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무인가?
언젠가 어느 곳에 이런 질문을 하였더니 그런건 종교에서나 물어 보라고 답했다. 아침 지인이 보내 온 글에는, 오래 사는 것보다 잘 살고, 즐겁게 살고, 의미 있게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장수이며, 우리 인생의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기쁨수명’이라고 하였다.
요즘은 뭔 말 꺼내기도 두렵다. 내속에 내재된 속맘이 아니어도, 지나가듯 내뱉는 말이나 글에도 악플이 뒤따른다. 종교와 이념, 자신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서 신주단지 모시듯 가슴에 품고 남에게는 비수를 날려대는 세상이다.
종교와 이념은 물질적 이해관계를 따질 수도 없다. 자신이 알아서 그랬다는 전제가 붙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계속 채무는 쌓여가는 느낌이 든다.
기쁨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위의 글처럼 나에게 주어진 의무이니, 싫어도 세금내듯 인내하며 행복한척 살아 가라고? 나는 그렇다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가? 감히 신에게...불경스런 태도이다. 다음의 삼신 할머니, 아니면 설마 손발이 다젖도록 키워주신 부모님을...
게다가 행복하지도 않는 현실을 두고 꽃길처럼 느끼고, 좋은 세상 올것이니 불평 말고 믿으라는 무형의 압박(?)을 가한다. 보태 받은것 없다고 느끼는 나에게선 그것마져 나의 채무라고 머리에 남긴다.
어릴적 시외버스 타고 다녔던 시절이 생각난다. 어느 도시 터미널, 버스가 환승장에 들어서면 얼굴 험상굿은 청년 두명이 오른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나의 신발을 툭툭 찼다.
"야 임마! 사!"
그들이 가진건 볼펜 종류, 시장 가격 받겠는가? 알아서 바치라는 협박이었다. 처음엔 겁이 났지만, 몇번 당하고 나니 다음부턴 고개를 숙이고 대꾸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협박의 말과 발길 차인건 사라지고, 그것을 샀다면 내가 스스로 돈을 내고 산 것으로 남는다.
종교나 이념은 관념적(觀念的)이다. 실체를 볼 수가 없는데, 임마! 믿어? 못믿어? 하며 생각을 압박한다고 해결될까?
종교나 이념, 그리고 개개인의 삶을 강제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관려하고 의무를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종교나 이념이 굴레를 씌우지 말아야 한다.
개개인이 불행하다 여기고, 그 보상을 요구할땐 어느 누가 앞장서 해결을 할 것인가? 가난하다고 크게 세상에 빚진건 없다. 원천이 그랬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불리할 따름이었다. 1등 달리는 아이는 고급 스파이크 신고, 라인 엎쪽에 서있는데 어떻게 동일하게 판정을 받을까? 그냥 좀 냅두라고...아침에 바깥세상 생각하며 쏟아내는 불평들이다.
"삶은 의무인가?"라는 질문은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철학적, 윤리적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삶을 하나의 '의무'로 바라보는 입장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이유와 철학적 배경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에게는 자기보존의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기분이 좋거나 삶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무조건적인 도덕적 법칙(의무)라고 했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삶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존엄성을 저버리는 행위이며, 자신을 단지 고통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 비판했다.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촘촘한 관계망 속에 얽혀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가족, 학교, 사회로부터 수많은 자원과 돌봄을 받았다. 따라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에 대한 부채를 갚고, 공동체에 기여해야 할 사회적 의무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삶과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막대한 감정적, 물질적 영향을 미친다. 남겨질 이들의 고통을 고려할 때, 삶을 지탱하는 것은 책임감의 영역이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삶에 미리 정해진 정답이나 의미는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삶' 자체가 거대한 의무가 된단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을 받았다"고 했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와 무게를 온전히 견뎌내야 하는 존재론적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알베르 카뮈는 삶이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부조리), 그것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내는 것 자체가 생물학적 관점에서 모든 생명체는 생존하고 번식하려는 강력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수억 년 동안 이어져 온 진화의 고리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생명을 유지하고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것은 생명체로서의 자연법칙에 따르는 의무로 해석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삶이 의무인 이유는 내가 존재함으로써 생겨난 타인에 대한 책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 그리고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창조해 나가야 하는 주체적 책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