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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직자의 자세
1. 들어가는 글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와 관련한 얘기를 할 때 흔히 맑은 물에서 고기가 살 수 있느냐 라든가 혼자만 깨끗하다고 해서 사회가 맑아지느냐 라고 하면서 적당히 타협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적당주의가 만연되다시피 한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적당주의가 사회의 주류를 형성가게 된 이유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사회가 아니라 오로지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와 온정주의에 길들여진 나머지 출세지향주의가 판을 쳐 왔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다.
이처럼 어느 조직 사회를 막론하고 연고주의 온정주의가 존재하는 한 그 사회는 반드시 부정과 부패 비리에 의한 암적인 요소가 작동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아도 모른 채 방관하거나 자신도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한 번쯤은 이용해 보려는 마음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인간이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닌 동물임을 부인할 수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음을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존재하기에 이 사회는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이 흙탕물을 정화시키는 것처럼 더렵혀지지 않고 맑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2. 부정부패, 특정 집단의 문제인가?
전통적으로 부정부패를 얘기할 때 정치권과 경제계 그리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많이 거론하지만 이처럼 특정 분야의 특정인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부정부패는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분야에서 부정부패와 비리는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누구라도 각자 속한 사회 속에서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리고 부정 비리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수없이 발생하고 그 유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어찌 보면 부패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우리 사회 깊숙이 관행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만이 청렴하다고 해서 부패척결이 가능하지는 않고 특정기관의 노력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만연된 부정부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인식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변화는 우리 국민 스스로가 감시자의 역할을 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사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부패를 차단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3. 이 시대의 공직자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정치의 역사가 짧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정부패의 척결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과연 그럴까? 아니다. 부정부패 척결은 정권 유지 차원의 명분일 뿐이고 그러한 정책은 단기적인 정책으로 일시적일 뿐 오히려 권력형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음을 많이 보아왔다. 특히 부정부패는 단시일 내에 해결이 가능한 사회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함에도 실적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흔히 부정부패를 얘기할 때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많이 거론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하위공직자를 많이 거론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고위 공직자나 힘이 있는 정치권 인사는 예외 없이 빠져나가고 어떤 방법으로라도 금방 풀려나는 그야말로 피라미만 걸려드는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비일비재함을 느끼게 한다.
속칭 유전무죄 유권무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법치의 실종에 분노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음을 수없이 보아왔다. 따라서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허리에 해당하는 공직자부터 이러한 병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주어진 위치에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의 변별력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고 내부고발자의 중요성이 등장하게 된다.
이처럼 보통사람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왜 발생하는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공직자는 어떠해야 하는지와 과연 공직자는 청렴하기만 하면 되는지의 문제가 나타난다. 청렴(淸廉)이라는 개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맑고 욕심이 없음”을 의미하고 한국의 전통윤리의 하나인 청백리 사상에 기인한다.
원래 청백리를 광의로 해석하면 청렴결백한 관리를 말함이지만 청백리는 유교의 이상적인 공직자상으로서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위한 많은 덕목이 있지만 우리의 관료가 지녀야 할 전통적인 8덕목 즉 수기(修己)의 덕목으로는 청백(淸白),근검(勤儉),후덕(厚德),경효(敬孝),인의(仁義)를 치인(治人)의 덕목으로는 선정(善政),충성(忠誠),준법(遵法)을 실천하는 바람직한 공직자상을 의미하지만 청렴결백을 가장 우선적인 덕목으로 강조하여 청빈정신을 청백리의 으뜸으로 여겼다.
이처럼 청백리의 개념이 반부패라는 좁은 의미만을 함축하기 때문에 이보다 적극적인 염근리(廉謹吏)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는 공직자가 청렴해야 함은 물론 성실하고 근면한 전문가로서의 공직자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주1)
또한 청백리로 일컬어지는 훌륭한 공직자는 원래 고려시대에는 염리(廉吏)라 불렸으며 청백리란 말은 조선조 숙종21년(1695년) 영의정 남구만이 청백리 초선(抄選)을 하면서 살아있는 자는 염근리(廉謹吏) 죽은 후에는 청백리(淸白吏)라고 호칭했으나 명종 전후 청백리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송나라 여본중이 지은 동몽훈(童蒙訓)에는 공직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를 청렴함(淸), 삼감(愼), 부지런함(勤)이라고 하여 공직자로서 몸가짐으로 갖출 것을 어린아이 때부터 가르치고 있어 모름지기 공직자는 어려서부터 청, 신, 근을 생활신조로 삼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공직자 특히 지방관이 지켜야 할 덕목을 기술한 책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라고 할 것인바, 이는 오로지 고위직의 공직자만을 위한 처세술이 아닌 모든 공직자를 비롯한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바람직한 복무 자세와 진정한 출세의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대표적인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예만 들어보면 첫째, 염자(廉者)는 목지본무(牧之本務)이며 만선지원(萬善之源)이며 제덕지근(諸德之根)이니라. 불염이능목자(者不廉而能牧)는 미지유야(未之有也)니라. 즉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 목민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둘째, 화뢰지행(貨賂之行)을 수불비밀(誰不秘密)이리오. 중야소행(中夜所行)도 조이창의(朝已昌矣)니라. 즉 뇌물수수를 누가 비밀리에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 밤중에 행한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
