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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4년 만에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꿰찬’.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수식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그 한 마디로만 수식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다. 꽤나 많은 양의 질문에도 꼼꼼히 답
하는 모습에선 진중함을,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에선 발랄함을, ‘전 옆모습보다 앞모습이 나은데, 앞모습
으로 찍어 주시면 안 돼요?’라는 주문에선 솔직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 최선주 Studio Zip
마음을 비우자
기회가 왔다
현재 조수빈 아나운서는 ‘9시 뉴스’와 ‘한 밤의 문화산책’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 ‘조수빈의 상쾌한 아침’을 진행하
고 있다. 금요일마다 방송되는 ‘한 밤의 문화산책’을 제외하곤 모두 데일리 프로그램이다. ‘정말 바쁘시겠어요’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출근 후엔 단 1분도 편하게 앉아서 쉴 수가 없어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하지만 조 아나운서의
말투와 표정에서 묻어난 건 피로감보다도 활력이었다. 이미 그녀는 남들보다 배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삶에 충
분히 적응한 것 같았다.
대학내일 (이하 ‘내일’) 저희는 대학 잡지이니까요, 조수빈 아나운서의 대학 시절에 관련한 질문부터 먼저 드리고
싶네요. 고등학교 때부터 언론인을 꿈꿨다고 들었는데, 그럼 대학 시절에도 그와 관련된 활동들을 하셨나요?
조수빈 (이하 ‘조’) 방송반 활동은 못 했어요. 동아리 대신 ‘국제 입양인 봉사회(Inkas)’라는 단체에서 입양인들에게
친부모님을 찾아주는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는 동아일보 정치부에서 인턴 기자를 했어요. 신문
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뉴스에 대한 열망을 키웠죠.
내일 : 대학생들에게 '대학 때 이것만은 꼭 해 봐라'라고 말해 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요?
조 : 취업을 위한 활동 말고도 자원봉사 활동이나 인턴 경험을 꼭 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인생을 설계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해외든 국내든 여행을 많이 다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내일 : 이력을 보니 '터키 이스탄불대'에서도 수학하셨던데요, 어떻게 터키까지 가게 되셨나요?
조 :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알타이 어족을 연구하는 과정으로 여름 학기를 터키 이스탄불 대학에서 보낼 수 있었어
요. 사실 너무 짧은 기간 터키어를 배운 데다 심하게 어려워서 말은 거의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며칠 여행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많이 배웠어요. 터키는 여건이 안 갖춰진 것들이 많아서 처음에 잘 곳을 못 구할 정도로 어려
움을 겪기도 했는데요, 그 상황들을 이겨내면서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아요.
내일 : 많은 여대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데다 (이 대목에서 조 아나운서는 ‘그런가요?’라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현재는 아나운서라면 누구나 꿈꿀 ‘9시 뉴스’를 진행하고 계신데요,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
지 궁금합니다.
조 : 저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데다 끼가 없어서 처음엔 방송하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그리고 아나운서실에서 합
평회를 해도 한 번도 좋은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구요. 게다가 동기들이 금방 금방 프로그램 엠씨를 꿰찰 때 저는 리
포터나 코너 앵커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비교 당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방송으로 드러나는 일
이라서 내가 일을 어떻게 하는지, 어느 정도 하는지 금방 표가 나요. 사람들의 비판, 그리고 뒤처지는 내 자신을 이겨
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때마다 뉴스 연습을 열심히 했고 사람들이 비판하는 내 단점을 개성으로 만들
려고 노력했어요. 동기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맡을 때도 샘내기보다는 축하했고요. 하지만 사실 4년차가 됐을 땐 방
송이, 특히 뉴스가 어쩌면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고 있었죠. 약간은 서글프기도 하고 마음을 비워야 했
던 그 때 9시 뉴스를 맡게 된 거예요.
