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19년 5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MDS RAEB2, 아세포 19%) 진단을 받고 19년 10월 타인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우 (회사원, 남, 만 43세) 입니다.
(카페는 진단받으면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우회', '급성백혈병 환우회' 가입하였고, 후에 뽀경아빠님이 개설하신 네이버카페 '이식편대숙주병 GVHD'에 가입하였습니다.) 이 세가지 카페의 많은 글들과 댓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오늘은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던 저의 진단과 현재 상태에 대해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혈액검사만으로 혈액암(백혈병) 유무를 알 수 있을까?'에 대한 저의 답은 '혈액검사만으로 높은 확률로 진단을 의심 또는 확진을 할 수 있겠으나, 무조건 골수검사가 필이 수행되어야 한다' 입니다.
저는 회사 입사해서 11년 전인 2010년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3년 반 동안 근무 후 2014년 귀국하여 서울 본사에서 근무를 쭉 하였습니다. (진단받은 19년 5월부터 21년 1월까지 20개월간 휴직 후, 21년 1월말 복직함)
회사 복리후생 혜택으로 주재원 신분이었던 2010년 만 32세부터 서울/수도권 소재 종합대학병원 건강검진 Full Package (위 매년 1회/대장내시경 2년 1회, 매년 1가지씩 선택하는 뇌 CT, 심장 CT, 아이파인더 스마트 암검사 : 혈액으로 폐,간,위, 대장암 등 진단)를 매년 검진받았었고, 건강검진 상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6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인 모 대학병원(issue가 될 수 있으니, 병원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빅5 병원은 아님)에서 건강 검진을 하니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2,720, 호중구 1,020, 혈색소 12.3, 혈소판 137,000 이었고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으라고 해서 바로 혈액종양내과의 특진교수님께 특진비를 추가로 내고 진료를 받았습니다.
2달 뒤 두번째 외래 진료는 백혈구 3,250, 호중구 1,330, 혈색소 12.0, 혈소판 97,000으로 나왔고, 그 교수님은 정밀 검사를 위해 피를 미국으로 보내어서 검사를 하자고 하셨고, 비용은 많이 들건데 괜찮냐고 하셨습니다.
저는 비용은 상관없으니 미국으로 제 혈액 샘플을 보내어서 검사를 진행하자고 하였고, 검사 결과를 두 달 뒤 외래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검사는 현재의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인 NGS 검사였고, HBB 유전자에 대한 염기서열분석 결과 68번째 염기서열 A가 C로 치환 되고 등등 내용이었고, 진단받은 것은 HB D Trait 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으로 혈액샘플을 보낸다더니, 다행히 국내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할 수 있어서 그 곳에 의뢰하여 검사를 하였다는데, 그 병원은 서울삼성병원입니다.)
결국 진단명은 '범혈구감소증', '호중구감소증', 'HB D Trait', '고지혈증'이었고, 매 3개월마다 외래 진료를 보며, 고지혈증은 콜레스트롤 낮추는 약(뉴스타틴알) 매일 1알 복용하여 정상수치 범위내 관리, 외래시 호중구가 1,000이하면 어깨에 호중구 촉진제 뉴트로진 주사를 맞았습니다.
모 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받았던 16년 7월 1일 ~ 19년 4월 19일까지(약 3년간 13차례 2~3개월 주기 외래) 혈구수치가 가장 낮을 때는 백혈구 1,680, 호중구 279, 혈색소 10.7, 혈소판 63,000 이었고, 18년은 종합검진을 고양명지병원(백혈구 2,300, 호중구 628, 혈색소 11.7, 혈소판 109,000), 19년은 일산백병원(백혈구 2,360, 호중구 701, 혈색소 11.3, 혈소판 100,000)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고양명지병원, 일산백병원 모두 직접 가정의학과 교수와 면담하였고, 해당 병원의 혈액내과 외래로 정밀검사를 하자는 소견을 주셨으나, 제가 16년 7월부터 혈액관련해서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혈액종양내과에서 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다고 하니 그러면 그 병원에서 진료 잘 받으시라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2년쯤 경과한 18년쯤 외래 진료시 교수님께 '건강검진을 타 병원에서 하였는데, 혈액내과에서 정밀검사를 하자고 소견을 주셨는데, 저는 골수검사같은 정밀 검사를 안하나요? 이렇게 매번 호중구만 낮으면 호중구 촉진 주사만 맞으면 되나요?'라고 문의하였고, 교수님은 '환자는 젊고, 굳이 아프게 골수검사하지 말고 경과만 지켜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문제의 그 병원 마지막 진료인 19년 4월 검사결과(백혈구 2,270, 호중구 279, 혈색소 10.8, 혈소판 69,000)가 나왔고, 교수님은 '오늘 호중구 촉진주사 맞고, 다음 외래에서 봅시다.' 그럽니다.
