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날씨가 좋지 않다. 바람이 불고 흐린 날씨다. 그래서 오늘도 날씨가 걱정이 된다.
아침에 서둘러 기상을 한다.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둠이 깔려 있다. 동이 트려면 제법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대지가 젖어 있다. 밤새 빗방울이 비친 모양이다.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아침을 든다. 뭐 특별한 식단은 아니다. 그저 어제 해놓은 찰밥에 김치 그리고 김으로 뱃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다. 이전에 한번 도전할 때 이런 식단을 해보았는데 나름대로 내게 맞는 식단인 것 같아 이번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해본다.
어둠이 가시기 전 집사람과 집을 나선다. 아이들은 그냥 꿈 속이다. 새벽이라 택시는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간혹 지나가는 버스는 승객들로 꽉 차있다. 토요일 오전 이른 아침인데도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엄청나게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화평호텔 앞에 도착하니 6시 10분정도이다. 만나야 할 홍챠오루 님은 아직 도착하시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다. 호텔 주변에 간이화장실을 설치해 놓았는데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거기에 한자리 차지하고 기다리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길 건너 와이탄 화장실을 찾아 불법횡단을 한다. 주변에 경찰이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용감(?)하게 건너간다. 와이탄 앞에 가면 누구 동상인가 큰 것이 있는데 그 앞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1원 넣으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화장실. 이곳에서 1원을 투자하고 개운한 볼일을 본다. 하긴 여기 상해니까 돈 내고 볼 일을 본다. 보통 5각 하는데 이곳은 두 배이다. 조금은 아쉬운 맛이 있지만 오늘은 그것을 따지지 않고 사용하기로 한다. 일단 줄 늘어선 것이 없어 편하고 빠르다.
다시 호텔 입구로 오니 이번에 가을동화님과 니하오님이 보이신다. 두 분께 인사하고 함께 홍차오루님을 기다린다. 잠시 후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만나서 배번과 스피드칩을 받고 간단하지만 단체 사진을 한 장 만든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여유 있게 또 폼 잡지 못하고 유니폼만 입은 채 자세를 만들어 본다. 이어서 몇 분은 짐을 맡기러 가시고 각자가 몸 풀기에 들어간다. 난 주변 골목길을 약 15분정도 조깅을 한다. 주변 골목에는 몸 푸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또 단체 참가객들이 많이 있다. 보통 초 중 고 학생들 같다. 약 2~300명씩 모여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4.5km에 참가한 선수들 같다. 이렇게 이들을 구경하고 워밍업을 하는데 또 속에서 소식을 보낸다. 역시 긴장 한 탓인가 보다. 다시 한 번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신호이다. 얼른 집사람을 찾아 다시 1원을 챙겨 아까 다녀온 곳으로 달려간다. 이번에도 역시 주변을 둘러보고 경찰님들의 눈을 피해 무법횡단을 한다. 역시 이곳 화장실은 사람이 없다. 호텔 앞 화장실은 기다리는 사람이 아까보다도 더 늘어났는데…. 출발하기 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얼른 일을 보고 다시 아까 그곳으로 넘어 오려고 하는데, 이번엔 단속원에게 발견이 되었다. 다른 중국인 한 사람이 있었는데 넘어가자고 손짓을 하니 안 된다고 호각을 불어댄다. 할 수없이 멀리 돌아온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려면 약 5~600m를 돌아와야 하는데 이는 급할 때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한다. 중간에 중앙선 바리케이드를 훌쩍 뛰어넘어 제자리로 온다. 보통 때는 아니 하는 일이지만 오늘은 할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준비를 하니까.
돌아와 겉옷을 벗고 출발선으로 간다. 어느새 다른 분들은 출발선에 대기 중이시다. 출발선 앞은 풀코스 주자들이 대기하고 그 뒤로 하프 주자들이 대기한다. 각 주자들은 배번으로 구분을 한다. 간혹 하프주자가 풀코스 출발선에 있으면 귀신같이 잡아내어 뒤로 가게 한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냥 놔 둘만도 한데….
약 7시 10분경부터 출발선에서 대기한다.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더러는 깃발을 하나 세운 채 세를 과시하기도 하는 무리들이 있다. 우리도 소형 태극기 하나라도 준비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뒤늦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는걸…. 노랑머리의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일본인들도 많이 보인다. 우리 국내서처럼 백발의 연세 드신 분들도 더러 보이고. 풀코스 주자가 한국에서처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다. 국적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옷차림도 각양각색이고, 어떤 분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녹화중계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 가면 쓴 채 역주하는 주자를 한동안 비쳐주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이곳도 역시 특이한 옷차림을 한 분들이 있었다.
출발선 약간 뒤의 무대에서 개회식을 간단하게 하고 이윽고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린다. 우르르 몰려 나간다. 조금은 서성거린 채.
