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가들과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다.
2007. 10.3(개천절날에 비가 조금 내리다가 그치다가...)
9시50분이 되자 교무실에 준영이가 아저씨와 들어선다. “어,선생님 왜 여기 계세요?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했잖아요.” “으응, 학교에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왔거든...”
준영이에게 컴퓨터를 권하자 안하겠다고 하는 것을 내가 할 일이 있어 한컴타자연습을 틀어준다. 교무실에서 샘님 컴 해보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일 것인가 그런데도 우리 준영인 조금 소심한 성격이라 얼굴이 빨개지며 됐다고 한다. 사실은 하고 싶다란 뜻이란 것을 알기에 시켜주니 신이 나서 환해진 얼굴로 준영이는 한컴타자를 치고 난 내 일에 열중한다.
연두색 줄가라 무늬 배낭을 메고 나타난 승헌!!!
들어오는 순간부터 참새가 된다. 쉴새 없는 질문에 난 적당히 대답해주니 준영이 곁으로 가서 컴을 쳐다본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선생님, 저 다재이야기에 답 글 올렸어요.” “어, 그래 못봤는데...”
우리 둘이는 다재이야기를 찾아 들어간다. 가을을 찍은 사진에 승헌이의 답글이 쓰여있다. 지나간 글까지 꼼꼼히 봐주면 좋은데 시간이 없어 난 그러질 못했는데...
“야, 답글 잘 썼다.”
컴을 시켜주려 하는데 희연, 기범, 나린 들어선다.
만나자마자 수다잔치 벌어지고 숲속교실로 뛰어들어 간다.
콩이 자랐고 벼가 익었고 보이는 것마다 말이 되어 툭툭 튀어나온다.
“얘들아. 지금 열시 10분인데 아름이가 안오니 누가 놀이터 앞에 좀 가봐라.”그러는데 숲속교실에서 아름이가 교무실로 들어선다.
“자. 이제 출발하자.”
“어떻게 갈 꺼 예요?”
“으응, 어떻게 갈까? 내 생각은 처음은 걸어가고 나중엔 지하철타고 오려고 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헐, 어떻게 너무 멀어요, 거여역까지만 걸어요.”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근데 바리데기는 서천서역국이니까 지금의 인도까지 걸은 건데 너희들은 바리데기보다 적게 걷는데도 힘들다고 ...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선생님. 저는 걸어갈 거예요.” 마음이 비단결 같은 나린이가 제일 먼저 입을 연다. 뒤이어 모든 아이들이 하하하...
“자. 내가 아는 지름길이 있으니 잘 따라와야 해. 보면서 가는 모든 것을 퀴즈로 낼 거니까 잘 봐둬라.”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하고 자기식대로 즐거운 녀석들.. 뒤를 보니
기범이 몸에 아이들 가방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엥? 웬일이야.”
“기범이 가요. 내 가방 들어준대요.” 아름이가 날아갈 듯 참새처럼 쪼아댄다.
아름이는 옆으로 매는 가방에 맛난 걸 잔뜩 가져와서 (과자랑 맛있는 걸 제일 많이 가져와 잉어밥을 줄 수 있게 해주었다.) 무거웠나보다. “선생님도 주세요. 기범이가 다 져준대요.”
기범이 몸에는 나린, 희연, 아름이 가방으로 칭칭 둘러져있다.
“야. 기범이 무거워서 어떡하냐? 내껀 내가 멜 거야.”
“선생님꺼 내가 매줄께요.”승헌이가 눈을 반짝이며 손을 벌리고 있다.
“그래? 그럴래. 잘됐다. 무거웠는데...
여기서도 남녀 차이가 있는건가? 신사도를 발휘하는 기범이를 보며 승헌이도 당장 따라서 하는 모습이 넘 사랑스럽다. 그래 내 가방을 맡기고 싫은데도 승헌이가 실망할까봐 맡긴 건데 내 예상이 들어맞았다.
승헌이가 내 가방을 메고 가다가 분수대 가까이 왔을 때 가방을 바꿔 매자고 해서 바꿔 맸더니 분수대보고 바로 뛰어들어 내 가방 거의 완전 물바다 만들어 왔으나 다행이 핸폰이랑 중요한 것들은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가방놀이가 어느 틈에 끝났는지 각자 가방을 들고 있고 아름이 가방은 무겁고 크로스로 되어있어 나와 바꿔 메었더니..
“어 아름이가 선생님이 되고 선생님이 아름이가 되었네” 희연이의 말에 우리 모두는 껄껄껄.....
“소변금지 네가 찾아냈지?” 승헌이가 말을 하자 모든 아이들이 맞장구를 치며 그렇단다. 담쟁이 넝쿨이 아파트 담벽을 따라 올라가는 모습도 지들끼리 수군덕대면 좋을 것을 꼭 나를 끼워 나이듦의 서러움을 느끼게 하다니.. 힘들다. 갈 때부터 벌써 말의 에너지가 딸린다. 원래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라 난 걸으며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우리 아들 손도 잡아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우리 아가들은 내 손잡기 경쟁이 벌어져서 순번을 정해서 잡기로 했다.
