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평야 그 넓은 들 한가운데서
호남평야의 광활함과 풍성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벼가 진초록으로 물드는 여름이나 이삭이 황금빛으로 영그는 가을(9월 말~10월 초)이 가장 좋다. 한여름 햇살 아래 펼쳐진 거대한 녹색평원은 가슴에 맺힌 온갖 응어리와 이 땅에 맺힌 들판 결손분을 단번에 해소해 준다. 자전거는 평야의 남쪽 끝에 자리한 정읍에서 출발해 호남평야의 젖줄을 이루는 동진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간다. 김제로 접어들면 이 넓은 들판의 오랜 농경역사를 전해주는 벽골제 유적이 마지막으로 반겨준다. 김제시내까지 가도 되지만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데다가 역사적 의미 또한 대단한 벽골제를 종점으로 잡는 것이 좋다. 정읍 녹두다리에서 벽골제까지 23킬로미터의 이 들길은 호남평야가 주는 장쾌함과 농부들이 애써 가꾼 결실의 흔적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 넓고 풍족한 들판에서 한때는 억압과 굶주림이 횡행했던 역사의 한 장도 만날 수 있다. 바로 동학농민운동이 발발한 곳이 이곳이며, 코스 근처에는 당시의 유적이 집중되어 있다. 코스가 지나는 신태인교 옆에는 동학농민운동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만석보 터가 남아 있다. 1892년 고부(지금은 면으로 축소) 군수로 부임한 조병갑은 이곳에 농민들을 동원해 물길을 막는 만석보(洑)를 쌓았으나 임금을 주지 않고 수세(水稅)를 가혹하게 매기는 등 착취와 부패가 극심했다. 이에 분개한 농민들이 전봉준(1855~1895)을 지도자로 삼고 봉기한 것이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었다. 정읍천대교에서 좌회전해 4킬로미터 들어가면 동학농민군이 처음으로 관군을 물리치고 기세를 올린 황토현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이평면 두지리에는 전봉준이 농민들을 모아놓고 연설한 말목장터도 남아 있다.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장쾌한 들길은 이 땅에 희귀한 지평선의 광활함 속에서 역사의 부조리도 체험하게 해준다. 그래서 내내 평지를 달리는데도 마음속의 일렁임은 결코 작지 않다.
코스 안내 1. 코스의 양단인 김제 벽골제와 정읍 어느 쪽이나 기점으로 잡아도 되지만 동진강 상류에 있으면서 산악지대가 시작되는 정읍에서 출발해야 점차 넓어져가는 들판과 아득한 지평선의 진면목을 오랫동안 볼 수 있다.
2. 정읍시내에서 덕천면 방면으로 가는 705번 지방도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면 곧 동진강 지류인 정읍천을 건너는 녹두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강변의 제방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동진강 둑길이 시작된다. 초반에는 정읍제1산업단지가 옆에 있어 공단이 보이지만 곧 끝나고 호젓한 들판 사이로 기나긴 둑길이 뻗어난다.
3. 녹두다리에서 4.5km 가면 정읍천대교를 만나는데, 좌회전해서 4km 가면 황토현전적지가 나온다. 황토현으로 가면 말목장터가 있는 이평면을 거쳐 만석대교로 나와 제방길로 합류할 수 있는데, 모두 일반도로이므로 내키지 않는다면 정읍천대교 앞 길을 건너 제방길을 따라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아니면 돌아올 때의 코스로 잡아도 좋다.
4. 정읍천대교에서 5km 더 가면 738번 지방도가 지나는 만석대교가 다시 둑길을 끊는다. 길을 건너 제방길로 들어서면 작은 쉼터와 함께 만석보 터를 알리는 비석이 서 있다. 진짜 만석보 터는 조금 더 들어가야 하고, 그곳에는 자연석 비석이 또 서 있다.
5. 만석보 터에서 6km 가면 둑길이 끝나고 백산면 군포교 아래에 이른다. 군포교를 건너 29번 국도를 따라 7km 가면 벽골제에 도착한다. |
첫댓글 공부해서 언제 한번 갑시다.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