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전용보험 대폭 개선-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전용보험 사업자로 삼성화재를 주관사로 하는 컨소시엄과 서울보증보험을 선정하고, 금년 2월부로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 서비스를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내놓은 개선안 중에 가장 실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의 인수 및 운용에 관한 사항이다.
작년 4월 말 기준으로 출국만기보험 미청구금은 241억 원이고, 귀국비용 보험 미청구금은 총 179억원이다. 출국만기 보험 청구권자는 이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1년 미만으로 고용한 사용자도 포함되고, 귀국비용 보험은 이주노동자만이 청구권자가 될 수 있다. 이주노동자나 사용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돈이 420억이나 된다는 것은 보험사가 미청구금 소멸시효가 지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보험금 반납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는데, 약관에는 미청구금 소멸시효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료 미청구금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 기간 중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 상태이거나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퇴직금을 해당 보험사에 신청하지 않은 경우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선된 안에 따르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그간 보험 사업자가 관리. 운영하던 보험금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을 인수하여 ‘(가칭)외국인근로자 휴면보험금 관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고 한다.
동 위원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을 지급하고, 지급불능인 휴면보험금에 대하여는 이주노동자 복지사업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위원회 설치 운영 안은 그동안 시민사회 단체가 미청구금을 주간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운영해 투자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주노동자를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있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큰 문제라고 거듭 지적해 왔던 부분을 수용한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이주노동자 보험금 찾아주기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대기업 보험사의 이익 보장에는 적극적이면서 이주노동자의 권익보호에는 나 몰라라 했던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았으니, 일정 부분 성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좀 더 실제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과거 서독 정부가 취했던 방법에 준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이주노동자 보험금 미청구금 반납을 위한 노력을 성실히 해 줄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인던 시절, 해외차관을 얻어오고,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1963년부터 1980년까지 독일에 광부를 파견했었다. 당시 독일광산에 취업했던 노동자들이 연금보험 성격으로 매달 납입했던 적립금은 당시 독일에 파견된 한국광부 7,936명의 왕복여비, 장기요양 치료비, 항공보험료 등으로 지출하였으며, 잔액은 노동자 본인에게 고용계약 종료(1차 1969.8, 2차 1980.11)전 가결산하여 지급하고, 고용계약 종료 약 1년 후 최종 결산하여 지급하였다. 그러나 적은 청구금액과 제3국 이주 등으로 인해 미청구자들이 발생하였는데, 이 금액이 18억 원이었다. 이 금액을 반납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1984년 12월 파독 광부들에게 반환되지 않은 적립금을 우리 정부에 이관시키면서 환급에 대한 약정을 받았고, 우리 정부는 적립금 환급 노력을 2007년 말일까지 한 후, 2009년 12월 23일에 파독광부 적립금 관리 및 운용지침(노동부 훈령 제361호)을 폐지하면서 파독광부 적립금 잔액을 국고로 귀속시킨다. 이 말은 독일 정부가 18억 원의 미청구금 반납을 위해 사업 종료 후 20년 동안 노력했다는 것을 말해 주는데, 삼성화재는 고작 2년을 정해놓고도 현재 420억에 이르는 돈을 반납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독일 정부의 성실한 환급 노력은 적립금 미청구권자들을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은 미지급 적립금은 국고 귀속 후 파독광부 모국방문, 기념책자 발간, 파독광부 기념회관 건립 등 파독광부 전체를 위한 복지사업재원으로 활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선진국이란, 남의 돈이라고 거저먹겠다는 심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이주노동자들의 귀한 돈을 한 푼이라도 제대로 돌려 줄 수 있는 양식이 살아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떳떳하고 당당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