지난 번 뜰 관찰할 때 승헌이가 소변금지라는 글자를 찾아서 아이들에게 말하자 같이 웃은 기억이 있는데 그걸 말하며 또 웃고 까불고 하면서 얼굴엔 웃음가득 퍼지며 말이 걷는 건지 발이 걷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난 되도록 걸음을 빨리했다. 도착해야 되는 시간을 맞추는 것과 내게 말을 덜 시키려나 해서..송파공고를 지나 어울림아파트로 들어가 문정자전거대여점을 지나 성내천길로 들어선다.
“선생님,우리 자전거타고 가요? ”
“으응, 나도 그럴려했는데 비가와서 어디에다 자전거를 둬?”
“매두면 되잖아요.”
“비오면 우산써야 되는데 그리고 놀아야 되는데 자전거 보살펴줘야 해서 어떻게 해?”
“ 매두고 그냥 비맞고 그래요...”
“자전거는 이 담에 하자.”
자전거 대여점을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무척이나 타고 싶어했으나 비오는 날 자전거 관리는 도저히 어렵게단 생각에서 들어줄 수가 없어 쨘했다.
오늘은 아이들 말을 모두 들어주는 날이다. 내가 아이들을 섬기는거다. 언제나 내 말만을 들어줬으니 오늘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들어주는 날이다. 그래서 난 위험하지만 않으면 모두 들어주기로 했다.
“자, 얘들아. 우리 달리기 놀이할까? 저기 전봇대보이지? 거기까지 두 명씩 달리기하자.”
승헌. 기범은 결승선에 도달해서도 계속 달린다.
“야. 누가 나좀 잡아줘. 발이 멈추질않아.”기범이가 계속 달리며 말하자 여자아이들이 달려들어 기범이 어깨와 몸을 잡아준다.
“선생님 벽 보세요.”승헌이가 손가락질을 하며 벽을 가르켜서 보니 낙서가 되어있다.
사랑 어쩌고 저쩌고였나. 그림도 그려져 있고 ,,,우린 그걸 보고 손가락질하며 한참을 웃었다. “선생님, 저 꽃 이름이 뭐예요?”기범이가 발 아래놓인 꽃을 보며 말한다.
“글쎄 모르겠네.”
“선생님 저 꽃 찍어가요. 친구들 보여 주게요.” “그럴까?” 노오란 꽃을 찍고 그 옆에 있는 풀을 찍자는 걸 올림픽공원에 가면 계절별 식물이 전시되어 있으니 필름아끼자며 다시 걷기시작하는데 “성내천이다.” 일시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더니 너 나 할 것 없이 발에 바퀴를 달아버린다. 달리고 또 달리다 횡단보도에 멈춘 아이들 숨이 턱에 차서 나를 쳐다본다.
“야! 진짜 아치형 모양이 나타난 걸 보니 성내천이네..”
숨을 헉헉대며 성내천에 와봤다고 자기들의 추억을 또 쏟아놓는다. 그것도 6명이 동시에..난 그냥 고개만 주억거려준다.
성내천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물길이 열려있다.
비는 추적추적 조금씩 내려 우리는 우산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걷는 중이었는데 둥그렇고 기다랗게 난 물길을 보자 아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우산을 접고 달려간다.
갑자기 기범이가 저벅저벅 물속으로 들어간다.
신발속에 양말을 신은 발이 물속을 휘저어 여행을 떠난다. 급기야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들어간다.
“기범아, 양말 신은 거 하고 맨발하고 느낌이 어때?”
“더 차가워요.”
그러더니 발을 꾸물꾸물 움직인다. 아마도 양말을 벗으니 물의 차가움이 강렬하게 전달되어 저도 모르게 펄쩍펄쩍 뛰는 모양새가 된 거다.
친구들은 그런 기범이를 보고 계속 “헐?”만 내뱉는다. 물길속을 들어갈 엄두는 안나지만 물을 튀기며 물과 장난치기에 혼이 나갔다. 우산대로 물을 쳐대고 나한테 물을 뿌리고 난리부르스다.
“선생님 나도 발 담그고 싶어요.” 순수한 우리 나린양이 드디어 기범이와 동조를 하려한다.
“으응, 나라면 발을 안 담글거야. 올림픽공원까지 걸어가려면 발이 젖으면 걷기 불편하거든. 그래서 나도 담그며 놀고 싶은데 참는거야. 근데 나린이가 담그고 싶으면 담가. 난 발이 젖으면 불편하고 짜증이 나거든. 그리고 그만 가고 싶어질 것 같아.”
“선생님. 저는 안담글 거예요.”
물놀이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아이들이 하나 둘 뛰어오기 시작한다.
