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광주 대교구 광영동 성당에서 구역장과 소공동체 사도직을 맡아 봉사하고 있는 박주열 마르첼리노 형제의 소공동체 봉사자 체험사례를 소개한다.
소공동체 사목을 접하기 이전에는 신앙 생활에 무관심
제 나이 서른아홉이던 1999년 6월 광영동 성당이 있는 광양으로 이사오면서 다시 발바닥 신자의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저는 객장 면적이 100평인 숯불 갈비 식당 주인입니다. 아내가 사장 겸 찬모이고, 저는 주방장, 운전기사 겸 잡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당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참으로 힘들었고, 아예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구역반 모임 참석은 물론이고, 성당 청소, 성당 행사 시 준비 등은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는 저는 그야말로 발바닥 신자의 표본이었습니다. 그 이후 2002년 12월 1일부터 시작된 소공동체 사목과 만나게 되었고 구역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소공동체 봉사자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큰 변화와 은총을 받음
소공동체에 대해서, 무엇인지, 왜 하는지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맡게 된 구역장과 소공동체 사도직은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입니다. 참으로 앞이 캄캄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이라면 하겠습니다.' 라고 직책을 수락하였습니다. 저는 소공동체 활동 이후 기도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을 위한 기도, 즉 '장사 좀 잘 되게 하여 주십시오, 자식 놈 공부 좀 잘하게 해 주십시오' 등 물질적인 청원의 기도 일색이던 기도 생활이, 소공동체 식구들을 위한 기도와 남을 위한 기도로, 또 작은 것에 고마워하는 감사의 기도로 변화되고, 특히 가족의 화목과 사랑에 관심을 가지고 참고 기다리는 인내와 믿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매주 주님을 초대하고, 읽고, 바라보고, 듣고, 나누며, 활동하고, 기도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모습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실천하려는 의지와 이루어 주신다는 믿음이 동반되어야겠지만 남을 먼저 바라보는 저의 기도 생활의 변화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을 하게하고,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하며,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게 합니다.
매주 모임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생활 속에 실천
이제 겨우 18개월 여 기간동안 실시해 오고 있는 소공동체에서 성장이라고 하면 우습겠지만 매주 모임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모임은 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3년 1월부터 매주 모임을 가진 이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모여 말씀을 나누며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8-10명 정도가 함께 모여 복음 나누기 7단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어색해 하여 교육도 필요하였고, 모임을 할 때마다 자체 평가 시간을 이용하여 계속적인 교육을 하고 있으나, 지금도 나눔이나 자유기도 시간에는 어색해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참여하려는 의욕이 대단해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게 합니다.
냉담중인 교우에게 생일 축하 꽃다발을 선물
먼저 주소록을 만들고, 생일과 본명 축일을 기록하여 축하의 꽃다발과 선물을 준비하였습니다. 소공동체 사목을 시작한지 몇 개월 후인 2003년 9월경 냉담 중이라고 보아도 좋을 형제님 생일날 꽃다발을 들고 방문을 하였는데 그분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생일날 꽃다발은 처음 받아보신다며 기뻐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그 후 더욱 가까워지면서 그분이 소공동체에도 나오시고, 얼마 전에는 냉담도 풀고, 또 세례식 때는 부부가 나란히 대부, 대모도 서고, 새로 구성된 구역별 남성 소공동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새로운 힘이 솟음을 느낍니다.
소공동체 식구들 전원의 이름을 넣은 기도문을 매일 바침
또 저희 소공동체에서는 소공동체 식구들 전원의 이름을 넣어 편집한 소공동체를 위한 기도문을 매일 한번 이상 바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다보니 더 정이 쌓이게 되고, 걱정도 하여 주고 아직 공동체에 나오지 않는 식구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혹시라도 길거리에서 만나더라도 매일 본 사람처럼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고, 또 소공동체 식구들이 자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공동체의 기초는 사랑이 충만한 가정 공동체
억지로 말로만 하려 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아간다면 제 주위에서부터 보고 따라하지 않을까요? 화목한 가정을 떠난 소공동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소공동체의 기초는 사랑이 충만한 가정 공동체일 것이며, 튼튼한 교회의 기초는 그런 성가정들이 함께 하는 소공동체임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제 개인적 잣대로 판단하고 결론지어 버리던 삶에서 주님의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주님의 사랑의 말씀 안에서 이해하고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의 생활화를 위해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듯 소공동체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가족들의 도움과 뒷받침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제 아내의 힘겨움,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2박 3일의 소공동체 교육에 흔쾌히 보내 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 녀석도 하루하루 철이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게는 커다란 변화요, 은총입니다. 주님 보시기에 나 혼자이기보다는 너와 내가 좋고, 너와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가 낫겠지요. 우리 모두가 주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모습의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그 날을 위하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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