와이프는 수치가 낮은데,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자고 얘기를 했고, 그동안의 외래기록지를 떼서 몇일 뒤 회사 근처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와이프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이래서 남편은 아내말을 믿고 따라야 하는가 봅니다.)
여의도 성모병원 첫 외래 검사결과(백혈구 1,690, 호중구 520, 혈색소 10.7, 혈소판 81,000)이었고, 교수님은 지금까지 혈액수치가 이지경 되도록 뭐하고 있었냐고 환자는 저에게 질책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모 대학병원에서 3년전부터 계속 진료를 받았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동안 그 병원에서 골수검사를 한번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화를 내시며, 바로 골수검사를 하자고 하였으나, 호중구 촉진주사 맞은 것 때문에 2주뒤 골수검사를 예약하고 19년 5월 7일 골수검사를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골수검사하였으나, 골수검사 결과는 서울성모병원 진단의학과에서 판정함)
19년 5월 21일 골수검사 결과 골수내 아세포 19%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고위험군 RAEB2 진단을 받았고, 그냥 두면 수개월 내에 2차성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되니 하루 빨리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된다는 천청벽력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여의도 성모병원은 조혈모세포이식을 안하니 긴급히 서울성모병원으로 협진하여 바로 당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진료(김유진교수님)를 보았고, 서울성모병원은 이식 환자가 많이 밀려있는데, 환자는 빨리 이식을 받아야 하는 케이스이므로 이식이 빨리 가능한 타 병원으로 이원하라고 권유를 받았습니다.
운이 좋게 바로 다음날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이제환교수님) 진료를 받았고, 바로 다코젠 항암 시작하면서 공여자를 찾았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실시한 골수검사도 아세포 19.5%였고, 친형과 안맞아 골수은행을 통해 저와 일치하는 20대 여성 천사공여자분을 찾게 되었습니다. (보통 HLA 일치확률이 2만분의 1인데, 저는 8만분의 1이었고, 총 13명 중 12명 부적절/거절, 최종 1명 동의 해 주셨습니다.)
19년 5월 22일 서울아산병원 첫 진료 후 8월 15일 이식일자가 잡혔으나, 이식 전 골수검사결과 골수내 아세포가 15.5%여서, 추가 2차로 다코젠 항암을 하여 골수내 아세포 6.4%인 상태로 19년 10월 2일 이식을 잘 받았습니다.
현재상태는 저와 공여자의 혈액형이 달라 (본인 O형, 공여자 B형), 이식 후 1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3주에 적혈구 2팩씩 수혈받고 있으며, 이식 받으신 다른 환우분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숙주 (눈,구강,피부,간 등)가 있으나, 지금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아내, 두딸(초5,초3)과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혈구수치가 이상하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골수검사를 하자고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10만명당 3명이 걸리고, 또한 연령대가 있는 어르신들이 많이 진단받으시는 병이긴 하지만, 저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환우도 있으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골수검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과거 11년간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이상소견이 있는 혈액수치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을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일이 두번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병명진단을 위해서는 항상 그 의심질환에 맞는 검사를 해야 된다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이번 투병하면서 국민연금 장애연금 신청 및 소비자원 의료분쟁을 진행하였습니다.
- 국민연금 장애연금 : 3급 판정받아 현재 매월 연금 수령중입니다.
- 국민연금 자문의사 의견 : 청구인은 건강검진에서 백혈구,적혈구,혈소판 감소가 보여, 2016년 7월 1일 범혈구감소증을 진단받았고, 정기적으로 진료받았음에도 혈구감소 지속되어 2019년 골수검사 결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확진받았으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질환 특성상 무증상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질병이 진행하여 증상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주되 임상양상인 범혈구감소증이 시작된 시점을 초진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최초 진료일인 2016년 7월 1일로 인정됨.
- 소비자원 의료구제 / 의료 분쟁 (최종 2차 까지 진행하여 결정문을 받았고 병원의 승소로 끝났습니다. 역시 바위에 계란던지기 입니다.)
- 소비자원 자문의사 의견 : 비교적 젊은 나이의 범혈구 감소증이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진단 받은 환자로 골수검사를 빨리 받는 것은 실제 진료 환경에서 쉽지 않은 결정임. 결론적으로 처음 해당 병원을 방문한 16년 7월 1일 시기부터 이 환자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됨. 다만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없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며,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골수검사의 시점을 잡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임. 따라서 의사의 진료상 과실이 없음.