“야, 해바라기꽃이다. 진짜 크네..”
노오란 해바라기꽃이 굴렁쇠처럼 커다랗게 우리한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이들은 해바라기를 향해 달리고 난 걷고 우리 모두 비오는 날 즐겁다.
보는 꽃마다 이름을 물어대서 내 무식함이 탄로가 난 날이다.
이름모를 들풀이 어찌 그리 많은지? 그런데도 내 고향 산천에 있는 꽃이름을 제대로 가르쳐준 교육이 있었던가? 내가 발 딛고 사는 성내천에 있는 풀들과 꽃,나무,새등 자연에 대한 공부를 먼저 가르쳐야함이 옳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상념의 꼬리를 놓고 아이들을 보니 운동기구에 하나 둘 매달려 지지배배 수다잔치가 벌어져있다.
“선생님. 이거 봐요.” 발을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운동기구를 하던 승헌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한다.
“와 잘한다.” “선생님,저두요. 저두요.”일시에 모든 아이들이 자기들을 보란다.
“으응, 모두들 대단한 걸.. 난 못하는데..”
“선생님도 하세요.”
“아니, 난 기운이 없어서 이거하면 못걸어가. 난 이제 갈 건데..너희들은?”그러면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돌 징검다리가 보인다.
“선생님 우리 저쪽으로 넘어가요.”
결명자 노오란 꽃이 비에 젖어있다. “얘들아. 이 꽃 이름이 뭐니?”
표지판에 적혀있는 결명자꽃을 읽는다. 가녀린 노오란 잎사귀를 뜯어 승헌이 인중에 대어주니 아이들이 너도나도 승헌이 얼굴에 결명자꽃을 선물한다. 능청받은 승헌이녀석 그 분위기를 즐기느라 아예 얼굴을 내밀고 노오란 수염을 달아달란다. 한참을 웃다가 우리의 발길은 개미취인가 들꽃인가하는 식물로 옮겨간다.
들꽃을 찍으니 아이들이 너나없이 들꽃을 만지작대며 “예쁘다.”고 감탄사를 연발하고 “너희들은 더 예뻐.” 그러니 기분좋은 얼굴이다.
“선생님 물속에 나비가 있어요.” 기범과 승헌이 손으로 가르치며 입을 모아 외친다.
나뭇잎 두장이 나비 모양을 하고 물속에 빠져있다. “어. 진짜네..”
물속에 물고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눈과 입으로 맘껏 즐기던 녀석들이 구름다리를 향하여 질주한다. “저 곳에 가면 잉어가 많아서 과자를 줄 수 있거든.” 하고 내가 말을 해서다. 숨이 턱에 차서 구름다리에 도착한 녀석들 눈이 물 속을 헤엄쳐 다닌다.
“선생님, 제가 과자 꺼낼까요? (‘무슨과자였더라 아 맞아. 초코과자다.’) 아름이가 의기양양하게 과자를 꺼낼 시점을 놓치지않고 말한다, 오는 동안 음식을 먹지않았다. 아침을 먹고왔고 가서 맛나게 먹으려면 궂이 먹을 이유가 없어서다. 그리고 갈 길이 멀었다. 3시까지 집에 오려면 노는 시간이 엄청 모자라므로..오늘 계획은 역사박물관과 계절별로 자연학습장을 보고 신나게 자연물과 노는거다. 엄청난 교육과정을 꾸려논 상태라 난 마음이 바빴다.
그러니 과자 꺼낼 시점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 잉어 밥 주고 가자.”
“와아~~~” 신이 난 아이들이 아름이 곁으로 몰려와 손바닥을 쫙 펼친다.
“엥? 근데 초코과자를 잉어가 먹냐?”
“우리 한번 줘보자. 먹는가 안먹는가 보면 알게 되겠지.”
다리 난간 줄에 매달려 고기를 향하여 던진다. 처음엔 작은 물고기만 보이더니 어느덧 잉어가 구름떼처럼 몰려와 덥석 과자를 입에 무는 모습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그 와중에도 우리 기범인 과자가 자기입과 잉어입에 일대일로 골인시키느라 바쁘다. 기범이를 본 아이들도 자기입으로 과자를 넣기 시작한다. 고래밥과 초코과자등 무려 세통의 과자를 동을 낼 정도로 넉넉히 잉어와 물고기와 함께 했다.
잉어는 과자 한 개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묘기를 보여줬다. 잉어입이 그렇게 큰 줄을 오늘에야 깨닫다. 잉어의 입이 수면으로 올라와 물에 떠있는 과자를 잽싸게 입으로 빨아들이며 물속으로 잠수해들어간다. 다른 잉어들이 쫓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나?
