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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역사가 600년이 넘는 한 마을을 지키는 수령 600년 넘은 당산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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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행복도시가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상 전국 어디를 뒤져봐도 행복시는 없다. 사실 행복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공식 준말이다. 그러나 행정부가 대거 들어설 행복도시가 기능을 어찌하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이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질 수 있으니 딱히 행복도시가 아니라고 할 것도 아니다.
행복도시는 이중환상형의 구조로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의 중심부분인 장남평야는 그대로 두고 그 외곽을 도시로 구축하는 것으로 행복도시가 단순히 행정기능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생태, 문화 등 사람이 살기에 우선 적합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한 행복도시의 도시개념의 정립에 쾌재를 부르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으로 행복도시 예정지구에서 5개월째 민속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행복도시 내에 생태박물관 조성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농촌지역인 예정지구에는 개발의 논리가 아닌 민속사, 자연사적인 측면에서의 소중한 자료들이 대단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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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들을 모신 사당과 사당을 지켜온 수령 500년 넘은 은행나무. 이런 것뿐만아니라 사소한 것도 오래된 이 마을의 민속자료는 보존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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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당을 지키는 수령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하며, 마을 초입에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는 당산나무. 이 역시 600년 수령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상관없이 수 백년의 수령을 갖기란 매우 힘들다.
나무의 수령은 그 마을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마련이다. 사당을 지키거나 혹은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나무로서 오랫동안 마을사람들이 보호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그 마을의 역사가 그만큼 길다는 뜻이다.
6일 행복도시가 들어설 충남 공주 연기 지역을 찾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에서 예정된 개발로 인해 훼손되거나 소멸될 지역 민속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하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파견된 18명의 연구원들을 찾았다. 행복도시 예정지구에는 역시 부동산 중개업소가 눈에 가장 먼저 띄었고 그 다음으로는 여러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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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도시 건설 예정지 마을 초입에 흉흉하게 내걸린 현수막. '700년 조상땅을 어느 누가 강탈하랴'고 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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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백년의 조상땅을 어느 누가 강탈하랴', '노동력 없는 원주민 노후계획 수립하라', 등 해당지역의 갖가지 요구사항이 그 현수막의 펄럭임보다 더 절실하게 아우성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현장 분위기였다. 그러나 다른 개발지구와 달리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600년 넘게 조상 대대로 살아온 향토에 대한 보존 요구였다.
연구원 사무실에는 국립민속박물관 김홍남 관장을 비롯해서 5개과 과장 전원이 참석해 그리 넓지 않은 장소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이 들어찼다. 아직 정부의 계획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생태박물관 조성안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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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도시 내에 생태박물관에 대단한 의지와 당위를 표출한 김홍남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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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 조사 책임자 천진기 과장(민속연구과)나 이미 이대박물관장 재임시절 영암생태박물관(영암도기문화센터)을 건립한 경험이 있는 김홍남 관장의 눈빛은 강한 의지가 역력했다.
오는 7월에 확정되는 개발계획에 생태박물관 건립안이 포함되지 않으면 결국 600년 민속마을의 흔적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민속박물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애를 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박물관 건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곳의 세세한 민속자료와 문화를 샅샅이 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며 18명의 민속박물관 파견 연구원들은 자기들끼리 스스로 '실미도'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그곳에 파묻혀 조사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도록 해두었지만, 워낙에 마을행사가 주말에 집중되기에 그조차 수월한 일은 아니라고 현장 책임연구원 정명섭 학예연구관은 계면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행복도시는 워낙 대규모 개발이라 이중환상형의 도시구조도 생각해 볼 여유가 있다. 또한 이중환상형 도시구조의 핵심은 생태와 환경을 도시기능의 중심에 놓겠다는 친인간적 도시개념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인간형 도시의 개발에는 환경적 요소도 중요하고 그에 못지 않게 문화, 역사적 보존도 중요하다.
자연과 함께 하는 행복도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행복도시로의 균형된 마스터플랜을 위해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현장조사를 통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태박물관 후보지 몇 곳을 지정해서 관계당국에 건립안을 제기할 예정이다. 박물관의 건립안이 성사되면 행복도시 내에는 새로 유입되는 입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기능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진정한 행복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