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길도 인생길도 천천히, 게으르게
제주 올레 서명숙이사장
‘올레 중독’ 이란 말이 있다.
사람마다 증세가 조금씩 다른데, 파란색만 보면 괜히 따라가고 싶고, 자꾸 인터넷으로 제주 행 비행기 시간과 표를 검색한다.
텔레비전 기상 뉴스를 듣다가 서귀포 날씨 얘기에 귀가 쫑긋 서고, 수돗물이나 샤워기를틀어놓고서 파도소리인 줄 착각 한단다.
텔레비전에 ‘올레KT’ 광고가 나오면 “올레!”하고 따라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올레 중독’의 원인제공자, ‘길 내는 여자’ 서명숙 님과 제주도 올레 길을 걸었다.
사람은 가장 힘든 순간, 비로소 철이 든다고 했던가.
시사주간지《시사저널》의 편집장을 끝으로 23년간의 기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무렵, 많이 지쳐 있었다고.
23년간 특종 경쟁 속에서 일 중독자로 살아온 내게 남은 것은, 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는 소송뿐이었다.
그때 고향 제주의 비양도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온 대가로, 시사주간지 편집장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내 영혼은 춥고 쓸쓸했다.
내가 나고 자란 바다를 까맣게 잊고 살아온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
그때 결심했다. 다시는 나를 불쌍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보고, 노을도 지켜보 며살겠다고.
그 뒤 사표를 던지고 ‘자유인’이 되었다.
자유인이 된 뒤, 걷기에 빠져 들었다.
걷다 보니 모든 증오, 미움, 한탄, 연민이 다 부질없이 느껴지고,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 들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와전국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을 찾아다니며 걷고 또 걸었다.
걷기야말로 그 고장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 평화롭게 느릿느릿,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걷고 싶었다.
그때 산티아고에 대한 책을 만났다. 천년 된 옛길을 혼자서 걷는다니, 새 소망이 생긴 거다.
하지만 다시 <오마이뉴스>의 편집국장이 되었지 않나.
백수가 된 지 2년, 우연히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만남을 청해왔다.
편집국장이 되어 달라더라. 임기는 2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고픈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3대 편집국장이 되었다.
사실 그 이면엔 산티아고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결국 오십 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났고,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총 800킬로 미터에 이르는 아름다운 산티아고 길을 홀로 걸으며, 나는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딸도, 전직 기자도 아닌
그저 ‘서명숙’이라는 오롯한 한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거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내내 어릴 적 걷던 내 고향 제주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런데 여행 중에 만난 ‘헤니’라는 영국 여성이 그러는 거다. 이곳에서 얻는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그러니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길을 만들자고. 헤니는 헤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그 순간, 번개를 맞은 기분 이었다.
어느 날 색깔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대.
어느 날 색깔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대.
초록색이 먼저 말문을 열었지.
내가 가장 중요한 색깔이야 너희들도 보면 알겠지만
신은 풀을 초록색으로 만드셨어 나뭇잎들도 초록색으로 만드셨구.
벼를 심은 논, 옥수수를 심은 벌판, 야채, 과일나무도 모두 초록색이야.
초록색이야말로 세상 곳곳을 덮고 있는 제일 가는 색깔이라구.
파란색이 반박하고 나섰어.
아냐 넌 틀렸어 나야말로 가장 중요한 색깔이라구.
저 하늘을 올려다봐 파란색이잖아 바다를 봐 바다도 파란색이야.
네가 어디를 둘러보든 모두가 파란색으로 뒤덮여 있어.
이번에는 노란색이 끼어들었지.
아냐 너희 둘 다 틀렸어. 내가 가장 중요한 색깔이야.
저 태양과 달과 별을 보라구.
우리에게 빛을 가져다주는 모든 것들이 노란색이야.
빛이 없다면 아무 것도 볼 수 없을 걸.
주황색도 가만있지 않았겠지.
너희들 모두 틀렸어. 나야말로 가장 중요한 색깔이야.
주황색을 가진 모든 것은 우리에게 건강을 가져다 줘.
당근, 호박, 오렌지, 이런 것이 없다면 어떤 인간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없다구.
이번에는 보라색이 나섰어.
나야말로 정말 중요한 색깔이야. 왕족들을 보라구.
모두 보라색을 입고 있잖아.
왕과 왕비의 권위를 드러내는 색깔은 다름 아닌 이 귀족적인 보라색이라구.
그 때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대.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색깔들에게 말했지.
싸움을 멈추고 이리와 함께 손을 잡거라.
그리고 하늘 저 너머에 무엇인가 만들어졌는
데 여러 색깔들이 어울리자 혼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색을 띠게 되었어 서로 다른 색깔이 조화를 이루어 나란히 손을 잡자
각자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만들어졌지. 그들은 무지개가 된 거야.
---서로 화합하는 글중에서---
첫댓글 맞아요~~~~~~~~~
모두 어울리는게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