어쨌든 잉어와 함께 또 다른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맛난 과자식사를 마친 우리 아이들을 보며 다시 달린다. 내가 달리니 아이들도 당연 나를 앞질러 달린다. 만나는 놀이기구마다 친구삼느라 우리의 걸음은 거북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고 온갖 가을꽃들이 맵시를 자랑하고 있는 원두막 가까이오자 준영이가 외친다. “선생님. 원두막이예요. 우리 쉬었다가요.”
우리 모두 원두막 속으로 쏘옥 들어가 밑을 내려다보니 물이 흐르고 그 옆으로는 풀이 우거진 들이 보여 갑자기 장난끼가 발동한다.
“야, 저 숲속으로 뱀이 기어간다. 몸을 좌우로 스르륵스르륵 틀며 뱀이 기어온다. 야! 뱀 제법 큰 걸..”
“어디 어디요?”
“야. 너희들 저 풀 속에 커다란 뱀이 기어가는데 안보인단 말이여. 시방.”
그러자 가장 먼저 눈치빠른 승헌이가 보인다며 소리를 지르니 모두 보인다며 “저깃다. 저기다. 저기 커다란 뱀이 지나간다.” 갑자기 희연, 아름이는 사색이 되어 무서워한다.
큭큭큭... “얘들아. 나 어릴적에는 냇가에서 목욕하면 물뱀이 저쪽에서 달려온다. 우리는 혼비백산하여 옷 안입은 것도 까먹고 물속에서 뛰어나와. 그리고 산딸기 옆에는 유독 뱀이 많았단다.” 아이들 눈이 동그래지며 진짜요란 눈빛이다. 아름이와 희연이는 무섭다며 빨리 가잔다. 사실은 배고프다해서 간식 좀 먹으려 했는데 시간 절약되고 잘 되었다 싶었다.
오는 길에 폭포를 이룬 냇물이 눈에 띄었다. 내가 저벅저벅 그 아래로 내려가니 아이들이
“선생님 뭐하세요?”하며 겁이 잔뜩 든 표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거품을 내며 아래로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는데 내가 돌다리를 건너니 말이다.
“으응, 너희들 폭포 보여주려고? 이렇게 물 힘이 세거든.” 그러면서 손을 가져다가 물의 빠르기에 대해 보여줬다. 아이들도 언덕 아래로 내려와 돌다리를 건너는데 희연, 아름이는 무서우면서도 안하겠다 하지않고 달겨든다. 내가 두 아이 곁에서 손을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니 아이들이 즐거워 무서움을 잊는다. 고개 들어 기범이 보니 겁이 덜컥난다. 저러다 물에 휩쓸려 내려가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폭포로 몸이 쓰러져있다.
“기범아.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너무 쏠렸다. 그리고 우산을 하면 안돼. 우산에 물이 들어차면 무거워져서 그 무게 땜에 니 몸이 물속으로 딸려 들어간다. 조심해.”
말을 마치고 난 기범이 옆으로 몸을 옮겨와 같이 놀아준다.
“선생님, 저 꽃 넘 예뻐요. 우리 꺾어다가 압화해요.” 멋쟁이 준영이가 소리친다.
고개 들어보니 주황빛 코스모스 비슷한 꽃 (이름 알았는데 까먹음)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다.
“와. 진짜 예쁘네. 그러자. ”내가 꺾자 아이들도 달겨들어 같이 꺾는다. 내 시집에 고이 넣어두었는데 오늘 만나서도 준영이 계속 그 시집 속에 넣어둔 꽃의 안부를 궁금해한다. 난 집에 두고 와서 준영이를 많이 서운하게 했다, “내일은 꼭 가지고 올게. 참 예쁘게 말랐더라.”
“자, 얘들아. 이제 10분밖에 안남았어. 여기서부터 몇 발짝인지 세려보자. 하나,둘,..”백오십하고 더 세리다가 우린 까먹었다. 왜냐 앞에 대형 분수대가 나타나 소리 지르며 달려갔으니까..처음엔 분수를 틀지 않았는데 나중엔 분수를 틀어주어 우리의 놀이를 풍요롭게 해 준 사랑스런 분수대다. 우리 아들과 자주 가서 에스보드 탔던 장소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들만도 하건만 워낙 둔한지라 그것보다는 아이들 목소리가 귀에 더 가깝다
“선생님, 우리 여기서 밥먹어요.”
“그래? 배고파?” 이구동성으로 예를 외쳐서 돗자리를 폈다. 희연 돗자리에 나랑 희연, 준영 제일 먼저 앉고 세 녀석들은 분수대 쳐다보느라 오질 않는다.
“야. 밥 먹으러 오래.” 준영.희연이가 소리치자 세 아이가 달려온다. 가장 늦게 온 승헌 자리가 없어 가방 깔아 앉히고 기범이는 똥 싼 자세로 먹기에 비닐 깔아주며 앉게 하니 괜찮단다.
그래도 밥은 왕처럼 먹어야된다며 편한 자리 만들어준다.
