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0년 전인 1960년은 4·19학생혁명으로 우리나라 역사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은 해다. 1950년 6·25 전쟁 때 낙동강 방어작전의 최후 보루도시가 되었던 대구에서는 1960년 2월, 대구시내의 여러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2·28학생의거’가 있었다.
이 의거는 얼마 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렇게 대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고 1957년 6월 30일에는 경북학생산악연맹(이하 학산연)이 창립되었다. 이후 학산연은 한국산악운동사의 중심에서 막중한 역할을 했다. 특히 1960년은 뒷날 정리된 ‘학산연의 연혁’에서 ‘성장기의 원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학산연의 태동기와 성장기에서는 회장단이 학산연 활동을 후원하는 후견인 역할을 맡았고, 실제 활동은 대표상임위원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여러 부서에서 맡아서 했다. 1960년의 정기총회에서는 회장단으로 회장 이효상, 부회장 하영수, 백갑용, 박기병을 추대하고 창립 이후 3년 동안, 연맹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서해창 대표상임위원은 그 직무를 박재곤에게 승계했다.
수많은 ‘한국 초유’의 일들을 남긴 학산연의 1960년의 기록은 참으로 화려하다. 하영 수 부회장은 자신이 경영하던 사업체가 새로 지은 사옥으로 이전하게 되자 구 사옥을 학산연 회관으로 사용하게 내어 주었다. 학산연은 이 회관에 서예가 동강 조수호의 친필 ‘경북학생산악연맹’의 현판을 걸었다.
8월에는 한국 초유의 등산학교로 기록된 ‘가야산하계산간학교’를 개설했다. 아쉽게도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초유의 해외원정 일본 북알프스 동계등반계획이 수립, 추진되었고 한국산악운동사에 매우 소중한 사료(史料)가 된 회지 ‘산악’도 발간했다.
궁핍했던 시절, 학산연이 이런 엄청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의 중심에 ‘하영수(河泳洙) 부회장’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는 엄연한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후 대한산악연맹을 창립할 때는 서울 중구 태평로 2가(현 프라자호텔 뒤쪽)의 사무실 임대비용을 부담하셨고 창립에 소요된 상당부분의 비용도 도맡아 주셨다. 이 사실은 1년여 후면 창립 50주년을 맞는 (사)대한산악연맹이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겠다.
기업에서 번 돈은 ‘인재양성’에 써야 한다는 철저한 철학의 소유자였던 분이라 결국은 인재양성의 요람인 대학을 설립하셨는데, 그 대학이 환성산 자락에 있는 경일대학교(총장 정현태)다.
이런 분이 설립한 대학교라 경일대학 산악부는 1963년에 창립되었다. 1990년에는 학생회관 한쪽 벽에 인공벽을 설치했고 그 해 제1회 대한산악연맹회장배 스포츠클라이밍선수권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그만큼, 경일대학 산악회는 걸출한 많은 산악인들을 배출했는데 그 중 창립회원으로 회원번호 3번인 성기환(60)씨는 지금 대구광역시 산악연맹 회장으로 많은 업적을 쌓고 있다.
珍饍齋 (진선재)
갓바위 식당가에서 반짝이는 보석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주시는 갓바위(冠峰) 약사여래불에 기도를 올려 보세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를 뚫듯 당신의 소원은 꼭 이루어 질 것입니다.”
▲ 업주 우길선씨(오른쪽).
그래서일까. 대구의 진산 팔공산 주능선 동남향에 솟아 있는 관봉(852m)의 갓바위로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은 일년 사계절 끊이질 않는다. 팔공산 관봉,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단독 원각상 갓바위는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본래의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인데 ‘갓바위’라는 이름은 이 불상이 머리에 자연판석으로 된 갓을 쓰고 있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갖고 약사여래불에 소원을 말하고 치성으로 빌면 한 가지 소원만은 꼭 이루게 된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지나치게 되는 갓바위 나들목, 대구시 동구 진인동 갓바위시설지구 식당가에는 10여 개 식당이 영업 중이다.
이들 음식점 중 ‘진선재(珍饍齋)’라는 이름의 업소로 들어가 본다. 깊은 산속에 있는 업소인데도 마치 대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고급음식점의 분위기다. 옥호가 예사롭지 않은데 ‘보배로운 반찬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 한다’는 뜻이렸다. ‘진선재(珍饍齋)’라는 옥호 속에는 음식장만이나 손님맞이에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으리라 짐작돼 어느 누구의 추천이나 소개를 받은 바가 없었지만 발길은 절로 이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양미 넘치는 업주 우길선(禹吉善) 사장이 객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식당 안 인테리어가 눈에 돋보였다. 업주 자신이 꾸몄다는 장식인데 전문가의 수준을 뛰어 넘는 듯하다. 식당 안 벽면에 걸려 있는 각종의 수료증서가 업주의 학구열과 음식에 대한 애정을 돋보이게 한다. 차려내는 음식이 토속음식인데 그 차림이 놀랍도록 세련되어 있다. 요리전문가가 시범으로 차려낸 것 같다. 실제로 요리학원에서 장기간 교육받고 스스로 개발한 작품이라고 했다. 보기 좋은 음식, 맛 역시 좋았다.
