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안 일리스, 『1913년 세기의 여름』 중에서
4월 3일에 프란츠 카프카는 절망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카프카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상상들, 예를 들어 내가 바닥에 쭉 뻗은 채로, 통구이처럼 잘게 썰리고, 누가 손으로 그 고깃덩어리를 천천히 구석에 있는 개에게 밀어주는 그런 상상들이 날마다 내 머리의 양식이네.” 친구들도 놀라고, 카프카 자신도 심각한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잠도 거의 못자고, 두통과 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예 생각할 수 없다. 기껏해야 베를린에 있는 펠리체 바우어에게 편지를 쓰는 정도이다. 그마저도 편지로만 알고 지내던 이상형이 베를린에서의 만남을 통해 카프카가 실망으로 몸을 떨었던, 피와 살을 지닌 여자로 바뀐 이후로는 쓰기가 어려워졌다. 카프카는 완전히 지칠 대로 지쳐있다. 달리 말하자면 ‘신경쇠약’이다. 그러나 카프카는 의사에게 가지 않는다. 그는 자연치료법을 쓴다. 그래서 4월 3일에 노동자지역인 누슬레의 드보르스키 원예농원을 찾아가 잡초 뽑는 일을 돕겠다고 제안한다. 카프카가 이보다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린 적은 드물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릴 때 땅에 발붙이기다. 카프카는 4월 7일부터 일을 한다. 보험공사 일이 끝나고 늦은 오후에. 우리는 카프카가 이 원예농원에 얼마나 자주 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그가 4월 말에 황급하게 그곳에서 달아나게 된 이유다. 농원 주인의 딸이 그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다. 카프카는 일기에 이렇게 쓴다. “노동을 통해 신경쇠약을 치료하려던 내가, 그 처녀의 오빠가, 이름이 얀이고 정원사였으며, 드보르스키 원예농원의 후계자로 정해져있었고, 심지어 이미 화원 주인이었던 그가 두 달 전에 스물여덟의 나이로 우울증 때문에 독을 먹고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다니.” 그러니까 카프카가 자신의 내면적인 고통을 치유하려던 그곳에도 치명적인 우울증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카프카는 당황하여 누슬레 언덕에 있는 그 원예농원을 떠난다. 평온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부분생략)
작가_ 플로리안 일리스 – 독일 출신 저널리스트. 작가. 1971년 독일 헤센 출생,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햇으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디 차이트Die Zeit] 등의 언론사에서 일했음. 지은 책으로 『골프 세대』『1913년 세기의 여름』등이 있음. 낭독_ 송명기 – 배우. 연극 <위기의 햄릿>, <다락방> 등에 출연.
배달하며
백 년 전에 프란츠 카프카는 이랬습니다. 덕분에 작품 『변신』을 썼을 것입니다. 뛰어난 예술작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려고 이렇게 작가 하나 잡아먹거나 아예 집안을 통째로 들어먹은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카프카처럼 폐결핵을 앓았던 김유정은 저 편지를 쓰고 나서 얼마 뒤 세상을 떠납니다. 정말이지, 유명하니까 용서하지, 집구석에 이런 사람 하나 있다면 어찌 살겠습니까. 그러니 이런 예술가는 인류의 존재 같습니다. 암튼 카프카는 김유정보다 십년 넘게 더 살다 죽었습니다.
문학집배원 한창훈
출전_ 『1913년 세기의 여름』(문학동네) 음악_ The Film Edge – reflective-slow 애니메이션_ 송승리 프로듀서_ 양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