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을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은 본격적으로 산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아니 그전부터 관광차 그곳을 지나 칠때도 웬지 오르고
싶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오랜 세월전 이었으리라.
흔히들 설악.치악.월악을 우리나라 3대 악산이라는데 설악을 여러 차례 올랐고 치악산도 작년 겨울 얼어붙은 사다리 병창길을 걸어보았다.
기다림 끝 아주 오랜만의 첫 발걸음 이었지만 예전보다는 많은 계단설치와 얕은 계곡사이 다리 등을 보강하여 악산이라는 누명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다. 그래도 산의 위세는 국립공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장대하고도 크다. 동네 일반 산 하고는 격이 다르다
넓은 만큼 등로도 다양한데 덕주사,신륵사.동창교,보덕암쪽에서 오르는 경로가 있다.
난 오늘 송계2교 통나무집 휴게소에서 출발 보덕암을 거쳐 하봉,중봉.영봉을 거쳐 덕주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집에서 출발 2시간5분만에 들머리에 도착한다. 충주호 바로 옆 통나무집 휴게소인데 여기저기 텐트를 많이 쳐 놓았다. 캠핑하는 사람이 많다.
들머리는 충주호를 지나 계곡따라 오르는 길인데 이 등로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등로라 또 혼자인가 싶었는데 논산에서 왔다는 한무리의 산악회(예스민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시작이다.
30 여명이 왔는데 2시간반이 걸렸다네.
보덕암까지 같이 걸었는데 그 이후는 사람에 섞여 행방 모름.
전날 비가와서 등로는 가파르기도 하고 미끄러워 오르막에서는 쓰지 않던 스틱을 꺼내 거기에 의지하고 오른다. 계곡 옆쪽 비스듬하게 난 길을 따라 오르는데 숲에 가려조망은 없는데 주변은 온통곰탕이다. (하봉밑 전망대 오를때 까지 조망없음)
날씨는 예측 불허인가 대구등 남쪽은 맑음인데 여기는 온통 뿌옇다. 거기다 바람이 다소 불어 벌써 겨울인가 싶다. 가져온 잠바를 걸쳐 입는다.
느릿느릿 보덕암까지 40분이 걸렸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움직이니 시간은 더욱 지체된게 아닌가 싶다.(외길이라 추월도 못함)
보덕암 옆에 있는 보덕굴을 잠시본다. 상당히 크다. 굴안에 자그만 부처상이 있다.
보덕암을 지나면 본격 오르막이다.
정상봉우리들을 향해 올라야 하니 당연히 오르막이다.
하봉 다갈 무렵 쉬고 있는 한무리의 젊은 청년들을 만났는데 인천에서 왔다고 하네. 그전 산행때 늘 봤지만 예전과 달리 청년들이 많다. 산행내내 젊은이 천지다.
하봉 오르기전 10여분 평지같은 길을 걷는데 잠시 좋다 말뿐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이산의 첫번째 조망터가 나온다. 충주호와 그 주변 산야가 힐끗 보인다. 얄궃은 운무가 모든 시야를 시샘하듯 방해 한다.
그러듯 말듯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풍광에 역시 월악이구나를 실감한다
잠시 오르면 표지석 하나 없는 하봉정상이다. 정상석이 없는 대신 리본만 잔뜩이고 연륜 있는 멋진 소나무들이 예술이다.
건너편을 보니 운무에 휩싸인 거대한 암릉의 무명봉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 있다. 계단으로 사람 올라 가는게 개미가 암벽을 기어 오르는것 같다.
잠시 내려 섯다가 나도 개미 처럼 올라본다. 어마한 철계단이 이어지고 암릉위에 쇠다리 박아놓은것이 어째저리 만들었을까 신기하기도하다. 잔도 비슷하다.
철계단을 기어 오르니 끝모를 절벽 같았던 위쪽은 평평한게 다소 안도가 되는데 가야할 건너편에 운무에 휩싸인 중봉이 보인다.
마치 신령같다.
이산은 내가 이제껏 다녀본 산중에 아마도 계단이 제일 많은 산이 아닐까? 능선따라 이어진 도락산의 계단도, 끝없이 이어진 계단의 천국 제약산도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쪽도 많지만 영봉지나 덕주사 하산길은 급경사의 철계단,나무계단,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허나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것은 주변의 풍광이 웅장하고 변화무쌍해서 일까
등객이 붐비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편하게 산을 오르고. 천하를 둘러볼 수는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영역을 무참하게 짖밢아 버린 인간의 욕심은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도 든다.
계단이 너무 많다.
