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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결에 휴대전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10분이다. 발신자 번호를 보니 010-xxxx-xxxx으로 처음 보는 전화다. 받지 않으려다 혹 누군가 급한 사항을 알리는 전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보세요’하고 응답을 했다.
저쪽에서 나이 든 여자 목소리로 ‘여보세요’ 하는 응답이 있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계음으로 계속 통화를 하시려면 1번, 무엇을(?) 하려면 2번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앗! 이건 보이스피싱 이구나!’ 직감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니 영 찜찜하다. 사내대장부가 들어도 보지 않고 겁부터 먹다니 혹 아는 사람이 얼마나 급했으면 야심한 밤에 전화했을까 하는 생각에 집에 있는 유선 전화로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여 전화를 걸었다.
대기 음악 소리가 들려오더니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하는 기계음이 들려온다. 보이스피싱임이 확인되었다. 나이 드신 어머니나 장모가 계신 분들이 잠결에 이런 전화를 받으면 비몽사몽 간에 상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다.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다급하게 몰아치는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만다.
보이스피싱 관련 이런 경험이 있다. 출근 후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사무를 보고 오전 10시경이 되었을 때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여보세요.’ 하는 순간 딸아이 목소리로 울먹이며 ‘아빠! 나 여기 이상한 사람들한테 잡혀 왔어.’ 한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
“뭐라고 그 사람들 좀 바꿔봐!” 가슴은 콩닥 이고 어떡해야지, 경찰에 신고해야지, 어떡하나 안절부절못하는 데 저쪽에서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시죠?” “아, 예! 예!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내가 죄지은 것처럼 굽실댔다. 살짝 휴대폰을 내려놓고 사무실 전화로 집으로 전화했다. 아내가 받는다.
“설희(딸애의 이름. 가명)가 납치된 것 같은데 딸애 사무실로 전화해봐”
“아니 무슨 소리야 설희 오늘 휴가 내고 지금 제 방에서 자고 있는데...”
“개xx”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고 갑자기 맥이 확 풀려 버린다. 이미 상대는 전화를 끊었다. 딸아이와 비슷한 연령대로 울먹이며 하는 말이고 급박한 상황의 말이다 보니 나도 이성이 마비되어 딸의 목소리를 구별하지 못한 해프닝이었다. 오늘도 내 어머니나 장모님이 살아계셨다면 내가 당황해서 계속 들으려고 1번을 누르고 난리법석을 벌였을 터이다.
이런 보이스피싱이 아직 근절되지 않고 활개를 치는 이유는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제법 있고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당하고 나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의 사이버 수사대에서 수사해도 발신지가 해외이다 보니 성과는 별로인 모양이다. 각자 조심하라는 별 도움 안 되는 말만 듣는다.
해외에서 오는 전화는 발신지 앞에 특수문자가 표시되도록 하면 좋겠다. 의심하고 전화를 받으면 사기당할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이 시골 어르신들이 많다. 귀도 어둡고 자식이 울먹이며 급한 도움을 청하면 이성이 마비된다. 예방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과학수준은 세계적이다. 과학을 도입하여 보이스피싱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
첫댓글 사기 없는 세상 어디 없나..얼마나 진짜 같은지
당하면 진찌 당하겠다...
조심한다 케도 나같은 얼빵한 사람이 우째 안당했나 싶다..무서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