초밥이 주종을 이루고 김밥, 샌드위치. 김치와 밥,배,사과,밤,포도 푸짐한 점심상 앞에 쉴 새없이 음식을 집어넣는데 갑자기 분수대에서 물이 하늘로 올라간다.
밥먹던 아이들 눈이 일순간 그곳으로 몰리더니 평소의 반밖에 먹지않았는데도 기범이는 다 먹었다며 손을 털고 일어난다. 난 속셈을 알지만 짐짓 모른척하고 “더 먹어라. 기범아. 니 후회한다. 이따가 배고파. 어여 더 먹어.” 초밥 한 개를 입에 물며 다리는 벌써 분수대를 향하여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도 먹는 속도가 빨라진다. 아참 내가 싸간 멸치젓갈 넉넉히 넣은 기다란 퍼런 김치 이야기가 빠졌군. 김치에 밥만 싸간 나는 아이들한테 김치를 길게 짤라 밥을 넣어준다. 맛나다며 인기가 치솟는데 옆에 앉은 승헌이 녀석 계속 능청을 떤다. 지랑 나랑 식성이 똑같다나. 긴가닥 퍼런 김치를 다른 녀석들은 한 두 개 먹고 마는데 승헌인 아예 독차지를 하며 밥에 기다랗고 퍼런 김치를 올려 진짜 맛나게 먹는다.
“선생님은 뭐 좋아하세요?”
“나, 밥하고 김치. 그리고 과일..”
“어, 나돈데...”킥킥킥...
정말 웃긴녀석이다, 우리 둘이 끝까지 먹고 있는데 갑자기 희연이가 달려왔나? 아름이가 달려왔나?“ 샘님, 기범이가요 분수에 들어가 옷 다 젖었어요.”
“그래. 냅둬라. 기왕 젖은 걸 어떡허니? 실컷 놀게 내버려둬.”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달려가더니 나린이가 발을 적신다. 아주 살금살금 ,,,마치 물이 불이라도 댄것처럼 천천히 발을 적시더니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다.
(도 닦냐? 참 다양하게도 놀았던 기범이 녀석이 이번엔 아예 물세례를 온 몸으로~~)
(기범이가 분수를 향하여 벽돌을 던지려하니 그의 개구쟁이 짝궁 승헌이가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
그 꼴을 유심히 지켜보던 희연 “나도 발만 담가야지.”그러면서 서서히 발을 적신다. 준영과 아름인 물가 주변을 서성이고 승헌과 기범이는 단짝이 되어 분수대가 지집 안방이 되어 쇼를 벌일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기범이 배우가 되어 뿜어져 나오는 분수에 얼굴과 온몸에 맡긴 채 눈을 감고 서있다. 무아지경으로 들어간 것인가? 그러다 분수대 전체를 뛰어다닌다. 물을 손을 치고 발로 차고 제멋대로 논다. 벽돌을 주어다가 물에 갖다댄다. 물의 세기에 따라 벽돌이 튕겨져 나감이 다른다. 너무 가까이 대면 위험하다며 주의를 준다. 적당한 거리에서 벽돌과 물의 세기를 실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옆에서 지켜본다. 벽돌과 한동안 씨름을 하다 벽돌과 물의 세계를 다 알아버렸는지 다른 곳으로 시선이 간다. 음식을 싼 비닐봉지를 들고와서 물을 담는다. 봉지에 담긴 물을 던지고 뿌린다. 나와 우리 친구들은 도망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난 체력이 딸려서 물깨나 뒤집어 썼다. 특히 승헌이가 튕기는 물방울은 인정사정 없어서 중요부위(?)만 빼고 모두 젖었다. 우리 모두는 비닐봉지와 한참 즐겁다. 비닐봉지와 작별을 고하며 우산을 들고 아이들이 분수대에 등장한다.
우산을 분수대에 들이대니 물이 멀리 튕겨져 나간다. 우산을 거꾸고 뒤집어서 물을 받는다. 우산에 물이 가득 받아지니 그걸 들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우산배를 끌고 여행을 떠난다. 갑자기 기법이가 없어서 보니 우산속에 들어갔다. 비오는 토란 잎속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듯 기범이는 분수대 물속에 들어가 우산을 쓰고 앉았으니 우산은 있는데 기범이는 없다.
일부러 짐짓“어, 기범이 어디갔냐? 안보이네.” 했더니 아이들 모두 웃으며 기범이가 숨어있는 우산을 가르쳐 우리 모두 한바탕 또 깔깔거린다. 우산 배를 밀고 물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드디어 준영,아름 참지못하고 옷을 걷어 젖힌다. “아름아. 니는 몸이 약하니 너무 호되게는 하지 말아라.”며 주의를 준다.
