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산책

<두 번째 이야기>     어린 봉황새      -셔터와 조리개- 어떤 날  재용은  연인과 데이트를 가서 그녀의 사랑스런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만났을 때  사진을 건네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미 린 씨 이만하면, 내 솜씨도 장난 아니지? " 그러나 그녀는 뽀로통한 목소리로, " 오빠 내 얼굴이 뭐 이래 " 하며 시켜놓은 커피도 마시지 않고 휑하니 나가 버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사진에는 그녀의 얼굴에 한창 기승을 부리던 청춘의 '심벌'인 여드름이 또렷이 나타났던 것 이였다. "제기 사진이 거짓말하나 ! " 재용은  적절한  노출 값을 계산하여 사진을 찍을 줄은 알았지만, 그녀가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잘 나타나지 않게 찍을 수 있는 재간은 없었다.  만일 재용이 조리개를 활짝 열고, 그 만큼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조절함으로서,  그녀의 얼굴을 한껏 부드럽게 표현했었다면, 그날 얼마나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그 재용이 필자를 찾아 와서 이런 경우 어떻게 할 수 없느냐고 물어왔다. 가령, 밝은 날 ISO(필름의 감광도) 100짜리 필름으로 찍는다고 했을 때,  적정 노출이 조리개 8에 셔터스피드가 1/125라고 한다면, 조리개를 3 '스텝'만큼 열어보자 그러면 조리개 값은 f 4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조리개를 거의 다 열어 놓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 에이 말도 안돼요! f 4 에 놓으면 사진이 하얗게 나오잖아요..." " 지방방송 끄 라 구... 내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조리개를 3 '스텝'만큼 열었으니, 셔터 속도를 3 '스텝' 빠르게 해 주면 서로 비기게 될 꺼 아냐..."  " 아 맞아요. 그렇다면 1/500초이네요, 무지하게 빠른 셔터 속도네, 그렇지만 조리개를 열수록 사진이 부드럽게 표현된다는 말은 이해가 잘 안가요 " " 그건 초점심도(焦點深度 - depth of focus)를 설명할 때 알도록 하고, 일단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값은 서로 반비례(反比例)한다는 것을 재용은 기억하지 않으면 안돼." " 그러니까 자동차로 말하면, '클러치'와 '액셀레이터'의 관계네요. " " 옳커니 , 수동 변속기가 있는 자동차에 한 해서야 " " 선생님 이제 렌즈의 종류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 광 각 렌즈라던가 망 원 렌즈 같은 것을 말이지." " 네 맞아요" "그렇다면, 표준렌즈는 무엇인지 알고 있나?" "그쯤이야 알지요. 지금 제 카메라에 끼워져 있는 50mm가 아닙니까." " 그렇군. 그러나 그게 왜 표준렌즈인가 묻고있는 걸세" " 누구한테 들으니, 50mm 라고 쓰여진 것은 무조건 표준이라 하던데요." 지금 필자와 재용은 렌즈의 종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알아야 할 문제가 있는 바,  그것은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서는 필름의 크기가 사뭇 다를 수 있으며, 필름의 크기에 따라 초점거리가 전혀 틀려지게 되므로, 초점거리 50mm가 불변의 초점거리라 말 할 수 없고, 따라서 50mm가 무조건 표준렌즈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다시 말해서 50mm가 표준렌즈라는 말은 35mm 필름을 사용하는 까닭에, 이른바 35mm 카메라라고 불리는 카메라의 경우에 한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35mm필름은 폭과 길이가 각각 35mm가 되는 필름을 말한다.  그리고 그 사각형의 대각선의 길이는 50mm가 된다.  이 대각선의 길이가 그 렌즈의 초점길이와 같다.  물론 35mm필름은 필름의 아래위 각각 3mm 폭에 톱니가 물리는 구멍(perforation)을 만들어 놓았으므로, 실제로 사진이 찍히는 유효범위는 24mm × 35mm이 된다. 그러나 표준렌즈를 규정짓는 중요한 조건은 이 대각선의 길이 보다, 인간의 눈으로 사물을 보았을 때, 느끼는 습관상의 느낌과 비슷하게 찍힌 다는 것에 근거하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사람의 시각은 양 쪽 눈으로 보았을 때, 대체로 120도 정도를 본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쪽 눈으로는 60도를 볼 수 있는 셈이지만,  정확히 볼 수 있는 각도는 47도 쯤 이라 한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을 자세히 보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며, 그것도 여의치 못하면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이러한 사람의 한 쪽 눈과 비슷한 각도로 찍을 수 있는 렌즈가 초점거리가 50mm인 것이다. 