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심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 5권을 추천합니다
지난 3월 12일 아침, ‘제 47회 국가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김선도 원로목사(광림교회)가 ‘선한 목자를 따르는 선한 양’(시23:1-6, 히13:20-21)이라는 제하의 설교를 전하셨고,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양떼를 돌보는 목자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을 이끌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떼를 돌보는 목자’라니! 대통령께서는 3,000여명의 목사 및 기독교 지도자들 앞에서 “당신들이 교회의 목사라면, 나는 대한민국의 목사가 될테니 한 수 알려주시오!”라고 선포한 것 아닌가!
이 화려한 수사는 각 언론사 기사들의 제목을 차지했고, 기독교계는 이제 참된 목자의 모범을 온 국민 앞에 보여드리고 참된 목자의 심정에 대해 상세히 대통령께 알려드려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민생을 돌보려 했지만 ‘자식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잔인한 엄마’ 밖에 되지 못했던 아픔을 대통령께 다시 안겨드려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김선도 원로목사의 설교 내용을 살펴보니 이것만으로는 ‘목자의 심정’ 충분히 알려드리기에는 부실한 듯 해 급하게 목자의 심정에 대해 잘 설명한 ‘목회론’ 추천 도서를 5권 골라 보았다. 목자의 심정을 갖기 원하는 대통령 뿐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목회자들과 다른 이들을 돌보고 돕기 원하는 모든 기독교 지도자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책 제목을 클릭하며 구매 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
<참 목자상>, 리처드 백스터 지음, 생명의 말씀사 펴냄
참된 목자의 심정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양떼를 돌보는 목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이 책을 떠올렸을 것이다. 위대한 청교도 신학자 리처드 백스터의 300년 묵은 고전! 이 책은 청교도 특유의 무겁고 엄중한 어조로 목자의 자리에 있는 이들의 양심을 질타하며 회개와 갱신을 촉구한다. 백스터는 남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 남들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자신을 성찰해야 하며 말과 행실이 일치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또한 자신이 돌보는 양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열정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 영혼을 돌보고,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낯선 진실을 일깨워준다.
오늘날처럼 목자를 자임하는 이들의 양심 성찰과 갱신이 필요한 때가 또 있을까? 교단과 교파를 막론하고 목사를 꿈꾸는 모든 이들, 아니 목사뿐 아니라 대통령처럼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물론 대통령께서는 때때로 온 국민 앞에서 눈물도 흘리실 만큼 철저한 자기 성찰을 하시는 분임을 알고 있지만, 행여나 하는 노파심에서 추천한다. *이 책의 한국버전이라 할 수 있는 김남준 목사의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생명의말씀사)도 추천한다. 꼭 한번 묻고 싶은 질문이다.
<회복의 목회>, 이재철 지음, 홍성사 펴냄
주님의 교회를 개척해서 대형교회로 성장시켰지만 약속한 10년이 지나자 미련 없이 떠난 이재철 목사가 들려주는 교회와 목회에 대한 일종의 회고록이다.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회복하고, 또 성도들의 삶을 어떻게 회복시킬지를 고민하며 10년간 실험하고 실천해온 내용들을 조목조목 기록했다. 쭉 읽어나가면 당연한 이야기들 같은데 한국 교회의 관행과 현실에 비추어보면 평범치 않은 내용들이 많다. 이재철 목사는 현재 시무하는 백주년 교회에서도 ‘장로 호칭제’등 평범하지 않은 목회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의 목회가 단지 유난스런 목회자의 고집이 아니라 교회와 목회의 본질에 관해 오래 고민한 결과 나온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성도들 모두를 ‘목회의 동역자’로 칭하며 “나의 목회는 공동 목회였다”고 말하는 점인데, 이것이야 말로 참 목자의 심정이다. 좋은 목자는 귀 막고 입 닫고 막무가내로 우기며 자기 고집대로 양떼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세심하게 양떼의 형편을 살피며 양떼와 소통하고 호흡하는 사람이 참 목자다. 그런 목자만이 양떼를 잘 인도할 방법 곧 목양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4,5장 “정신여고 강당 건축은 어떻게 가능했나?”와 “어떻게 퇴임했나?” 부분은 대통령도 배울 바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업종은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보다 훨씬 유익할 것이다.