오늘은 내 몸의 상태, 즉 느낌이 좋다. 연습량의 부족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출발의 감은 좋은 편이다. 출발하기 전 빗방울이 비쳐 조금 걱정을 하였는데 그 비는 곧 그쳤다. 날씨도 선선하고 바람이 조금 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나의 페이스대로 출발을 한다. 총소리와 함께 앞으로 뛰쳐나가는 주자들이 많이 있다. 어차피 각자가 알아서 할 페이스 조절이기에 남의 일은 걱정할 것이 아니다. 내가 걱정인 것이지. 난징동루를 지나는 것은 발걸음이 가볍다. 주변에 응원을 하는 중국인들의 모습도 보기 좋다. 우리 카페 일행들은 조금 뒤에서 달리시는 것 같다. 우선은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하고 일정한 속도로 질주를 계속한다. 한참을 가지 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아마 난징루를 다 지난 지점 같다. 얼른 오른손목의 시계를 살핀다. 23분하고 56초이다. 정상적인 페이스인 것 같다. 물론 초반이기에 조금은 오버한 감도 있었지만, 일단 출발시의 감이 좋아 이 스피드를 유지하기로 한다. 5km를 지나면서는 앞 사람의 페이스를 쫓기도 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사람의 보폭을 보면서 한참을 뛰 따르기도 하고 추월도 하곤 한다. 이어서 다른 상대를 찾아 다시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르기도 한다. 간혹 맞바람이 불지만 질주를 방해할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지루한 직선질주가 계속된다. 10km까지는 그런 것 같다. 상해마트 부근이 10km지점이다. 다시 시계를 본다. 48분 11초이다. 구간타임이 적당한 것 같다. 빠르지도 않고 늦어지지도 않은 정상적인 페이스라고 생각이 든다. 이 스피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오늘 완주의 열쇠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10km 지점까지는 외국인 3명을 만난다. 남자 둘에 여자 한 분이다. 이분들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잘 달린다. 이분들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간다. 스피드가 적당하여 힘들이지 않고 잘 붙어 달린 것이다. 10km 지점에서 이 사람들이 급수하느라 사이가 벌어졌다. 난 급수 없이 계속 질주하였으니까. 조금 달리다 보니 앞으로 중국인 여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앞선다. 다시 이들을 따르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뒤를 바싹 따르는 사람이 있다. 중국인인데 거의 25km지점까지 내가 앞서 리드를 해준 셈이 되었다. 반환점 부근에서 이 사람과 헤어진다. 이 분이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15km 지점을 향해 달리는 것은 계속된다. 길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찌아요우’를 외쳐준다. 더러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해주기도 한다. 고맙기도 하지. 달리는 주자들을 위해 장고같은 것도 쳐 힘을 북돋아주기도 하니. 구베이루를 지나면서는 조금 코스의 굽이가 많은 듯 하다. 15km지점을 통과하는 시간대가 1시간11분 12초이다. 이때까지도 초반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였다. 아주 좋은 상태인 것이다. 몸에도 별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20km 지점을 통과하기 전에 약간의 언덕길이 있었던 것 같다. 고가다리이지. 그리 긴 거리는 아닌데 처음 맞이하는 언덕길이다. 언덕길을 오르는 것이 내겐 조금은 덜 힘든 것 같다. 좁아지는 보폭으로 그 힘듬을 조금은 극복을 하니까. 그러나 반대로 내리막길은 다시 늘어나는 보폭과 내디디면서 늘어나는 충격으로 언덕길보다 힘듬을 느낀다. 많은 주변사람들이 언덕길에서 스피드가 주춤한다. 또 바로 내리막길에서 제자리를 찾고. 보통 이 언덕길에서 힘을 낭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km 지점을 1시간36분44초에 통과한다. 이제 오늘 코스이 반 가까이 온 것이다. 정확한 반은 아니지만 일단 20고비를 넘으면서 반을 통과한 것으로 생각하니 한결 맘이 편해진다. 그러나 몸은 이제 서서히 그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가끔씩 찾아오는 발바닥의 불편함이 있고, 오른쪽 장딴지 뒷부분이 슬슬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어쩌란 말인가. 아직은 갈 길이 먼데. 더 버텨보는 것이지. 무슨 수가 있남. 20km 지점을 통과하면서는 너무도 지루한 레이스가 된다. 거의 직선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직선이다. 25km 구간대를 향하여 달리는데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1위를 한 흑인선수가 있는데 이 친구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내가 뛰는 주로는 오른쪽인데 반대 맞은편 왼쪽에서는 반환점을 돈 주자들이 더욱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다. 조금 가면 반환점이 있겠지 하고 달려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1차선으로는 대형차들이 내뿜는 매연이 코를 자극한다. 이놈의 바람은 왜 달리는 사람들 쪽으로 오는지. 그래서 더욱 매연이 코를 통해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다리는 어느새 천근만근이 되어 가는데 공기마저 이러니 더욱 어려워짐을 느낀다. 이때까지는 중국인 분과 옆에서 나란히 뛰었다. 이 친구도 두 사람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면서 달렸는데 22 km 지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옆 주자에게 먼저 가라고 신호를 하고는 뒤쳐진다. 이 사람과 옆에서 반환점을 돌때까지 같은 페이스로 잘 뛰어왔다.