이것을 정리하면, 35mm카메라에서 초점거리 50mm의 렌즈는 47°가 찍힌다. 참고로 필름 크기가 60mm × 60mm인 중형카메라의 경우 표준렌즈의 초점거리는 80mm가 된다. 만약 궁금하면 60mm × 60mm 의 사각형을 그리고 그 대각선의 길이를 재어 보면, 어림잡아 80mm쯤 될 것이다. " 그렇다면 50mm보다 초점길이가 짧으면 광 각, 길면 망 원 렌즈라고 할 수 있겠네요" " 명석한 판단이군,  좀 고지식한 말이지만 말야 " " 그렇지만 초점거리가 짧다고 광 각이 된다는 말은 잘 모르겠는데"  그거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렌즈 지름의 윗 부분의 한 점과 아랫부분의 한 점에서 초점까지 선을 그어보면 초점길이가 짧은 경우는 각도가 넓은 삼각형이 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좁은 각도의 삼각형이 될 것이기 때 문 이다. " 정말이네, 이제 분명해 졌어요" " 이제 좀 재미가 있나" " 네. 그런데 움직이는 피사체는 어떻게 찍나요" " 그거야 움직이는 것 보다 빠른 셔터로 찍으면 되지" " 말씀이 좀 애매 몽롱하네요." " 그래? 애 매 모 호(曖昧模糊)하겠군" 질문의 요지가 구체적인 셔터 스피드 값을 말 해 달라는 것인 줄은 알지만, 이것은 상황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그 값을 말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그 피사체의 속도, 필름의 감도에 따라 셔터 스피드를 달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마라톤 선수가 뛰어 들어오는 속도와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제트기의 속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피사체의 거리가 카메라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지나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속도감은 전혀 달라진다.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마라톤 선수는 아득히 먼 하늘에서 날아가는 초음속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우리의 시야를 지나치게 되므로, 비행기를 찍을 때 보다 더 빠른 셔터를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선 우리는 일반적인 상황을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날씨는 쾌청하고 약 5m의 거리에서 젊은 사람이 힘찬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고 치자.  만약 필름의 감도가 ISO 100이라면 2셔터 스피드는 1/250, 조리개 값은 f 8이나 f5.6 쯤 이 아닐까. " 그런데 그 I O S란 무엇인가요?"  I O S 란 필름의 감도, 즉 빛에 대하여 필름이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는 가 하는 정도를  수치로 표기한 것으로, 국제표준화를 위한 국제기구 (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를 말하는 것이다. " 이 카메라에는 A S A와 D I N이 적혀있는데요" " 그렇군 A S A는 미국식 표기이고 D I N은 독일식이지"            *참고:  A S A(American Standard Association) DIN(Deutsche Industrial Norm ) "그렇다면 필름의 감도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필름의 감도는 저감도인 ISO 25에서 ISO 1600이 넘는 고감도 필름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필름의 감도가 가지각색인 것은 촬영 목적에 따라서 적절한 효과를 표현하려는 욕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 개발시켜 온 결과인 것이다. 필름에 대하여 더 자세한 내용은 뒷날로 미루고, 보통 아마추어들이 앨범에 붙일 사진을 만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필름은 네 가 티 브 (Negative)형으로 감도는 대개 I S O 100,  또는 200을 사용한다. "한 가지 더 질문이 있는데요" "말 해 보시게" " 좋은 사진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요" 이 질문의 대답에 대해서는 30년 경력의 필자도 답변이 옹색해지지만, 간단히 말하면 얼마나 '사진 적으로 완성도'가 높은가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사진 적 완성도' 라는 말속에는  구도(構圖)가 어떻고, 광선의 밸런스나 색조는 어떠하며, 창의성으로는 이러저러하다는 만리장성같이 긴 이야기로 끝이 없을 터이니 뒤로 미루기로 하자. 우리는 아직 구만리장천을 바라보며, 날고 싶어 나래 짓 하는 봉황의 새끼지, 봉황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