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찰소개
테라바다 비구니 수행처
아란야보디와 담마야리니 선원 방문
글 제 니 김 (본지 북가주 취재기자)
아란야보디 숲속수행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80마일 북쪽에 위치한 젠너(Jenner) 라는 어촌 마을을 지나서 산속 방향으로 30분 더 운전하여 들어가는 산속에 있다. 본원인 담마야리니 선원보다 약 30마일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는 101과 1번 도로를 벗어나 2주전에 예약할 때 알려준 대로 12시 45분경에 ‘아란야보디 파킹장’ 앞에 도착하였다.
담마야리니 선원은 오후 3시 반경이 되어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하여 아란야보디를 먼저 방문하기로한 것이다. 선원 부주지 소바나 큰스님 (Ayya SobhanaTheri)과 아란야보디 숲속수행처의 관리책임자와의 사전 연락에 맞추어 오후 1시경에 숲속수행처를 먼저 방문하고 내려 오는 길에 담마야리니를 방문하기로 로드맵을 짰다. 아란야보디는 숲속의 수행처인지라, 시간 엄수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오후 1시부터 2시간 가량 머물를 수 있다고 하였다.
아란야보디 수행처 입구에 다다르다
진입로 입구에는 법륜기가 날리고 있었다. 거기서 부터는 비포장 도로라 4륜 구동차를 가지고 가야하는데, 일반 승용차로 간다 하니, 감사하게도 봉사자 한분을 보내겠다고 하였다. 수행처로 들어가는 길은 건널목 차단기 형태의 문을 코드 키를 사용하여 통과하면 바로 노상 주차빈터에 이른다. 주차구역에서 수행처까지는 오르내리막의 비포장 산길이다 여기서부터는 와이파이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니, 미리 어떻게 통과하고 들어가는지를 숙지해 두어야 한다.
차단기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먼지를 뒤짚어 쓴 유틸리티차량 (SUBARU SUV) 한대가 도착했다. 여닫이 식의 철막이가 열리고 통과하여 , 지정된 곳에 주차를 하고, 봉사자의 차로 옮겨 탔다. 자연 속으로 들어 왔지만 아직 코비드19 판데믹이 완전히 종결된 상황이 아닌지라,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자원봉사자는 남가주에서 살며 직장인이고,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고 있단다. 남가주라 하니 어쩐지 더 친근감이 들었다. 봉사자 *라메쉬는 능숙한 운전 솜씨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우리 일행을 ‘숲속의 오두막 수행처’로 데려다 주었다. 겨울과 봄에 내린 풍족한 비로 길옆 야산의 풀과 멀리 보이는 나무숲은 짙어가는 신록을 뽐내며 계절을 만깍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숲속수행처 도착
차에서 내려 라메쉬거사의 도움으로 보시용으로가지고 간 야채와 과일들을 부엌으로 옮기는데, 라메쉬거사가 여기에 있는 동안은 취사 및 부엌관리 담당이라며 자신의 소임을 해맑게 밝혔다.
몽고벌판의 게르 모양의 건물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 앞에 동양계 비구니 세분과 그동안 연락을 주고 받았던 수행처 건물 관리책임자인 백인계 카차야나 스님 (Kaccayana Bhikkhuni)이 마중나와 있었다. 세분 비구니 스님께서는 조용히 합장하고 우리 일행을 위해 환영 챈팅을 하시었다. 주변 숲과 나무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풀벌레마져도, 아름다운 음성의 하모니와 숲의 향기속에서 다소곳이 귀 기울이며 그들의 존재를 내맡기고 있는 듯 성스러운 분위기 속으로 들어갔다.
차담시간
게르모양의 건물이 법당이라고 한다. 영화나 유튜브에서 보았지만 실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내게는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남방계 불교 수행자와 북방계 유목민 게르!. 게르의 모습은 밖에서 보기에는 하얀천막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천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튼튼하고 여법한 법당이 그안에 장엄되어 있었다. 어쩌면 북가주의 겨울 산속을 지내기에는 이보다 더 자연 친화적인 난방시설은 없을 것 같다. 건물들이 모두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공터를 가운데 두고 법당, 카노피 정자, 식당과 공양간, 빨래장, 재래식 화장실, 연장창고와 작업실이 서로 약간의 사이를 두고 설치되어 있다. 법당에 들어가 참배를 먼저하고 나오니, 정자 (Canopy)아래는 차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과 일행을 위해 라메 쉬 거사가 차를 내어 왔다.
