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내 집에 빈방이 있다면, 또 노후에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소일거리가 필요하다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민박업을 한 번쯤 눈여겨보자. 살던 집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고, 나이에 상관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나서서 한창 도시민박 창업을 지원하고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아파트 빈방 활용해 창업, ‘교대 게스트하우스’
지난해 은퇴한 윤성현(58) 씨는 지난 9월 중순 자신이 사는 자가 아파트의 빈 방을 활용해 ‘교대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윤 씨는 일본어 소통이 가능해서 평소 외국인 대상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을 지녀왔다. 자녀들도 성장해서 방 2개가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올해 여름 국비로 지원하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코디네이터 과정’을 수료하고 본격적인 게스트하우스 창업에 돌입했다.
창업에 든 비용은 100만 원 남짓. 방마다 도배를 새로 하고 기존 침대를 활용하는 대신 침대 커버와 이불, 베개 등은 모두 새롭게 장만했다. 별도로 인테리어 비용은 들이지 않았다. 독학으로 배운 솜씨로 소박한 블로그(blog.naver.com/ysh230)도 오픈했다. 1인당 숙박요금은 4만 원. 창업 후 한 달간 윤 씨의 집에는 30여 명의 외국인이 묵어갔으니, 적지 않은 부수입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윤 씨에게 반가운 것은 평생 할 일이 생겼다는 자부심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내 집에서 편안하게 관광객들을 맞이하면서 부수입도 얻고 견문도 넓힐 수 있다는 점이죠. 더 큰 매력은 나이가 70대, 80대가 되어서도 롱런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좋아 살던 한옥에서 인생이모작, ‘바인하우스’
얼마 전까지 수학강사로 활동해온 김경화씨는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올해 자기 소유의 한옥을 수리해 바인하우스(blog.naver.com/vinehousekr)를 열었다. 젊어서부터 한옥이 좋아서 북촌마을의 오래된 한옥을 고쳐 가며 살아온 솜씨를 이번에도 발휘했다. 한옥 수리비를 비롯해 전체 창업 비용은 3,000만 원. 효자동에서 한옥을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려면 전세금만 3억 원 이상 든다. 그러나 김 씨는 자기 소유의 주택이었기에 비교적 소자본으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한옥게스트 하우스인 '바인하우스'는 도시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환영받고 있다.
가장 크게 투자한 곳은 침실이다. 목화솜을 비단으로 감싸 곱게 만든 한식 이불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온 외국인 숙박객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 요금은 침실을 기준으로 받는다. 1인실 6만 원, 2인실 8만 원, 안방 15만 원. 그는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나서 그녀의 일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조용하기만 하던 집에 외국인들이 드나들어 쓸쓸할 틈이 없고, 집안에 활기가 돌아 좋아요. 내 집에 오는 친구를 사귀는 일이 이렇게 큰 활력소가 될 줄 몰랐습니다.”
도시민박업, 누가 어디에 창업할 수 있나
최근 도시민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창업 장려에 나서면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민박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두 차례 실시한 도시민박 사업설명회에는 3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려 도시민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신사동 '더 자 게스트하우스'. 공용 침실인 도미토리 침실을 운영하는 유럽식 게스트하우스다.
국내에서 말하는 도시민박은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일종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저렴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민박형태의 숙박업소로서 세계적으로 배낭여행객 및 실속형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3년 전부터 명동, 홍대 등 외국인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간 게스트하우스 창업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게스트하우스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국제흐름에 맞는 외국인 관광숙소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2월 30일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제도를 새로이 만들었다. 새 제도에 따라 운영하는 도시민박업에 편입되려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숙소를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면적 규정 등도 지켜야 한다. 인증에 대한 권한은 광역지자체에 있으나 통상 관할 기초지자체에서 관리한다.
도시민박업 지정 기준
* 건축법에 따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 중 하나에 해당할 것
* 건물(도시지역 내)의 연 면적이 230㎡ 미만으로 신청인이 실제 거주하고 있을 것
* 신청인 또는 거주 세대원이 외국어 서비스가 가능할 것
* 외국인에게 한국 가정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위생상태를 갖출 것
도시민박업, 어떤 지원 받을 수 있나
도시민박업에 등록하면 지자체는 교육과 홍보, 물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서울에서는 올해 7월부터 도시민박 창업지원자를 대상으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코디네이터 과정을 운영 중이다.
역삼동 '타이거 하우스'. 단독주택 2층을 수리해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띈 게스트하우스다.
신규창업자들에게는 외국어 동시통역서비스가 가능한 전화기를 무상 제공하고 동시통역서비스 이용료는 1년간 지원한다. 간판제작 실비와 현관 매트도 제공한다. 묵어가는 숙박객들에게 유용한 관광 홍보물을 주기적으로 제공해 관광안내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온•오프라인 홍보도 해주고, 신규 창업자들에게 서울 도시민박 운영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350곳의 도시민박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관광마케팅 관광사업팀(02-3788-0848)에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도시민박업, 실패하지 않는 창업을 하라
1. 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부수입을 봐라
도시민박업은 230㎡ 미만의 주택에서만 할 수 있고 저렴한 민박형태를 표방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요금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자신이 사는 집에서 창업할 경우 초기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지속적인 부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집을 소유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적합하다.
2.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따져보라
도시민박업은 손님들의 요구사항에 일일이 응대해야 하므로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 손님이 드는 날은 거실과 욕실, 주방 등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집주인은 견디기가 힘들다. 함께 사는 가족들과의 합의도 필요하다.
3. 큰 비용 들이기보다 적소에 투자하라
본인의 자금상황에 맞게 총투자비를 산정한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울 필요가 없다. 손님들이 중요시하는 침구와 욕실이 쾌적하도록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 부분은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면 된다.
4. 본인에게 맞는 홍보 방법을 찾아라
외국어에 능통한 주인들은 외국인 유치가 가능한 사이트를 발굴해 직접 홍보에 나선다. 대다수는 도시민박업체와 게스트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활용한다. 이 경우 통상 10~15%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한국관광공사나 서울시 관광사이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블로그, 홈페이지, 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유용하다. 무엇보다 입소문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게 우선이다.
5. 도시민박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문화이벤트나 문화체험을 어필할 수도 하고, 특별한 조식서비스를 내세울 수도 있다. 집주인이 발굴해서 안내하는 관광투어도 좋다.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해 차별화 요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
6. 즐기는 자세와 느긋함이 필요하다
초기 수입에 연연하지 않는 느긋한 자세도 필요하다. 해외의 게스트하우스를 보면 다녀간 손님들의 입소문이 곧 성공의 발판이 된다. 좋은 평판을 굳히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단 궤도에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손님들이 곧 영업맨이 된다.
발행 2013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