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기독교 역사 박물관
점심 후 다음 탐방지인 순천시 매산동에 있는 기독교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도 작년에 왔던 곳으로, 이곳은 순교지는 아니지만 100여년 전 전라도 지방에 기독교가 어떻게 전파되었으며, 이를 위해 활동한 선교사님들은 어떤 분들인지에 대한 여러 기록과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독교 역사박물관뿐 아니라 매산중, 매산여고를 비롯한 학교와 그 주변의 공원과 옛 집 등 매산동 지역 자체가 기독교 역사를 증거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전시물은 100여 년 전에 선교사님이 타던 차량인데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작년에 보았던 것이고 이번에 공원에서 또 다른 차량을 보았는데 미국 영화에서 보던 차량과 비슷했다.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던 선교사님들의 기록과 개척된 교회 등에 대한 여러 기록과 ‘ㄱ’자 교회의 모형이 박물관에 있었다. 작년에는 아내와 함께 와서 안내서와 게시된 글을 읽는 것으로 탐방했는데, 이번에는 해설사님의 해설을 듣고 매산중학교와 매산여고를 중심으로 동네까지 탐방했다. 역시 해설사의 얘기는 기록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얘기를 듣는 즐거움도 있다.
선교사님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지역을 나누어 복음을 전파한 기록들과 언더우드 선교사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강원도에 감리교가 많은 것은 이때 선교사님들이 구획을 나눌 때 감리교가 인천, 경기, 강원을 맡게 했기 때문이다. 전라도 지역은 미국의 남장로교, 평안도 지역은 미국의 북장로교, 함경도 지역은 캐나다의 장로교가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전쟁 후 이 구획 구분이 무너져 이제는 어디서나 여러 교단의 교회를 볼 수 있다.
그리고 LMTC 교육을 받을 때 처음 알았던 것이지만, 언더우드의 기도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보이지 않는 조선의 마음’이란 부제 아래 기록된 기도문 중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다음 구절이다.
“~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들뿐입니다. ~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아멘”
언더우드는 현재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 전문학교를 세우고 그 아들의 아들까지 4대가 한국을 위해 헌신했는데, 이런 선교사님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지 모른다. 당시는 정말 ‘절망과 어둠뿐’이었던 우리 나라가 동방의 예루살렘이란 칭찬을 들을 정도로, 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다시 파송하는 나라가 되기에까지 이르렀는데,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언더우드 선교사는 이미 어둠뿐인 절망의 상태에서도 영적인 눈으로 조선의 믿음을 보았나 보다. 아니 그의 이런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 주셨나 보다.
저녁이 되어 여수 엑스포장 부근의 빅오쇼란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여수 국가 산업 단지 야경을 보고 돌아와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