내일 : 마음을 비우고 난 후 9시 뉴스 앵커가 됐다니 아이러니하네요. 처음 9시 뉴스 앵커로 발탁됐다는 얘기를 들
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시기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조 : 처음 아나운서가 된 것이 뉴스를 하고 싶어서긴 했지만, 9시 뉴스는 감히 꿈도 못 꿨어요. 그래서 처음엔 오보
라고 생각했죠. 주변 사람들도 매우 놀랐어요. 시기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기에는 제 자신이 너무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일 :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이제 9시 뉴스를 진행하신 지 7개월 정도가 돼 가는데요.
조 : 부족한 점이 아직 너무나도 많죠. 매일 공부하는 심정일 뿐이에요.
뉴스는 가슴이 따뜻하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없어
'우리 아들에게 돌팔매질을 하지 말라.' 희생된 가족의 절규가 메아리친다. 그렇다. 뉴스를 전하면서도 한동안 이 사
건의 본질을 잊고 있었다. 그들이 종교적인 목적으로 갔건 봉사를 위해 갔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비록 그들이 금
지된 장소에 갔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그들의 행동을 평가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들을 사지에서 구
출해내는 것에 몰두했어야만 했다.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던 간에 그들은 악행을 하러 간 사람들이 아니라 선의
를 실천하기 위해서 갔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조수빈 아나운서의 미니홈피 2007년 8월 1일 게시글 ‘탈레반 인질
사태’ 중 발췌>
내일 : 미니홈피를 보면 감성이 풍부하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뉴스 내용을 곱씹으며 마음 아파하는 글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풍부한 감성을 가졌다는 것이, 뉴스를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나요?
조 : 뉴스는 가슴이 따뜻하지 않으면 절대 오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뉴스, 하면 매우 무미건조한 방송이라고 생
각하기 십상인데요. 뉴스란 기본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관심이 없으면, 하는 사람도 금방
권태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제가 만나봤던 박혜진 선배나 김소원 선배도 참 따뜻한 분들이셨어요. 얼굴
예쁘고 발음 좋은 것만으로는 뉴스 앵커를 오래 할 수 없다고 지금도 생각해요. 자기 얘기처럼 전해야 보는 사람들
도 조금이마나 자기 일처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가끔 안 좋은 뉴스가 있으면 마
음 쓰이고 몸이 아픈 걸 보면 어느 정도 감정이입하면서 방송을 하게 되는 듯해요.
내일 : 9시 뉴스, 직접 진행해 보시니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르던가요? 적성에는 잘 맞으신가요?
조 : 뉴스는 제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부담은 하면 할수록 늘어요. 내가 하는 게 무엇인지 알수록 더 두려워진다고
나 할까요. 그래도 정말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감사하면서 하려고 노력합니다.
내일 : 멘트도 직접 쓰신다고 들었는데 그에 대한 부담은 없으세요? 멘트 작성 공부는 어떻게 하시나요?
조 : 저는 출근하면 신문(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과 주간지를 대여섯 개씩 봐요. 그리고 꼭 그 전날 MBC와 S
BS 뉴스 앵커 방송을 다시 보면서 나와 같은 아이템을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파악해요. 이 사람은 이런 식의 문장을
잘 쓰는구나, 나는 이런 게 부족했구나 생각하고 넘어가면 다음에 큰 도움이 되죠. 그리고 저는 앵커멘트를 쓸 때 간
결하게 핵심만 뽑아내려고 노력해요.
내일 : '아나운서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언제였나요?
조 : 제가 아홉시 뉴스를 맡고 얼마 안 돼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요. 평소 외할머니는 정말 저를 자랑스러워 하
셨어요. 특히 어르신들은 9시 뉴스 앵커라고 하면 정말 대단하게 생각하시잖아요.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는데 사람들
이 할머니가 9시 뉴스를 보는 낙에 조금 더 오래 사셨다고들 해요. 외할머니는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9시
뉴스를 귀로 들으시고 10시 5분에 눈을 감으셨거든요. 나중에 그 얘기를 듣고 정말 가슴이 짠 했어요. 물론 외할머니
는 제가 9시 앵커가 아니어도 저를 자랑스러워 하셨겠죠.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저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보다 내
가 사랑하는 가족이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됐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습니다. 나중에도 우리 부모님, 동생,
미래의 남편과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길 바라요.