<마음의 길>, 헨리 나우웬 지음, 분도출판사 펴냄
헨리 나우웬의 책 중에서는 <상처 입은 치유자(Wunded healer)>(두란노)가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목자의 마음을 잘 설명하는 책이다. 게다가 제목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딱 (상처 많으신)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책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제목이 곧 내용인 뻔한 책이라 이 글에서는 <마음의 길>을 추천한다.
목자는 결코 윤택한 직업도, 살찌는 직업도 아니다. 끝없는 고독과 싸우고 열악한 환경과 싸우며 자신이 아니라 양들을 배불리고 위로하는 것이 목자의 소임이다. 그렇기에 옛 목자들은 들판에서 풍찬노숙하며 고생했지만, 오늘날 목자라는 이들은 남들 앞에서 화려하게 주목받는 자리에서 지나치게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양들을 먹여야 하는 목자가 도리어 양을 잡아먹어 제 배를 불리는 형국이다. 나우웬은 <사막 교부들의 잠언(Apophthegmata Patrum)>을 원천으로 삼아 이런 목자들이 다시 광야의 자리, 고독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세상의 유혹에 순응하여 목자의 심정을 잃어버린 이들과,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칫 남들을 이끈다는 허영심에 들떠있는 이들에게 내려치는 죽비와도 같다. 목자를 자임하는 이여, 이 책을 읽고 ‘떠나라! 침묵하라! 기도하라!’
<유진 피터슨 :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 유진 피터슨 지음, IVP 펴냄
한국에서 유진 피터슨은 영성 신학자나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작은 시골교회에서 29년간 묵묵히 목회했고, 후배 목회자들을 위한 책들도 많이 쓴 “목회자들의 목회자”다. 그 중에서도 백미로 꼽을 책이 바로 자서전인 <유진 피터슨: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이다.
유진 피터슨은 이 책 페이지마다 목사로 빚어진 자신의 삶의 순간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 목사가 무엇인지 몰랐을 때부터, 교수를 꿈꾸다가 목사의 삶을 받아들이게 된 순간, 그리고 목회를 하며 평생 목자의 마음을 배워온 기록들을 살펴보다보면, 목자는 자신의 다짐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부단히 자신의 소명을 성찰하는 삶과 그 삶을 둘러싼 환경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피터슨은 목사로서 자신의 삶을 지탱한 것이 공동체와 함께 드리는 예배와 헌신적인 가족의 사랑이었다고 회고하는데, 목자가 되고자 하는 이라면 자기 주위의 이웃과 가족도 한번 둘러볼 일이다. *사실 목자의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목사의 딸>(박혜란, 아가페북스)이라는 책이 얼마 전 출간되었다. 제목부터 대통령께 딱이긴 한데,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차마 추천을 못 드린다.
<우리 목사님은 왜 설교를 못할까>, 데이비드 고든 지음, 홍성사 펴냄
제목이 곧 내용이며, 또한 추천사다. 목자의 ‘마음’이 중요하지만, 마음만큼이나 기본적 품성과 자질도 중요하다. 설교 못하는, 까놓고 말해서 말 못하고 글 못 쓰는 목자는 혼신의 힘을 다할수록 양들을 괴롭게 하고 혼선에 빠지게 할 뿐이다. 이 책은 내용도 없고, 기술도 없는 설교에 문제를 제기하며, 목사들이 현대 미디어에 적응하고 또한 그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얇은 책이라 내용은 단순하지만 중간에 목회자들의 설교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다양한 팁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눈여겨볼만 하다. 책, 특히 문학이나 역사책을 많이 읽고, 편지나 일기를 쓰라든가 하는 식의 교훈은 시시해보이지만 목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지침들이다. 설교에 대해 더 좋은 책들도 있지만, 말하고 쓰는데 어려운 이들은 읽기에도 어려움을 겪겠다 싶어 얇은 책을 추천했다. 꼭 읽고 도움 받아 양들의 귀와 마음을 시원케 하는 목자 되시길 기도한다. *특히 격무에 시달리는 대통령의 교양과 언어 발전을 위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얀 마텔, 작가정신)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