만들어진 음반보다 연주회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아내는 실황녹음 음반을 서양음악 애호가들은 많이 찾고 있다. 국악음반도 추임새가 들어 있고, 청중들의 간간한 박수소리와 감탄이 전해지는 실황녹음 음반이 마음이 가지만, 아직 연주회장의 녹음장비와 녹음기술상의 문제로 권장할만한 것은 못 된다. 초보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국악음반이 있는가? 모든 길에는 왕도가 없듯이, 국악에도 지름길이 없다. 많이 듣고, 보는 것이 최상의 길이다. 우리의 음악인 국악을 가까이에서 듣고 즐길 수 있는 생활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