중봉은 급하게 내려섯다 다시 올라야한다. 거기 역시 정상석은 없고 다만 데크를 설치하여 전망대 처럼꾸며 놓았고 하봉처럼 단체리본이 걸려 있다.
데크위는 온통 밥상이다. 몇무리의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둘러 앉아 밥먹는다고 난리다. 사람이 많아 발 디딜 틈 조차 없다.
후딱 지나쳐 좀더 가니 영봉이 보인다. 운무에 가려 보일듯 말듯 하다.
영봉 가는길은 이제와 달리 산하나를 넘듯 상당히 많이 내려 섯다
다시 올라야한다. 이코스에서는
다소 땀깨나 흘려야한다.
정상사진 한장 찍으려 중봉 지나서
안개 걷히길 한동안 기다렸으나 바램대로 되지 않아 포기하고 영봉가는 산고개까지 깊히 내려 섯다가 천천히 오른다. 정상쪽은 단풍천국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삶이 물처럼 흐르듯 나무들도 화려하게 옷을 갈아 입고 뽐내다 쓸쓸히 사라지겠지.
영봉은 신령인가?
운무에 휩싸여 보일듯 말듯한 그 모습은 분명 신 이었다.
돌의신. 거대한 암릉의신.
신의 몸위에 걸쳐 놓은 인간의 무례한 지장물덕에 감히 그 정상을 밟는다. 휘몰아 치는 운무를 가슴에 안으며..
정상은 온통 사람이다. 무슨 식당 같다. 옹기 종기 모여 밥 먹는 모습들이 영락 없는 영업장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5분이다.
3시간15분이 걸렸네.
긴시간 인지 짧은 시간인지
인지가 안된다. 산에 진입 하면
시간의 흐름에서 초탈해 지니...
나도 서둘러 정상지나 바로 아래에서 밥상을 차린다. 안개도 지친듯 사라지고 서서히 기다리던 햇님이 나를 비추며 축하한다.
거대한 월악의 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울긋불긋 색동저고리를 걸친채...
말로 표현 못할 만큼 대단하다.
한시간 여를 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그 많고 시끄럽던 산객들은 다 어디 갔는지 조용하다. 왠지 마음이 급해진다.
덕주사쪽으로 향하는데 영봉에서
내려가는길은 거의 수직 철계단이다.
자연에 도전한 인간의 기술이 대단하다. 거의 다 내려오니 심장 약한사람
고소공포증은 조심하라는 팻말까지 있네. 급하긴 급한 모양.
잠시 더 내려 오면 신륵사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그 이후 부터 송계삼거리 지나 마애봉까지는 능선길로 휘파람이 나온다.
혼자 걷는데 이제사 올라오는 사람들 한두명 있는데 정상에서 밥 먹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신륵사쪽으로 내려간거 같다.
평지길 능선을 예전 한창때의 속도로 바삐 걷는다. 송계삼거리가 보인다. 동창교쪽으로 하산하는 삼거리다.
지나쳐 계속 평지길을 걷는데 볼것은 없고 금새 봉우리 같지 않은 마애봉이 나타난다.
거기는 예전에 왼편 능선으로 등로가 있었는 모양인데 지금은 비법정탐방로라 막아 놓았다. 하산 하면서 보니 꽤 재밋는 등산로 같았다.
마애봉을 자나면서 부터는 내리막이 시작되며 공포(?)의 계단이 시작된다.
계속 이어진다. 거의 덕주사 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주변이 트여 경관은 좋다.
등로 왼쪽의 대 슬랩지대를 보면서 내려 오는것도 재미다.
연속된 계단길 이지만 큰 지루함
없이 내려오니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전설이 있는 덕주사 마애여래 입상이 있어 잠시 구경한다.
거대한 입상에서 그 시절의 애닮음이 느껴진다.
마애여래입상은 큰 바위위에 부처님을 새겨 놓았는데 구례 사성암, 경주 마석산의 부처와 비슷하다. 보물이라네.
다시 돌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잠시내려 오니 말로만 듣던 덕주사다.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어서 송계2교까지 가는게 문제였다.
애초에는 등산객 차에 얹혀져 가거나 버스 안되면 택시 신세를 질 생각으로 덕주사에서 큰 도로가 있는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콜택시가 올라오는게 보였다.
손을 드니 손님이 있는데 덕주사 주차장에 내려주고 온다 하면서 기다리란다. 아마도 손님은 나와 반대로 덕주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영봉을 오르고 다른 코스로 내려 온거같다.
