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변경시 30m전방서 방향지시등 켜야한다/고속도, 국도 갓길선 반드시 비상등켜야한다
차로변경시 30m전방서 방향지시등 켜야한다/고속도, 국도 갓길선 반드시 비상등켜야한다
방향·비상등 제대로 켜자
지난 15일 오후 1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에서 도로주행시험이 시작됐다. 노란색 시험 차량에 긴장한 표정의 20대 여성 응시자가 탑승했다. 옆 자리에 시험관(試驗官) 경찰관이 채점표를 들고 앉아 응시자의 운전능력과 법규준수 여부 등 30여개 항목을 꼼꼼히 기록했다.
시험장 정문 30m 앞에서 응시자가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켰다. 정문을 끼고 우회전한 뒤 난지천공원입구 삼거리 30m 앞에서 왼쪽 방향지시등을 켰다. 교차로를 지나거나 차로를 바꿀 때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지 않으면 그때마다 3점에서 최대 10점까지 감점 처리한다.
도로교통안전연구소장 김종선
-
- ▲ “운전면허시험 볼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운전합시다.”15일 오후 서울 서부면허시험장 주변 도로에서 도로주행시험을 보던 응시생들은 예외 없이 방향지시등을 켰지만, 일반 운전자들은 대부분 무시했다.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일반 차량 운전자에게 '왜 신호를 넣지 않느냐'고 묻자 "귀찮게 뭘 그러느냐" "운전 경력 20년이 넘었다. 알아서 할 테니 참견 말라" 같은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경찰청 운전면허시험관리단 강성용 경감은 "면허를 처음 따는 응시생들은 방향지시등을 꼬박꼬박 잘 켜는데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돼 다시 응시한 사람은 방향지시등 조작을 잊는 경우가 많다"면서 "잘못된 운전습관은 고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좌회전·우회전·유턴이나 차로를 변경할 때는 30m 이전(고속도로에서는 100m)부터 신호를 넣어야 한다. 위반하면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 규정을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교차로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우회전하는 차량과 과속으로 길 가장자리를 달리던 오토바이가 추돌하는 사고가 적지 않다.
직진·좌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차로나 2개 차로가 좌회전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지 않는 운전자 때문에 짜증스러운 상황을 자주 겪는다. 따로 신호를 넣지 않아 직진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좌회전 차량인 경우가 그렇다. 뒤늦게 오른쪽 차로로 빠져나가려다 뒤따르는 차와 접촉사고를 내기도 한다. 끼워주기 어려운 구간에서 양보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내줬지만 고맙다며 비상등 한두 번도 깜빡이지 않는 '무(無)매너' 운전자도 많다.
-
자유로와 강북 강변도로, 올림픽대로를 타보니 아무 신호 없이 급차로변경을 일삼는 '미꾸라지 차량'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자주 발생했다. 자유로에서는 카레이서가 된 듯 차로를 넘나들며 갑자기 끼어드는 도로의 무법자 때문에 일산 방면으로 달리던 버스와 화물차들이 급(急)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시야가 극히 좁아지는 안갯길이나 빗길에서 차량의 위치와 진로를 알려주는 비상등이나 방향 지시등을 반드시 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6일 오후 9시쯤 경북 상주시 함창읍 중부내륙국도에서 발생한 추돌사고처럼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국도나 고속도로 갓길에서 비상등을 켜 놓지 않고 서 있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25t 트럭이 앞서 발생한 충돌사고로 갓길에 정차 중이던 11t 트럭을 들이받아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비가 내리는 밤에 진한 색깔의 차량이 제동등이나 비상등을 켜지 않고 갓길에 서 있는 것은 제발 추돌사고를 내 달라고 기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먼지에 뒤덮이고 매연에 찌든 제동등과 차폭등을 달고 도로를 질주하는 화물차도 문제다. 차폭이 넓어 뒤따르는 차가 전방의 교통상황을 알기 어려운 데다, 급제동을 해도 후미등이 제대로 켜지지 않아 추돌사고로 이어진다.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국토해양부령)은 7.5t 이상의 화물차 등의 뒷면에 반사판을 의무적으로 달도록 하고 있지만, 오래전에 부착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게 많다.
개성을 살리겠다며 자동차 방향지시등의 색깔을 바꾸는 행위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이는 자동차관리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 전선선 경위는 "눈에 잘 띄도록 황색으로 지정된 방향지시등을 일부러 흰색이나 옅은 보라색으로 바꾸는데, 목숨 내걸고 멋 부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