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민중항쟁 43주기를 추모하며...
하직 인사
박용주
하관을 하고 마지막 절을 올릴 때
나는 일곱 살, 동생은 두 살이었지요
묘역 곳곳에 빨갛게 피어난 사루비아와
자꾸만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지요
흘러내린 누런 상복을 추스려 올리며
돌아서 생긋 웃던 동생의 모습이
왜 그렇게 눈물나게 하였는지요
네가 울면 동생도 따라 우니
이제 그만 울어라
남아 일생 큰 울음은 한번으로 족하니
그 한번이 나라 잃어 슬플 때라 하신 말씀에
소리 죽여 울었던
청명한 구월 그날의 하늘은
별나게 푸르러 눈부셨지요
나는 아버지를 망월동 묘역에 묻고
동생은 아버지를 공부하러 미국 보낸 지 벌써 십 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동안
매양 한자리에 말없이 계신 아버지,
이제는 여기 그만 올랍니다
올 때마다 가슴에 쌓이는 건 설움이요
돌아서는 발걸음은 납덩이인데
키워주신 세월보다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더 많은데
날더러 여기 와 늘 울으라는 건
아버지의 욕심이지요
어른 돼서 울지 않고 벌초하고
술 따루어 올릴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올랍니다
무정타 마시고 기다리지 마소서
무정하기로야 어린 자식 두고가신
아버지만 하겠습니까
이제 하직 인사 올리오니 이 절 받으시고
바람소리 쓸쓸하고 날 추워도
더는 기다리지 마소서
박용주 시인
光州(광주) 출생(1972~)
광주 서석초/고흥 풍양중/
순천 효천고 졸업
성균관대 동양사학과 졸업
박용주는 1988년 4월에 쓴 '목련이 진들'이라는 시로 전남대가 주최한 1988년 '5월 문학상'을 수상한다
놀랍게도 그때 그의 나이 16살이었고
전남 고흥 풍양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진한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다
☞시인과 잠시 인연을 맺었던 한 선생님은 시인에 얽힌 추억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80년대는 최루탄을 공기 삼아 마셨던 시절이었다
전남 곡성 옥과고등하교에서
순천 효천고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후, 한 중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는 고흥 풍양중 출신이었으며 바로 그 천재시인이라는 박용주였다
전남대 오월 문학상 수상작으로 '목련이 진들'이라는 시가 당선되어 당시에는 학생시인으로 유명하였다
이 녀석과 함께 마산까지 시인과의 만남을 위한 초청회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광주항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린 학생이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는지 당시에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마산까지 가는 승용차 안에서 이 녀석과의 대화를 통해 그 궁금증이 다 사라져 버렸고 오히려 이 녀석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렸다
한갓 중학생이 광주항쟁에 대한 사건들을 경험한 기성세대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것을 시로 형상화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 1990년 박용주 모습
전남 순천 효천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찍은 사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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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박용주를 세상에 알린
전남대 '오월 문학상' 수상작을
소개 합니다
목련이 진들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 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닢 한닢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 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예 그리 슬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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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훌륭한 시를 지은 박용주의
당시 나이는 16세~
그리고
17세 때의 슈가(BTS 멤버,본명 민윤기)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이를 추모하는 곡을 만들었는데...
곡명이 [ 518-062 ]
해당 노래 제목의 ‘518’은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진 5월 18일을, '062’는 광주광역시 지역 우편번호를 의미한답니다
슈가는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5ㆍ18민주화운동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만들었습니다
'5ㆍ18민주화운동을 잊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네요
[ 518-062 ] 가사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베여진 몸에 상처를 태극기로
채워.
그대여, 나 또한 당신의 의지를 불태워
잊지마.
포장 뿐인 자의 혀는 믿지 마.
진실과 거짓 사이,
그대여 길을 잃지 마"」
- 草露(초로) 김성남 -
첫댓글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천재 시인 박용주 시인님의
하직 인사를 광주 518 민중항쟁 43주기를 추모하며...
이렇게 게시해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 수상하신 작품 "목련이 진들"을
같이 게시해 주셔서 2 작품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날씨가 완전 여름 날씨입니다
시원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완전 여름 날씨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