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열매 하나
지은이 : 전현정 글 / 이유정 그림
출판사 : 파란자전거
2018년 11월 25일 초판
발제 : 김수정
◉ 이유정 그림의 그림책 “열매 하나”를 선택하다 ◉
최근 그림책을 찾다 이유정 작품을 보았다. 표지 그림이 산뜻하고, 돌어선 농부의 표정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한 블로거는 자신은 ‘이 책 뭐지?’하며 궁금함을 갖는데, 아이는 ‘이건 이런 거라는 거야~’라며 명쾌하게 답을 내서 놀랐다고 적어놓았다.
먼저 나는 ‘이 책의 교훈은 이런 거야’라고 말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블로거의 아이가 거부감 없이 책을 읽고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궁금해졌다. 이것이 일단 읽어보자 결정하게 된 이유다.
◉ 싱 그리고 카말 할아버지 ◉
주인공 싱은 젊은 농부다. 산 속에서 빨간 열매를 발견하고 키우던 식물을 모두 갈아엎고 빨간 열매가 열리는 나무로 바꾸는 적극적인 행동력의 농부다. 필요에 의해서 땅 위의 식물을 바꾸는 사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사람을 대변하는 싱이 원하는 것은 먹거리가 풍족해지는 것. 싱과 마을 사람들은 빨간 열매를 열심히 가꾼다. 먹을 것은 풍족해지고, 그와 함께 빨간 열매를 먹던 동물들도 같이 많아진다. 온 세상이 빨간 열매로 가득해졌을 때 자연은 빨간 열매를 거두어갔다.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그에 더해 빨간 열매를 먹던 동물들은 사라졌다.
이렇게 스토리는 간단하다.
◉ 표지와 속표지 그리고 그림들 ◉
“열매 하나”라는 제목에서 상상해 본다. 좋은 품종을 땀 흘려 잘 키운다는 이야기이거나 열매가 태어나 땅에 떨어져 어찌어찌 자라난다는 자연과학의 내용일지도 모른다.
앞표지의 그림에는 노란 열매(처음에는 프리지아 같은 꽃인줄)가 가득, 농부는 열심히 작물을 키우고 있다. 세상은 노란 열매를 맺는 식물로 가득하다. 가운데 서 있는 농부는 얼굴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너른 들판에서 가득 얻어낸 열매에 뿌듯하고 배불러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뒤표지에는 노란 점들이 가득한데, 열매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고 적혀있다. 열매 하나인데 열매 하나만으로는 안 되고 여러 열매가 모두 쓸모 있다고 한다. 과학 그림책이라기보다는 교훈 그림책인가 보다.
속표지에는 다양한 색들이 흩뿌려져 있다. 얼마 전 가을 풍경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딱 그 색이다.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기대며 알록달록 여러 빛깔들을 빚어내니 저절로 입이 딱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었다. 속표지가 바로 딱 그런 표정을 자아내는 색들로 가득했다. 앞장의 속표지는 한마디로 감탄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뒤편 쯤 싱이 여러 작물을 가꾸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림을 보면서 농부가 맞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작물들을 가꾸면서 물뿌리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어찌되었든 싱은 마음을 바꾸었고, 다양한 작물을 가꾸기 시작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책 뒤편의 속표지는 온통 갈색, 왜? 싱도 카말 할아버지도 다양한 작물을 가꾸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하다는 말인가?
어찌되었든 뒤의 속표지에는 땅을 살찌우는 푸르름이 사라졌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