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목 판정 논란, 태권도에도 번질까 우려
WTF 만반의 준비 속 돌발 사태와 변수 대비
조정원 총재 "이번엔 사고 없어야", 결과는?
2012 런던올림픽이 판정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수영, 유도, 체조, 펜싱 등에서 판정이 번복되는 등 심판들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유도는 투기종목이라는 점에서, 펜싱은 전자판정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태권도와 비슷한 점이 많아 8월 9일(한국시각)부터 열리는 태권도에도 적잖이 부담감을 주고 있다.
판정 논란을 보자.
7월 29일 열린 남자 유도 -66kg급 8강전에서 조준호는 일본 에비누마 마시시와 8강에서 만나 연장 접전 끝에 3명의 심판이 청색도복을 입은 조준호의 우세를 선언하며 청기를 들어 판정승을 했다.하지만 일부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심판위원장의 재심 끝에 승패가 뒤바뀌었다, 세 명의 심판이 모두 하얀 깃발을 들어 올린 것이다. 일본 선수와 방송도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유도에 큰 흠집이 생겼다.
판정 논란은 펜싱에서도 불거졌다. 여자 펜싱 개인전 에페 4강전에서 신아람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5-5로 맞선 채 연장전에 돌입해 1분간 동점 상황을 유지했다.이미 신아람은 추첨을 통해 우세권를 얻어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1초를 남겨두고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멈춘 1초 동안 신아람은 2번의 공격은 잘 막아냈지만 세 번째에 찌르기 공격을 허용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때에도 시계는 여전히 ‘1초’에 멈춰 있었다.
한국 코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며 항의했지만 심판은 하이데만의 손을 들어줬다. 신아람은 재심 결과를 기다렸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실제로 TV 중계 화면을 프레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3번째 공격 전 1초가 지나간 것이 확인됐다. 국제펜싱연맹은 오심을 인정하면서도 규정상 판정 번복은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만약 이 같은 일이 태권도 경기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올림픽 핵심종목이 되는데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어떻게 치러내느냐에 따라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가 결정된다”는 말은 결코 헛말이 아니다.
태권도는 경기규칙과 판정시스템이 유도, 펜싱과는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경주해 왔다. 6월 12일 중국 수조 스포츠센터에서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30명의 심판들과 각 국 코치들의 합동트레이닝캠프를 개최해 올림픽 경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점검했다.
WTF는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전자호구를 비롯해 영상판독(비디오 리플레이), 경기운용 등을 면밀히 살폈다. 특히 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영상판독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경기장 4개의 모서리에 1개, 천장에 1개, 정면에 1개 등 총 6대의 카메라를 설치한다. 영상판독용 모니터는 3개가 사용되고 대형 화면을 통해 관중들도 볼 수 있다.
조정원 WTF 총재는 7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 판정 잡음을 최소화하고 태권도 경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하고 경기규칙을 개정하는 등 국제적 추세에 맞게 바꿀 것은 과감하게 바꿨다”며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그를 당혹스럽게 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태권도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아제르바이잔 선수가 심판 판정에 불복해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중국과 영국의 승패가 판정 후 번복되고, 쿠바 선수가 주심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는 전대미문의 일이 일어났다.
조 총재는 아테네올림픽 당시 판정 불복으로 경기가 중단됐던 일을 떠올리며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이 벌어져 진땀을 흘렸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그런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바랐다.
아마도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앞두고 가장 많이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각 국의 선수, 코치들이 아니라 조 총재일지도 모른다. 이번 올림픽은 태권도의 미래뿐만 아니라 조 총재의 앞 날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