‘정성스러운 음식, 보배로운 사람들 그리고 고귀한 만남!’ - ‘진선재(珍饍齋)’ 현판 속에 새겨진 글귀다. 어디 그뿐인가. 영문까지 부기해 놓았다.
‘Earnest Food, Precious People, and Noble Meeting!’ -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겨냥을 한 것이겠지. ‘진선재(珍饍齋)’의 수준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겠다.
메뉴 곤드레돌솥밥, 능이버섯돌솥밥, 능이전 각 1만원. 능이들깨칼국수 6,000원. 동동주, 촌두부 각 5,000원. 전화번호 [진선재] 053-983-9066 찾아가는 길 대구광역시 동구 진인동 123-49. 팔공산 갓바위시설지구 식당가
초례봉하우스
대구의 한켠에 이런 산골이
환성산은 대구광역시 동구와 경상북도 경산시의 경계선상에 있는 산이다. 팔공산의 명성에 가려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명산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나무랄 데 없는 산이지만 대구에서 오랫동안 “산을 탔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환성산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팔공산 줄기는 동쪽으로 뻗어 내리다가 갓바위 관봉에서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능성재를 거치고 환성산으로 이어진 다음, 동남으로 더 흘러내려 금호강에 이르게 되면서 산줄기가 마감된다.
▲ 업주 김상구·김문숙 부부(오른쪽).
그래서 환성산은 대구의 반야월과 경북 경산 하양읍의 배산(背山)이고 금호강은 이 지역의 임수(臨水)다. 강진수 대구광역시산악연맹 고문의 설명에 의하면 대구 산꾼들의 환성산 산행은 통상 대구 땅인 초래봉과 묶어서 하게 되는데 대구지하철 1호선 용계역을 나들목으로 잡는 루트는 가깝고 편리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코스를 선택, 초래봉과 환성산 자락 대구 동구 매여동으로 들어가 보면 참으로 놀랍다. 인구 250만 명의 거대도시 대구의 한켠에 아직 때묻지 않은 이런 깊은 산골이 있다는 사실에 누구나 놀라게 될 것이다. 자동차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외길 끝머리에 산행길의 피로를 풀면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초례봉하우스’가 문을 열어 놓고 손님들을 맞는다.
이곳까지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아무래도 ‘초례봉하우스’로 연락, 용계역부터 차량지원을 받는 것이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물과 청정의 공기만 마시고 사는 탓일까. 업주 김상구 · 김문숙 내외는 순박하면서도 친화력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오랜 친구, 친척같이 편안하게 해주어서 금방 정이 들었다. 자가농장에서 기르는 1,000여 마리의 닭과 200여 마리의 오리로 음식을 장만해 낸다.
지도상에는 ‘초래봉’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지역 안내판에는 ‘초례봉(醋禮峰)’으로 적혀 있다. 초래봉 산행의 나들목 ‘반야월’, 그 지명이 매우 시적(詩的)이다. 그렇지만 반야월(半夜月)은 고려를 세운 왕건과 후백제 견훤의 싸움에서 왕건군이 크게 패해 탈출을 하는 왕건의 탈출로를 비추어 주던 새벽달이 빛났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메뉴 닭요리, 오리요리 (백숙, 도리탕) 각 4만원 전화번호 [초례봉] 053-961-7754 찾아가는 길 대구광역시 동구 매여동 101
예송
국내 최상급의 흑염소 전문점
환성산은 대구 쪽보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뒷산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하양읍은 환성산 산행의 거점이고 하양에 닿는 길은 여러 갈래다. 고속국도로는 경부고속국도(1번) 경산IC, 대구-포항 간 고속국도(20번) 청통·와촌IC로 진입하면 된다. 하양은 대구-영천 간의 4번국도상이고 대구선 열차의 하양역도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한쪽 시·종점인 안심역도 하양 땅이라 하양까지는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닿을 수 있다.
▲ 예송 염소탕(왼쪽).업주 이순희씨(오른쪽).
산의 생김새가 서로 고리를 걸어 당기는 형상이라 하여 ‘환성산’으로 불렸다는 이 산의 동쪽에는 신라 때 창건했다는 ‘환성사’(하양읍 사기리 150)가 있다. 하양읍에서 환성산을 가려면 대구가톨릭대학을 거치게 되는데 이 대학의 전신은 대구의 여성명문대학 ‘효성여대’다.