이는 결국 공직자는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할 수 없거니와 오직 공개행정 열린 행정을 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고 할 것이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직자의 자세를 말해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주2)
4. 공직자가 지녀야 할 행동 강령
한국철도공사의 임직원 역시 공직자의 범주에 속하므로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윤리강령과 행동강령 그리고 실천강령을 지표로 삼고 이를 토대로 직무수행과정에서 기대되는 바람직한 선(善)을 행하고 악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강령은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치규범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3)
1)규범성
행동강령은 공직자에게 기재되는 바람직한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규범성을 지향하며 이는 당시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내용들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2)실천성
행동강령이 규범의 차원에 머물러 있을 경우 의미가 없고 공직자에 의해 이를 실천했을 때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3)자율성
행동강령이 규범성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이는 현실보다는 이상적인 상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타율적으로 실천된다면 이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으므로 공직자 스스로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4)지침(가이드라인)
행동강령은 공직자의 바람직한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이으므로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어느 정도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규정에 그쳐야 한다. 이는 공직자 개개인의 행동과 의사결정의 다양성이 잇기 때문에 구체성을 지니되 보편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5)투명성
행동강령은 어느 정도 전문가 집단에게 제정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이라는 속서에 의하여 외부에는 노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인에 의하여 이를 이해하거나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직자의 경우도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종의 집단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직무의 투명성 확보와 자율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
6)예방지향성
행동강령은 사후 처벌적 의미보다는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이러한 행동강령을 준수함으로서 최소한의 규제 장치로 인식하여 이를 어겼을 경우 발생되는 부패 상태를 원상 복구가 힘들다는 측면에서 예방적 기능으로 인식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참고로 주요 국가의 행동강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OECD, 세계은행, TI(국제투명성기구)등은 “윤리관리”를 정부 신뢰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윤리강령 혹은 행동강령의 제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OECD는 1998년 윤리관리의 원칙(Principles of Ethical Management
)을 발표하였고, 미국은 이미 1829년 우정국 행동강령 마련이후 1924년 국제도시관리자협회(ICMA)의 전문가적 강령, 1958년 의회 연방공무원을 위한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의 제정,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한 정부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 of 1978)을 제정하였고 1994년 현재 36개 주가 강령을 제정하고 관련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또한 영국의 경우 Nolan위원회(1994-1997)의 권고에 의하여 공무원강령(Civil Service Code)을 제정하였는바 그에 따른 7가지 공공생활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비이기심(selflessness)
2)청렴성(integrity)
3)객관성(objectivity)
4)책임성(accountability)
5)공개성(openness)
6)정직성(honesty)
7)지도력(leadership)
그리고 독일의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마련하여 놓고 있다.
1)부패는 모두에게 해가 된다.
2)부패는 국가와 공직자의 위상을 떨어뜨린다.
3)부패는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바로 형사 처벌대상이다.
4)부패는 작은 부탁에서부터 시작한다.
5)부패는 마약과 같다.
6)부패는 실업을 낳는다.
4. 맺는 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직자의 청렴의 문제는 단지 청렴 그 자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아가 성실하고 전문성을 지닌 성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청렴의 문제는 공직자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인 동시에 기업과 국가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공직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익을 최우선 목적가치로 하여 전문직을 수행하는 공익의 증진에 기여하는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받는 성직자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공직자는 일반적으로 임용고사를 통하여 선발된 공직자뿐만 아니라 선출직인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도 넓은 의미의 공직자라 할 것이므로 당연히 청렴의무를 지니게 됨은 물론 공익을 위한 고도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지닌 사회과학적인 식견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편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시장, 기업, 노동, 언론 등 사회의 모든 집단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는 단순히 개인의 영역보다 공익적 성격이 강하므로 이들 집단이 내부적인 부정과 비리, 권력과의 유착 등으로 본래적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시민사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파괴되고 국가발전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사회통합은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처럼 국가와 시민사회의 청령성과 도덕성은 개인의 청렴문제를 떠나 글로벌 세계를 지향하는 오늘날 시민사회의 주요한 부문인 기업들이 윤리경영이나 도덕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이윤과 효율의 극대화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데서 국가의 경영에서도 이 같은 점이 타산지석으로서 거의 모든 국가나 정부가 윤리국가, 윤리정부, 윤리행정을 중요시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정부패 없는 투명하고 맑은 세상을 지향하는 공직자의 자세는 전통적인 청렴 사상의 한계를 인식하여 반부패를 청렴의 척도로 하여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고도의 도덕성,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전문성을 겸비한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참고 문헌 :
이인철, 『이야기 목민심서』, 서울 : 고려원미디어, 1997
한국윤리학회. 국가청렴위원회, “현대적 의미의 청렴개념 조명.”
『공개토론회 자료집』,(2007)
김창룡, 『청렴한국 아름다운 미래』, 서울 : 한길사, 2006
국가청렴위원회, 『공무원행동강령업무편람』,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