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하오, 카카오
이재영
한 10년쯤 전에 핸드폰으로 지인들 간 소식을 전하는 ‘카톡’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동창회 카페에 글을 올리면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볼 수 있었는데, 핸드폰 카톡으로 보내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소식을 접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그래서 회원의 길흉사나 소식 전달을 카톡으로 하자는 제의에 대부분 찬성하였고, 카페에 올리는 글은 내용이 긴 작품이나 사연 등으로 제한되다 보니, 점점 카페에 들어가서 열어보는 회원이 줄어들었다.
급기야 대부분의 동창회 카페는 겨우 한두 명이 글을 올리는, 거의 폐쇄 수준에 이르렀다.
문학 카페는 그 특성상 양상이 조금 다르지만, 번성하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점점 시들다가 방문자 10여 명인 그야말로 잡초만 무성한 황성옛터가 된 카페도 더러 보인다. 혹시 카페지기가 공지 사항을 편리성 때문에 핸드폰 문자로 보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카톡’ 서비스를 운영하던 ‘카카오’가 알다시피 모바일 상거래, 게임/멀티미디어 콘텐츠 유통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것저것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벌이던 카카오가 올 2월 중순에 SM 인수에 노골적으로 나섰다. SM 엔터테인먼트는 가수 겸 방송진행자 출신 이수만이 설립한 오래된 연예기획사이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HOT, SES 등, 노인네인 나도 이름은 알 정도의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켰고, 현재 잘 나가는 5인조 여성 그룹 ‘레드벨벳’도 SM 소속이다.
그들이 K팝의 초석이 되어 방탄소년단 BTS가 지금 세계적인 톱 그룹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카카오의 인수를 막아보려고 BTS를 키운 소속사 하이브(HIVE) 방시혁 의장이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근 한 달간 연예계가 언론 보도를 타는 등, 주식 시장까지 들썩이며 시끄러웠다.
그러다 결국 3월 중순에 SM 인수전은 카카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글로벌 회사로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 돈 많은 카카오가 SM의 경영권을 갖고, 경험이 많은 하이브는 플랫폼 협업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보다 앞서 2014년에 카카오는 포털 사이트인 다음(daum)을 인수·합병했다.
1995년 창업한 다음은 무료 메일 서비스 ‘한메일’이 인기를 끌며, ‘카페’ 서비스를 운용했다.
‘야후’를 제치고 국내 포털 사이트 1위를 유지하던 다음이 2003년 ‘네이버’에 1위를 뺏기더니, 2012년에는 점유율 네이버 70%, 다음 2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카카오의 인수 이후 기존의 ‘다음’ 사용자는 아무런 변동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고 지금까지 잘 이용해 왔다.
그런데, 작년에 다음/카카오 통합 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신청하게 하더니, 어느 특정 시점부터 상당한 불편을 겪는 것 같다.
나는 제때 새 아이디를 등록하여 괜찮은데, 나이 든 회원들이 드나드는 카페는 그 직후부터 방문자가 급격히 줄고, 당연히 글의 조회수도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그러려니 했는데, 얼마 전 서울 나들이를 갔다가 아주 불편함을 당했다.
내가 사는 시흥시 오이도역에서 4호선 전철을 타면 2호선과 만나는 사당역까지 꼬박 1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열어보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날 전철 내에서 핸드폰의 인터넷 서비스가 안 되는 게 아닌가?
왠가 싶어 한참 들여다보다가, 근거리 무선통신 서비스인 와이파이(Wi-Fi)가 안되는 걸 알았다.
전에는 전철 내에서도 잘되던 기능이다.
분명히 카카오가 작년에 이 와이파이도 새로 작성한 카카오/다음 통합 아이디를 사용하여 다시 설정해야 정상 가동이 되게 만들었지 싶다.
그럴까 하다가 참았다. 괜히 급하게 잘못 건드리다가 전혀 엉뚱한 기능을 셋업 할지도 모를 염려 때문에.
속으로 투덜거리며 팔짱을 끼고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생각할수록 괘씸한 마음만 들었다.
합병해도 기존 가입자에게 아무런 사용상의 불편이 없어야 옳지 않은가?
무슨 꿍꿍인지는 몰라도 새로 셋업 하면 카카오에 뭔가 이득이 가는 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칫하면, 광고 선전물이 잔뜩 들어와 핸드폰 저장 공간이 모자란다고 협박하며 비울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잘못 눌렀다가 중요한 자료가 다 지워질 수도 있다.
그러고는 핸드폰 열 때마다 전혀 관심 없는 광고가 뜨는 걸 억지로 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엊그제 3월 26일에 보도된 자료에, 지난해 ‘연봉 킹’이 카카오 전 공동대표라고 한다.
두 사람은 퇴임하면서 주식 스톡옵션을 행사하여서, 조수용 전 대표는 337억 원, 여민수 전 대표는 318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퇴직금이라고는 해도, 연봉으로 치면, 하루에 일억 원이나 번 셈이다. 진짜 억 소리 난다.
카카오의 SM 인수전에 뛰어들어 맞섰던 하이브는 그 바람에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볼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온갖 동창회 카페를 폐쇄하게 만들고, 웬만한 문학 카페도 황성옛터 만들면서,
전철 칸 노인네 억지로 잠을 재우더니, 참 잘했네요.
나는 괜히 배알이 뒤틀리고 억울해서 “억!” 소리 난다.
풀잎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로 물 따먹기를 하는 것처럼,
큰 물방울은 작은 물방울을 쉽게 빨아들여 몸집을 더 크게 불린다.
나도 어릴 때는 잔디 속대 뽑아서 겨루는 물 따먹기 잘했는데.
뭔가 참 갑갑합니다.
첫댓글 참으로 억 소리 납니다.
네, 난정 작가님. 그렇게 훌륭한 사람들이겠지요? 가입자 이용한 수입 극대화의 공로? ㅎ
으샤, 으샤, 삼일샘~~
한마음입니당.
Me too !!
네, 들고은 님. 공감의 Me too 응원 감사합니다. ㅎ
(근데, 저 사진은 그거 미투 아니에요? 설마! ㅎㅎ)
ㅎㅎㅎㅎㅎ
큰 실수를 ..
폰으로 차안에서 하다보닝..
다시~~~
하하, 으..... 실수 한번 더하시면 안 돼요? ㅎ
피켓 들고 아주 나설까요? ㅋㅋ
삼일샘께서도 은근 잼있는 분이십니다.
학문과 식견도 넓으시고 게다가 sns 까지 능통하시니..
많이 가르쳐 주시옵기를....
네, 들고은 님. 이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저는 안 먹지만, 보신탕 세대였습니다. ㅎㅎ)
저 같은 경우 지금도 많이 불편합니다.
몇 번이나 잘못 만지어서 다른 사람들을 부랴부랴 불렀답니다.
네, 뱃사공님. 역시 그러셨군요. 주변에 그런 분이 많은 듯 싶습니다.
다 카카오가 광고 늘리려는 암수가 숨어있는 게 분명하다고 여겨집니다.
새로운 건 가급적 안 열고 안 누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