그리운 것들,
충실할 것들
그리고 바라는 것들
조수빈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선 입사 후 처음 강릉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글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방송국에 입사하자마자 지역 근무를 가게 돼 너무 외로웠다는 조 아나운서는, 그래서 더
욱 그곳에서의 라디오 방송에 매달렸다. 유명해지겠다는 욕심도, 잘 하겠다는 욕심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으로 진행했던 첫 번째 방송이었기에 더욱 애틋했다고 조 아나운서는 말한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타지에서 근무
했지만 방송을 매체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조 아나운서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조 : 사실 저는 입사할 땐 라디오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나 진행할수록 ‘라디오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도 강릉에 있으면서 ‘사랑’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봄날은 간
다’와 ‘라디오 스타’를 보면 스물다섯의 제가 품었던 사랑, 그리고 라디오에 대한 열정이 마구 떠올라요.
내일 : 현재도 라디오를 진행 중이신데, 라디오 진행에 얽힌 재밌는 사연 있으면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조 : 강릉에서 제 라디오를 들으셨던 분들이 계속 따라오세요. 강릉엔 쿨 FM이 안 나가는데도 콩(KBS 라디오를 인
터넷을 통해 듣는 프로그램)이나 녹음을 해서 들으시더라고요. TV는 약간 건조한 느낌이 있는데 라디오는 사람 사
이에 촉촉한 감성이 살아 있단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도 오래 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심야
라디오도 해보고 싶네요. 9시 뉴스를 영원히 할 수는 없을 테고, 언젠가 이 자리를 떠날 때가 온다면 그 때는 라디오
가 제가 돌아갈 자리였으면 좋겠어요.
내일 : 사회 생활하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노하우
는 느는 반면 열정은 줄어들게 마련인 것 같아요. 조 아나운서의 경우는 어떤가요? 처음 입사할 때의 열정, 생각, 목
표 등이 마음에 많이 남아있는지, 변하거나 달라진 점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 : 방송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욕심’은 많이 내려놓으려고 해요. 이제는 신입사원 때
처럼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싶어 할 때가 아닌 것 같고요. 지금 제가 하는 분야에 충실할 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신입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 땐 제게 ‘방송’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제 개인적인 삶도 많이 소중해진 것 같아요.
내일 : 그럼 ‘개인적인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조 : 삼십 평생 가까이 방송에 대한 ‘꿈’ 하나로 열정적으로 달려 왔어요. 그러다 보니 삶에 있어서 여유나 사랑, 안
정 이런 것들엔 소홀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몸도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고요. 얼마 전에 잠깐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건강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어요.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이 자랑스러워할
방송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길 만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일과 개인사의 균형을 잘 맞추는 현
명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내일 : 바쁘신 와중에도 한 시간이나 시간을 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이따 9시 뉴스에서 뵐게요.
조 :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보도. 내일신문사
출처 내일신문사 주소:http://tong.nate.com/coreakimc/49436666
첫댓글 다중매력의 수빈님 ^^ 갠적으로 지금까지 본 사진중에...제일 맘에 드네요... 앞모습도 이쁘지만 첫번째 옆모습사진도 정말 예술인데요~~~^^
요즘 수빈아나운서 신문사와 인터뷰를 자주 하는것 같네요..
어제 뉴스에서 나오신 모습보고 반해버렸음..^ ^
다중매력
옆모습도 이쁘시구만.뭘. ㅎ
ㅋ~내용이 ~참 마음에 드는 이유는 몰까 ?ㅋ
조수빈 아나운서님.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