기다리고 있으니 택시가 오길래 탓더니 뒷자석에 벌써 아가씨 세사람이 타고 있다. 덕주사 바로 위쪽 부터 함께 내려 왔는데 돌계단을 스틱도 없이 폴짝 뛰면서 앞서 내려가는게 젊음이 좋긴 좋구나 생각했던 아가씨들이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서울에서 왔단다. 신륵사에서 출발하여 영봉갔다 덕주사로 내려 왔다네.
기사가 문득 찌라시를 주는데 구간별 요금표가 있는거 였다
난 미터 요금이라 생각하고 얼마냐고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그게 아니라네.. 덕주사에서 송계2교 들머리 까지는 몇분 안되는거리인데
1만2천이리고 딱 쓰여져 있네.
그리고 카드도 안된다네.
여기저기 지방마다 원칙 없이 지맘대로 영업하는게 아마도 배짱장사를 하는듯 한데 월악의 멋진 영봉에 먹칠을 하는 행위가 아닌지...(황석산 함양 안의 에서는 메타 요금)
이산은 너무 많은 계단으로 무릎에 쉽게 무리가 올수 있다. 덕주사쪽에서 시작하면 다소 가파른 계단길을 계속 올라야 하니 힘이 많이 들고 다른 코스에서 올라 내려가는것도 무릎에 무리가 온다. 산의 해발 높이에 비해 체감상으로는 상당히 높다는 느낌이다.
이산의 높이는 1097 이고 저번주에 올랐던 가야산은 1430인데 이산이 훨 높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무슨 이유일까.
머언 옛날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애닯은 사연이 우리 마음속에 찬찬히 남아 늘 신비스런 느낌을 주는 영령 같은 산이랄까.....
정상부근의 단풍과 사람 변화무상 했던 운무와 충주호의 그림같은 풍경,
영봉의 거대한 암릉은 속절없이 떠나가는 세월속에 벌써 과거가 되어 버리고 어제의 그 산행기억을 머릿속에 찬찬히 묻어둔다.
훗날 어제의 그 추억을 가끔씩 되돌리면 이후의 내 삶은 현실과 달리 마음속에서 나마 좀더 여유로워 지지 않을까.
격이 다른 월악산 이었다.
월악산 난간머리 희미한 저 달아
천년사직 한이 서린 1천 3백리
너는 아느냐
아바마마 그리움을 마애불에
심어놓고 떠나신 우리 님을
월악산아 월악산아 말 좀 해다오 그 님의 소식을
금강산 천리 먼 길 흘러가는
저 구름아
마의태자 덕주공주 한 많은 사연 너는 아느냐
하늘도 부끄러워 짚신에
삿갓 쓰고 걸어온 하늘재를
월악산아 말 좀 해다오
그 님의 소식을
07.35 대구집 출발
08.37 상주ic
09.00 문경세재 ic
09.40 송계 2교 도착(통나무집휴게소)
09.50 출발
10.30 보덕굴
10.35 보덕암
10.50 영봉 3.5키로 전
11.15 영봉 2.5키로 전
11.30 첫번째 조망터
11.40 하봉
12.15 중봉
13.05 영봉
13.10 점심
14.15 출발
14.50 송계삼거리
15.05 마애봉
15.25 덕주사 2키로전
15.40 덕주사 마애여래입상
(덕주사 1.6키로전)
16.05 덕주사
16.15 택시 승차
16.25 통나무집 휴게소
이동 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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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송계2교
등산로 새겨 놓았네
충주호
등로 좋지 않음
산악회 회원이 됨. 밀린다
보덕굴
굴안 부처상
보덕암 지킴이. 꼼짝도 안하고 짖음
보덕암
보덕암 지나 영봉가는길
사진보다 가파름
시루떡 바위?
계단 장난 아님
충주호
첫번째 조망터
하봉지나 중봉가는길
하봉에서
하봉의 리본
하봉과 중봉사이 무명봉. 뒤에 중봉
중봉 가기전
하봉,무명봉
중봉
영봉. 안개 가려 안보임
영봉 가기전 고갯마루
영봉 오르는길
덕주사 가는 능선. 하산길
영봉 오르는 계단
대단 하다
영봉
영봉 옆
영봉
덕주사 가는 능선길. 편하다
계단.계단.계단
낙석대비 시설물. 영봉아래 설치
송계 삼거리
영봉
마애봉
비법정 탐방로(능선)
마애 불상
날머리. 덕주사 바로옆
덕주사
덕주사
덕주사 가는길. 왼쪽 덕주루
덕주산성
아래에서 본 월악산
영봉. 줌업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