물속에 들어간 준영! 그동안 기범이와 승헌이가 놀던 놀이에 들어가더니 바로 물싸움으로 들어간다. 승헌이와 준영이가 물을 튀긴다. 앞에서 튀기다가 얼굴에 잔뜩 묻어 눈을 뜰 수 없으니 뒤로 돌아 엉덩이로 물을 막으며 물싸움에 열을 올린다. 넘 귀여운 녀석들~~~
나는 그걸 보며 신이나서 “아무나 이겨라. 아무나 이겨라..”하며 함성을 지른다. 아이들도 가세하여 같이 목소리를 높인다.
물싸움이 시들해지자 혼자 놀고 있던 기범이에게 승헌이가 다가간다. 기범이는 꾸준히 놀이를 연구하고 있다. 천천히 우산 배를 타며 아주 넉넉한 표정으로 물속 깊이 들어갔다가 얕게 돌아다니다 제 세상만나 돌아다닌다. 그걸 본 승헌이가 기범이에게 장난을 걸었는가보다. 화가 난 기범이가 승헌이에게 달려들어 승헌이를 물속에 넣는데 힘이 장사다. 두 아이 모두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왔는지 물속으로 서로 밀어넣기에 여념이 없다. 난 그걸 지켜본다.
승헌이가 힘이 들었는지 그만하려 하나 기범이는 아직 멈추고 싶은 생각이 없나보다. (그날은 기범은 거의 승헌이가 기진맥진되어 백기를 들었는데도 계속 밀어넣어 위험한 지경까지 몰고갔다. 놀이를 빼앗긴 아이는 저렇게까지 폭력성을 드러내나 싶은 생각이 나중에 편샘 강의를 들으며 들었지만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지점이다.)
“기범아, 승헌이가 그만하고 싶은가보다.”
그래도 기범이는 아직 성이 안차는지 승헌이를 물속으로 집어 넣으려한다.
승헌이가 드디어 기진맥진된다. “기범아, 그만해라. 이제 충분히 한 거 같다.”
“승헌이가 제가 놀고 있는데 방해했어요.”
“어, 그랬구나. 승헌이가 미안한가부다. 이제 그만해라.” 그제서야 기범인 돌아서고 승헌이는 힘이 드는지 분수대 턱에 얼굴을 묻고 가만있다.
“어, 승헌이 우는가봐요.” 여자 아이들이 동시에 외친다.
“설마, 울라고 우리 승헌이가 얼마나 씩씩한데 놀이한 거 갔고 울겠냐?”
내 말을 듣고 조금 지나자 승헌이가 말짱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여자 아이들이 “어, 안울었네. 장난이잖아.” 그러면서 저 멀리 간다. 아이들이란 이런 존재다. 놀다보면 싸움도 일어나고 또 그 속에서 자라고 영글어간다. 싸울 줄 모르는 아이는 화합할 줄도 모른다. 서로 이기고 지고 해보면서 힘을 기르고 양보를 배워간다. 승헌이는 기범이와 놀고 싶었고 기범인 자기 혼자 놀이에 빠져 놀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승헌이를 물속으로 넣은거다. 놀이에 방해를 받은 아이의 엄청난 힘을 누가 당할 것인가? 놀이를 빼앗긴 아이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범이는 놀이를 빼앗겼기에 이성을 잃게 된 것이다. 그래서 놀이를 빼앗긴 마음이 풀릴 때 까지 승헌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었던거다. 아이들의 싸움은 이유없이 일어나는경우는 없는데 특히 놀이에서 방해를 받게 되면 그 힘은 더 폭발적인 거 같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 날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이 내 맘대로 움직이면 재미없기도 하지만 어른의 세계와는 너무 다른 내면을 가진 아이들 세계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있어야 해서 힘들다. 내 무식함이 또 느껴진 날이다.
두 아이가 싸웠을 때 최대한 그냥 두려한다. 그리고 나중에 반응을 하려한다. 문제는 어른의 반응이다. 아이들의 놀이에 어른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같이 일어난 일은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두고 보고 그러고 난 후에도 해결이 안되면 그때에 중재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서로 같이 충분히 느끼고 해볼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어른의 조급함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 기범이와 승헌 두 아이 모두 잘 해결해냈다.
그리고 금방 잊고 또 다른 놀이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자 아이들은 고물고물 비닐봉지에 물 담아 파는 놀이를 하는지 두런두런 바쁘다. 아름이가 가져온 비타민씨를 아이들 입에 털어넣어 주고 내가 가져간 솔라씨도 아이들 입에 넣어주랴 사진 찍으랴 분주하게 물속에서의 한때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과 놀이는 하나가 되어 힘껏 취해서 놀게 해줘야 되고 놀이의 주인은 아이가 되게 해야된다. 아이들이 놀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서 해보는 것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난 아이들과 워낙 많이 놀아본 경험이 있어서 안다. 우리 아이가 공동육아를 했는데 그 때 봉사활동으로 토요일마다 아이들 데리고 학교에 가서 놀았다. 용마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 로 운동장이 큰 학교이고 동물과 식물을 잘 가꾸어 논 곳이다. 내가 근무한 이 근처에 마당 너른 집을 얻어 우리는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가게 교육과정을 꾸렸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쏘다녔고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우리 반 아이들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놀이의 중요성을 이때 알았다고 해야 하나?