→ 저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다가 통증, 어지러움 등이 없는 무증상 상태,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아세포가 보이지 않았으나, 골수검사 결과 아세포 19%인 경우입니다.
카페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희망맨님의 글을 보시면 좋은 비유인 '냄비에 물이 끓으면 밖으로 넘치듯' 골수에서 분출된 아세포가 말초혈액으로 발견되기는 하지만, 또 희맹맨님의 글 중 '물론 아세포가 골수에만 있고 말초에는 안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문구가 저의 경우입니다. 그래서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아세포가 보이지 않는 경우라도 골수에는 아세포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골수검사를 받으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모든 환우분들이 그렇겠지만 천청병력같은 진단을 받고 무슨 비련의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인가, 왜 나한테 이런 큰 병이 온건가 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드시겠지만(사실 저도 진단 후 이식 전까지 가족 생각에 많이 울었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잘 진료 받아 모두 완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시는 환우 분들은 이식 성공 여부, 이식편대숙주병 때문에 두려워 하지 마시고, 이식을 받으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물론 이식이 위험하기도 하지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읽고 먹먹해서 보고 또 보기만 해지네요
아슬아슬했고 받았을 충격이며 억울과 믿었던 진료의사의 안이함...등등이요
골수검사.이식치료
정말 중요한거같아요
저도 아무것도 몰랐다가 희망맨님께도 감사하고 이곳. 다른까페.등등에서도 도움많이 받았거든요 의사면담은 5분인데 뭔말인지도 몰랐는데 이곳에서 해석도 해주고 용기도주고 해서요..
병에 대해 알게되고 공부 해야 병식을 알고 주치의도 중요하고 내가 병식에 대해 알아야 되더군요
정말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병원도 한번더 가봐야 된다는것도요.
좋은 정보 명확한 글로 올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힘내시고, 꼭 완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소식 전해주세요.
공여자를 기다리고 있는데.....하루하루가 참 힘드네요..
앞으로 더 힘들 걸 알고 있지만....딸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오늘도 기도 중입니다.
길고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저와 나이가 비슷하시네요.
일치 공여자는 찾았는데,
피부과 관련 스테로이제 복용으로 수치가 살짝 올라가서 이식을 바로 하지는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식까지 받고 회복중이시라니 정말 다행입니다.
꼭!!! 완치 하시고 소식 종종 남겨주세요~!
자세한 과정 설명 감사합니다
저희도 1차병원에서 말초혈액검사가 수치가 이상했으나 감기 걸려도 백혈구가 오른다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3차병원에서 골수검사하고 진단받았습니다
지금은 복직한지 한달지나셨네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고 종종 소식전해주세요
RAEB로 검색해서 본 첫번째 글입니다. 만5세 제 딸이 아세포19%, RAEB2로 진단받아 조혈모세포이식한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글 중에 17개월이 지난 상황에도 적혈구 수혈을 받는다고 적어주셨는데.. 이식 후 17개월이 지나도 적혈구 수치가 오르지 않아 수혈을 받으신건가요..?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르면 무조건 수혈을 진행하나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혹시 이 댓글을 보시게 된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
지금은 더 나은 행복한 일상 보내고 있으시길 소망합니다 :)
먼저 어린 따님이 빨리 건강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현재 제 상태는 거의 일반인과 비슷하게 생활 중입니다. 현재 백혈구, 호중구, 혈소판은 정상이고, HB 수치는 12.1로 정상보다 살짝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특이하게 오랜 기간 수혈을 받았던 것이고, 아마 따님은 그렇지 않을 것이니, 적혈구 수혈은 너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막 이식을 받았기에 급성 숙주반응에 잘 대처하시고,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식 전처치 등 큰 이벤트를 잘 넘겼으니, 병원에서 처방한 면역억제제 등 약을 제때 잘 복용하도록 도와주면 꼭 나을 수 있을 겁니다!
@회사원 빠른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희망적인 말씀들도 감사해요ㅠㅠ 전처치로 방사선과 항암 토끼혈청을 하고 어제 이식까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는데 오늘은 한번씩 열이나고 배가아프다하며 하루종일 잠만 자더라구요..ㅠㅠ 옆에서 잠만자고 있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이 글 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했으니 곧 집에 간다고 믿고 있는 아이에요..^^ 얼른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이 오면 좋겠네요:) 자세한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