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1(토)
비몽사몽 잠을 설치다 깨어보니 새벽 4시다.
알람을 5시 40분으로 맞춰놓았는데 어제 온종일 비가 내렸던 날씨에 신경을 썼던 탓인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너무 일찍 깼다.
인터넷으로 진천 날씨를 보니 다행히 10시부터 햇살이다.
"야호!" 쾌재를 부르며 부지런히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강남역에서 정각 7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9시 25분에 진천의 농다리 주차장에 도착,
10월 둘째 주는 행락인이 많기도 하거니와 추석 연휴와 겹친 토요일이기도 해서 3시간 이상 걸릴 줄 알았는데 두 시간도 채 안 되어 도착한 셈이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산행을 하기엔 최적의 날씨다.
목덜미에 감아도는 바람이 선선하니 영락없는 가을바람이다.
농다리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숨 한번 고르고 굴다리를 지나니 가슴이 확 트이는 미호천과 농다리, 미호천 건너편에 "생거진천"이라는 흰 푯말을 메고 웅장하게 떨어지는 인공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농다리는 고려 초에 권신과 임장군이 축조했다는 천년이 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인데 생김새 또한 특이하다. 돌을 얼기설기 엮은 모습이 대바구니 같다고 하여 대바구니 롱(籠) 자를 쓴 '농다리', 혹은 다리 모습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지네 형상이라서 '지네다리'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그 구불구불하게 생긴 형상이 빠른 물살을 버틸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여기서 단체사진을 찍고 농다리를 건넜다.
농다리를 건너자 초평호 종합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야외 음악당과 초평호 데크길로 산행길이 너무 짧은 듯하여 우리는 왼쪽의 미호천 전망대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인공폭포를 지나 메타세쿼이아 길을 들어서니 널찍한 길 양편으로 왼쪽엔 미호천이 흐르고 오른편엔 숲이 우거져서 호젓하기가 그지없다.
왼쪽 미호천 쪽으로 메타세쿼이아의 옆에는 미루나무가 호위무사처럼 하늘을 향해 서있다.
오랜만에 보는 미루나무다.
우리 어렸을 적엔 가로수가 온통 미루나무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언제부터인지 시야에서 사라져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릴 적 보았던 그 크기의 미루나무를 여기에서 보니 반가웠다.
약 1킬로미터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끝나는 점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니 미호천 일대가 훤히 보이는 미호천 전망대가 나왔다.
아름다운 미호천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쉼터다.
여기서 행동 간식을 서로 나누며 요기를 한 후 하늘다리로 향하였다.
이제부터는 호수변 데크길이다
데크길에서 보는 하늘다리와 호수의 전경이 몽환적이다.
하늘길이 지상으로 휴가를 온듯한 풍경처럼 보였다.
에메랄드 빛 호수가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나고, 뺨을 간질이는 바람도 부드럽다.
호수변 숲과 어우러진 멋진 곡선의 데크길, 호수위에 펼쳐진 푸른 물결이 천상의 세계를 보는 것만 같다.
이 한 폭의 풍광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어제부터 잠을 설치고 새벽에 일어나 힘든 일정을 헤쳐온 보상을 충분히 받고도 넘쳤다.
숨이 멎을 듯이 잔잔한 호수변 데크길을 따라 걷는 길은 실제로 하늘길을 걷는 것 같았다.
멀리 나그네처럼 떠도는 뭉게구름,
하늘과 구름과 산속을 제집처럼 보여주는 호수면,
그 위에 떠있는 하늘다리,
누가 작명을 했는지 이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르 다리로 향하였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진 산길을 숨이 차도록 걸어 쉬고 싶은 마음이 들 즈음에 '미르 309' 다리가 나왔다.
여기서 309란 다리의 길이가 309m라는 뜻이란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출렁다리는 초평호 위를 가로지르며, 탁 트인 호수 풍경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건너편 산을 꽉 채운 숲도 아름답고, 숲이 바닷가의 섬을 닮아 신비해 보였다.
'그대도 파이팅' '사랑합니다.' 등 젊은 시절을 부르는 입간판이 예뻐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계속 찍어댔다.
미르 출렁다리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결처럼 출렁였다.
출렁이는 다리에 몸을 맡기고 오른쪽 난간을 붙잡고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309m의 긴 다리를 통과하자 미르 다리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보였다.
사각의 틀에 보이는 미르 다리는 웅장하기도 하지만 곡선미가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
미르 다리를 지나 농다리로 가는 길가는 온통 꽃길이다.
나비바늘꽃 매리골드 등 예쁜 꽃들이 눈을 현혹하면서 바람에 살랑댔다.
꽃길을 걷다 오른쪽으로 농암정,
농암정까지는 200m인데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팔랐다.
정자에 오르니 데크길, 하늘다리, 호수, 미르호 등 오늘 하루의 일과가 한눈에 보인다.
농암정에서 내려와 바로 농다리를 건너니 12시 15분,
천천히 여유롭게 사진을 찍어가면서 걷다 보니 세 시간 가까이 걸었나 보다.
시간이 널널해 농다리에 펼쳐져 있는 장마당에서 약 40분 머무르다 농다리 찌개마을에서 13시에 점심을 시작했다.
최만규 고문님의 건배사에 이어 송규정 고문님의 건배사,
회원 모두 '위하여'로 마감을 하고 서울행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행 개요>
ㅇ 산행지 : 진천 농다리, 초평호수
ㅇ 참석 인원 33명
ㅇ 산행코스
진천 농다리 주차장 - 농다리 - 초평호 종압안내판 - 인공폭포 - 메타세쿼이아 길 - 미호천 전망대 - 임도 길 - 굴피나무 쉼터 -데크길 - 하늘다리 - 데크길 - 미르 309 출렁다리 - 야외음악당 - 농암정 - 농다리 - 식당 ( 6.5km, 서행 3시간)
첫댓글 양청장^ 진천 농다리, 초평호수 산행기를 즐감 하였네라^ 고맙고 수고 하였네 ~~~
감사합니다.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 산해에 뵙겠습니다.
산악대장님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늘 수고 가장많이 하시는것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고문님이 고생 많으셨지요.
산악대장과 산악회장을 두루 역임하시고 회원님들을 위해 외부인사를 초빙하여 식사도 제공하시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자주 뵙기를 청합니다.
글솜씨가 출중하여 표현을 너무잘하여 다시걸어보는 느낌일세 ~~~
수고하였고 다음산행에서도 많은 수고 바라네 ~~~
과찬의 말씀입니다.
청원산악회를 위하여 너무 수고가 많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양희철 대장 수고 많았네
진천 롱다리 년휴 끝나고 어럽지 않은 산행 코스 좋았고
사진과 함께 산행기 잘 써줘서 잘 읽었네
수고에 감사하네
언제나 묵묵히 청원산악회를 지켜주시는 고문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본문에 있는 [뺨을 간질이는 바람도 부드럽다.]
오늘은 이 글에 꽂혔습니다!
자연 풍경을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 결코 수월치 않은데 어쩜 우리 양선배님은 눈에 보이는 현상뿐 아니라 흐드러 지는 공기의 모양을 이리 예쁘게 표현해 주셨는지요. 참으로 감탄! 감탄!감탄!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멋진 산행기 올려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글을 접하며 마음의 평온함을 찾아 잠시 편히 쉬었다 갑니다.
선배님! 다음 글도 기다려 봅니다. 부탁드려요!!!
역시~~
명 댓글과 최고의 찬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