해가 가는 줄 모르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모래를 파고 동물을 관찰하고 꽃씨를 받고 밤에 아차산 팔각정에서 만나 밤 마실을 다니고 우리 집은 어머님들의 모임장소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퇴근 후에 아이들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들이 모래놀이에 한창이다. 난 그곳으로 달려가 호수로 물을 뿌려준다. 아이들이 달려와 호수에 손을 대니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개빛보다 무수히 많은 빛깔로 물이 옷을 갈아있는데 아이들은 손,머리,얼굴, 들이댈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다 들이대며 모래밭으로 뛰어들고 자동차, 삽,등 가지고 놀던 것들을 가져와 물을 받아가며 논다.
아! 그때의 추억이 새롭다.
우리 반 아가들과 그날 오랜만에 참 즐거웠으나 난감했다.
옷이 없다. 기범엄마에게 전화하니 다행히 집에 계신다. 온 가족이 출동하여 기범이 옷 세벌과 민영이 옷 두벌. 희연 옷 한 벌을 가져와 우리는 계단 한 구석으로 간다.
올림픽 프라자 상가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으니
“어, 아름이가 민영이가 된네.” 민영이 옷을 입은 아름이를 보며 기범이가 외친다.
우리 모두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즐겁다. “:선생님. 옷이 안내려가요.” “응, 물이 젖어서 그래, 거꾸로 벗어라.”하면서 확 뒤집어서 벗겨주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기철이가 쳐다본다고 엑스트라 기철군은 기범이 동생인데 여자아이들이 옷 갈아입는 동안 수건으로 가려주었는데 그 쪽으로 들어가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하는 소리다. 아참! 꼬마신사가 거기 있는 걸 몰랐네. 기철이를 다른 쪽으로 보내고 수건커튼 속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여자아이들은 소리 지르기 일쑤다. 남자 아이들이 본다나? 아무도 관심 없는데 소리를 지르니 내 원참.. ..남자 아이들은 벌써 다 입고 나서있다.
기범이 엄마가 싸온 따뜻한 물과 함께 남은 간식을 먹기 시작한다. 초밥, 배, 사과등을 먹다 생밤을 싸온 생각이 나서 아이들에게 주니 입에 갖다 대자마자 싫다고 고개를 돌린다.
“어, 맛있는데.. 우리는 어렸을 때 밤을 생으로 잘 먹었는데. 니들 안먹어 봤구나. 이렇게 먹는거야.” 하면서 반으로 두 동강이 내어 겉껍질만 베껴 먹으며 한쪽을 주니 쓰다며 퉤한다.
결국 밤은 먹지 못하고 햄버거가 먹고 싶단다.
우리 모두 햄버거 가게를 향하여 출동한다.
“자. 얘들아, 뭐 먹을래?”
“난 불고기 버거. 치즈버거. 감자스틱, 콜라 ,사이다...”
“야, 하나 다 먹을 수 있어?”
“녜 얼마나 맛있다고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난 둘이 한 개씩 돌아가게 시킨다. 모자라면 더 시키면서 되는데 음식은 남기는 건 안되기 때문에 모두 둘이 한 개 돌아가게 시킨다.
결국은 버거가 남았다. “다 먹는다며. 반쪽 시켰는데도 남기냐? 더 먹어. 빨리 음식 남기면 안돼.” 그래도 아이들은 안먹겠다 해서 결국 기철 아빠 몫이 되었다.
“기철이 몫인데 안먹었으니 아버님이 드세요.” 그랬더니 기철 아빠는 뜨악한 표정과 떨떠름한 모습(?)으로 햄버거 반쪽을 받아든다. 우리는 거기에서 300원을 주었다.“ 저 주세요.”모두 손을 들기에 “안돼. 불우이웃 도와야 돼. ” “어떻게요.” 승헌이가 묻는다.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그리고서 이번 수재의연금 낼 때 아이들 앞에서 900원을 넣었다. 300원은 그날 주운 거고 500원은 기현이가 교실에서 주워온 거고 100원은 체육하다 주은거라 그렇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육 중 하나는 돈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아까워서 돈을 안쓰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개념은 돈쓰는 법을 알려줘야 제대로 쓸 수 있을 것이므로... 난 햄버거 하나씩 사주어도 되지만 뻔히 안다. 남는 다는 것을.. 그리고 선생님은 돈이 없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내가 가진 돈은 다른 곳에 써야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부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돈은 소중하다. 우리 아이들 기를 때도 꼭 그걸 사야한다면 20가지 이유를 대라했고 그 산 물건에 대해 책임지길 원했다. 그냥 사주는 법이 없었으므로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는 조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무리 비싸도 다 사줬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돈의 중요성을 알아 정말 필요한 곳에 같이 나누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오늘은 섬기는 날이다. 내 뜻대로 해서는 안되고 오늘은 아이들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는 날이라서 난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기로 했다. 위험하다거나 의논되지 않은 일은 빼고 아이들이 공평하게 서로 힘을 합쳐 이뤄낸 일에 대해서는 난 다 동의했다.
