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개인의 인성을 평면적 다채로움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들이 있었다. 사람은 참 신기한 존재다.
----------------------------------------------
생물학적 차원과 심리적인 차원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폐쇄성은 그보다 높은 차원의 개방성과 양립할 수 있다.
잔다르크는 정신병리학적 차원에서는 환청 증세를 동반한 정신분열증으로 진단 받아야 하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자신을 정신의학적 구조라는 영역에 가두는 한 잔다르크는 정신분열증 환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녀가 정신 분열증을 넘어서 성취한 것은 정신의학적 차원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녀의 noology차원으로 들어가 그녀가 이룬 신학적, 역사적 업적을 보는 순간 잔 다르크가 정신분열증 환자 이상의 존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정신의학적인 차원에서 그녀가 정신분열증 환자였다는 사실이 다른 차원에서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훼손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반대도 역시 진실이다. 그녀가 성녀였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정신분열증 환자였다는 사실이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과학은 현실의 다차원성을 따라잡을 수 없으며, 현실을 마치 일차원적인 것처럼 다루는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학자가 환원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자신의 테크닉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정신으로 그 테크닉을 사용하느냐에 중요성을 두어야 한다.
사실은 운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
한 평범한 사람이 가치를 매기는 과정이라는 경험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한 것을 보면, 인간은 작품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혹은 선과 진실과 아름다움을 경험함으로써, 자연과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혹은 이것은 마지막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인간 존재의 바로 그 유일성 안에서 또 다른 유일한 존재와 만남으로써, 즉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 그러나 가장 고귀한 의미의 진가는 행동이나 일이나 사랑 안에서 의미를 찾을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 이런 곤경에 대해 그들이 취하는 태도를 통해서만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져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선택한 입장이다. 창조적인 가치와 경험적인 가치를 박탈당한 사람에게도 여전히 성취해야 할 의미, 즉 그것의 고유한 의미, 시련을 올바른 방법으로 견디는 의미를 성취해야 한다는 도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