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엑스맨 탄생 : 울버린 -실제로 뼈에 주입 가능한 물질들
사람 뼈에 쓰인 건 ‘티타늄’이 원조
아다만티움 넣은 영화 속 ‘울버린’처럼, 척추 골절 환자에 시술하면 통증이 ‘싹’
예방적 시술은 의료보험 안 되고 불법, 금속 뼈속 삽입, 완성형태 보형물 사용
영화 엑스맨의 울버린처럼 의학적으로 금속을 뼈 속에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골절이 발생하면 금속 나사나 내고정 핀 등으로 뼈를 고정하는데 금속 주입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금속 보형물을 삽입한다. 사진(위·아래)은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장면들. 20세기폭스 코리아(배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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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히어로들에게 어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른이 되어서도 유년기의 꿈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 것입니다. 수많은 마블의 캐릭터들을 보면 그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그 상상력의 차이는 교육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린 시절의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러나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말려버립니다. 끝없이 외우는 공부, 시험과 경쟁,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미래 핵심 산업의 하나가 콘텐츠라고 하는데, 앞으로 얼마나 우리의 콘텐츠가 남아있을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지구촌을 휩쓰는 한류 바람을 보면 우리에게 잠재된 에너지는 충만해 보입니다. 단지 그것을 잘 다듬고 키워나가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 잠재된 사회적인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마블 작품 중 엑스맨 시리즈는 어린 시절 꿈들을 실사로 재현해 많은 팬들을 만들었습니다. 엑스맨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휴 잭맨과 제니퍼 로렌스 등 일부 캐릭터의 배역이 ‘엑스맨 아포칼립스’와 ‘울버린3’를 마지막으로 하차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아쉽기도 하지만 역시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엑스맨 시리즈가 있고 그중에 몇몇 스핀 오프들도 있어서 좀 혼란스럽기는 한데 사실 그 순서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 자체로 즐기면 됩니다. 만화영화에 계보를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만화 같은 일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배트맨·스파이더맨, 어벤저스 등이 혼합돼 그야말로 짬뽕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엑스맨 캐릭터 중 울버린의 탄생에 대한 스핀 오프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울버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브라이언 싱어의 작품이 아니라는 데서 골수 팬들의 평가 절하도 있지만 나름대로 볼거리가 있는 영화입니다.
로건(휴 잭맨)은 형 빅터(리브 슈라이버)와 베트남 전쟁 중에 사건에 휘말려 총살형을 당합니다. 하지만 죽지 않는 엑스맨 형제들을 알아본 특수부대 스트라이커 대령은 그들을 팀X에 합류시킵니다. 그들이 당면한 미션은 절대금속 아다만티움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에 대한 갈등으로 로건과 형 빅터는 원수처럼 헤어지고 맙니다.
로건은 깊은 산속에서 벌목 일을 하며 사랑하는 실버폭스와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형 빅터가 나타난 것입니다. 빅터는 스트라이커 대령의 사주를 받아 엑스맨들을 죽이고 그 초능력을 빼앗아버립니다. 로건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 실버폭스도 희생당하고 맙니다.
스트라이커 대령은 로건에게 뼈 속에 절대금속인 아다만티움을 주입, 최강의 엑스맨이 되게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형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로건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다만티움을 몸속에 주입하게 되는데,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실제 의학적으로 금속을 뼈 속에 삽입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발생하면 금속 나사나 내고정 핀 등으로 뼈를 고정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금속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금속 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스테인리스 금속을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티타늄 합금을 사용합니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인체에 가장 부작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뼈 속에 금속을 주입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과거에 티타늄 금속 가루를 뼈 속에 주입했다는 보고들이 있었습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는 경우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서지기 쉽게 됩니다. 특히 척추뼈는 빈 깡통이 찌그러지듯, 압박 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정을 취하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 뼈 속에 특수 물질을 주입해 뼈를 강화하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술을 경피적 척추체 성형술이라고 하는데, 이때 뼈 속에 주입되는 물질이 뼈 시멘트(polymethyl metacrylate:PMMA)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강화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액체 상태로 만들어 뼈 속에 주입하면 5~10분 이내에 딱딱하게 굳게 됩니다. 그러면 골절된 부위가 굳으면서 통증이 없어지고 부서진 뼈가 단단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뼈 시멘트가 X선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뼈 속에 주입할 때 어느 정도의 양이 어느 부위에 들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물질이 뼈 밖으로 새어나가서 혈관을 타고가거나 신경 쪽으로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X선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바륨이라는 가루(X선으로 잘 보이게 하는 조영제의 일종)를 뼈 시멘트에 섞어 쓰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기에는 이런 문제가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래서 티타늄 가루를 뼈 시멘트에 섞어 쓰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아다만티움을 주입한 울버린처럼, 티타늄을 주입한 척추뼈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사람의 뼈 속에 금속을 주입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뼈 속에 주입한 뼈 시멘트는 골절의 통증을 즉시 없애줍니다. 그래서 척추 압박 골절로 고생하시던 환자분들이 이 시술을 하고 나면 즉각적인 고통의 해방에 반색을 하십니다. 그리고 가끔씩 이런 질문도 하십니다.
“나머지 다른 뼈에도 이 시멘트를 주입해주시면 안 되나요? 더 이상 부러지지 않게요.”
울버린이 되고 싶은 환자분의 질문에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현재 예방적인 시술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며 불법입니다.” 물론 의학적으로도 예방적인 시술의 효과는 검증된 바 없습니다. 울버린은 상상일 뿐입니다.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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