“ 선생님, 제가 선생님 할께요.” 잉어와 식물관찰을 할 때 승헌이가 불쑥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하렴. 그럼 난 이름이 뭐냐?”
갑자기 흘러가는 물을 쳐다보더니 “물이라 해요.”그런다. “어, 물이 예쁜 이름인 걸...(임정자님의 동화 ‘물이 길 떠나는 아이’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너무 멋진 여자주인공 아이 이름이 물이다.) 야.좋아. 선생님, 우리 어디로 가요.. 어짜고 저짜고 하다가 나한테 자꾸 선생님 그런다. 나 학생이야. 해도 선생님한다. 왜냐 관찰하면서 궁금한 것이 많으니 결국은 승헌이가 나더러 선생님 하란다. 넘 웃기지 않은가? 아이들은 참 정직하다. 그 자리가 자기에게 안맞으면 정직하게 내 놓으니까. 어디 어른은 그런가? 욕심이 더덕더덕 붙어 역량이 안되도 그 자리 꽤차고 앉아서 나라 망치는 인간이 어디 한 둘인가? 우리 아이들한테 한 수 배울 일이다.
참 배움이 많은 우리 아이들과 보낸 한나절은 내겐 단잠보다 더 달콤한 시간이었으나 오후에 스케줄 때문에 마음의 압박을 느낀다.
“얘들아. 이제 기범 엄마 차타고 집에 가자.”
“싫어요. 우리 지하철 타고 가기로 했잖아요.”
난 순간 난감했다. 우리 큰 아버님이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서 수원의료원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선약이 있어 취소는 못하고 시간을 앞당겨 열시에 만나기로 한거다. 모든 식구들이 강릉에서 총출동할 터인데 서울 사는 내가 늦게 가면 우짜노?
내 속타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싫단다. 어쩔 것인가?
기범엄마가 아이들을 설득한다.
“우리 차 타고 가면 빨리 갈 수 있고 편하게 갈 수 있고 선생님 피곤하시니까 그만 우리차로 가자.”
“싫어요.”
“야, 그럼 다시 성내천 걸어서 집에 가자. 그럴래면 나랑 같이 가고 아님 차 타고 가야되는데..”
“난 선생님이 걸어가면 걸어갈꺼야.”
누군가 그러니 모두 그런단다. 참 치사한 별의별 방법으로 다 협박해도 막무가내로 지하철 탄다고 하기에 기범이 가족과 손 흔들어 작별을 한다.오늘은 아이들이 주인인 날이고 나는 섬기는 날이니 그렇게 함이 당연하나 실천하기에는 정말 힘들다. 갑작스런 물놀이에 몸과 맘이 다 지쳤고 옷도 젖어서 정말 혼자가고 싶었다. 빨리 혼자가 되어 내 할 일을 하고 싶은데 놓아주질 않는 녀석들이 미웠다. 가는 내내 나 골탕 먹이며 선생님이 몇 번 속았다고 장난 심하게 걸던 승헌이 녀석이 질로 나랑 같이 간단다. 참 질긴 녀석들..
기범이만 빼고 우리 모두 지하철을 타러간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입을 열지않는다. 공공장소이므로.. 대신에 눈빛과 몸으로 말한다. 꼬물꼬물 내 가방과 손을 잡고 옷을 만지고 보이는 모든 것을 눈과 몸으로 탐색하고 만지고 모든 것이 놀이다. 내림과 동시에 벌어진 입 다물어질 줄 모르고 헤어짐이 아쉬워 손은 내려가지 않는다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손 흔들고.. 학교 담벽으로 보이는 날 보고 “선생님, 선생님..”하고 부른다. 이래 교사는 행복하다. 난 비록 그날 우리 아주버님. 형님은 못 뵙고 아주 늦은 밤 돌아와서 몸은 물먹은 솜되었으나 마음만은 하늘을 나는 새가 되었다.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인이 된 날이다. 시간이 되면 우리 아이들과 자주 나가고 싶으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 입을 다문다. 아이들은 갔다 와서 담엔 남산타워 가잔다. 귀여운 넘들.. 난 니들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존재다. 사랑한다. 내 보배들아.~~
첫댓글 사진이 하나도 안 보여서 안타깝지만..... 잘 읽었어요. 나한테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으까.... 사진 좀 어떻게 해봐 주세요.
알았수~~ 컴선생 불렀수,.
아, 그날 말씀하신 그 아이들이네요. 사진으로 보니 실감나고 더 재미있어요. ^^
감사~ 귀여운게 아니고 말썽꾸러기 1,2호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