카차야나 스님이 이 수행처방문 인상이 어떠한지 물으신다. 카차야나 스님은 코비드 판데믹 시작 바로 전에 사미니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하신 분이다 (2021). 2013년부터 아란야보디와 인연을 맺어 UCLA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기간에도 방학때마다 담마야리니에 와서 봉사와 수행을였으며, 2017년부터 선원에서 거주하며 행자생활부터 단계적으로 비구니 구족계까지 모든 수련과정을 마치시었다.
내게는 아란야보디가 처음 방문임을 아신지라, 첫 인상에 대해 대답하기를, “자연, 특히 나무가 있는 산속은 어느 곳이나 인간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힘과 경이로움을 주는데, 이곳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더 특별 한가요?”
“여느 산속처럼 고요하고 단순하고 정제된 기운이 있는데, 이곳은 뭔가 특별함이 있습니다. 이곳의 에너지는 어떤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단순한 고요가 아닌 인간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 매우 정제된, 고도로 순화된 에너지의 진동을 함께 느낍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환한 얼굴과 미소가 함께한 차담을 마친후, 마당으로 내려와 전기와 물을 어떻게 끌어 올려 사용하는지 보여 주시고, 수행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설들에 대해 안내를 하시었다.
‘비구니 해변’
카차야나 스님이 이곳에온 수행자들만의 비밀의 정원으로 우리를 안내하시겠다며 미소를 지으신다.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카차야나스님의 ‘비구니 해변(Bhikkhuni’s Beach):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필히 안내자를 따라 가야한다. 먼저 하이킹스틱을 각자에게 나누어 주신다. 수행처에는 여분으로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곳은 오솔길로 내리락 경사를 따라 10여분 내려가니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 수행처에서는 보이지 않던 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도착지점에서 조금 아래쪽에 과연 10여명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모래자갈톱이 있었다. 고운 모래는 아니어도 개울물살에 깍인 거친 모래와 고은 자갈들이 앙증맞게 펼쳐있는 자갈톱이 있었다. 개울주위에 피어있는 작은 풀꽃들과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는 바위들과 나무둥치, 그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찬물에 발을 담그고, 몸과 마음을 알아차림하는 비구니스님들의 ‘비구니 해변’
의 피서야 말로, 세상에서 유명하다는 어느 해변가보다도 멋진 피서가 아닐까? 돌아오는 길은 다시 오르막길. 주위에 흩어진 오솔길 사이에 개인 수행처인 꾸띠가 10여동이 흩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번 방문길에서는 들려보지 못했다.
비구니 상가 재건을 꿈꾸는 캄보디아 비구니 현재 이곳에는 캄보디아계 비구니 세분이 수행중
이시다. 우리 일행을 위해 챈팅으로 맞이해 주신 분들이다. 계열 첫번째인 담마누사리 스님 (Venerable Dhammanusari)은 캄보디아계 캐나다인으로 최초로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아 수행을 시작한 분이다. 5년전 스리랑카에서 사미니계를 받은후, 담마야리니와 인연이 어어져, 2022년에 담마야리니 설립자인 큰스님 아야 타타로카 스님으로부터 비구니계를 수지하였다. 캄보디아계로 두번째, 세번째 되는 비구니 스님이 함께 수련하시는 중이다. 담마야리니 수도원의 원력사업 중 하나가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재건을 선도하는 일인데, 특히 캄보디아 테라바다 비구니 승가 재건을 위해 많은 후원을 하고 있다.
코비드판데믹 이전과 이후의 수행자는 코비드 기간 중에는 평상시의 반 정도 줄어 들었으나, 지금은 서서히 수행자들의 왕래가 늘어 나기 시작하고 있다. 여섯분의 수행자가 있으며, 현재는 네
분의 비구니와 한분 사미니가 수행중이고 다른 한 분은 잠시 다른 수행처에서 안거중이라고 한다. 8월에 있을 하안거 (Vassa-rains retreat)에는 10여명 정도 참가할 예정이다.
