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초암산
정상~철쭉봉 간 기나긴 철쭉 화원 이뤄전남 보성군은 차와 더불어 철쭉의 고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철쭉 명산이 여러 개다.
제암산,
일림산과 더불어
초암산(草庵山ㆍ576m)이란 산도 가지고 있다. 이중
초암산은 대개 북새통인
제암산,
일림산과는 달리 아직은 한갓지다. 최근 들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5월5일의 경우 다향제의 한 행사로 철쭉제가 열린
일림산은 2km 가까이 차량이 늘어섰고,
제암산~
일림산 능선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반면, 이 날
초암산은 여유로웠다. 물론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기는 했지만,
일림산이나
제암산쪽에 비하면 한갓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탐방객이 적었다. 올해도
초암산은 그리 크게 붐비지 않을 것이란 겸백면 사무소의 예상이다.
초암산은 오래 전부터 철쭉 산이었다. 주민들은 이미 50년쯤 전에도 이곳
초암산정으로 봄소풍을 다녔고, 그때만도 엄청나게 철쭉밭이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초암산이 여태껏 무명이었던 것은 인근에 자자한 명성의 철쭉 명산
제암산과
일림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림산이 바다가 지척이어서 푸른 바닷빛과 어울린 철쭉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초암산은 철쭉밭의 정수만을 똑 따서 즐기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간편함이 두드러진다. 북쪽 임도로 하여 철쭉밭 바로 밑까지 차량으로 올라간 다음 정상 근처의 철쭉밭 구경 후 되내려오는, 등산이라기보다는 거의 관광에 가까운 방식의 탐승이 가능하다. 현재 산 남쪽 수남리계곡으로 목포-광양간 고속도로 공사 중이나 철쭉 탐승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올해 제3회
초암산 철쭉제는 겸백면민의 날을 겸해 5월12일 열 예정이나, 철쭉 만개 시즌은 4월 말~5월 초순 사이가 될 것으로 겸백면 사무소측은 예상했다.
초암산 오름길은 여러 가닥이다. 그중 가장 일반적이고 이용자가 많은 코스는 면소재지→정상 왕복 코스다(왕복 약 6km, 4~5시간 소요).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철쭉빛이 뵈기 시작, 정상에 이르면 철쭉 풍광도 최고가 된다.
산정에는 묏 산(山) 자를 추상화한 것 같은 형상의 한 무리 바윗덩이들이 얹혀 있다. 山자의 오른쪽 획을 길게 옆으로 잡아 빼거나, 혹은 가운데 획을 과장되이 부풀린 듯한 추상적 서체로 서 있다. 이 암봉들과 철쭉이 어울리며 풍경은 한결 뛰어난 것이 된다.
암봉 중 하나에 오르면 철쭉꽃밭 전체가 조망된다. 철쭉밭은 정상 암봉 근처에서부터 북동릉을 따라 펼쳐졌는데, 어디가 끝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붉은 기운이 길게 이어진다. 경사와 넓이가 적당하고, 저 뒤로는 첩첩한 산릉이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로 펼쳐진다. 좁고 길기만 하거나, 펑퍼짐하게 넓기만 한 그런 평범한 꽃밭과는 다른 뛰어난 구도를 보이는 철쭉밭이다.
정상 바윗덩이들은 큼직하긴 한데 윗면이 넓적한 것은 없어, 앉아서 쉴만한 곳은 없다. 정상부 바로 옆에 널찍한 헬리포트가 점심 자리를 펴고 앉기에 적당하다.
정상에서 동쪽 철쭉봉까지 탐승을 이어나가도 좋다. 앞과 뒤로 끝없이 이어지는 철쭉화원을 걷노라면 아예 철쭉빛에 물릴 정도다. 어느 만큼 가다가 되돌아서도록 한다. 혹은 북쪽으로 난 샛길로 하여 임도로 내려서서 택시를 불러 타고 면소재지로 되내려가도 좋다.
철쭉 능선 구경도 충분히 하고 산행도 다소 길게 하려면 겸백면 소재지→정상→철쭉봉→금천리로 코스를 잡는다(약 7.5km, 5시간 소요). 그 역코스도 되겠지만 오름길이 가팔라서 한결 힘이 더 들 것이다.
짧게 철쭉만을 보고 내려오려면 임도 중간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정상~철쭉봉 능선을 보고 다시 임도로 되내려오면 된다. 이후 임도로 택시를 불러 타고 차를 둔 겸백면 소재지로 되내려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택시비 10,000원. 겸백 개인택시 061-853-6363, 2700, 6005. 철쭉철에도 대개 부르면 바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초암산 북사면을 지나는 임도는 잘 정비돼 있으며, 연중 개방해둔다고 한다.
임도에서 철쭉봉까지는 1km 정도에 불과하므로 새벽 풍치도 한 번 구경해본다. 붉은 철쭉꽃 무리 위로 붉은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풍치는 대단하다.
초암산정에서 철쭉밭은 해가 떠오르는 남동쪽으로 펼쳐져 있다.
겸백면은 철쭉철로 겸백면 소재지의 폐교된 겸백중학교 운동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개방한다.
겸백면 소재지 남쪽 보성호반에 청풍황토방(061-853-4742)이란 멋진 업소가 있다. 한옥식 숙소, 독채로 된 황토방 방갈로 4동을 갖췄다.
보성읍내에 광일장모텔(061-852-66610, 금호장(853-9991), 굿모닝모텔(852-2131), 그린파크여관(853-2101), 나인모텔(852-5695) 등의 업소가 있다.
겸백면에서 약 25km 거리인
제암산 기슭의
제암산 자연휴양림(061-850-5427)에서 머무는 것도 좋다. 철쭉철에는 1주일쯤 전에 예약해야 한다.
차로 유명한 고장 보성은 녹차 잎을 먹여 키운 ‘녹돈구이’가 별미다. 보성군이 추천하는 보성읍내의 식당은 가마실식당(852-7645), 녹차골식당(852-3222), 녹황우식당(853-3336), 실비식당(852-2804)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