누가 뭐래도 하양읍내에서 음식점 한 곳을 꼽으라면 하양읍 동서를 관통하는 4번국도 상의 농협과 접해 있는 집 ‘예송’이라고 한다. 그만큼 ‘예송’은 크게 유명해졌는데 업주 이순희 사장은 상냥하고 친절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예송에서는 갈비탕이나 돌솥밥 등 대중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상시 700~1,000두의 흑염소를 사육하는 자가농장에서 공급받는 흑염소 고기만은 국내 어느 업소에서도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메뉴 삼겹살 5,000원. 정식 6,000원. 돌솥밥, 왕갈비탕 각 7,000원. 불고기전골(150g) 1만 원. 특미 흑염소구이(130g) 1만3,000원. 흑염소전골 2만5,000~3만5,000원. 전화번호 [예송] 053-852-8800 찾아가는 길 경북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 116-247
국일따로국밥
대구 음식맛의 브랜드 대찬맛의 대표주자
대구광역시에서는 대구의 ‘확신찬 맛’ ‘알찬 맛’ ‘기찬 맛’을 의미하는 ‘대찬맛’을 대구 음식맛의 브랜드로 정하고 ‘대구 따로국밥’과 ‘대구동인동 찜갈비’를 대표음식으로 공식 선정했다.
▲ 업소 앞에 선 창업주의 손자 서경수씨.
따로국밥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1946년에 개점, 64년의 역사로 3대째, 창업자의 손자 서경수씨가 운영하는 ‘국일따로국밥’은 대구를 찾아오는 외지 인사들의 필수 먹거리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어머니 손맛, 누나의 정성, 손님은 행복합니다 - 최불암 2003. 11. 2’ - 이렇게 식당 벽면에는 우리 국민 누구나 알 만한 많은 인사들이 다녀간 흔적들을 남겨 놓았다. ‘대구 따로국밥’은 ‘국 따로 밥 따로’에서 생겨난 이름으로 ‘따로 하나’ ‘따로 둘’ 식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국은 사골과 사태를 밤새도록 고은 육수에 대파와 무, 갖은 양념을 듬뿍 넣어 얼큰하고 시원하게 끓여 식탁에 올리는데 대구사람들이 무척 즐기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이제는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고 미국 LA 등 교포사회에서도 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뉴 따로국밥 5,500~6,500원 전화번호 [국일따로국밥] 053-253-7623 찾아가는 길 대구광역시 중구 전동 7-1. 대구지하철1호선 중앙역 1번 출구.
벙글벙글 찜갈비
서울·부산·제주에서도 택배주문, 맵고 화끈한 대구의 맛
‘대구동인동 찜갈비’는 대구 음식맛의 브랜드 ‘대찬맛’의 대표음식으로 공식 선정된 두 가지음식 중의 하나다. 소갈비를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담고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춧가루를 듬뿍 얹어 20분 정도 푹 익혀 내는 것이 ‘대구동인동 찜갈비’다. 다른 지방에서 통칭, ‘갈비찜’이라고 하는 간장 양념으로 재운 ‘찜’과는 판이한 음식이다. 먹고 나면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맵고 화끈한 맛은 대구 사람들의 기질과 닮은 것일까. 술 한 잔이라도 걸치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거나 볶음밥을 해먹는 그 맛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탓이겠지. 10년 정도의 단골로는 명함을 내어 놓을 수 없고 20년 정도는 되어야만 “나, 동인동 찜갈비 단골”이라고 내세운다는 것이다.
▲ 벙글벙글 찜갈비(왼쪽). 업주 장영숙씨(오른쪽).
어디 그뿐이겠는가. “여기 서울인데요. 찜갈비 택배 부탁합니다”는 주문전화를 심심찮게 받는다고 했다. 부산은 찜갈비 택배지역으로는 가까운 거리고, 제주에서도 ‘항공 택배주문’을 해 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식을 장만해 내는 ‘대구동인동 찜갈비 골목’에는 비슷한 맛, 같은 이름의 음식을 차려내는 12개 업소가 밀집해 있다.
환성산 취재를 마치고 ‘악돌이 일당’과 이 골목 안에 있는 ‘벙글벙글 찜갈비’집으로 찾아 들어가 신나게 한잔 걸쳤다. ‘벙글벙글’은 대구 이외 지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업소다. 부지런하기로 소문났다는 업주 장영숙(60) 사장은 서울을 위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음식경연대회나 음식박람회 등에 참가, 자신의 업소만이 아니라 ‘대구동인동 찜갈비 홍보대사역’ 을 하고 있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꽃다운 서른 살 나이에 이 업소의 문을 열었는데 올해 60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는 “30년 전통의 맛을 이어 왔다”는 것에 실감이 난다고 했다.
손님들로부터 “왜, 양은 냄비냐” 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장영숙 사장은 스테인리스와 뚝배기 등 다른 용기로도 찜을 해보았지만 고기를 익히는 과정이나 그 맛이 양은 냄비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30년 전통, 그 전통은 아들(박정수) 세대로 승계할 것이라며 자신은 ‘대구동인동 찜갈비’가 명실상부한 대구의 대표음식으로 무궁토록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하는 ‘일편단심 민들레’ 역할을 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메뉴 찜갈비 1인분 1만4,000원 전화번호 [벙글벙글 찜갈비] 053-424-6881 찾아가는 길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 1가 322-2. 동인동 찜갈비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