오늘 출발 전에 급수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소변기를 느꼈다. 몇 군데 장소를 물색하였지만 마땅치 않아 참고 있었다. 그런데 반환점을 앞둔 좌우 거리가 나무가 있어 좋은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일단 반환점을 돌자마자 같이 뛰던 중국인 보러 먼저 가라고 하고 난 잠시 나무숲을 찾아 선다. 아쉬운 사람은 나니 눈치 볼 것도 없다. 일단 급한 일을 해야 하니까. 약 20초가량 볼 일을 보고 다시 주로로 나선다. 속은 개운해졌는데 다리는 아니다. 25km 지점(2시간 1분 36초)을 통과하면서부터 힘든 질주를 한다. 오른쪽 다리가 정상이 아니다. 한계에 온 것인지. 속으로 생각한다. ‘연습량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라고. 맞다. 이전 처음 마라톤이라는 것에 몸을 맡길 때 하프 뛸 때구나. 이때도 연습량의 부족으로 막판에 고생한 적이 있다. 그때의 상황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폭이 작아지고 두 다리의 교차하는 시간이 느려진다. 그러니 스피드가 날 수가 없지. 반환점을 돌면서 오는 방향으로 되돌아 뛰면서 반환점을 향해 달려오시는 니하오님을 보고 손을 들어 힘을 내시라 한다. 이어서 성기로님을 만난다. 그리곤 계속 앞을 향해 가는데 뒤에서 ‘화이팅’ 하는 귀에 익은 언어가 들린다. 옆을 보니 우리 일행이시다. 누군지는 모른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 ‘검푸’님이시라는 것을. 다시 옆으로 나란히 하면서 달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스피드가 줄지는 않았다. 검푸님과 함께 달릴 수준이었으니까. 그러나 다시 만나는 언덕길에서부터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 내가 힘이 부침을 느낀다. 검푸님을 앞서 보낸다. 그리곤 나는 줄어드는 스피드를 느끼면서 다리가 무겁고 힘든 것을 느낀다. 아직 갈 길은 먼데 벌써 이렇게 급한 신호가 나타나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을 한다. 점점 속도가 떨어진다. 언제부턴가 빗방울은 굵어졌다. 바닥은 군데군데 물이 있어 신발은 젖기 시작하여 발바닥의 느낌 역시 좋지 않다. 1km 마다 표시된 거리 표시가 이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다. 또 서서히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한다. 그러니 물도 찾게 되고 뭔가 먹을 것을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런데 여긴 간식은 없다. 20km 까지 급수를 하지 않고 잘 견디었다. 그런데 배가 고파오는 것을 느끼니 이젠 5km 구간마다 설치 된 급수를 최대한 이용한다. 많이는 아니지만 한 컵씩을 반드시 들이킨다. 조금씩 수분을 섭취하면서 떨어지는 에너지를 보충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 물만 가지고 되남. 잠시뿐이지.
30km를 통과하는데 시간은 2시간하고 27분 27초이다. 이때까지도 비록 다리에서 신호가 왔지만 내가 원하는 페이스를 잘 유지해왔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자신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이다. 몸은 이를 바라고 있지 않으니까. 아마도 출발 때의 체력이라면 가능하겠지. 그러나 지금은 출발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상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 생각했던 4시간이라는 것으로 다시금 넉넉한 수정을 하게 된다. 설령 몸이 더 이상을 보여 이것마저 안 된다면 할 수 없지 하고 체념을 해야 한다.
앞서 있는 주자들도 그다지 스피드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조금씩은 앞서 가지만 잠시 걷기도 하고 다시 뛰기를 반복한다. 이런 모습들은 35 km 지점에서부터 많이 목격한다. 앞서는가 싶으면 잠시 앞에서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나 역시 걷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어서 급수대가 나와야 물 한 컵 마시면서 잠시 몇 걸음 걸을텐데…. 35km 지점을 2시간57분51초에 통과한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당연한 것이다. 다리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니까. 보폭은 정말 엄청나게 좁아졌다. 더불어 내딛는 속도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걷는 것보다 조금 나을 정도이다. “ 왜 내가 이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 때문에 이 짓을 하는 것인지? 하는 반문을 해보기도 한다. 아무런 대답도 없다. 그저 내리는 빗방울을 맞고 씻어내면서 앞을 보고 조금씩 조금씩 나가는 것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아니면 주저앉든가. 차마 주저앉을 수는 없고. 그래도 남의 나라 와서 처음 시도해보는 마라톤 풀코스인데, 조금 시간이 늦더라도 완주해야지. 여기저기 떠벌인 것도 있는데 말야. 남은 7km가 왜 이리 먼지. 체육관은 금방 나타날 것 같은데, 나타나지는 않는다. 빗방울은 더욱 거세졌고. 나를 앞서는 사람들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고. 나는 점점 느려지고 있고.
