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여성의 행복한 삶
작년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 얼음이 녹아 몇 십 년이면 북극 얼음이 없어지며 그렇게 되면 바다 수면이 높아져 태평양의 산호초 섬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추위가 사라짐으로써 병균이 활개를 쳐 유행병이 돌궐 할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매스컴을 통하여 주석을 붙여 가며 설명하기에 올 해는 춥지 않고 따뜻한 겨울을 지내, 겨울에 향수를 느낄 수 없구나,
어딘가 서운한 마음으로 겨울을 맞았던 것 같다.
연초부터 연일 추위도 이어졌지만 금세 추위도 가겠지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차량에 월동 장구도 준비하지 않고 있는데 웬걸,
허리도 뻐근하여 걷기 운동이나 조금 할까 하여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찬바람이 불어 대며 하얀 눈이 앞을 가로막고 몸이 기우뚱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이쯤이야 하고 조금 걷는 순간 지면에 내린 눈이 꽁꽁 얼었으며 함박눈과 싸락눈이 번갈아 가면서 온 마을을 하얀 눈으로 뒤덮일 때쯤 생각이 번쩍 와 닿는 거이 귀가 길이 문제였다.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차량에 월동 장구를 준비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날씨가 너무 추워 부동액을 넣지 않으면 엔진이 얼어 파괴되어 몇 만원 아끼다가 완전히 차량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 앞섰다.
귀가 길에 체인 없이 기둥을 하다가 접촉사고나, 차도를 벗어나 타행 운전을 했을 경우 나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도 위험할 것이라는 선입감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소(牛)뿔도 더운 김에 빼라고 했다는 옛말이 떠올라 얼른 운전하여 카센타에서 부동액을 집어넣고 체인을 구매하니 거금 십만 원 정도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침 출근길은 다소 춥지 않았으나 하루에 열두 번 변덕스러운 날씨가 나의 호주머니를 털어 버렸다고 마음속으로 투덜대며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니,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춥지만 추위를 들여 마시는 것도 한결 기분전환이 되고 정서적으로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사무실 골목길을 걸어 보았다.
정말로 눈 오는 길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숲 속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아름다고, 겨울 여인네의 걷는 모습에서 겨울외투와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리며 어정어정 걷는 모습 또한 겨울이 주는 정취도 그만이었다.
해서 눈 속을 헤집고 두리번거리는 데, 빅마트 한 쪽 귀퉁이에 붕어빵 수레가 따뜻한 오뎅에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나를 불러 세우는 것이 아닌가.
몇 십 년 만에 붕어빵 굽는 여인네 모습을 보니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꽃피우며 시간 지나는 줄 모르고 먹던 그 순간이 떠오르고 그 때 그 시절에 나도 어른이 되면 붕어빵 장사를 하겠다고 꿈꾸었던 생각이 엊그제처럼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붕어빵 수레에서 따끈따끈한 붕어빵이며 오뎅에 구수한 국물을 먹으니 금새 추위는 사라지고 온 세상이 내 세상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 후로 다소 추운 날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붕어빵 수레를 찾게 되었는데,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종종 찾아 가는 발길이 많아짐에 따라 붕어빵 주인과 대면하게 되다 보니 대화도 주고받게 되어,
다소나마 주고받는 대화가 신세를 묻게 되었다.
붕어빵 주인은 다소 멋있는 옷차림에 화장기 있는 모습을 어느 집 맏며느리처럼 마음씨도 고운 심성이 숨어 있듯이 생글생글 얕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이는 36세라면서 아들 둘을 두고 있으며 남편은 某 전기 회사에 다닌다 했다.
남편도 추운데서 돈 버는데,
자신도 집에 있으면 멋쩍고 해서 아이들은 시부모님께 맡기고 적은 액수지만 젊을 때 돈을 벌어 애들 학원비라도 조금이나마 보태 쓰겠다는 것이 얼마나 고운 심성인지 몰라 그 마음에 반하여 자주는 아니지만 찾게 되었는지 모른다.
정말로 요즘 같지 않은 억척 여성이 갖는 작은 행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여성이었다. 앞을 내다 볼 수 있다는 작고 작은 인생사 여성의 추운 겨울이 주는 따뜻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그 붕어빵 아줌마가 어느 날 봄바람에 녹아 자취를 감춰 버렸다. 아마,
내 마음도 녹는 것 같다. 올해도 추웠으면 좋겠다. 왜냐고요, 풍년이 온다니까요.
시인 최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