*라메쉬 거사
예정된 2시간의 방문이 쏜살같이 지나고, 라메쉬 거사가 주차장까지 일행을 배웅해주기 위해 운전대에 올랐다. 짧은 방문이라 그 사이에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다행히 차안에서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 엘에이 (UCLA)의 정보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UC의 디지털 글로벌 문화 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이미 몇권의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하다. 최근 저서로는 ‘Beyond the Valley’가 있다. 현재는 AI와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으며, 조만간 책으로 나올 것이라한다. 그런 와중에도 틈틈히 이곳 ‘숲속의 수행처’에 와서 봉사 할수 있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담마야리니 방문
아란야보디 주차장을 빠져 나와, 펭그로브 (Penngrove)에 있는 담마야리니로 향하다. 1시간 정도 운전하여 담마야리니에 도착하다. 담마야리니 수도원의 총괄책임자이며, 부주지인 소바나 큰 스님(Ayya Sobhana Theri)이 온화한 미소로 친절하게 일행을 맞아 주신다. 뜨거운 대지의 기운이 온피부에 느껴지는 한여름의 오후 날씨. 스님께서 시원한 물을 준비해 주시고 차를 권하시었다. 다나홀정자(Dana Sala Pavilion)에 모셔진 부처님전에 삼배를 올리고, 같은 자리에서 차담을 나누었다. 마치 예전 시골의 정자에다 나무마루를 넓게 깔고 그 위에 법단을 꾸민 야외파빌리온! 다나홀정자는 코비드판데믹기간중에도 법문을 들을 수 있게 새롭게 마련된 야외법당이다.
툭 트인 넓은 터 한켠에 위치하고 있어서 많은 대중들이 참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리라. 바로 옆 건물안에는 본법당이 있고, 공양간, 비구니스님과 안거를 위해 방문하는 수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있다. 마침 한 재가자 보살이 공양간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어서, 일행이 가져간 공양물을 건네 주었다.
야외 다나홀정자에 마련된 차담 시간에 소바나 큰스님과 게스트 비구니 담마 베라(Venerable Damma Vera) 그리고 사미니 타비라 (Samanera Thavira)가 자리를 같이 하였다. 사미니 타비라는 엔지니어의 전문직을 접고 여러수행처를 방문한 후에 2019년 이곳에 정착하고 사미니계를 받은지 (2021) 1년 6개월되었으며, 또 다른 사미니는 다른 곳에서 안거 중이라고 한다. 사미니 타비라는 바쁘신 아야 소바나스님을 위해 대외적인 연락을 담당하기도 한다.
“판데믹 전후의 변화된 상황이라며는 대중들의 모임에서 큰 변화가 왔다” 고 소바나 스님이 설명하신다.” “인근의 지역민들을 포함하여 한달에 방문자들이 전에는 3000명 정도 오갔는데, 지금은 300명 정도이다. 판데믹이후 많은 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병들어 고생하고 있으며, 특히 정신건강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연민과 자애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점차로 방문하는 수행자나 주민들의 방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화상(zoom)으로 법문을 계속하고 있다.”
코비드판데믹의 여파에도 굳건히 상가를 지키고, 법문과 수행을 통해 출가자와 재가자들에게 계속 가르침을 펴고 계시는 소바나 큰스님께 경의를 표하고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온화하고 다정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바나 큰스님의 발원이 세계 도처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며,
‘부처님시대 최초의 여성 출가자 마하파자파티 고타마의 후예로 법과 계율을 받아 출가를 하여 세워진 비구니승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부처님의 가르침 인 계.정.혜 삼학을 가르치고 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도록 수행 지도를 한다. 국내에서나 전세계의 여성 출가자와 출가 지망자들을 돕고 후원하는데 그 뜻을 두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테라바다 비구니상가의 재건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는 담마 야리니의 비전이 ‘ Sila, Samadhi and Panna 세가닥의 흐름 위에 보리수잎을 띄워 깨달음의 구현’을 나타내는 담마야리니의 로고 처럼 세계의 여성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되살아 나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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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비구니 상가재건을 위해 보시를 희망하시는 분은
담마야리니 선원 ‘캄보디아 비구니승가 추진 위원회’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담마야리니 연락처
Dhammadharini Monastery. 6791 Sturvant Dr. Penngrove, CA 94951
website: dhammadharini.net
숲속수행처 연락처
Kaccayana Bhikkuni email: s.kaccayana@gmail.com
* 담마야리니와 소바나 비구니스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21년9/10월호와
11/12호에 나와있으며, 이번 호에는 판데믹이후의 변화된 상황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