37, 38, 39km 구간 표시를 보면서 조금 여유를 찾는다. 그러나 이 여유는 마음뿐이다. 몸은 여유롭지 못하다. 힘은 더 빠져가고 있으니까. 이때 잠시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걷고싶은 욕망이 너무도 강했다. 내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였다. 아마 1~2분 걸은 것 같다. ‘아니지’ 하고 다시 달린다. 속도 없는 달리기를. 40km 간판을 본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은 것도 2km이다. 지금의 내 몸으로는 2km도 작은 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 것일까 체육관 건물은 옆으로 보이는데.
40km 구간은 시계 보는 것도 잊는다. 그냥 남을 거리를 얼른 마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까. 마지막 우회전을 한다. 골인점이 보인다. 골인지점 왼쪽에 미리 들어오신 분들이 파이팅을 외쳐주신다. 한참을 기다린 집사람도 나를 발견하고 카메라를 눈가에 갖다 댄다. 일단 다 왔다는 안도의 마음으로 미소를 보낸다. 그러나 다리는 지치다 못해 이젠 아프다. 장딴지가 왜 이리 아픈 것일까.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다. 마지막 남겨진 매트를 밟는다(3시간 41분 46초). 다 온 것이다. 42.195km, 어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거리인데 오늘은 왜 이리 멀고 길게 느껴진 것일까. 내 몸이 그리 느꼈으니 뭐 할 말이 있나. 몸이 이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이고 이 탓은 훈련의 부족으로 기인한 것이리라. 여러 가지 핑계를 댈 수 있지만 그것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그러지 말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또 이다음에 이런 일을 다시 경험하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지.
오늘 생애 두 번째 마라톤 풀코스를 마쳤다. 2002년 춘천에서 처음 맛본 완주의 느낌과 오늘 상해에서 두 번째 맛보는 느낌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처음은 그저 완주했다는 것에 자신을 칭찬했고 우쭐했었고, 오늘은 비록 완주는 했지만 조금은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 불만은 차차 스스로가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 그 시간을 내가 즐겨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 있으면 고작 국내대회나 일년에 한번정도 참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팔자인지 모르지만 상해에 오게 되었고 그 연유로 상해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를 했다. 국내에 있었으면 일부러는 오지 못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잠시 산다는 혜택을 가져 이렇게 힘든 경험을 하면서 달리는 기쁨을 누려본다. 아마도 살아가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상해에서 달리는 것 하나로 좋은 분들을 이렇게 만나서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역시 행복에 넣어도 될 것 같다. 마라톤이라는 것이 혼자서 달리는 고독한 것이지만 그 고독과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마라톤만이 가진 좋은 특별한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참가신청부터 달리는 날 마지막 순간까지 비를 맞아가면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우리 홍챠오루님께 감사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닐 것인데, 그저 즐거운 맘으로 해주시니 아무것도 보답할 수 없는 난 그저 열심히 뛴 것으로 대신한다. 염치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 함께 해주신 카페회원님들 가을동화님 검푸님 성기로님 니하오님 또 닉네임을 잘 모르는 몇 분 그리고 우리 젊은 학생 친구분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언제까지나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우리 가족 분들이 그리 할 것이라 믿으면서 오늘 상해국제마라톤대회 참가한 맘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첫댓글 감동적입니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아아... 그러고보니 아침 조회시간에 이 소식을 전하지 못했네.. 정말 수고하셨고요...편안한 주일 오후되십시요...
고상 하셨습니다...내년엔 올해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기시길....
어제 비가 제법 뿌리던데....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세히 묘사할 수 있는 정신력 & 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좋은 추억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 때놈들이 등수는 안가르쳐 주져.,? 우ㅜ씨..~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는 저도. 반만이라도 뛰어야징.,~
김선생 자랑스럽고 아므튼 좋은결과 라고생가한다.정말 수고하였네...존경스러워 다음에 나도 도전한다..ㅎㅎㅎ몸조리잘하고 뭉친근육 침질잘허고 상해가면 연락험세....안녕
수고하셨습니다.
인간승리. 10km라도 참가했음 좋겠다. 다음엔 다함께 10km를 참가하지요. 그래야 뱃살도 빠질 거 같아요~ 역시.
존경스럽네요. 몇번인가 시도했는데 못했어요. 내년앤 저도.... 박성원
감독님~~멋져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